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st the day 68-75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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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박람회가 폐장하고 시카고를 빠져나와 다시 시골로 돌아온 댈리와 메를은 <미드웨이 플레장스>에 늘어서 있던 ‘국립’ 전시물들 중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모두 각양각색 비-중서부 사람들은, 몇몇은 패를 짜고 같이 움직이고, 어떤 사람들은 혼자 다녔다. 메를은 사진을 찰칵 박으려 카메라를 찾아 달렸지만 그가 카메라를 다 설치할 때쯤이면 그들은 대개 사라져 버렸다. 내리는 눈 저 너머로 댈리는 북쪽으로 조용히 퇴경하는 개 떼와 에스키모들을 본 것도 같았다. 그녀는 메를의 주의를 자작나무 숲속 둥치 사이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피그미족으로 돌렸다. 마을 강기슭 술집에 내려가, 희미하게 친숙해 보이는 남태평양 제도 문신 예술가들이 강배 사나이들의 팔뚝에, 언젠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작지만 결정적인 주술이 좋게 통하라고 신성한 이미지를 새겨 넣었다. 댈리는 이 방랑자들은 역시 모두 아무 특별한 이유 없이 화이트 시티에서 내쫓겼구나 대중했고, 그녀와 그녀의 아빠는 그저 다른 종류의 에스키모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그들이 거쳐 온 시골 지역은 결코 유배지보다 나을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여겼다. 세인트루이스, 위치타, 덴버 등 도시에 도시를 접어들면서, 그녀는 매번 그 안 어딘가에, 저기 아래 전선 끝의 어느 동네에, 다시 한번 진짜 화이트 시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는 자신을 문득문득 깨달았다. 밤에는 시원하게 모두 유령처럼 불을 쓰고 낮에는 거미줄처럼 얽힌 운하의 눈부신 습도 속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전기 론치(대형보트)가 파라솔을 쓴 여성과 밀짚모자를 쓴 남성, 그리고 머리에 크래커 잭 조각들을 머리카락에 붙은 어린아이들를 태우고 수로를 따라 조용히 움직이는 도시.
세월이 급격히 불어나자, 그것은 마치 전생의 기억처럼 느껴졌고, 변형되고, 변장하고, 사라진 일부는 과도하게 늘어나, 한때 그녀가 살았던 꿈의 수도는 어쩌면 적법하게 고귀한 존재의 반열에 들기도 했으리라. 처음에 그녀는 메를에게 제발 그것들을 돌려달라고, 통하리라 아는 방책대로, 제발, 눈물까지 지으며 졸랐다. 하지만 그는 박람회장이 지금쯤은 대부분 불타고, 뜰로 되돌리기 위해 조각조각 나, 멀리 실려 나가고, 팔려나가고, 무너져 내렸으며, 막대기와 각목들은 비바람에 휘둘리고, 시카고와 이 나라에 닥친 인위적인 불경기에 처분되는 처지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끝끝내 찾지 못했다. 잠시 후, 그녀의 눈물은 반사되는 빛에 반짝일 뿐 흐르지 않았고, 그녀는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침묵 또한 점차 원망의 날카로운 서슬은 잃어갔다.
그들이 이리저리 배회하는 길을 따라 줄지어 심어 놓은 병목竝木은 거대한 바큇살처럼 돌아가며 하나씩 스쳐 지나갔다. 하늘은 가다가다 녹은 돌의 용암처럼 훑으며 흐르는 짙은 회색 폭풍우 구름에 단절되었고 그 사이를 뚫고 도달한 빛은 어두운 들판 속으로 사라졌지만 희미한 길을 따라 모여들어 빛났다. 그래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때로는 길과 그 길이 향하는 지평선만이. 때로는 그토록 격렬한 난기류에 지나가는 푸른 생명에 압도당하기도 했다. 너무 많아서 잘 보이지 않았고, 모두 제 뜻대로 하려고 아우성이었다. 톱니 모양의 잎사귀, 삽 모양, 길고 가는 모양, 뭉툭한 손가락 모양, 솜털 돋고 잎맥 또렷한 잎사귀, 날에 따라 기름졌다가 먼지가 묻은 잎사귀들, 송이송이 종처럼 매달린 꽃, 보라색과 흰색, 혹은 버터처럼 노란 꽃, 습하고 어두운 곳에 별 모양의 양치류, 쓰려져 고사한 나무 아래 그리고 이끼 속 숨은 신부의 비밀 앞에 드리운 수백만 개의 녹색 베일, 삐걱거리는 바퀴 곁으로 계속 지나갔고, 패인 바퀴자국 속 돌멩이에 받치고, 지나가다 응달에 들었을 적만 보이는 불꽃에 치이고, 길가의 작은 형체들이 분주하게 성장하여 틀림없이 의도적으로 정교하게 배열되어서 끼어들었고, 약초채집가들이 그 이름과 시장 가격을 알고 있는 초본들, 그리고 외진 산기슭의 말없는 여인들은, 그들이 대부분 거의 만날 기회조차 없었던 이 반대편 인물들은, 그 약초의 마법적인 용도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미래를 위해 살았지만, 알아보지 못하는 서로의 반쪽이었고, 그렇게 얼기설기 그들 사이에 생겨나는 그 매혹이란, 여지없이 곱고 우아하게 빛났다.
