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st the Day p36-44
기회의 친구들에게 시카고 페어보다 더 적절한 ‘상륙-허가’의 혜택을 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거대한 국가적 행사는 소년들에게 접근과 알선이 허가된 정확한 허구의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냉혹한 논픽션의 세상이 화이트 시티 경계 바깥에 기다렸지만, 이 짧은 여름 동안 연기가 되어, 레이크 미시건 곁의 전체 경축의 계절을 꿈같이 동시에 현실로 물들였다.
공진회에 폭탄이 터진다거나 그 외 잔학행위를 저지를 음모가 진행 중이라면, 울타리에서 울타리까지, 지면을 샅샅이 살피는 일 뿐만이 아니라, 호수 면에서 예상되는 해상 공격에 대비하여 지켜보는 일에도 인컨비년스 호가 최적이었다. 공진회 참석자들은 머리 위에 비행선을 보긴 보겠지만 보지를 않을 것이었다. 기적들이 일상으로 기대되는 공진회에는 이번 여름에는 너무 크거나, 너무 빠르거나 너무 환상적으로 휘황찬란 차린 것이라곤 없으니 다음 경이가 나타나기 전, 그 한 일분하고 삼십초 이상으로 사람들 인상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즐겁게 해준다는 유일한 목적의 장치의 효과를 내기엔 인컨비년스 호가 딱 맞았다.
소년들은 그 다음날 정기적인 감시 운항을 시작하였다. 화이트시티 인베스티게이션(사립탐정회사)에서 나온 ‘정찰감시자’는 작은 천문대에 족할 망원경 장비를 챙겨 들고 새벽에 나타났다. “대관람차에 보며 이것들 익숙해지려 들었는데,” 그가 말했다. “그 움직임에 어떻게 상쇄를 해야할 지 종이 잡히지 않았어요. 자꾸 흐릿하고 어질어질해서.”
루 배스나이트는 아주 사근사근한 젊은이 같았다. 지금까지는 기회의 친구들에 관해서는 들은 적조차 없었음이 금방 드러나긴 했지만.
“하지만 모든 소년들이 기회의 친구들을 알아요.” 곤혹스런 린지 노즈워스가 말도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 “대체 어릴 때 뭘 읽고 자란 겁니까?”
루는 고분하게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황량한 서부, 아프리카 탐험가들, 보통 모험 소설들요. 하지만 선원들-당신들은 이야기책 등장인물이 아니잖아요.” 생각해 보더니. “그런가요?”
“우리가 아니면 와이어트 업도 넬리 블라이도 실존인물이 아니죠.” 랜돌프가 비교를 했다. “비록 한 사람 이름이 잡지에 오래 올라오면 올수록, 실제인지 허구인지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지지만.”
“저는 아마 대부분 스포츠 면만 읽고 말았나 봐요.”
“좋아요!” 칙 카운터플라이가 외쳤다. “적어도 우리는 부정부주의자 문제로 화제가 넘어가지 않아도 되겠네요.”
루에게는 뭐래도 괜찮았다. 비록 주변에 떠도는 말인 건 확실하지만, 루는 무정부주의자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잘 몰랐다. 그는 정치적 신념 하에 탐정 업무에 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냥 어쩌다 보니, 그가 한때 저질렀다고 생각되는 죄를 통해 그 길에 접어들었다. 이런 깜빡한 일탈의 세부 내용들이 궁금하면, 글쎄, 행운을 빈다. 루는 그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혹은 저지르지 않았는지, 아니 언제 그랬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어느 쪽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가 무슨 불법 부정의 광선들을 내뿜고 있는 것 아닌가, 여전히 당혹스러워하는 행동을 취했고, 너무나도 잘, 기억하노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계속 그에게 서글픈 시선을 던졌고, 이는 곧-일리노이 주이다 보니-도덕상의 혐오라고 일컫는 시선으로 시큰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지역 신문에서 맹렬히 비난을 받았다. 신문팔이 소년들은 그에 관한 충격적인 머릿글을 지어내고서, 시민의 유동성들 사이를 온통 헤집고 아침이고 저녁이고 외쳐대며, 으레 그의 이름은 아주 불손하게 발음하였다. 위협적인 모자를 쓴 여자들이 그를 향해 혐오의 눈살을 쏘아댔다.
