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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Against the day

Against the day p209-218

by 어정버정 2025. 6. 19.

 

 

유타 주 안으로 제법 올라왔다. 마른 토지가 너무 붉어서 산쑥 관목들이 마치 입체시각으로 보는 것처럼 그 위에 둥둥 떠 있었고, 거의 무색에 가깝게, 구름처럼 옅게, 낮과 밤으로 환하게 빛났다. 리프의 시선이 닿을 수 있는 저 멀리까지, 바라보는 사막 바닥은 바위 기둥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둥들은 수 세기 동안 거센 바람에 닳아 일종의 신의 머리-말뚝이 되었다. 마치 옛날 옛적에 움직일 수 있는 팔다리를 지니고, 말타고 지나는 당신을 보려고 기울고 회전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날씨의 변화, 주변의 포식 행위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얼굴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한때 방심않고 지켜보던 존재들이 이제는 지나간 얼굴, 지나간 동작으로, 마침내 단순한 수직적 종자로 제련되어 서 있었다.

물론, 그들이 살아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죠.” 그곳으로 가는 길에 술집에서 누군가가 의견을 내었다.

저것들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세요?”

밤에 거기 나가본 적 있어요?”

그런 짓은 안합니다.”

그가 경고를 받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프가 말 타고 마을 중 최악의 마을이란 인상은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이 사람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들고 나가는 외딴 길을 따라 수 킬로미터에 걸쳐 모든 전신주에 시체가 매달려 있었다. 각 시체들은 다른 단계로 파먹어들어가고 썩어들어가고 있었고, 이를 모두 거슬러 햇볕에 달은 상당히 해묵은 해골들이 다수 있었다. 읍사무소 서기가 곧 설명했듯이, 지역 관습과 관행에 따라 이렇게 목매달려 죽은 범법자들은 뭐라도 ​​제대로 된 장례를 치는 일이 차단되었다. 어차피 터키 독수리에게 맡겨두는 것이 더 저렴하기도 하니까. 과거 1893년경, 제시몬 마을 사람들은 전신주가 바닥났는데, 외딴 이곳에 나무도 귀하다 보니, 어도비 벽돌로 빚어 처리에 이용했다. 이 지역을 방문한 지적인 세계 여행자들은 이 조잡한 구조물들을 금방 페르시아에서 "침묵의 탑"이라고 하는 구조물과 동일하다고 감정했다. 계단도 없고 사다리도 없고, 높고 가파른 경사면 때문에 애도하는 사람의 의지를 꺾기 충분했고, 아무리 운동 신경이 좋거나 혹은 아무리 망자를 예우하겠다 버려더라도, 살아있는 사람은 그 위에 오를 자리가 없었다. 일부 사형선고 받은 이들은 마차에 실려 탑 아래로 끌려와 도르래에 매달아 가로대 기둥에 올려두었고 이 모든 것이 끝난 후에는 시체를 저 위에 계속 높이 달아두었다가, 빙글 시체를 돌려, 한발로 매달아 두었고, 그 지역의 붉은 진흙으로 새들의 편의를 위해 주조한 횃대에 내려와 착륙하여 쉬익거리는 죽음의 새들에게 뒤를 맡기고 갔다.

그렇게 리프는 거대한 날개 그림자들이 떠다니는, 음침한 열주 기둥 아래로 지나는데, 숫자로 보아 그다지 큰 방해꾼들은 되지 않을 듯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2 루터교(미주리 시노드) 교회의 루브 카널 목사가 쾌활하게 말했다.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여기로 악행자들이 끌려들어요. 물론 성직자들도 말할 나위 없고.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술집보다 교회가 더 많다는 걸 눈치채실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준주準州(the Territory)내에서 상당히 독특한 존재죠. 일종의 직종에 대한 도전이라, 주지사가 저들 목을 거머쥐기 전에 전들 영혼을 거머쥐어야 합니다.”

어디 내에서요?”

주지사는 그렇게 불리길 좋아합니다. 이곳을 주 안의 작은 주라고 생각하죠. 영혼 처리가 그들의 주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세칙이나, 법률적 특질들은 어떤가요, 새로 온 사람이 알아야 할 게 있나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선생님. 세칙이든, 청교도법(blue law, 도덕률에 기반한 엄격한 법)이든 없이, 여기선 뭐든 다 허용이 됩니다. 안 그러면 게임이 공정하지 않겠죠. 제시몬에는 마감 기한이란 게 없고, 어디든 마음대로 빵빵하게 챙기고, 당신 좋을대로 아니면 만들어내서라도 죄를 지으십시오. 다만, 정부가 알아차리면 우리 교회 어디에도 피난처를 기대하지 마세요. 목사의 도움 같은 쪽으로도 큰 기대는 접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당신들을 내세의 화덕을 위해 당신 형태를 이겨 빚는 일이니까.”

