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뻘짓)/Against the day

Against the Day p179-184

어정버정 2025. 6. 8. 22:28

 

덴버로 다시 돌아와, 루는 늦게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복도 저 멀리 중간틀 위로 스물스물 흘러나오는 타는 연초 냄새 때문에 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연초 향기는 언제나처럼 마음속에 복잡다단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키웨스트 셔루츠(궐련)을 물고 있는, 네이트 프리벳일 것이다. 매년 시찰을 하러 시카고에서 멀리 여기까지 나온 길이겠지만, 마지막 방문 이후로 어떻게 벌써 1년이나 지났나 루는 어리둥절했다.

아래층 무정부주의자들의 술집에서 그들은 평소처럼 일찍부터 아주 즐겁게 떠들며 흥청거리고 있었다. 너무 가지각색 다른 박자와 음조로 노래를 불러, 마치 회중파교회 신도들처럼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멀리까지 들리는 고음의 처자들은 아마추어 원기가 왕성하여, 마치 일상적인 사기를 치느니 오히려 춤이라도 출 기세였다. 부츠는 기묘하고 비미국적인 리듬으로 쿵쿵거렸다. 루는 하루 일과 끝머리에 맥주 한 잔 어울리려 들르는 습관이 들렸고, 조금씩 조금씩 정치적인 면으로, 어쩌면 낭만적인 면에서도 유혹당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주변에는 이런 퉁명스러운 핑커턴 유형 놈들이 대체 왜 이런가 하고 보는, 어디 견줄 수 없을 재미에 들린 무정부주의자 박새들이 늘 득시글거리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네이트 때문에, 그럴 기회는 포기해야 하리라. 좀 수상쩍은 교환/대화를 위해.

루는 지친 표정을 짓고 방문을 열었다. “네이트, 안녕하신가.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았기를 바라.”

늘 검토해야 할 보고서가 있어. 읽을거리만 챙겨 오면 시간 낭비할 일은 없지, .”

보아하니 밸리 탄(위스키 가까운 귀리 술)을 찾았군.”

철저한 수색에, 유일하게 찾은 술병. 언제 몰몬 위스키로 바꿨어?”

은행에서 자네 수표가 지불불능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을 때.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병이 여섯 치 이상이나 줄어든 것 같아.”

절박한 사람은 뭐로든 위안을 삼게 마련이야, .”

얼마나 절박한데, 네이트?”

키젤거 키드 건에 대한 자네 지난 보고서를 읽고 있었어. 사실 두 번이나 다시 읽었는데, 전설적인 부치 캐시디와 그의 홀인더월(Hole-in-the-Wall/북부와이오밍 빅혼 산에 있는 마을) 갱단이 강하게 떠오르던데? 하지만 그 이름들은 언급하지 않았지, 엄밀히.”

루는 정말 힘겨운 하루를 보냈다. 네이트 프리벳은 소환된 장부, 여행 일정, 작전운용 일지 등등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한가운데 어딘가, 마치 계시처럼 갑자기 빛이 나며, 답은 저절로 드러나리라, 그런 비이성적인 믿음을 가진 책상머리 요원들 중 하나였다. 하늘이시여, 누군가 실제로 말을 타고 나가 더욱 땅거미가 진 시골로 들어가는 일만은 없기를.

웃기네.” 목소리에 짜증은 숨기려고 애쓰며 말했다. “하지만 부치 캐시디 같은 형세는 요즘 들어 여기서 갈수록 아주 드물지 않은 일로 자리 잡았어.-괜찮으면 그 병 이리로 전달해 줘, 고마워- 반쯤 가상 속 악당들이 저지르는 교묘한 악행들-어쩌면 여기 한 명 키드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서, 어쩌면 다수의 폭파범들 다양한 음모들도 있고, 늘 우리와 함께 하는 헤까닥 나간 이들 작은 소굴은 말할 것도 없지. 그저 뭐라도 경거망동 저지르고 싶어서, 아니 저지르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그런 만행으로 키드의 이름으로, 비난받고 싶어 좀이 쑤셔-”

?”

솔직히 이 사건은 정말 개 같아, 날이 갈수록 더 어려워. 난 여기서 혼자 해결하고 똥을 싸는데, 온갖 기업차원 자원들이 널린 그 잠 안자는 눈구멍(핑커튼 탐정사 로고)’이 그 빌어먹을 의뢰를 싹 다시 회수해 가 손 털어도 그만이란 생각하는 때가 있어

, 아니, 잠깐만, . 이런 식은 안 되지, 게다가 고객들은 아직도, 알겠지, 매달 돈을 내고 있고, 만족해하고 있다고. 그냥 계속 진행 안 할 이유가 없잖아. 우리 방식이 바로그는 너무 무분별했다 깨달은 듯이 말을 멈췄다.

/아나키스트 술집에서 키드 추정 인물과의 대화. (중략) 

 

시카고로 돌아온 네이트는 다시 자신의 종이짝 본거지에서 달가닥달가닥 전보를 연발하며 정보국자금을 계속 낭비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아주 고요하게, 지사는 업무처리 중이라고 여겼는데, 하지만 최근에 네이트가 루에게서 알아내게 될 모든 것을 생각하면, 이제 그들 사이 수천 마일에 걸쳐 모든 전주마다 전선 절단기를 든 망나니 인부들이 지키고 선 것이나 다름없었다.