그는 주북부-주남부 짐승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가 기억을 할 수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을 것이지만, 그가 쥐어짜 낼 수 있는 건 괴상한 이런 아지랑이가 전부였다. 그가 조언을 얻으러 간 전문가들은 그에게 해줄 말이 거의 없었다. “전생이라고,” 어떤 이들은 그를 다독였다. “후생이라고,” 다른 확신에 찬 스와미(힌두교 종교 지도자)들이 말했다. “저절로 생긴 환각,” 개중 과학적인 이들의 진단은 그랬다. 만면의 웃음을 띤 동양인 한 사람은, “아마도 그게 당신의 환각을 느끼고 있나 보다.”라고 의견을 내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중얼거리고 떠나려고 하는데, 애를 써도 문이 열리려고 하지를 않았다.
“형식상 절차가 남았습니다. 은행환어음이 지불거절로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여기 현금요. 이제 가도 될까요?”
“당신 화가 식으면 내가 한 말을 곱씹어 보십시오.”
“저에겐 소용없습니다.”
그는 시카고의 고층 건물들 사이로 달아났다. 금방 돌아올 거라는 암시의 쪽지를 일하는 데에 남겼으나. 소용이 없어. 가까운 직장 동료가 뒤따랐고, 그와 대치하고서, 공개적으로 그를 맹렬히 비난하고서, 모자를 낚아채더니 이를 클라크 거리 중간으로 차버렸고, 모자는 길 한복판에서 맥주 마차에 치였다.
“나는 이런 대접받을 이유 없는데, 웬슬리데일(요크셔 치즈의 일종).”
“자네는 자네 이름을 망가뜨렸어.” 그리고 더 이상 말은 없이 몸을 돌리고, 거기, 곧장 도시 혼잡한 교통 속에서 멀러지더니 곧 소음과 빛으로 된 하절기 난장판 속으로 사라졌다.
무엇보다 나쁜 일은 루의 사랑하는 젊은 아내, 트로스가, 그의 산들거리는 쪽지를 발견하자, 도시간 연락편으로 곧장 향하고서 시카고로 올라왔다. 그에게 돌아오라 간곡히 사정할 작정이었으나, 그녀가 유니언 역에 내릴 즈음에 철도의 고동을 따라 하던 숙고가 다 결론이 나긴 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되어요, 루이스. 이해하죠, 같은 지붕 아래서는 절대, 절대로.”
“하지만 저들이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다고 그러던가? 진짜로, 트로스, 전혀 기억이 안 나.”
“제가 당신에게 말하면, 저는 두 번 듣는 꼴이 되는데, 한 번도 이미 너무 많아요.”
“그럼 나는 어디서 살아?” 오랫동안 두루 토론을 걸쳐 걸어 왔다 보니, 지도로 잡히지 않는 도회지에 두 보행자, 도시의 멀리 익숙지 않은 곳에 도달하였다. 사실 지금까지는 그 존재를 의심조차 않던 어머어마한 구역이었다.
“저는 상관 안 해요. 당신들 아내 중 한 명에게 돌아가요.”
“무슨! 몇 명씩 끼고 사는 사람으로 보여?”
“당신 좋다면 여기 시카고에 머물러요. 내 알 바 아니니까.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근린도 당신에게 완벽하게 어울리네요. 보아하니 나도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 테니까.”