제시몬은 너무 일찍 발견되길 바라지 않는 사람들을 데려오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긴 해도, 리프는 대가를 치르면 특정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목사에게서 알게 되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매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연히 죄로 간주되었고, 만약 그러다 걸리면, 허참, 그에 걸맞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밤에 언덕 위에서 처음 흘깃 본 제시몬은 마치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겁주던 지옥의 종교화 같았다. 장면 속 다른 부분, 부분마다 빽빽한 기둥들 사이로, 무언가 음산하고 뭉글뭉글한 것이, 연기처럼, 먼지처럼, 하지만 둘 다 아닌 무언가가 피어오르고, 위로 넘실거리며, 구름처럼 뭉게뭉게 뭉쳐, 하늘에 여기저기 쌓인 더미들이 보였다. 달이 이 조각구름 뒤로 사라지면, 그 빛은 심산한 색깔을 띤다고 하였다. 이 색깔과 초자연적으로 검은 하늘의 관계는 노을의 색깔과 평범한 대낮의 푸른 하늘과 비슷했다. 어떤 방문객도 오랫동안 두고 곱씹으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어떤 밤에는 그 광경에 가뜩 예민한 사람들은 아무리 밤이 으슥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숙소를 찾아 쫓기듯 능선 너머로 달아난다고들 했다.

마을에는 무한한 악업의 분위기가 지배했고, 낮과 밤을 숨 막힐 듯한 더위가 감돌았으며, 한 시간도 누군가 다른 누군가에게 총을 안 쏘고 지나는 시간이 없었고, 혹은 다르지 않게 공공연한 성행위가, 그것도 종종 두 명 이상이 어울려 말구유에서 벌어지기 허다했다, 더불어 무작위 말때리기, 들소처럼 위협하기, 총구를 들이댄 강도질, 패를 보여주지 않고 포커의 판 돈 전부 긁어모으기, 벽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오줌을 누기, 설탕 그릇에 모래, 위스키에 든 테레빈유와 황산, 다양한 취향 맞추기 전념하는 매춘굴도 있고, 거기에 아노필리아(arnophilia) 혹은 익숙하지 않은 양에 대한 흥미도 들었고, 이런 업소에 있는 미혹의 양 정령들 일부는, 그 취향을 진심으로 함께 하지 않는 사람들의 관심도 꽤 끌었다. 이들 양털은 사시사철 인기 많은 아쿠아마린과 담자색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최신 유행 색상으로 염색되거나, 또는 여성스러운남성적인 것도 말할 것 없이-복장(모자가 유행이었기 때문에)을 입혀, 동물의 성적 매력을 도모하였고목사님이 고백하였듯이, “여기 만연한 표리부동의 수준을 고려하면, 무리 중 일부는 어린양처럼 차린 늙다리 양(어린여자처럼 입은 중년여성을 비하하는 관용구)으로 드러나거나, 때로는 염소가 변장한 것으로 밝혀지지만, 이것조차도 매일 사막을 가로질러 여기 허랑방탕한 루르드를 찾아오는 순례자 중 소수이지만 꾸준하게 꽤나 정기적으로 찾기 때문입니다하지만 그런 공공연히 가증스러운 행동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맙시다. 제가 돌 시간이 되었으니, 같이 갑시다.” 목사가 초대했다. “그리고 제가 명소들을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 여기가 머리가죽 벗긴 인디언 살롱입니다. 물로 씻어내릴까요?” 여러 번의 멈춤 중 첫 번째로 이후로 온종일 계속되는 위배 활동들로 더욱 발전하였다. “의학에서 치료는 원인 바로 옆에서 자란다는 원리를 아시죠. 늪의 학질과 버드나무 껍질, 사막 햇볕 화상과 알로에 선인장, , 제시몬에는 죄와 구원에도 동일하게 해당합니다.”

술집에서 음악은 툭하면 성가대식 중창으로 진행되었고, 팔러 피아노보다 리드 오르간이 더 많았으며, 손님들 사이에는 외딴길 반다나만큼이나 많이 세워올린 양복옷깃이 있었다.