메를은 힘들기만 하고 보람 없는 일에 상당한 시간을 쏟으며, 도매 창고 부두에서 식물 중개인들과 언쟁도 벌이고, 몇 가지 약효도 배웠지만, 진정한 약초꾼이 가진 재능, 과오를 범하지 않는 발과 날카로운 코는 자신에게서 발견하지 못했다.
“저기. 냄새나?”
그녀 기억 언저리에 희미하게 느껴지는 향기. 마치 방금 지나간 전생의 존재인 양 귀신같이… 얼리스. “은방울꽃, 그런 종류인가.”
“삼이야. 최고가로 팔려, 그러면 한동안 먹고 살만 하지. 저기. 작은 빨간 열매 보여?”
“왜 우리가 소리를 죽이고 속삭여요?” 작은 꽃무늬 보넷 챙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고.
“중국인들은 저 뿌리가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네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나.”
“우리가 중국인인가요?”
그는 확신하지 못하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건 아니야.”
“그리고 여기 돈벌이 작물을 캐든 뭐든, 우리는 그 돈을 써서 엄마를 찾으려는 갈 건 아니잖아요?”
이렇게 나올 줄 알았어야했는데. “아니.”
“그럼 언제?”
“네 차례가 올 거야, 트루퍼. 생각보다 빨리.”
“약속해요?”
“약속하고 말고 할 게 없어. 그냥 그렇게 세상사 돌아가.”
“음, 그 말 아주 행복하게는 안 들리는데요.”
그들은 아침 들판으로 밀치며 나갔고, 들판은 사방으로 지평선 저 끝까지 구불구불 물결치며 펼쳐졌다. 내륙 아메리카 바다(대초원 지대), 닭들이 청어처럼 떼 지어 다니고, 수퇘지와 암송아지들이 농어와 대구처럼 먹이를 찾아 뒤적거리고, 상어들은 으레 시카고나 캔자스 시티에 나가 작전을 벌였다- 농가와 마을들이 여정을 따라 섬처럼 솟아 있었고, 그 섬 하나하나에 소녀들이, 메를은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이, 살고 있어서, 섬 소녀들의 사치스럽게 과하게 지키고 있는 약속들은, 아늑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를 각기 잇는 전차 노선을 타거나, 강변 술집에서 담담히 카드를 나누거나, 붉은 벽돌 거리에서 걸어내려온 아래층으로 카페테리아에서 웨이트레스로 일하거나, 시더 래피즈(아이오와 도시)에서 방충망 문을 통해 바라보는 일에 도달하였다, 노란 불빛 비치는 긴 들판 앞 울타리에 서 있는 소녀들, 수많은 라이자와 체이스티나, 평원의 소녀들 그리하여 결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꽃이 만발한 계절의 소녀들, 타작꾼들을 위해 밤이 이슥하도록 때로는 추수 시기에 밤새도록 요리를 하고, 오고가는 전차를 바라보고, 멧부리 아래 말타고 멀어지는 기병대 소년들을 꿈꾸고, 지역산 두뇌 강장제를 홀짝거리고, 초롱초롱한 눈을 가만두지 않고 움직이며 거리 모퉁이에서 옥수수 이삭이 가득 찬 김이 무럭무럭 나는 빨래통을 보살피고, 오텀와 마당에 나가 양탄자를 두드리고, 모기로 빽빽한 일리노이주 남부의 저녁을 보내며 기다리고, 파랑새가 둥지를 틀고 있는 울타리 기둥 옆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동생이 그래도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합창하듯 지나가는 기차를 앨버트 리 창밖으로 바라보았다.