밤같이 까만 무지 속에서 그는 통렬하게 그녀에게 위해를 가했음을 이해했고, 그의 이해로도 그의 뉘우침으로도 그들을 구하지 못하리란 점만 깨달았다. 이쯤되자 그는 그녀가 받은 상처가 견딜 수가 없었다. 눈물들이, 무슨 절망적인 마법을 통해, 그녀의 아랫눈썹에 얼음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왜냐면 그녀는 그가 그의 시야에서 떠날 때까지 이를 떨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여기 마을에 잠자리를 찾아보지. 좋은 제안이야 트로스, 고마워……” 하지만 그는 핸섬 승합마차를 불러세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올라탔다. 그리고 재빨리 타고 가버렸다.
루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도 아직 시카고인가? 그가 다시 시작하면서 처음 알아차린 일은 여기는 나머지 도시의 익숙한 격자무늬를 따른 거리가 얼마나 드문가였다. 모든 것이 비스듬했고, 좁은 골목들은 작은 광장에서부터 별 무리 모양으로 뻗어나갔고, 전차궤도는 머리핀처럼 굽이를 돌아 승객들은 갑자기 그들이 왔던 길로 되돌아 싣고 가, 교통 충돌의 기회가 증가시켰고, 도로명 게시판에서 어느 이름 하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사람들 자주 다니는 대로의 이름조차도 낯설었다……마치 외국의 언어 같았다.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일종의 정신 멀쩡한 졸도를 경험을 했다. 도시적인 무대로 몰아댄다기보다 그의 입장을 허락하듯이, 그가 떠났던 세상이지만, 그 자신을 망설임 없이 드러내는 상세한 것들은 다른 세상으로.
종종 한 거리가 작은 광장으로 열리기도 하고 혹은 다른 거리들과 합쳐지기도 했다. 인형술사가 세운 판매대가 있었고, 음악과 춤 공연, 모든 종류-점괘 책들, 토스트에 구운 비둘기 새끼 요리, 오카리나, 카주, 구운 옥수숫대, 여름 챙모자와 밀짚모자, 레모네이드와 레몬 아이스-의 행상들, 그가 둘러보는 모는 곳이 왠지 새로웠다. 마당 안에 있는 작은 마당에 그는 일단의 남자와 여자들과 마주쳤다. 느린 의례의 동작, 거의 무슨 컨트리 댄스-멈춰 서서 보고 있던 루에게 어느 컨트리인지는 불확실하긴 해도-에 참여하고 있었다. 곧 그들이 얼핏 그를 알고 그의 시련에 관해서 다 아는 듯이 맞받아 응시를 하였다. 하던 일을 마치고 나자 그들은 그를 천막 아래 탁자로 초대해 들였다. 거기서 돌연, 루트비어와 사라토가 칩스를 나누다가, 루는 저도 모르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있었다. 실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이지만-“제가 필요한 것은 제가 무슨 짓을 벌였든 속죄할 방도에요. 저는 이런 식의 삶으로는 계속할 수 없어요……”
“우리는 당신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책임을 맡고 있는 듯했는데, 자신을 다만 드레이브라고만 소개했다.
“비록……”
“대상없는 회한은 구조를 향한 출입구입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저는 그런 수고에 지불을 할 수 없어요. 저는 살 집도 없습니다.”
“그런 일에 지불을!” 탁자 가득한 숙련자들이 이 말에 흥겨워했다. “지불을 해요! 물론 당신을 지불할 수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가능합니다!”