우리는 제시몬이 신의 날개 아래 있다고 곧잘 생각합니다.” 루브 카날 목사가 말했다.

하지만 잠깐만요, 하나님은 날개가 없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신은 아닐지 모르지만. 하지만 여기서 우리를 돌봐주시는 분은 날개 달린 신과 그런 쪽으로 비슷해요.”

엇비슷한 검은색 아라비아 말로 갖춰 타고 있던 무표정한 남자들이 거리에 나타났다. 제시몬의 치안관 웨스 그림스퍼드와 그의 보좌관들이었다. “뭔가 특별하게 눈에 뜨이는 게?” 목사가 속삭였다. 리프 눈치채지 못하자, 거의 동정 어린 눈빛을 받았다. “이 마을에서는 여러모로 관찰력이 득이 됩니다. 웨스가 차고 있는 별을 보세요.” 리프는 슬그머니 훔쳐보았다. 흔히 보이는 모습대로 니켈 도금을 한 오각별이었는데, 다만 위아래가 뒤집혔다. “두 꼭짓점이 위로 향한 건 악마의 뿔이에요. 저 영감님과 그분 업적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정말 경건한 마을로 보였군요.” 리프가 말했다.

당신이 주지사는 만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항상 모자를 쓰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짐작하시겠죠. 게다가 꼬리까지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모두 주지사를 두려워하는데, 그는 제시몬을 쉴 새 없이 앞으로 뒤로 오갔고, 툭하면 마을 어디든 예고 없이 나타났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상적인 점은 타고난 카리스마가 아니라, 왜냐 카리스마가 전혀 없으니까, 오히려 그의 외모에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예리하게 감지된다는 점이었다. 얼굴에 전()-인류적인 무언가 있어, 경사진 이마와 깨끗이 면도한 윗입술은 어떤 이유에서든, 혹은 아무 이유 없이 다시 유인원 같은 미소로 돌아가기 시작하곤 했는데, 그러다 곧장 억누르고서, 위해를 가할 듯한 비웃음을 내보이고, 이렇게 종종 몇 시간씩 남아 있기도 했다. 그 히죽 웃음에 그의 부리부리 노려보는 눈빛과 어우러져 아주 담대한 무법자라도 불안에 휩싸이기 일쑤였다. 그는 신의 허락으로 자신에게 도달한 힘에는, 믿는 구석으로 부리는 심복의 허세가 필요하다고 믿었지만, 그의 걸음걸이는 노력으로 얻어진 것도 아니고, 오랜 세월 연습했음에도, 모사한 것도 아니라, 사실 유인원 같은 터벅터벅 걸음을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스스로 주지사라 칭하고 대통령이나 왕이 아닌 이유는 집행의 사면권 때문이었다. 주지사가 자신의 영토 내에서 누리는 생사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은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그는 항상 사면 비서.” 플래그라는 이름의 굽실거리고 위축된 족제비를 대동하고 다녔다. 플래그의 임무는 매일 파악된 악한의 수를 검토하고, 말쑥하게 다듬은 작은 머리로 즉결 처형될 악한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주지사가 직접 처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는 사격이 형편없기로 악명이 높아서 그런 일에 군중이 주위에 두지 않기를 원했다. “사면이란, 대머리독수리의 수와 탑 공간이 한정되어 있었기에, 처형되기 전 하루나 이틀 정도 기다리게 하는게 사면이었다.

웹은 암살자들이 마을로 데려왔을 때 완전히 목숨줄 놓은 것이 아니었고, 그 덕분에 리프는 제시간에 제시몬에 닿아 시체 갉아먹는 새들로부터 아버지의 사체를 지켜낼 수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은 말을 몰아 듀스와 슬로트를 쫓아가느냐, 아니면 웹을 산 미구엘로 데려가 온당한 장례를 치르게 하느냐였다. 그는 이후 몇 년 동안 자신의 판단에 의문을 품곤 하였다. 어쩌면 살인자들과 마주치는 일을 그저 피하려고 했던 건 아닌지, 아버지에게 도의를 다하려던 일에 비겁함이 섞인 건 아닌지, 등등. 그리고 잠시 멈춰서 찬찬히 생각해 볼 수 있을 때쯤에는 이야기 나눌 상대가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가장 참혹한 점은 그가 실제로 붉은 바위 지대 쪽으로 멀어지는 그들 모습을 언뜻 목격했다는 것이다. 무자비한 낮의 잔해에 불과한 근거리 그림자들, 웹을 태우고 왔던 짐말은 자유롭게 돌아다가 결국 멈춰 서서 풀을 뜯었다. 제시몬에 널리 퍼져 있는 느슨한 도덕성에 화가 난 듯, 듀스와 슬로트는 더 이상 총싸움은 내켜 하지 않았다. 리프의 총은 하나뿐이었지만, 그들은 어쨌든 도망치기로 결정했다. 마치 이 일이 혈기 왕성한 장난질이고 리프가 그 심술궂은 표적이었던 것처럼, 그들은 낄낄거리며 말을 달렸다.