도시에서는, 철제 테를 두른 마차 바퀴가 포장도로 위를 요란하게 울렸다. 그리고 댈리는 언젠가 말들이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윙크하던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갈색 나무발바리 새들이 휘파람을 불며 공원의 나무둥치 위아래로 거닐었다. 다리 아래에서는 강에서 오가는 배들이 기적을 울리면 버팀목이 울렸다. 때로는 그들은 한동안 머물렀고, 때로는 태양이 1분각도 움직이기 전에 다시 길을 떠났다. 그을음처럼 검은 전차 선로와 다리 난간, 건물 정면 높이 달린 시계판, 알아야 할 모든 것에 환히 비춘 뒤라서—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그녀는 큰 도시조차도 크게 괘념치 않았고, 시카고가 아니어도 관대하게 대할 준비가 되었으며, 야드 단위 피륙들과 카르볼산 비누 냄새가 나는 도심 상점, 검은색 리놀륨 마루 바닥을 즐겼고, 사암 계단을 밟아, 폭풍 치는 날씨에 도드라지게 밝게 불 밝힌, 호텔 지하에 있는 향기로운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러 내려갔다…모든 등급의 시가 냄새, 뒷방에서 양조하고 증류하고 있는 풍년화(witch hazel), 가죽으로 등을 댄 의자의 정교하고 오래된 연철 발판은 이제 지나갈 세기에 만들어진 장미꽃봉오리와 파랑새가 얽혀, 마치 가시투성이 나선형 덩굴들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태연히… 어느 결에 머리 깎는 일이 끝이 났고, 그녀 등에는 온통 작은 양복솔이 휩쓸고, 향기로운 파우더가 구름처럼 공중에 퍼졌다. 팁을 바라며 내민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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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은 아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남정네답지 않은 온기가 눈자위에 솟아 종종 놀라곤 했다. 무사태평 아이처럼 얽혀 있는 난로 빛깔 머리카락. 그녀는 어딘가 멀리 저 위험스러운 어두운 들판을 헤매고 있었다. 어쩌면 거기서 그가 절대 듣지 못할 다른 버전의 그 자신을, 얼리스를, 비애 어린 사실들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 잃었다가, 찾았다, 날아다니고, 너무 정교해서 현실이 아니랄 수밖에 없을 장소들을 여행하고, 죽고,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그는 들어갈 길을 찾기 원했다. 적어도 그녀를 찾아라도 보고, 할 수 있으면 최악의 일은 벌어지게 않도록…
초록으로 눅눅하건 잎 없이 얼어붙었건 매 동틀 녘마다 저 바깥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항상 통행요금소와 고속도로들과 농장에서 시장으로 가는 길들이 얼기설기 교차 되는 지도였고 그들의 근지러운 눈꺼풀을 뜨고 마치 위에서, 오렌지 매처럼 속으로 날아올라 날품팔이 일꾼처럼 다음 날의 일을 위해 살피고, 샅샅이 훑어보듯이 멀리 바라보았다. 일은 갈수록 또 다른 작은 대초원 마을에서 벌이는 길모퉁이 사진 영업이 늘어 그렇게 한두 끼니를 때웠다. 세월이 흘러, 감광판은 더 빨라지고, 노출 시간은 짧아지고, 카메라는 가벼워졌다. 프레모(Premo 1903년)가 한 번에 12장을 찍을 수 있는 셀룰로이드 필름 팩을 장착하고 출시되었고, 당연히 유리판을 짓밟아버렸고, 코닥은 ‘브라우니Brownie 1900년’를 팔기 시작했다. 무게랄 것도 거의 없을 작은 상자형 카메라였다. 메를은 사진 프레임에 모든 것을 흔들리지 않고 담을 수 있는 한 어디든지 이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 즈음에-옛날 유리판 접이식 모델들은 계측량이 3파운데 판까지 더해졌다-그는 숨을, 명사수처럼 차분하게 쉬는 법을 배웠고, 이미지도 이를, 차분하고, 깊고, 때로는, 댈리와 메를이 동감하듯이, 좀 더 진짜 같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비록 그들은 결코 그렇게 ‘진짜’까지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항상 종 매다는 일은 널려서-중서부에 갑작스럽게 전기 벨, 초인종, 호텔 호출종, 엘리베이터벨, 화재종과 도난경보용 등 엄청난 수요가 있었다-그 자리에서 종을 팔고 설치하고 수임을 세면서 앞길로 걸어 내려 가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고객은 그 자리 서서 그 소리가 질리지도 않는지 버저에 손가락을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붕널 엮기, 이런저런 울타리 고치기, 그리고 항상 전차가 굴러갈 정도 제법 큰 마을에는 철차(轍叉)연결 일이 있었고 동력실과 전차 차고에는 손봐야 기계들이 많았다…어느 여름 메를은 피뢰침 판매원으로 연결부를 놓았는데, 이 일은 결국에 그의 동료들처럼 아주 낯부끄럽게 전력의 성질을 잘못 전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어떤 종류의 벼락이라도, 친구들-포크, 사슬, 열과 이불보, 이름 대봐, 우리는 바로 속한 땅으로 도로 보내버려요.”
