디뎌서 난 외딴길 위에서 자신의 뒤를 돌아보다 보면, 루 바스나이트는 걸핏하면 꼭 그곳에 있지 않은 것들도 눈에 들곤 했다. 검은 더스터 외투를 두르고 모자를 쓴 말 탄 인물, 항상 가만히, 햇볕이 내리쬐는 단단히 저 멀리서 비스듬히 옆으로 서 있고, 말은 황량한 땅바닥을 향해 몸을 숙이고 있었다. 진짜 주의집중 하는 빛줄기가 아니라, 혹여 있더라도, 마치 그것이 그가 갈망했던 전부라는 듯, 오히려 한쪽으로 기울어진 별 모양 실루엣 속으로의 침잠이었다. 오래지 않아 지금 그의 뒤에, 딱 눈대중의 범위를 벗어나 있는 존재, 언제나 동일 인물, 바로 샌 후안의 악명 높은 다이너마이트범, 키젤거 키드Kieselguhr Kid라는 점에 확신이 섰다.
그 키드는 공교롭게도 화이트 시티 수사대의 주요 관심사였다. 루가 덴버의 유니언 역에서 기차에서 내리던 딱 그 무렵에, 저 위 쿠르달레느Coeur d’Alene 호수 골칫거리들이 광산 지역 곳곳으로, 이미 그 안 어딘가 예정에 없던 다이너마이트 폭발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어나던 데로 흘러들어, 번지기 시작했을 무렵, 핑커튼이나 티얼처럼 도시에 기반을 둔 대형 탐정 사무소들 사이 방침도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은 할 일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버겁게 많아졌다는 이유에서였다. 미해결 사건을 은행가가 공채 떠넘기듯이 그렇게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들은 ‘화이트 시티’처럼 덜 유명하고 기반 약한, 그만큼 더 허기진 탐정 사무소에 고위험 전당표 사건을 싸게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추적하던 키젤거 키드도 이에 포함되었다.
누구든 아는 이는 그를 이름만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키젤거/규조토’는 니트로글리세린을 빨아들여 다이너마이트로 안정화하는 데 사용되는 운 점토의 일종이니까. 키드의 가족은 추정상 독일에서 1849년 반혁명 반격 직후 피난민으로 건너왔고 처음에는 샌안토니오 근처에 정착했다고 한다. 장차 키드가 될 아이는 더 높은 지대로 가고 싶어 안달복달하다가 곧 그곳을 떴고, 한동안 상그레 데 크리스토스에서 머물렀다가 다시 서쪽을 향해 계속 길을 갔다. 샌후안이 그의 꿈이었지만, 은광에서 돈 버는 일이나 그가 휘말릴 수도 있을 곤란 때문은 아니었다. 이 둘 다, 그 무렵에 나이가 충분히 들어 환영도 하였고, 손쉽게 들어오기도 했다. 아니, 무언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마다 각자 그에 대해 생각이 달랐다.
“권총도 안 갖고 다녀요, 산탄총도, 소총도 소지하지 않아요, 아니, 그의 트레이드마크, 그 새김문의 권총집에 항상 싸서 가지고 다니는 건 다이너마이트 두 대야, 게다가 열두 개 더-”
“열두 개로 두 벌로 가슴에 걸친 큰 탄띠에 넣었어요.”
“그럼 알아보기 쉽겠네요.”
“당연히 그런 식으로 생각하겠지만 목격자들 서로 말이 맞은 적이 없어요. 마치 그 모든 폭발에 덜커덕거려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헐거워져 놓치기라도 한 것처럼요.”
“하지만, 아무리 손 느린 총잡이라도 신관에 불을 붙이기 전에 그냥 총으로 쏘면 되잖아요?”
“꿈도 꾸지 마세요. 있을 수 없는 일이니. 각 권총집에 기똥차게 방풍형 불붙이는 공이 장비를 달아 놨거든요. 마치 안전성냥처럼. 그냥 뽑기만 하면, 망할 물건에 바로 불이 붙어서 그냥 던지면 됩니다.”
“빠른 도화선도. 언컴파그레에 있는 애들이 작년 8월에 겨우 그걸 알아냈는데, 박차랑 벨트 버클밖에 남지 않아 묻을 게 없더군. 심지어 늙은 부치 캐시디랑 그 똘마니들도 키드가 이 동네에 뜨자마자 헛간 가득 비둘기처럼 구구거리고 다니기 시작할 걸요.”
물론, 부치 캐시디의 패거리 또한 누가 들어있는지 아무도 잘 알지 못했다. 이곳에는 전설적인 행위들이 모자랄 일 없지만, 목격자들은 매번의 경우 누가, 정확히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맹세까지 하며 단언할 수는 결단코 없었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보다- 마치 외형이 실제로 변하는 것처럼, 가명들이 들쭉날쭉 대중없이 부여되는 일만이 아니라 정체성 자체까지 변질을 야기하는 것 같았다. 해수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 철수하면 인간의 성격에 무언가, 아니 본질적인 무언가 일이 벌어지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저지대 사람들은 차분하고 법을 준수하는 경향인 반면에, 산악 지역에서는 혁명가와 무법자가 양산된다는 롬브로소 박사 (골상학자, 초기 우생학자, 정신적 사회적 다윈주의자Dr. Cesare Lombroso (1835-1909))의 소견을 인용했다. 물론 이탈리아에서 맞는 말이었다. 최근에 발견된 잠재의식에 대한 이론가들은. 도움이 될 만한 어떤 변수도 배제하기를 꺼리니까, 고도와 그에 따른 기압을 회피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것이 정신/혼이었다.