독수리들이 의젓하게 인내심 있게 맴돌았다. 제시몬 시민들은 제 나름 거리를 두고 무관심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물론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리프가 문제의 탑 기슭에 다다르자, 한 멕시코인이 황혼녘에 그에게 살금살금 다가와, 두어 바퀴 모서리를 돌아 지붕 없는 폐허를 가리켰다. 온갖 종류 녹이 슬고 퇴락한 철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Quieres un cloque(갈고리가 필요해)”, 갓 소년티도 벗지 못한 남자가 계속해서 말했다. 질문은 아닌 듯했다. 리프는 그가 “Clock(시계)”을 말하려는가 생각했지만, 그림자 속을 들여다보고 마침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한 꾸러미 갈고리였다. 어떻게 이렇게 내륙 깊숙이까지 들여왔는지, 갈고리들이 어떤 배에 속해 있었는지, 어떤 바다를 항해했는지, 이 모든 것이 여기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저기에 달아맬 밧줄은 추가 비용이 들 것이다. 리프는 흥정도 없이 거액의 페소를 냈다. 묵시적인 시장의 존재는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제시몬의 자비에 문제들을 맡기고 싶지 않은, 늘 금지된 가파른 성벽을 오르려는 생존자들이 충분히 있기 마련이니까. 깨진 날(동틀녘)이 그리하여 저물녘 재집합을 통과해, 첫 번째 별이 나타나자, 리프는 점점 더 절망스럽게 쇠갈고리를 올가미처럼 휘두르며 탑 가장자리를 놓쳤고, 어둠을 타고 다시 다져진 흙먼지 속에 쨍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질 자리는 피하려고 사렸다. 그의 시도는 곧 청중을 모았는데, 대부분은 아이들이었고 평소라면 그들에게서 호감을 느꼈겠지만, 그의 붙임성은 진즉에 사라져 버렸다. 이 아이들 중 다수는 독수리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이름을 지어주고, 좋은 친구로 여겼고, 그가 알기로는, 독수리 편을 들었지, 그의 편을 절대 들지 않을 것이니까.

마침내 갈고리가 박혀 고정되었다. 이제 그는 지쳐서 기어오르기 시작하기에는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에게 클로크를 팔았던 멕시코인이 바로 저기 자리 지키고 있었고, 마치 리프가 시간당으로 장비를 빌린 것처럼 갈수록 초조한 기색이었다.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교회 오르간의 음표처럼 부풀어 오르는 밤 속으로 올라갔다. 그의 부츠 밑창은 어도비 벽돌 표면에서 되풀이해서 미끄러졌다. 거친 면이라고는 전혀 없어서 쉽게 오를 수가 없었다. 곧 그의 팔은 고통에 신음하고, 다리 근육 또한 후들거렸다.

그 무렵, 그는 그림스포드 보안관이 보안관보 역할의 마을 사람들을 딸리고 여기 이밖으로 향하는 것을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리프와 웹은어째 되었든 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시고 이번이 두 사람의 마지막 모험인 것처럼 그에게는 느껴졌다상의 없이 도망쳐야 했다. 그는 시체 파먹는 새 한 마리, 어쩌면 두 마리 쏘아 죽였고, 다른 새들이 서두르지 않고 검게 상승하는 가운데, 시체를 어깨에 들쳐 멨고, 웹 트래버스였던 대상이 어쩌다 밀수 화물이 되어 경찰의 총격을 피해 달아난다는 미스터리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어둡고 핏빛 붉은 벽을 따라 밧줄로 현수 강하하고, 말 하나를 훔친 후, 마을 외곽에서 말을 하나 더 찾아 웹을 태워 묶고, 추적의 기척도 없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도 희미한 인상만 안고 남쪽으로 향했다.

 

/p215 (아버지 시체와 여행, “Kid”가 되기로 결심. 기회의 친구들을 읽어주며 아버지와....)