“당신은 절차를 배울 때까지만이 아니라 당신에게 또한 우리가 확신을 가질 때까지 남아 있어야 합니다,”하고 루에게 통지하였다. “여기에서 가까운 호텔이 있습니다. 에스토니아 호텔, 우리에게 오는 적절이는 이용하는 데죠. 우리 이름을 대세요. 방값을 솔찬히 깎아줄 겁니다.” 루는 키 크고, 부서질 것 같은 에스토니아 호텔로 묵으러 갔다. 당번 중인 로비직원이나 벨맨들이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행동했다. 채워 넣으라고 준 숙박계는 이상하게 길었고 “장기 투숙의 이유란”이라고 적힌 부분은 특히나 길었다. 그리고 질문은 상당히 개인적이며, 은밀하기까지 하였고, 그래도 가능한 한 기꺼이 밝혀 적어야 한다고 느꼈다. 실은, 양식의 꼭대기에 큰 활자체로 적힌 법적고지에 따르면 완전한 고백에 조금이라도 모자라면 형사 처벌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들이 그가 사용하라고 고집을 하는, 얼룩을 남기고 양식지 곳곳에 자국이 남는 펜과 계속 분투를 벌여도 그는 정직하게 대답하려 노력했다.
신청서가, 어딘가 보이지 않는 책상 기송-가관(家管)의 다른 쪽 위로 보내져, 마침내 도로 ‘승인’ 고무인을 달고 돌아오자 루는 사환 한명으로부터 방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혼자서는 방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는 아무 것도 안 가져왔어요, 짐도 없고, 돈도 없는데-그래서 생각이 났는데, 이걸 어떻게 갚지요?”
“다 마련되어 있습니다, 선생님. 이제 허셜과 같이 가십시오, 그리고 가는 길 꼭 외우십시오, 두 번 안내해 드리지는 않았으면 해서요.”
허셜은 이런 천직의 사람치고는 컸다, 제복을 입은 말 기수라기보다 전직 권투선수처럼 보였다. 그들 둘이 작은 전기 승강기에 간신히 들어맞았고, 타고 봤더니 루가 이제껏 타본 어떤 카니발의 놀이기구보다 무서웠다. 느슨하게 덜렁거리는 전선에서 나오는 푸른 활 모양 전광, 이리저리 짜인 전선의 절연물은 닳았고 번들거리는 먼지로 두껍게 쌓여, 작은 공간을 강한 오존 냄새로 가득 채웠다. 허셜은 나름의 승강기 에티켓을 지니고 있어서, 국가적인 정치, 노동 불안에 대해, 종교적인 논란까지도 대화를 시작해보려고 하였으나, 어느 주제로도 수시간의 상승, 입을 떼기 시작이라도 하려면 어떤 고층-철 개척자도 감히 이르지 못한 드높은 지역으로 올라가야 하는 시간이 걸려야하였다. 그들은 여러 번이나 어쩔 수 없이 쓰레기로 찬 복도로 나가야했고, 철제 사닥다리를 넘어서고, 거리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험천만 건물 밖 보행자 통로를 지나서, 그러고도 꼭 매번 다른 곳에 멈출 때에, 가끔은 수직으로 움직여가지도 않는 복잡한 수송기관에 몸을 실었으며, 마침내 바람 속에 나와 있는 어찌 보면 외팔보 같은 방이 달린 층에 이르렀다. 오늘은 가을 날씨에, 멀리 미시건 호수에서 끊임없는 바람이 불었다.
문이 활짝 열리자, 루는 침대 하나, 의자 하나, 탁자 하나, 다른 가구는 들이지 않아 울리는 부재가 눈에 띄었다. 다른 경우였다면 구슬프다 느꼈겠지만 여기에서는 알아차리자마자, 완벽하다 인식할 수 있었다.
“허셜, 어떻게 당신에게 팁을 줘야 하나 모르겠어요.”
은행권 지폐를 내미는 허셜, “역전/거꾸로 팁입니다. 제게 올드 기드온과 얼음 좀 가져오십시오. 잔돈이 남거든 가지십시오. 검소함을 배우세요. 돌아가는 방식이 서서히 보이시는지?”
“서비스는요?”
“그것도, 조금 어딘지 마법스럽달까. 당신은 목공예에 들어간 요정처럼 사라집니다, 전문적일 수록 더 좋죠, 다시 나타나면 후치(밀주)를 짠 갖고 있죠, 얼음은 말할 것도 없이, 아시겠죠.”