바로 그 순간, 루는 콜로라도 주 로다잘(진흙)에 있는 들판에 나가 <로다잘 위클리 타이딩스(주간지)>의 편집장 버크 퐁힐과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 주간지는 아직 희망사항-부동산 투기사업에 지나지 않는 수준인 이 마을의 공신력 있는 신문이었다. 젊은 퐁힐의 임무는 빈 페이지를 유령 이야기들로, 멀리 있는 독자들이 찾아올 만큼 흥미가 동하기를, 그들이 내처, 어쩌면 정착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서.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가진 건 아직 짓지 않은 광산 마을뿐입니다.”
“은? 금?”
“음, 어쨌든 광석요…뭐냐 금속 성분들이 담겨있는데 엄밀히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요?”
“발견됐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완전히 정제되지는 않은?”
“유용성은…?”
“적용은 아직 고안되지 않았다는?”
“음, 그럴싸하게 들리긴 하네요. 사람들 하룻밤 묵을 방은 어디서 구하나요?”
“뜨거운 목욕? 가정식 식사?”
“말귀가 통하네.” 바람이 브리틀부쉬(사막 덤불 일종)을 쓸며 지나갔고, 두 남자는 시가에 불을 붙였다. 루는 소로의 지루함에 굴복하지 않으려 애썼다.
“이들 편지 속 목소리는,” 퐁힐이 자신 앞에 대충 모아 놓은 낱장 용지들 더미를 두드리며 말했다. “정신 나간 열정적인 남유럽 사람이나 얼치기 반무당 피터(음경) 전문가와는 아주 멀어요. 대신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건 충분히 알긴 아는데 죽었다 깨어나도, 도저히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는 그런 옴브레(사내)를 연상시켜요. 그런 기분 알아요? 그래요, 누가 모르겠어요? 그는 이 종이에 어떻게 그가 꼼짝없이 당했는지, 아니면 누가 그랬는지 낱낱이 파헤쳐 보려고 애써요. 하지만 젠장, 그의 표적들을 좀 보세요. 그는 항상 이름과 주소로만 그들을 식별한다는 걸 알 수 있죠. 일부 폭탄 테러범들이 하듯이 종합적인 전부를 얻지 않고서, 아무도 저 ‘월가’나 '광산 소유주 협회' 같은 건 없습니다. 아니, 보세요, 이 악행자(evildoer)들은 하나같이 모두 깨끗하게 기소됐어요.”
“‘악행자’요?”
“그는 재미로 이런 일에 끼여든 게 아닙니다, 바스나이트 씨. 폭발의 황홀한 전율 때문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봐야 합니다. 평범한 일상다반사 세상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고…당연히 여성들에게 노출된 적도 없거니와, 그들 사이 다들 아는 그 모든 문명적 영향도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 신정腎精적 체액이 역류해서 뇌에 압박을 가하는 거라는 거죠. 하지만 세상에, 이 산의 절반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간주해도 되지 않을까요? 사실, 그건 일견 순진하기 짝이 없는 이론이라, 퐁힐 씨, 당신 이론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제 아는 여자분이 그러시더군. 아무래도 그 사람이 좀 더 자주 바깥출입하고—”
“그런 말씀을 하시니, 매일 같이 저기 덴버 사무실에 우리 역시 그 괴짜 앞으로 온 편지를 봐요. 한두 통 빼고는 다 여자들이 보낸 거고요. 이상하지만 사실이에요. 그리고 대부분 청혼 편지들이고. 가끔씩 남자가 불쑥 구혼을 해오기도 하는데, 그건 다른 서류철에 따로 둡니다.”
“그 사람 편지를 열어서 읽어 보시나요?”
“그 사람 이름이나 고정 주소가 있는 게 아니니, 우리가 망할 우편 전송(轉送) 서비스도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사생활 보호권이 없다는 건 아니잖습니까.”
“자신의…허. 참, 대단하시구려. 이게 단순히 회춘이니 활력를 되찾느니가 아니라, 범죄자의 권리에 대한 논의라, 사람들 젊은 시절의 모닥불로 되돌려 놓는다 칩시다, 그때만 해도 이름도 주소도 없는 이는 ‘하나님’이었죠.”
갈색 오지 단지가 나왔고, 버크 퐁힐은 갈수록 고백투였다. 수수께끼의 다이너마이트 폭파범을 잡으려는 수색은 아집과 완강함을 불러들여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가족들, 심지어 퐁힐 자신의 가족들까지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익숙하지 않은 압력 하에 여러 집안 문제아들을 공산이 큰 후보로 고발하거나 법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들었다. 국가와 핏줄에 대한 충성심 사이 갈등은 노골적이었다. 퐁힐의 집안은 분열된 집이 되었다. “도덕적 백치예요, 엄마. 두상을 살펴보세요. 사회적 감정을 담당하는 엽이 아예 없잖아요.”
“버디, 그는 네 친동생이야.”
“사람들이 동생을 잡아서 사살할 거예요. 아직도 이 빌어먹을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모르시겠어요?”
“네가 동생을 넘기면 교수형에 처할 거야.”
“훌륭한 변호사가 없으면 그렇죠.”
“그 개자식들은 공으로 일하지 않아.”
“때로는 양심에 따라 일을 합니다.”
“오, 버디.” 한평생 그의 장밋빛 기대와 허황되고 부질없는 모략을 챙겨 주어야 하다니 그 한숨에 들었지만, 그는 마치 못 들은 척 곧장 일러바쳤다.
“그래서 버디가 우리 막내동생을 넘겼어요.” 버크가 루에게 말했다. “기껏 브래드가 바랄 수 있는 최상은 재판을 덴버로 옮길 때까지 오래 살아남는 일입니다. 우리 지역 군사 정권은 대단찮아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동부 신문들이 기사를 내기 시작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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