그들은 마을 끝 론 트리 묘지, 광부들 묘지에 모여 서 있었다. 메이바, 레이크, 프랭크, 그리고 리프, 거대한 봉우리 아래, 그리고 그 뒤로는 차가운 햇살 속으로 어름어름 속삭이며 길게 내려가고 있는 브라이들 베일 폭포의 흔적. 웹의 삶과 일이 이 꼴이 되었다.

프랭크는 골든에서 뜬눈으로, 밤새 막 여기 도달했다. 그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메이바 가까이 붙어, 그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비록 잠시일지라도, 그들 주변 모두 누워 있는 것들에 대해 살아있는 맞은편 상대가 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와 함께 있었으면 바랄 게 없겠는데.” 메이바가 거의 숨도 내쉬지 않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프랭크가 지적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럴 이유가 있겠죠.”

아이고, 얘들아. 난 그런 일 한 그 둘 중 누구도 원치 않아. 신께서 옳게 돌보시겠지. 신께서 가끔은 정말 끔찍하게 느리긴 하지만. 빌어먹을 정도로 느긋하게 천천히. 그리고 만약 신께서 느려도 너무 느리면, 그분이 관심을 돌려 손보기 전에 여기 있는 누군가에게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그녀는 너무나 조용했다. 멕시코 미망인들처럼 줄곧 접어들던 그런 발악은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눈물이 왈칵 솟구치는데 너무나 갑작스럽고 고요해서 겁부터 더럭 났다. 그저 메이바의 얼굴에, 마치 어떤 의사도 감히 그 이름 붙일 수 없을 병의 증상처럼, 거기 가득 찼다. 만약 저들 고용된 방아쇠들이 어디 근처에 있었다면, 어머니의 목소리 없는 분노의 힘에 선 자리에서 새까맣게 튀겨 버렸을 것이다. 길가에 기름 묻은 재만 남을 뿐이었다.

적어도 노조에서 꽃이라도 보내줄 줄 알았는데.”

안 했어요.” 이건 정말 옹졸하고 몰지각한 무례야, 리프는 생각했다. 다들 엿이나 먹으라고. 그는 어느 순간 우연히 언덕을 올려다보았는데, 톰보이 로드를 따라 모자를 벗고 있는 지미 드롭 갱단 사람들이 틀림없을 이들이 보였다. 어쩌면 잠시 묵념으로 기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을 알다보니 생사보다 훨씬 덜 중요한 무언가를 두고 말다툼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오히려 다행이죠, 우리들만 있고 마을 사람 절반이 가두행진하고 피크닉이니 뭐니 나오는 그런 장례식 전혀 아닌 게 어디에요. 아버지는 지금 그런 건 다 벗어났잖아요. 괜찮으실 거예요. 프랭크랑 내가 그 일 저지른 놈들을 잡을 거예요.” 리프는 자기 목소리가 달랐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좀 더 자신감 있는 목소리. 그의 여동생은, 마치 바퀴가 달린 것처럼, 밤에 아무도 본 적 없는 기술반이 놓은 선로 위의 기차인양, 그냥 이 사이를 부유하듯이 움직이며, 베일 뒤 대리석 가면인 얼굴로, 이제는 평소처럼 잠시라도 믿기는 소리를 해야지눈빛을 그에게 번뜩거렸고, 메이바만 그 자리 없었다면 그는 분명 눈빛에 따져 물고 늘어졌을 것이다. 웹이 살아 있을 때 그녀가 아주 하찮을 정도로 마음을 썼던 게 뻔히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며, 어머니의 슬픔에 휩쓸려 애석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레이크가 실버튼에서, 그것도 영구히 돌아왔고, 리프도 이는 금방 눈치챘다. 그녀는 블레어 거리의 수많은 밑바닥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했을 테지만 이제는 아버지를 기리는 일에만 정성을 다하는 맵시 좋은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 드레스를 입을 일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데 그는 가진 것 모두 내기를 걸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여동생이 빤히 쳐다보는 그를 보았다. “그래도 오빠 둘은 검은 모자를 쓰고 있네.” 그녀가 말했다. “그게 어디야.”

너는 상을 치르고 있어.” 리프가 말했다. “나랑 프랭크는 조 힐(Joe Hill 1879-1915, 노조조직책, 워블리 이데올로그, 살인죄로 누명을 쓰고 처형되었다)이 칭하던 말처럼 체계화할 거야. 처리해야 할 다른 일이 있어. 너랑 킷은 그 일에 끼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야, 너희가 아는 게 적을수록 좋아.”

