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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짓, 헛짓/Krasnahorkai, Laszlo6

BMH 17 2019-12-10 3 트럼 4 창백해, 너무 창백해 그가 계단 옆에 서 있는데 유난히 우아해 보이는 한 남자가 다가왔다. 이 남자 어찌나 우아한지, 살아생전에 그렇게 우아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여기, 베스터반호프, 동부로 가는 ET-463 예뇌 휘스커 도시 간 고속철의 여느 연결 편에서는 그런 면모는 특히나 기대하지 못하던 바였다. 그는 이 철도회사에서 어언 삼십일 년을 근무하고 있는 중이었고, 그러다 갑자기, 그 삼십일 년 후에, 거기 몇 걸음 떨어져 그렇게 우아한 남자가, 오늘 아침에 미리 누가 이런 일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더라도, 내가 믿지를 못했을 것이다. 무슨 이유로 아침에 고속철도 차량에 이러이러한 여행객이 있으리라는 말을 그가 믿겠는가, 그 남자 종복은 그렇게, 어쩜 그렇.. 2023. 5. 4.
Baron Wenckheim's homecoming 6 2019-12-5 하지만 그녀는 말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와 기자들 사이에 어떤 대화도 없는 것 같았다. 하긴 지금까진 서로 그렇게 많이 대화를 한 것도 아니긴 했다. 다만 어젯밤 짧은 첫 번째 인터뷰가 있었고, 그리고 오늘 아침-어젯밤 따로따로 차를 타고 도착하고, 어떻게 이 일이 전개될지 그냥 모니터링하고 있던 그 센세이션과는 대조적으로-오늘 아침, 더욱 짧은, 두 번째 인터뷰가 있긴 있었다. 교수는 자신 오두막의 넝마들과 빗장들을 지나 다가오는 차 소리를 명확하게 들었지만 그게 다였다. 이후로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 여자애에게 질문을 해대지만 얻는 게 없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기자들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양 행동했다. 그래서 기껏해야-당분간-도시의 거주자들이.. 2023. 5. 4.
벤크하임 남작의 귀향 20109 -12-4 그는 창문으로 건너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 그저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보았다. 거기서 그가 사이를 둔 그깟 몇 걸음이 보호책이라도 되는 듯이, 하지만 물론 그는 어쨌거나 쳐다보았다, 아니 더욱 정확히는 그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흘러들어오는 소위 떠들썩한 소리로, 그냥 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밖으로 쫑긋 귀를 세워보려고 했지만, 하지만 딱 그 순간에 아무 것도 흘러드는 소리가 없어, 그렇게 종합을 해보면, 침묵만 이어진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지날 때까지, 지금은 한참 되게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제 이후로 그가 속을 눌러 참아야만 했던 그 모든 일 후에 그는 진짜 거기로 건너가서 헝가로셀 폴리스티렌(스티로폼) 단열막을 제거하고, .. 2023. 5. 4.
Madness and Civilization 2013-5-23 (전문) madness and civilization 광기와 문명 about Hungarian author László Krasznahorkai. (뉴요커 리뷰 일부 발췌, 2011) “현실이 광기의 수준까지 파고들었다.” 이는 현대의 글쓰기에서 어떤 모습을 띨까? 아마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의 소설 같지가 않을까 한다. 그는 어렵고 기이하고, 강박적이며 공상적인 여섯 소설의 저자이며 이 중 둘, 뉴디렉션에서 발간이 된 “저항의 멜랑콜리(the Melancholy of Resistance)”와 “전쟁과 전쟁” 오직 영어로 구할 수 있다. 전후 아방가르드 허구는 확대와 추출 사이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클로드 시몽, 토마스 베른하르트, 주제 사라마구, W.G 제발트, 로베르토 볼라뇨,.. 2023. 4. 30.
직장에서 딴짓 하기 2016-12-27 직장에서 이러고 놀고 있지 않아요. 선물 받은 Laszlo Krasznahorkai 세 책 중의 하나, Gracias, H. 2023. 4. 16.
Seibo there below 2016-9-04 1 가모 사냥꾼 그 주위 모든 것이 움직인다. 단지 이번 한번이 한번만인 것처럼, 헤라클레이토스의 전갈이 전체 우주의 거리를 넘어 온갖 무의미한 장애물에도 무언가 깊은 해류를 타고 여기 도착한 것처럼, 물길은 움직이고, 흐르고, 도달하고, 폭포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가다가다 비단결 같은 미풍이 흔들리고, 산들은 매섭게 때리는 열로 덜덜 떤다. 하지만 이 열 자체도 또한 높이 흩어진 풀밭 섬, 강바닥에서 한줄기 줄기 풀이 그러듯이, 땅에서 움직이고, 파르르 떨고, 진동한다. 각각 개개의 얕은 물결은, 떨어지면서, 낮은 방죽 위로 구르며 무너지고, 이렇게 감지되지 않게 가라앉은 물결의 순간적인 성분 마다 그리고 이렇게 순간적인 성분의 표면에 번뜩이는 빛의 개개의 반짝이들 모두, 갑자기 솟았.. 2023.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