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뻘짓)/Stuart Dybek13 나는 돌아가리 1 page 287 Je Reviens 나는 돌아가리 그 여자는 향수매대에서 멈춰 서서 훑어보고 있었다. 성탄절 기간이라 마셜 필드는 쇼핑객들이 떼지어 몰렸고 그 매대는 열어둔 샘플들로, 무수한 모양과 색깔의 절묘한 병들로 어지러웠다. 그녀는 잠깐 멈춰 코를 킁킁대는 법조차 없이 하나하나 뒤져가더니 아마 찾고 있던 것을 찾아내고 분무기를 들어올리고, 한 번 푸슛 흑갈색 머리카락에 뿜었다. 그런 뒤 그녀는 누가 지켜보고 있는지 보려고 주위로 시선을 흘겼고 그녀가 쳐다보고 있는 나를 잡아채지 못하도록 나는 보석 판매대의 진주 귀걸이 전시를 살피고 있는 척 했다. 그녀 시선에 잡혀도 그녀가 알아챌 것도 아니지만. 내가 지금 차림새로도, 그러니까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외삼촌 레프티가 소유했던 영국제 낡은 트위.. 2023. 4. 23. minor mood 2019-12-23 page 277 A Minor Mood 단음계 무드 레프티 옆에서 잠을 자는 콘서티나(작은 아코디언처럼 생긴 악기)는 한참 전부터 쌕쌕거리기 시작했다. 한밤중이라, 가로등조차 안개빛 블라인더들을 올렸는데, 콘서티나는 그녀의 숨을 고를 수가 없는 것 같다. 어둠 속에 레프티는 그녀의 헝클어진 한숨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콘서티나의 힘겨운 숨쉬기에 잠을 잘 수 없다. 사뭇 걱정스럽다. 그는 글록켄슈피엘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밤중에 잠이 깨어 침대 위 그의 옆 그녀 자리에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던 일, 그런 뒤 잠근 화장실 문 저쪽에서 들리던, 그녀의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풀기 없이 두당당거리고, 불협화음을 퉁탕거리며 음계를 오르고 내리는 소리를 곱씹지 않을 수가 없다. 일단 시작을 하면, .. 2023. 4. 23. 뭘 원하냐고? 2 2019-12-19 하루 저녁 이리저리 조금씩 먹으며 지내는 일은 내가 뉴올리언즈에 있던 믹을 방문하던 시절부터 하던 사사로운 의례였다. 그때 우리는 식당에서 식당으로 도보 여행을 하거나 스페인 이끼로 장식한 전원지대로 차를 몰고, 케이준 음식을 서빙하는 야간영업 화물차 휴게소와 배에서 갓 내린 신선한 굴을 내놓는, 늪 내포 위 들러크로이의 자이데코 점에 갔다. 우리는 알코올과 카페인 사이에 균형이 이뤄진다는 믹의 음양 이론에 따라 럼과 에스프레소를 교대해 마셨다. 새벽 2시가 되자 우리는 급속하게 취해갔다. 우리는 돈을 구두에 숨겼고, 여전히 내 백팩을 나르며, 9번가 아래를 향했다. 거리를 따라 약물들이 봄 공기 속 밤에 피는 꽃들처럼 피어올랐다. 딜러들의 어둑한 장갑이 도전적으로 웅얼거렸다. “이놈.. 2023. 4. 23. 뭔 볼일이냐 1 2019-12-19 Qué Quieres 뭔 볼일이냐? /뭘 원하냐? 내 동생 믹은, 온 나라를 그레이하운드 어메리패스로 건너, 시카고에 멈췄고, 우리가 자랐던 워쉬테노오 거리의 오래된 아파트 건물 앞에 섰다. 정면 밖에, 우리가 이용하던 대로 갈라진, 콘크리트 계단에 느긋하게 서서, 갱 색깔들의 옷을 입은 다섯 명 치코십대들이 그의 방향으로 삐딱하게 쳐다본다. 아마 저들은 사탄 디시플일 수도 있고, 어쩌면 투투이거나, 어쩌면 라 라사일수도 있다. 이 동네의 갱들은 늘 왔다가 간다. 그래피티의 묘지석을 뒤에 남기고. “Qué tú quieres?”“당신 뭘 원하는 거야?”-디시플의 한 명이 그에게 묻는다. 믹은 멤피스로 에둘러 돌아가는 중이다. 멤피스에는 하루도 아파서 일을 거른 적 없는 우리 아버지가 .. 2023. 4. 23. Blue boy 4 2019-12-15 친할머니이신 빅토리아 할머니는 거의 영어를 못했다. 할머니는 낮에는 삯바느질로 집에서 일을 했다. 마이크 할아버지를 사람들이 데려간 뒤에 그녀는 야간에 도심사무실 빌딩의 마룻바닥을 닦는 부업을 얻었다. 아버지는 그 당시에 열한 살이었고, 여섯 아이들 중 맏이였는데, 집안을 책임진 가장으로서 몇 가지 일을 해야만 했다.