“어디 계실 건가요?”
“저는 사환입니다, 버스나이트 씨, 손님이 아니라. 손님들이 계실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아요. 비록 사환은 그냥 시설 어디든지 있을 수 있고요.”
허셜이 마실 버번을 찾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이는 마른식품류 가게에서부터 치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거리로 면한 출구 밖에서 팔았고, 그들 모두 허셜의 지폐를 손사래로 내쳤고, 이상하게도 루가 외상을 시작하는 일에 기꺼워하였다. 그가 다시 사환을 찾아 나설 즈음에, 얼음은 모두 녹아버렸다. 어떻게 이는 드레이브에게까지 닿았고, 그는 심히 아마 불건전하긴 해도 심히 기뻐하며, 루를 ‘추모 지팡이’로 거듭 쳤다. 이를 수락으로 여기고 루는 계속 그에게 맡겨진 잡일들을 지속했고, 다는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처리되는, 일부는 흔한, 쉽게 추정이 어려운 이상한 심부름들이었다. 그러다 그는 뭔가 다가오는 느낌이 그의 의식 언저리 너머에서, 들기 시작하는데, 마치 도시 거리 속 시내전차처럼, 그리고 운명처럼, 어쩌면 위험한, 올라탔다 알 수 없는 산산조각으로 찢어지는 초대장……
겨울을 거치며, 영하 0도 이하의 지옥 버전인 여느 시카고 겨울처럼 보이지만, 루는 그의 은행 계좌가 무를 향해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며, 유난히 생생한 트로스의 망상들에 잠들어도 깨어도 쫓기면서, 그들의 실제 삶에 결코 알아챈 적 없는 모두 함께 다정함에 온통 시달리며 가능한 한 경제적으로 살았다. 저 멀리 창문 밖에는, 초원에 모순되는, 시카고 도심의 신기루가 야단스러운 일종의 아크로폴리스로 승천을 했고, 그 불빛은 밤마다 치른 희생제로 스펙트럼의 적색 말단으로 틀어진 듯이, 언제라도 막 나화(나화)로 폭발할 듯이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가끔씩, 기별도 없이, 드레이브가 불쑥 나타나 루의 진행상황을 검토하였다.
“무엇보다, 저는 신을 대변해서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당신 아내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게 여기 보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재고해보셔야 합니다.” 하고 조언하였다. 루의 발바닥이 지구 중심까지 죽 당겨지길 원하는 것처럼 아리기 시작했다. “그녀를 도로 데려오는데 무엇이 들지 상관없다면요?”
“속죄요? 그것 어쨌든 하게 될 겁니다. 가톨릭교도는 아니죠, 배스나이트 씨?”
“장로교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죄와, 속죄와 구원 사이에 수학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어요. 죄가 많으면 속죄가 늘어나는, 그런 식으로. 우리 자신의 의견은 항상 어떤 관계도 없다고 고수를 해왔죠. 모든 변수들은 독립적이다. 당신은 속죄를 하게 되면 당신이 죄를 저질러서가 아니라 당신이 운명이 그런 거예요. 당신은 속죄를 해서가 아니라 일이 그렇게 벌어지기 때문에 구원을 받는 거죠. 혹은 그렇게 벌어지지 않아서.”
“초자연적인 것은 하나도 없어요. 대부분 사람들은 철사줄 위에 올라타는 바퀴를 가지고 있죠, 혹은 거리 위에 깔린 철로라든가, 일종의 유도선이나 홈 같이 그들 운명의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해주는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계속 자유로이 튀어나와요. 속죄를 피하고 그리하고 정의(定意)도 피하고.”
“내 손수레에서 나가떨어진다고요. 그리고 당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길로 나를 되돌리는 일을 도와주려고 하고, 그렇지요?”
