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kind_prologue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난데없이, 시간에서 벗어나, 순서가 뒤틀린 채, 미래에서, 어쩌면 과거에서 내몰려, 하지만 바로 여기, 바로 이 순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이 순간에 착륙한다. 이 순간은 언제든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짐작하다시피, 아무 순간도 아니라는 뜻이다.
영화가 될 모양이다.
허버트와 던햄, 자전거를 타다 (1896)
허버트와 나는 자전거를 타고 아나스타샤 섬으로 건너간다. 이제 새 다리가 생겼다. 1896년 11월 30일, 거의 날이 캄캄하지만 아직은 시꺼멓지 않다. 나는 날씨는 정확히 모른다. 그렇게 이전 기록까지는 지니고 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플로리다니까 계절이 언제이든지 아마 따뜻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신이나 소리 지르고 소란을 피우고 떠들썩하게, 어린 소년들이 하는 짓들을 벌인다. 우리가 바로 딱 그런 사람들이고, 게다가 혈기가 방장하다. 나는 허버트에게 유령 관련 이야기를 들려줄 참이다. 그는 겁주기가 아주 쉬운데, 그를 약 올리고 지분거리는 일은 항상 재밌다. 허버트와 나는 아주 어렸을 때 ‘수녀님’들이 우리 둘 다 받아들였기 때문에 만났다. 우리는 톨로마토 묘지에서 발견된 아기 고아들이었거든. 거짓말 아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그 자체로도 꽤 으스스하다. 그래서 수녀들이 우리를 받아들여, 그렇게 우리는 만났고, 지금은 우리 둘 다 미망인 퍼킨스에게 입양됐다. 미망인은 늙고 외로워서 남자애들을 주변에 두어 자신이 젊어진 기분을 느끼고 그렇게 외롭지 않기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다 쓸데없는 군소리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크레센트 비치로 가고 있으니까. 거기는 농어가 많아 잘 낚인다. 아직 어두워지지 않아 우리는 낚싯대를 챙겨 자전거를 두고 물가로 향했다.
“저게 뭐야?” 허버트가 말한다
당연히 하나도 모르지만, 어차피 그를 놀래켜 줄 작정이었으니까, “유령일지도 몰라, 허버트.”라고 한다.
허버트는 그 말을 듣자, 마을로 다시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놀리느라 하는 말이고, 사실 유령 같은 건 없다고 말한다. 그 말에 용기가 나 허버트는 더 가까이 가서 조사해 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허버트는 조금 벌벌 떨면서 동의하고, 우리는 덩어리로 향했다. 그 모양이 우리 눈에 덩어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음, 진짜, 정말 크다! 나는 치수 재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마 길이는 20피트, 너비는 10피트는 될 것 같다. 팔이 네 개 달려 있다. 하얗다. 마치 지난번 생일 선물로 내가 열 살 때 퍼킨스 미망인이 사준 콜체스터 운동화 밑창 고무처럼 질기고 딱딱하다. 허버트는 그걸 만지려고도 하지 않지만, 나는 손을 아니 댈 수가 없다.
“대체 무슨 물건일까?” 허버트가 묻는다.
“모르겠어, 허버트.” 내가 말한다. “위대한 바다가 우리에게 뭘 게워 올린 거지? 칠흑같이 어둡고, 암울하고 탁한 바다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 그건 마치, 온통 모를 밖에 없는 인간의 마음에 대한, 뭐라고 하더라, 메타포 같아.”
허버트는 지루해, 고개만 끄덕인다. 그는 이런 말 전부 수도 없이 들었다. 우리는 친형제처럼 가깝지만, 아주 다르다. 허버트는 영혼이나 정신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따지고 보면, 그는 실용주의자에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내 추측을 참아주고, 제멋대로 해도 다 들어주는 그가 정말 좋다. 그래서 나는 말을 계속 잇는다. “수녀님들이 고아원에서 우리에게 외우라고 한 성경에는 숨이 막힐 정도 물고기 상징이 가득 차 있어. 그 중 들었던 내용이, 동양에서 났든 아니든 거의 모든 신화적 전통에 물고기가 등장한다고 해. 사실 내가 들은 바로는 칼 영이라는 스위스 친구가 있는데, 그는 물고기가 무의식을 상징한다고 생각해. 무가책(unconscience)이랬나, 무의식이랬나? 늘 헷갈린다니까.”
“어쨌든,” 내가 말을 잇는다. “유대인 성경에 나오는 요나라는 인물이 떠오르네. 그는 하나님하라는 일에 꾀부리다가 거대한 물고기가 삼켜버리는 곤경에 처해. 한동안 그러다가, 하나님은 그 물고기에게 그를 해안에 토해내게 하셨어. 그런데 지금 우리 해안에 물고기를 토해놓았어. 이거 요나의 정반대이지? 신이 거대한 인간을 시켜 이 물고기를 삼키라고 한 다음 여기에다 토하라고 시킨 걸까? 성경은 문자 그대로 읽는 게 아니라, 좀 더, 그 뭐라고 그러더라, 비유적인지 그 비스무리하게 읽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여기 신비 가득한 거대 물고기 같은 놈하고 있네. 팔이 네 개가 달렸어! 마치 물고기 개처럼. 아니면 반쪽짜리 문어처럼. 아니면 3분의 2 개미처럼. 정말 신비하다!”
나는 허버트를 쳐다본다. 그는 무심하게 막대기로 괴물을 쿡쿡 찌르고 있다.
“얼른,” 내가 말한다. “해초 줄기로 자전거에 묶어서 마을로 끌고 가자.”
허버트는 누구 못지않게 임무를 좋아해서 이제, 눈을 반짝이고 우리는 작업에 착수한다. 모든 것이 단단히 고정되자, 우리는 자전거를 올라타고 떠나려고 애쓴다. 해초가 금방 툭 부러지면서 허버트와 나는 자전거에서 날아올라 도랑으로 튕겨 나간다. 이는 바다 괴물이 처음 어림짐작보다 더 무겁다는 의미이다. 말했듯이 나는 무게나 치수에 전문가가 아니다.
허버트가 아이디어를 내어 마을에서 웹 박사를 데려오자고 제안한다. 그는 세인트 어거스틴에서 가장 많이 배운 식자이고 자연계의 작용에 대한 전문가이다. 게다가 맹인과 기머거리 학교의 의사이기도 한데, 거기서 우리는 눈이 없는 두 어린 소년의 치온을 재고 있던 그를 발견한다.
“무슨 일이야, 얘들아?”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맹인 소년들에게가 아니라, 이미 대답은 알고 있는 것 같다.
“방금 크레센트 해변에서 바다 괴물을 발견했다는 걸 알려드려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나는 부아가 돋은 모습으로 말한다.
"허버트, 정말이야?" 웹 박사가 허버트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