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st the day p260-266
듀스와 슬로트는 계곡 아래쪽에 있는 컬리 디의 대목장 대지에서 방을 나눠 쓰고 있었다. 컬리와 그 안사람이 도망자, 떠돌이 일꾼, 사회에 대한 위협적인 존재들, 그리고 온갖 도덕적 백치들을 위한 일종의 길목 정박지 목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형편없고 영 작은 집이 기둥 사이 다닥다닥 붙어 축 늘어져 있었고, 지붕은 마치 방충망으로 만든 것 같아. 폭풍우이 치면 그 위용은 가관이었다. “마을에 가서 우리에게 맞을 만한 여자를 찾아서 여기로 데려오는 게 어때—”"슬로트, 이런 데 여자 데려오면 안 돼. 정신이 딴 데 팔려서, 그들 눈에 드는 거라고는, 담뱃진, 쥐, 언제지 모를 옛날 음식뿐일 텐데. 그들 무드가 싹 가시지.“ ”이 방이 마음에 안 들어?““방이라, 칸막이 똥칸도 이보다 낫겠다.”“네가 틀림없..
2025. 7. 3.
Against the day p250-259
어느 날 마일즈 블런델은 평상시 해리성 둔주에 빠져 베니스를 누비며 나가 있다가, 마치 흐르는 시간에 닳아버린 부분들은 바다가 된 지도인양 망가진 낡은 프레스코화를 바라보거나, 널따란 이스트리아 석조물을 오래 응시하고 그 자연적으로 굴곡진 무늬와 표시에서 금단의 해안선에 대한 해설을 읽으며, 훗날 취조에서 완곡하게 비쳤던 것처럼 성 마르코의 예언자적 환상으로, “하지만 정반대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즉, 그는 서기 1세기 모습 그대로 간직한 리알토 습지들과 석호로 돌아갔다. 볼품없이 급강하하는 검은 가마우지, 갈매기들의 불협화음, 습지 냄새, 불어오던 시로코 아래 갈대밭의 거친 마찰음의 숨소리, 다가오는 말소리, 그 시로코 바람에 마일즈의 배는 항로를 벗어났고, 발목까지 물컹한 개흙에 빠져, 마일즈가..
2025. 7. 1.
Against the day p242-250
정오 무렵 도시를 가로질러 종소리의 들판이 꽃을 피우며 드러나는 가운데, 소년들은 무라노 넘어, 공장의 연통만 한 크기에 넓은 상층부의 붉은 진흙 굴뚝 위, 상공으로 급강하했다. 그 지역 출신 조종사인 잔니의 말에 따르면, 푸마이올리라고 하는 굴뚝인데, “매우 위험해요. 그 불꽃이 기구 풍선을 터뜨릴 수도 있어요, 세르또(당연히).” 그의 얼굴에서 땀방울이 마치 자체 추진력을 단 듯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익살스럽게 안절부절하지만 마음씨 좋은 이탈리아인은 그날 일찍이, 소년들이 이탈리아에서 “글리 아미치 델라차르도(Gli Amici dell’Azzardo)”라고 부르는, 우연의 친구들 피아첸차 지부에서 필요한 허가들을 받은 후, 배에 올랐다. ‘불편’ 호가 기지창 시설에 들어간 후, 소년들은 동급의 이탈리..
2025. 6. 28.
Against the day p209-218
유타 주 안으로 제법 올라왔다. 마른 토지가 너무 붉어서 산쑥 관목들이 마치 입체시각으로 보는 것처럼 그 위에 둥둥 떠 있었고, 거의 무색에 가깝게, 구름처럼 옅게, 낮과 밤으로 환하게 빛났다. 리프의 시선이 닿을 수 있는 저 멀리까지, 바라보는 사막 바닥은 바위 기둥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둥들은 수 세기 동안 거센 바람에 닳아 일종의 신의 머리-말뚝이 되었다. 마치 옛날 옛적에 움직일 수 있는 팔다리를 지니고, 말타고 지나는 당신을 보려고 기울고 회전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날씨의 변화, 주변의 포식 행위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얼굴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한때 방심않고 지켜보던 존재들이 이제는 지나간 얼굴, 지나간 동작으로, 마침내 단순한 수직적 종자로 제련되어 ..
2025.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