“‘대부분의 사람들,” 목소리는 울리지는 않았는데 뭔가 그런 것 같이 루는 펄쩍 뛰었다, “순종적인 황소들처럼 우둔해요. 발작적인 섬망은 말 그대로 당신이 갈고 있는 고랑 밖으로 벗어난다는 뜻이죠. 이런 생산적인 일종의 섬망으로 여기세요.”
“그걸로 제가 뭘 해요?”
“당신이 원하던 거 아닌가요?”
“당신이라면 그러겠어요?”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봄이 왔다. 거리와 공원에. 요란한 줄무늬 양말과 부리처럼 긴 챙의 “스코처” 모자를 쓴 자전차 타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누그러졌다. 파라솔과 곁눈질이 다시 나타났다. 트로스(서약)은 오래전에 세상을 버렸지만, 신의(神意)가 내려지자마자 재혼한 듯했고, 지금은 오크 스트리트 북쪽 어딘가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에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부사장이나 뭐 그런 사람으로.
시카고의 어느 온화하고 평범한 출근길 아침, 루는 어쩌다 보니 대중교통에 올라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머리와 눈은 딱히 어디랄 것 없이 기울이고 있는데, 아주 잠깐 동안 그는 자신이 달리 청했던 어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상태로 접어들었고, 나중에는 이런 일을 은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도시의 고속 수송 체계의 안쓰러운 역사, 지자체 방치 그리고 높은 충돌, 부상, 사망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평일 아침의 서곡은 평소처럼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남자들은 회색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콧수염을 계속 다듬었다. 말아놓은 우산이 중산모자를 움푹 찌그러뜨렸고, 서로 말이 오갔다. 레그혼 밀짚모자를 쓰고 천사의 날개가 차지하는 공간보다 더 많은 차안의 공간을 차지하는 막대한 어깨를 단 줄무늬 셔츠를 입은 여성 대필자/타자수들이 완전 새로운 강재 철골 “마천루”의 상층에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일들에 상반된 감정을 느끼며 꿈을 꾸었다. 말들은 각자의 시간과 공간에서 걸었다. 승객들은 코를 킁킁거리고, 긁고, 신문을 읽거나, 때로는 한꺼번에 그런 행동을 했고 한편 어떤 이들은 다시 수직 수면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루는 자신에게 생소한, 광채가 자신을 휩싸고 있는 것을 알았다. 꿈에서도 본 적 없었던 빛이었고, 시카고를 비추기 시작한 연기 자욱한 태양에서 기인했다고 가벼이 넘길 빛도 아니었다.
그는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보도로 내려가 여송연 가게로 들어갔던가 보았다. 마을 곳곳의 여송연 가게에서 사환 소년들이 밤새 물통에 담가둔 벽돌을 가져와 진열장에 넣고 재고를 축이는 이른 시간이었다. 통통하고 말쑥한 남자가 국산 여송연을 사고 있었다. 그는 루를 잠시 쳐다보다가, 너무 노려본다고 싶기 직전에, 진열장을 향해 고개를 끄덕 하고 물었다. “맨 아래 선반에 있는 저 상자, 콜로라도 클라로가 몇 개나 남았나요? 그러니까, 안 쳐다보고서,”
“열일곱 개.” 대답하는 말이 상대 남자가 알아차릴 정도로 루가 망설임 없었다.
“누구나 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녜요.”
“뭐라고요?”
“뭔가 알아차리는 일. 방금 창가에 지나간 것들이 뭐죠?”
“반짝이는 검은색 작은 덫, 스프링 세 개, 황동 부속품, 네 살쯤 된 암갈색 거세된 말, 슬라우치 모자를 쓰고 노란색 더스터 외투를 두른 배가 불룩한 신사요, 왜요?”
“놀랍군.”
“설마 그럴 리가, 그냥, 아무도 물어본 적이 없어서.”
"아침 드셨어요?"
옆집 카페테리아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가 사라졌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루를 알고 있었다. 보통 그냥 얼굴을 아는 정도지만, 오늘 아침은 변모를 한 탓인지 뭔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 같았다.