엄마는 어때? 엄마가 아는 게 적을수록?”

어머니 걱정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아.”

사려 깊네. 혹시 어머니가 아이들이 다 살아있기를 바라실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저 밖에서 말썽을 찾아 다니는 대신에?”

우리는 살아있어.”

어머니가 오빠나 프랭크 오빠를 다시 만나는데 얼마나 걸릴까? 오빠들은 집안의 복수라는 낡은 세계로 떠나, 오빠들을 당연지사로 이제 부추기고 있으니까. 저 바깥 둘 다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는 지역에서 길을 잃었어. 그런 사안어머니에게는 어떨 것 같아? 차라리 둘 다 이미 죽은 게 나을지도 몰라. 빌어먹을 바보들아.”

그는 그 열정적인 말 뒤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 아무도, 아직은.

 

(웹의 총을 다들 물려받으려 하지 않음)

 

노체시타로 돌아와, 텔루라이드에서 웹을 묻고 돌아오는 길에, 훈련 삼아 몇몇 회사 부속 건물 몇 채를 폭파하는데, 장비 창고는 톱밥으로 쇄파되었고, 전력 교차로는 하늘을 푸른 재앙으로 가득 채웠다. 리프는 스트레이가 이상하리만치 평온한 모습을 발견했다. 모르몬교도들과 기독교 신도들은 모두 마을을 떠났고, 아기는 임박했으며, 리프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침묵을 지키고 자신 없이 이뤄지던 일이 이대로 계속되도록 내버려두는 것뿐이라는 깨달을 정도로 충분히 분별력이 있었다.

아기가, 제시라는 아들이 태어나자, 리프는 더블 잭 술집에서 모두에게 술을 한 잔씩 돌렸다. 그리고 누군가, “더 이상 소란은 피워선 안 돼, 리프. 이제부터 조심하면서 살아야지,” 말했고 그는 이어지는 야간 경계를 서며 어느새 다시 그 말을 떠올려 곱씹으며, 과연 그 말이 전적으로 사실인지 궁금해했다.

조심한다고? 어느 정도는 말이 되었다. 아마 여기 위 오지보다 덴버 같은 곳에서 더 말이 되겠지. 여기서는 죽어라 조심하고 신중을 기하더라도 총에 맞아 죽을 테니까. 조심한다고 해서 당신 목숨으로 점지된 단 1분도 더 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조합에 들어있는 한 어차피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고, 너른 세상 밖으로 나가서 꼭 돌봐야 할 더 다양한 의무가 있었다.

웹은 겉보기와는 영 달랐다. 그랬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리프는 웹이 했던 것처럼 아내와 자식들이 딸린 존경받는 일반적인 일손의 겉모습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스트레이에게 솔직하게 다 털어놓거나, 예전처럼 떠돌이 도박꾼으로 바쁜 척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래야 며칠씩 사라져도 그녀가 도처에 되는대로 돌며 도박이나 하고 돌아다니고 심각할 일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냥 접고 손 놓을 수 없는 그런 경우였다. 운명의 탁자 너머, 신은 코를 파고 있고, 귀를 긁적이며, 쥐고 있는 헤픈 패로 낌새를 계속 피우고 있었다. 뭔가 중요한 의미가 있어야 한다, 틀린 추측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하지만 리프는 자신의 길을 찾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대충 서툴러도 한 번에 한 걸음씩, 리프는 어떻게든 진지하게 천천히 그 길을 찾아 접어들 것이다. 왜 아버지의 목숨이 앗겼는지, 왜 소유주들은 목숨 부지하는 일을 용납하지 않았는지, 저기 위에서, 금이라는 명목하에 범죄로 써레질을 당하고 쿠르덜레느와 크리플과 텔루라이드에서 온 불안한 영혼에 휩쓸려버린 곳이 아니라, 여기 빗속 눈뜰 수 없이 강한 북풍과 번개가 치는 산 표면으로 밀려들어, 쓸쓸하게 바라보러 온, 이용당하고 위험에 처하고 추방당하는 모든 이들, 웹의 죽은 이들, 웹의 사상자, 웹 자신의 패배자, 그는 결코 버릴 수 없었을 이들이

그리고 웹의 유령은, 그 사이 웹의 바쁜 유령은 일이 분망히 계속 진행 되도록 하기 위해 모든 일을 다하며 동분서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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