“구상뇌방전(혹은 구상번개Ball lightning),” 침묵 후에 누군가 말했다. “우리가 걱정하는 건 그런 번개지. 그거 잡기 위해 당신은 뭘 갖고 있수?”
메를의 술기운이 점차 달아났다. “당신은 이런 식으로 구상번개를 제거했다고요?”
“그저, 우리가 특화되어 있을 뿐, 우리는 구상뇌방전 쪽으로 미국의 수도야.”
“이스트모린이 그런 줄 알았는데.”‘
“자네 여쪽에서 잠깐 머물쩍거릴 작정인가?”
그 주가 가기도 전에, 메를은 첫 번째 번개, 알고 보니 유일한, 구상번개 작업을 벌였다. 이 번개는 어느 농가의 위층을 어쨌거나 귀신처럼 집요하게 떠돌고 있었다. 그는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장비를 안으로 들였다. 구리 지면 못들, 전선들, 저 생물을 덫에 넣으려고 문제지점까지 절연 처리된 우리를 얼른 올리고 염화암모늄(sal ammoniac) 배터리에 갈고리를 걸었다.
뇌방전은 방들 사이로 복도 아래위로 움직여 다녔고 그는 조심스럽게 끈기 있게 지켜보았다. 그는 위협이 되는 동작은 하지 않았다. 번개는 사람 주변에는 유난히 경계를 보이는 야생 야행성 동물을 상기시켰다. 조금씩 조금씩 번개는 가까이 다가와 마침내 바로 그의 얼굴 앞까지 와서는 천천히 회전을 하고서, 그런 뒤 잠시 그렇게 작은 나무 집안에, 가까이, 서로 신뢰하는 법을 배우고 있기라도 하듯이 머물렀다. 커튼을 친 창문 밖으로 길게 자란 풀이 평상시처럼 불었다. 닭들은 마당을 돌아다니며 쪼아보고 의견을 나누었다. 메를은 약간의 열기를 느껴진다 생각했다. 물론 그의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그는 대화를 트는 일에 마음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 구상번개가 말을 할 성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도 않아서였다. 마침내 기회를 잡고 말을 붙었다. “이봐, 나는 너에게 해를 입히려는 의도는 없어, 너도 대신 내 뜻에 보답을 해주길 바란다.”
놀랍게도, 구상번개가 아주 또렷하게 큰 소리는 아니더라도 대답했다. “공평해 보이네. 내 이름은 스킵Skip이야, 네 이름은?”
“반갑구나, 스킵. 나는 메를이야,” 메를이 말했다.
“그저 땅으로만 보내지 말아줘. 거긴 재미가 하나도 없어.”
“오케이.”
“그리고 우리는 사절이야.”
“Deal.” 천천히 그들은 짝패가 되었다. 그때부터 구상번개 혹은 ’스킵‘은 메를의 곁에서 절대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메를은 그가 어떤 행동 규칙, 세부사항은 그로서는 깜깜하니 알 수 없을 규범을 충실히 따르고 있음을 이해했다. 어떤 사소한 규칙위반이라도 스킵의 기분이 상하면 전기적 현상을 쫓아버릴 수 있었다. 아마도 영영, 어쩌면 그전에 먼저 메를를 튀겨서 보내버릴지, 메를도 알 도리는 없지만. 댈리에게는, 처음에 그가 마침내 여차저차하여 그의 트롤리로 미끄러져 들어가자 댈리 눈에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일로 여겨지는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은 형제자매가 있는데,” 그녀는 조심스럽게 짚어나갔다. “이건 뭐예요?”