그와 착석한 인물은 자신을 탐정 사무소, 화이트 시티 인베스티게이션의 인사부장인 네이트 프리벳이라고 소개했다.
가까운 곳과 먼 곳에서 다음 날 신문에 항상 식별되어 실리지만은 않는, 폭발음이 간간이 들려, 그날의 풍광이 든 직물들을 느긋하게 찢어놓았고, 네이트 프리벳은 그 소리를 듣는 척했다. “철근공 노조로군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절머리 나도록 들으면, 귀가 트이기 시작합니다.” 그는 버터가 녹아 흘러내리고 있는, 높이 솟은 팬케이크 위에 시럽을 부었다. “있잖습니까, 금고털이범, 횡령범, 살인범, 도주 중인 배우자가 아니라, 그런 얄팍한 삼류소설 내용은 아무 것도 없어요. 머리속에서 그런 건 다 지워버리세요. 여기 시카고에서는, 올해는, 도처에서 다들 노동조합, 아니, 우리가 부르듯이 무정부주의자 쓰레기들이 설치네요.” 네이트 프리벳이 말했다.
“그런 쪽 경험은 전혀 없는데요.”
“당신은 충분히 자격 있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네이트의 입가가 잠시 교활해졌다. “당신에게 핑커튼 일하라고 접근하지 않았다니 믿기지 않네요. 거기 월급은 너무 좋아서 고용계약에 서명을 안 할 수가 없는데.”
“모르겠습니다. 현대 경제학은 내겐 너무 버거워서. 인생에는 임금 이상의 것이 분명 있으니까요.”
“오? 뭐라고요?”
“어, 그 문제 잠깐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핑크턴(Eye)에서 일하는 게 도덕적으로 불결한 삶이라고 생각하는군요, 우리 상점 둘러보러 한번 꼭 들러세요.”
루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정신 차린 다음 순간, 그는 월급을 받고 있었다. 방에 들어갈 때마다 누군가 표면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억탈, 저 밖에서는 사람이 살해될 수도 있어요!” 어김없이 말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사교적인 익살을 모두 해독하고 나니, 루는 그 말을 어깨 으쓱할 필요도 없이 무시할 수 있었다. 그의 사무 및 현장 업무 능력은 근무처에서 최악은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의 발군의 능력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예리한 공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화이트 시티 탐정사무소에서 불가시성/투명성은 신성시되는 조건이었고, 망할 사무실 건물의 모든 층이 불가시성의 기술과 과학에 할애되었다. 허드슨 강 서쪽으로 어떤 연극 분장실도 능가하는 변장 도구들, 아득히 먼 응달까지 줄줄이 뻗어 있는 서랍장과 거울들, 방대한 의상들, 모자 역사 박물관 전체를 옮겨놓은 듯한 모자걸이 숲, 가발, 가짜 수염, 퍼티, 분가루, 콜(Kohr), 루즈로 가득 찬 수많은 캐비닛, 피부와 머리카락 염색약, 각 거울마다 달린 조절식 가스등은 밸브 한두 개만 살짝 비틀어 조정하면 뉴포트 백만장자의 별장에서 열리는 잔디 파티에서 자정의 황무지 술집으로 옮아갈 수 있었다. 루는 매일이 할로윈인 것처럼 돌아다니며 다양한 옷차림을 입어보는 일을 즐겼지만, 얼마 후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하루의 흐름에 한켠으로 비키는 법을 익혔다. 그가 발을 들여놓는 곳마다 그 나름의 광대하고 불가해한 역사, 위험과 황홀경, 예고 없는 로맨스와 이른 장례식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가 그곳에 있을 때면 “시카고”의 누구라도 그의 행방을 확신하기는 쉽지 않은 듯했다. 정확히 말하면 불가시성은 아니었다. 일종의 소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