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룰라나 사건 p214-220
X 같은 날 같은 아침, 3월 23일 수요일, 이기니오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에네아 레탈리를 찾기 위한 수색이 그가 토라치오에 살고 있을 때 살던 곳에서 허탕으로 끝나자, 산타렐라 하사관 파브리치오 카발리에르는 마리노에서 알바노로 이어지는 지방 도로를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길은 가로수로 엄청 빽빽해, 아니 언덕을 뒤덮은 정원과 공원들 사이로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다. 3월이라 그 일부 나무들은 헐벗거나 넝마처럼 허름해, 느릅나무, 플라타너스, 참나무가 볼품이 없어도, 또 다른 나무들은 산 비아지오에서, 산 루치오에서 푸른 엽상을 뽐내기도 해, 이탈리아 소나무와 털가시나무, 고요하고 정겨운 가정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월계수 나무들이 저택에서 곳곳에, 어떤 곳에서는 학술원 인물들이나 때로는 시인의 머리..
2026. 8. 30.
메를루나 거리의 해괴한 변고 p198-203
한편 시간은 절박했다. 바로 그날 아침 정오 전에 그는 토파즈를 한쪽 주머니에 그리고, 보석, 금, 가짜 진주, 예쁘든 못생겼든 모두 거짓말쟁이인 여자들 뭐든, 부랑아처럼 정처없이 헤매다 운 좋게 거둔 엄청난 결실들을 다 들고 마리노로 돌아가야 했다. 찾았건, 못 찾았건 되찾은 물건들에 대해, 그는 하사관에게 보고, 설명해야 했다. 손안에 든 목록, 이름들은 죄 낯설고 어려웠고, 뭔가 마법 같고 신비롭고 인도풍 느낌이 났으며 모든 ‘o’가 든 자리마다 마치 천공기로 찍은 기차표처럼 구멍이 뚫려 있었다. 두 번째 목록은, 한 장이 빠져 불완전하지만 첫 번째 목록 못지않게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데, 그에게는 골칫거리긴 하지만, 오히려 자신은 상관할 바 없는 귀찮은 골칫거리로 느껴졌다. 브리얀틴(Brillia..
2026. 8. 22.
메룰라나 가도 해괴한 사건 p163-
두 산티에서 부우부우부우 소리가 잦아들고, 바퀴가 잠깐 미끄러졌지만 브레이크가 재빨리 걸리고 멈추자, 병사는 거기 떨어진 듯이 바닥을 딛고 어느새 서 있었다. 덩치가 산만한 어린 곰, 오른쪽 왼쪽, 어느 한쪽도 덜하지 않게, 올리브색 상의 군복 아랫단까지, 팽팽하게 다림질이 되었는데, 그 자체로 퉁실퉁실하고 몸집 큰 그의 인류학적 유형으로는 턱없이 짧은 의복이었다. 알바노 방향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아피아 가도의 오른쪽으로, 불투명한 아니면 색을 넣은 유리문을 통해 작은 가게로 들어가는데, 가게 입구는 닳은 회색 페페리노 돌로 문턱은 아직 축축한 아스팔트 바닥과 같은 높이였다. 문 맞은편, 차분하게 오르막인 똑바른 길 왼쪽에, 병영과 마을에서 이곳으로 그들이 따라온 두 갈래 길의 어귀 사이에, 정원인지..
2026. 8. 8.
메룰라나 가도 해괴한 사건 p155- 163
우연한 기회가 (non datur casus, non datur saltus, 우연이 없으면 도약도 없다), 도리어, 그날 밤 종잡지 못하던 사람들을 도와주고, 수사를 똑바로 정리하고, 바람의 방향을 바꿨다. 우연이, 요행이, 약간 풀리고, 조금은 해진 순찰대의 인위적이며, 교묘한 총명함이나 쇄세히 집착하는 변증법보다 더 큰 역할을 한 듯했다. 잉그라발로는 데비티를 불러들여, (이번에는 그가 거기에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아스카니오 란치아니라는 아이를 찾는 일을 맡겼다. 그 아이의 얼굴 생김새는...이네스가 바로 마치 작은 초상화처럼 적절히, 짧고 특징만 잡아 일러주었다. (p155) 그리고 이네스는 노점의 위치가 어디인지, 포르셰타(구운 돼지육)를 파는 할머니의 위치가 어디인지 설명해야 했다. 그렇다..
2026.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