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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짓, 헛짓/Krasnahorkai, Laszlo

Seibo there below

by 어정버정 2023. 4. 11.

2016-9-04 

1 가모 사냥꾼

 

그 주위 모든 것이 움직인다. 단지 이번 한번이 한번만인 것처럼, 헤라클레이토스의 전갈이 전체 우주의 거리를 넘어 온갖 무의미한 장애물에도 무언가 깊은 해류를 타고 여기 도착한 것처럼, 물길은 움직이고, 흐르고, 도달하고, 폭포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가다가다 비단결 같은 미풍이 흔들리고, 산들은 매섭게 때리는 열로 덜덜 떤다. 하지만 이 열 자체도 또한 높이 흩어진 풀밭 섬, 강바닥에서 한줄기 줄기 풀이 그러듯이, 땅에서 움직이고, 파르르 떨고, 진동한다. 각각 개개의 얕은 물결은, 떨어지면서, 낮은 방죽 위로 구르며 무너지고, 이렇게 감지되지 않게 가라앉은 물결의 순간적인 성분 마다 그리고 이렇게 순간적인 성분의 표면에 번뜩이는 빛의 개개의 반짝이들 모두, 갑자기 솟았다 그만큼 순식간에 주저앉는 표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모든 방향으로 잦아들고, 반짝거리고, 비틀거리는 각 물방울들을 지녔다. 구름들이 모여들고 있다. 쉼 없이 삐걱거리는 푸른 하늘이 저 높이. 태양은 아직 형언할 수 없는 섬뜩한 강도로 농축되어, 완전히 찰나의 생물 쪽으로 확장을 하며 미친 듯이 눈부시고 눈이 멀듯 환하다. 물고기와 개구리와 딱정벌레들과 작은 파충류들이 강에 있다. 북쪽 방향 3번에서 32번 위로 38번까지 버스와 차들이 양쪽 둑길을 따라 평행하게 지은 펄펄 끓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멈출 수도 없이 기어간다. 그런 뒤 방파제 아래 급하게 몰고 가는 자전거들, 남자들과 여자들이 흙먼지에 지은 혹은 새겨진 산책로를 따라 강에 바싹 붙어 거닐고 있다. 물막이 바윗돌도 미끄러지는 많은 물 밑에 인공적으로 비대칭적으로 박아 넣었다. 모든 것이 놀고 있거나 살아있다. 그래서 일들이 일어나고, 지나가고, 질주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가라앉고, 떠오르고,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고 달려가고 흐르고 어딘가로 몰려간다. 오로지 그것만, 오오시로사기(백로)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 엄청난 순백의 새는, 모든 공격에 오롯이 노출되어, 그 무방비를 숨기지도 않는다. 이 사냥꾼은, 목은 S자로 접고 앞으로 몸을 숙였다가, 이제 머리를 쭉 뻗고 S자 모양에서 길고 단단한 부리를 뻗치고 전체에 힘을 준다. 하지만 동시에 아래쪽으로 힘을 주어 날개가 몸을 꽉 누르고 가는 두 다리는 물 아래 단단한 지점을 찾는다. 새는 흐르는 물의 표면에 시선을 고정한다. 표면은, 그렇다, 쳐다보는 동안에, 수정같이 말갛고, 이 표면 아래 놓인 것은, 빛의 반사면 아래, 아무리 재빨리 도달한다 해도, 도달을 한다면, 거기서 끝을 맞는다면, 물고기가, 개구리가, 무당벌레가, 어느 작은 파충류가 깨지는 물결로 소용돌이치고 거품이 다시 오르는 물과 함께 도달한다면, 단 하나의 정확하고 신속한 동작으로, 새는 부리로 쪼아 무언가를 건져 올릴 것이다. 무엇인지 볼 수도 없다. 다만 물고기-참송어, 은어, 붕어, 돌마자, 가는물고기, 장어나 무언가 다른 물고기라고 알 뿐이다. 그런 이유로 새는 거기, 거의 가모 강의 한가운데 얕은 강물에 서있다. 거기 새는, 그 지나는 시간은 잴 수 없는 어느 한때에, 그래도 모든 의구심을 넘어 살아남아,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않는 한 때, 오로지 다만 빙빙 돌고 어디로든 움직이지 않고 상상도 가지 않는 복잡한 그물로 시간 속으로 던지고 있듯이 서있다. 이런 부동자세는, 그 모든 내구력에도 불구하고, 타고 나야하고 유지를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이를 그러잡는데에만 꼭 맞지만, 정확하게 한다. 이 동시적인 그러잡기를 알아차릴 수도 없이, 그래서 말로는 하지 않고, 이를 묘사하고자 하는 온전한 단어들조차 등장하지 않고 남았다. 분리되어 떨어진 단어들도 없다. 그래도 여전히 새는 더럭 단 한순간 몸을 숙일 것이고, 그렇게 하면서, 모든 움직임을 차단할 것이다. 모두 혼자, 자신의 자아 속에서, 사건들에 광분하여, 절대적인, 득시글거리는, 바글거리는 세상의 정확한 중심에서, 새는 이런 잡귀를 쫓는 순간에 머물러야 한다. 그래서 아래로 접근해오는 그 순간, 이후 그 순간을 닫기 위해서, 새가 순백의 몸을 이런 폭위의 순간의 중심에 완전히 정지로까지 멈추기 위해서, 사방에서 부서지며 부딪혀오는 섬찟한 힘들에 대비된 자신의 부동자세의 강한 인상을 새길 수 있도록. 한참 나중에야 오는 것들은 모든 것에 전면적으로 광분하여, 한 번 더 이런 폭위의 행동에 참여할 것이고, 번개처럼 날쌘 타격으로 다른 모든 것들과 다 같이 이것 역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로는 하지만 새는 에워싸인 순간에 사냥의 시초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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