루가 자신의 부끄러운 습관성 중독이 시작되었다고 여기게 된 때가 거의 그 무렵이었다. 그는 로스 파초스라는 작고 쾌적한 사막 오아시스에, 하루 대부분을 폭발물을 다루며 나가 있었다. 틀림없이 장갑을 벗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전혀 안 믿으려 들었지만). 최대한 기억을 쥐어짜 돌이켜보면, P.E.T.N.(pentaerythritol tetranitrate/셈텍스 폭탄 재료)이었던 것 같은데, , 어쩌면 좀 더 실험적인 물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널리 존경받는 미친 과학자 오이스워프 박사를 키젤거 키드 잔학한 폭탄 사건에 알게 모르게 끼여든 공급원일 가능성이 있어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가 최근 니트로 화합물과 폴리메틸렌의 다양한 혼합물로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었다. 치명적으로 까다로운 물건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오후였다가 어느새 저녁 식사시간으로 넘어갔으니, 틀림없이 루는 손 씻기를 잊은 모양이었다. 왜냐면 다음 순간 그가 알기로, 그는 다채로운 색깔로 호텔 식당을 체험하고 있었고, 말할 것 없이 그가 들어왔을 때는 없었던 문화적 요소들도 경험했다. 특히 벽지는 반복되는 패턴이 아니라 프랑스식 파노라마스타일로 단 하나의 광경을 선보이는데, 아주 멀리 떨어진 땅덩어리의, 어쩌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상에도 없는 광경으로, 그 안에 인간과 닮은흥미진진 시선을 끌진 않지만존재들이 거대하게 솟은 탑과 돔, 거미줄처럼 얽힌 공중 보행로들로 가득한 야간 도시가, 시영(市營) 원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섬뜩한 조명을 주위로 비어져 나오는 배경 아래, 삶을당연히 움직이며영위하고 있었다.

곧 루의 음식이 도착했고, 곧바로 그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스테이크세세한 부분이 그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비슷한 누군가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동물적 기원이라기보다는 한층 더 나아간 결정학의 영역들을 연상시키는 것 같았다. 그가 칼로 만들어내는 각 단면은 실제로 새로운 경치들을 드러내었고, 복잡하게 배치된 축과 다면체 사이에서 그 속으로 매우 작지만 완벽하게 가시적인 거주자들인 어느 종족이 벌집 같은 활동으로, 시끌벅적 뒤법석이고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면서, 겉보기에는 그의 면밀한 관찰을 전혀 모르는 듯, 자그맣고 속도를 높인 목소리로 소형이지만 화음이 복잡한 소소한 합창곡들을 불렀다. 그 모든 단어들이 점점 더 다결정적인 의미의 광채로 울려 퍼지고-

 

, 우리는 두뇌 속 비버입니다.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우리가 종종 작은 버-얼처럼

행동한다고 소문이 나긴 했지만요

불독(작은 권총 종류)은 주머니에 넣어 두세요.

굳이 불평하지 마세요.

안 그러면 문제에 말려들어요

두뇌 속 비버들과

 

딱 맞는 말이다. 어리둥절한 루는, - 그건 그렇고 이걸 어쩌나- “다 괜찮으세요, B ?” 웨이터 컬리가 불안한 그리고, 루가 보기엔, 불길한 표정을 지으며 루 옆에서 지켜보았다. 물론 컬리였지만, 일견 더 심오한 의미에서는 아니었다. “음식이 웃기다는 듯이 보고 계셨습니다.”

, 왜냐면 웃기니까 그랬죠.” 루는 이성적으로 대답했다. 적어도 그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방 안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기를 쓰고 문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무슨 말을 잘못 했나? 뭘 잘못 행동했나? 아마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저 사람 미쳤어요!” 한 여자가 소리쳤다. “에멧, 저 사람 내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세요!”

루는 마을 구치소에서 정신이 들었다. 구치소 동료로 단골 한둘이 함께 있었는데, 못마땅한 듯이 서로 수군수군 상의를 하며 루의 방향으로 술주정뱅이의 눈빛으로 재단을 하며 흘깃거렸다. 보안관이 잠깐 들여다보고 그가 거리에 나서도 안전하다고 간주하자 곧, 루는 다시 박사의 연구실로 나갔다. 약간 겸연쩍은 얼굴로, “그거 말인데요이름은 잊어버렸는데

그럴 만하죠. 대략 사이클로프로판에 다이너마이트를 섞은 셈이니까,” 박사가 씩 웃었다. 루가 보기에 짓궂은 미소였다. “‘사이클로마이트라고 안 부를 이유는 없지? 자자 사양 말고, 오늘 무료 샘플로, 원하는 만큼 가져가세요. 꽤 안정적이니까, 폭파 작업에 쓸 요량이면 기폭제 뚜껑을 사용해야 할 겁니다. 듀폰 6호들 같으면 어느 것 못지않게 잘 맞을 거요. 그래도 그 물건에 가소밀랍제(plasticeretor) 같은 것도 조금 필요할지 모르오. 어떤 사람들은 그게곳곳에 효과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또한 낡은 차퍼(두두두 기관총 은어)도 매끈해진다고 덧붙이지는 않았지만, 루는 왠지 그런 말이 나오리라 감지하고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물건을 챙기고, 고맙다는 말을 중얼거린 후 얼른 자리를 떴다.

그리고 가끔 가다가다 티커(똑딱이, 심장 은어)도 들여다 보구려.” 박사가 뒤꽁무니에 대고 소리쳤다. 루는 잠시 멈췄다. “어째서요?”

아마도 크로커(꽥꽥이, 의사 은어)가 설명해 줄 수 있겠지만, 이 니트로 폭발물과 인간의 심장 사이에는 이상한 화학적 관련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