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우유를 나르고, 그런 뒤 신문을 나르고, 그런 뒤 초등학교에 출석하고, 학교 마친 뒤 바로 쿨터 거리의 꽃집으로 향했고, 여기서 저녁 먹을 시간까지 일했다. 마이크가 유폐된 그 첫 해 성탄이브라 가게는 늦게 문을 닫는데 꽃집 주인이 아버지에게 뒤늦게 화환-성탄절 화환이 아니라 장례식 화환- 긴급 주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환을 어쨌거나 소.. 2023. 4. 23. Blue boy 2 2012-12-13 랠피는 몇 주 뒤에, 귀아스트카에 죽었다. 그 단어는 폴란드어로 “작은 별”이란 뜻이고, 가끔 교구에 성탄절 전날을 이렇게 칭하기도 했다. 자정 미사에 복사가 되기에 너무 어린 아이들은 통로에 줄을 이뤄 막대기에 황금 칠한 별을 나르며 구유로 갔다. 살아있었더라면 랠피는 그들 중에 들어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해 봄에 아마 치렀을 첫 영성체를 위해 일찌감치 사두었던 감청색 정장을 입고 묻혔다. 이 말은 경야의 밤에, 그 이후에, 금요일 밤 교회 지하실 빙고 게임에서 빵가게에서 그리고 정육점에서 피제리아와 타케리아(타코가게)와 미용실과 이용실과 모퉁이 선술집에서 두고두고 아쉬워 오갔다. “그 불쌍한 꼬마 아이는 어째 영성체까지 버티질 못했어,” 누군가는 꼭 그랬다. 그럼 꼭 누군가 “누가.. 2023. 4. 23. Blue boy 1 2019-12-12 page 123 Blue Boy 청색소년 체스터 포스코짐의 어린 동생, 랠피는 청색아기로 태어났다. 그리고 살아나리라 기대 안했는데도 랠피는 기적적으로 자라 청색소년이 되었다. 청색은 그의 청록색 눈 아래 또렷이, 마치 주먹다짐에 말려들었거나 그의 어머니 마스카라를 훔쳐 바른 것처럼, 그림자보다 더 어둡게 번진 자국으로 보였다. 여름에라도 그의 입술은 추워보였다. 처음에 내가 그의 병에 대해 듣기 전 그 아이를 보았을 때 나는 그가 볼펜을 종일 빨고 있었나 생각했다. 그의 손가락 역시 동일한 파란색 잉크로 얼룩져 있었다. 일요일에는 그가 교회에 입고 가는 하얀 셔츠에 그 파름한 색깔이 한층 도드라지는 것 같았다. 그의 몸이 멍으로 온통, 술 취한 아버지가 툭하면 두드려 패던 레온 자보.. 2023. 4. 23. Live from dreamsville Snow In Paris page 25 Live from Dreamsville드림즈빌에서 전하는 생방송 2019-11-19 그들 목소리가 곰팡내 개흙 냄새가 갱도처럼 좁은 골목을 건너 떠돌아 우리 방까지 왔다. 믹과 나는 침대가에 앉아, 듣고, 웃어대다가, 우리 소리도 저쪽에 들리겠다는 퍼뜩 생각에 웃음소리를 죽이려 우리 얼굴을 베개에 파묻었다. 옆집에, 야노는 술이 취해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의 자갈돌 같은 걸쭉한 목소리가 다 허물어져 가는 목조가옥 안에 무슨 깊은 동공마냥 느릿하게 흘러나왔다. (중략) . 비록 그 소리들이 가시아 의사 진료실 성에무늬 유리 뒤에서 나오는 소리, 치과 의자에 앉아 우리 차례를 기다리며 엿듣고는 항상 후회하던 그 소리 마냥 섹시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형, 저들이 .. 2023. 4. 8. I sailed with Magellan PDF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3. 4. 2. 노래 2 2019-11-16 “저 드러머를 봐, 그의 신이 진 크루파(Gene Krupa)였지.” 레프티 외삼촌이 내게 말했다. 짚 인 주크박스에는 베니 굿맨 밴드의 “노래, 노래, 노래할 때”의 기막힌 녹음판이 들어 있었는데, 크루파가 톰톰들 위에서 폭발을 하였다. 레프티는 브루저가 거기 한잔하러 우리와 합석을 할 때면 늘 이 곡을 틀었다. 그들은 항상 바 위에 데키를 위해 짐빔 숏 한 잔을 놓아두었다. 그는 블루버즈의 기타주자였지만 한국에서 죽었다. 나는 우리가 떠난 뒤에 이를 누가 마시는지 궁금했다. 우리가 스포츠맨에 갔던 그런 어느 여름 오후 하루는-내가 ‘틀림없이 네 궁둥짝에’이라는 이름의 우승 경주마를 맞췄던 날이다- 블루아일랜드 셋방에서 내가 집에 경기 결과를 보고할 수 있도록 우리는 컵스가 자이언츠.. 2023. 4. 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