“얼추 같은 셈이지, 다만-”
“다르달 뿐, 그래요 하지만-”
“저 녀석에게 기회를 한번 줘봐라, 그러면-”
“녀석? 그럴 테죠. 아버진 항상 사내아이를 원하셨으니까.”
“파울 볼 날리지 말거라, 달리아. 내가 뭘 원했는지 너는 전혀 모르잖아.”
그녀는 스킵이 기꺼이 조력하는 꼬맹이 녀석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탁하면 요릿불이 붙었고, 메를에게 시가 불을 붙여주고, 그들이 야간에 여행하는 때는 마차 뒤에 매달린 철도용 랜턴 속으로 기어 올라갔다. 잠시 후에 어떤 밤은, 댈리가 책 읽느라 늦게 일어나 있을 때면, 늘 스킵이 그녀 옆에 서서, 책장에 빛을 비추고, 마치 같이 읽어나가는 듯이, 조용히 깐닥거렸다.
그러다 마침내 어느 밤, 캔자스 모처 바깥에 사나운 번개 치는 한창 폭풍우에, “나를 부르고 있어,” 스킵이 말했다. “가봐야 해.”
“네 가족들인 거지.” 댈리가 짐작했다.
“설명하기 힘든데.”
“막 좋아지려던 참인데, 그참. 혹시라도-”
“돌아올 가능성이 있냐고? 네가 다시 한 데 다 모아들여야 된달까 그런 식으로 되어야 하는데, 그러니 더 이상 나는 아니겠지, 진짜로.”
“나는 키스를 날리는 게 낫다, 그런 거네?”
그 뒤로 몇 달 동안, 그녀는 형제나 자매에 관해서, 얼리스와 신비왕 좀비니가 아이들을 가졌을지 그리고 얼마나 될지, 가정상황이 어떨지, 그 사정이 자신도 들어가 살고 싶을까 여느 때보다 더욱 몰두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들은 그녀 아빠와 공유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옜다,” 메를은 절임 단지를 꺼내놓고 25센트를 떨어뜨리고. “자, 내가 지독하게 바보처럼 굴 때마다 또 동전을 넣으마. 언젠가 엄마가 어디 있든 갈 만한 네 요금은 마련되겠지.”
“이삼 일도 안 걸리겠네요, 내 계산으로.”
손타지 않은 시골 지역에서 보낸 마지막 나날 중에, 바람이 높은 인디언그래스(북미 들판에 자라는 풀) 사이로 불고 있는데, 그녀 아버지가 말했다, “저기 네 금이 있네, 달리아, 진짜 일품의 물건.” 평소처럼, 그녀는 가늠하려는 시선을 던졌다. 그 즈음에 대충 연금술사가 뭔지 알았고, 뒤가 구린 그 동패들은 아무도 똑바로 말을 하지 않음을 알았다. 그들의 말은 항상 뭔가 다른 것을 의미했고 때로 “뭔가 다른”은 진짜 필설로 풀 수가, 어쩌면 망혼이 세상 너머에 있듯이, 말을 훌쩍 넘기에 형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녀는 말과 기수들처럼 키가 큰 수백만 줄기들 사이에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지켜보았다. 수 마일로 가을 태양 아래, 숨결보다 거대하게, 찾아 나선 이의 시선에서 아주 멀리 숨은 바다의 필수불가결한 리듬들, 조수의 자장가보다 크게, 흘러갔다.
그들은 이윽고 콜로라도 선을 건너, 석탄 지대로 옮겨가고, 이를 넘어 상그레 데 크리스토스 산을 향했다-그리고 그들은 계속 서쪽 방향을 유지하고서 마침내 하루는 산후안 산에 도착했다. 그리고 댈리는 이런저런 문지방을 들락날락 걸어 다녔고 메를이 시선을 들어 이 변신을 한 젊은 여성을 보고서 본격적으로 개시하기도 전에 그녀의 도중에 든 모든 로데오 광대들의 삶을 복잡하게 꼬아놓을 일도 이제 오직 시간 문제로구나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