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짓, 헛짓/부정기화물선의 마지막 기항6 부정기화물선의 마지막 기항 p328-335 그들은 거의 이틀 동안 고질적인 이탈리아 파업으로 반쯤 마비된 역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리고 여러 기차를 갈아탄 끝에 폴라에 밤에 도착했다. 바슈르와 가비에로는 배에서 자고 싶어 해서 부두로 갔다. 선장은 해안가 호텔에 머물고자 했다. 또한 그들이 알시온 호의 선장과 다른 사람 없이 먼저 말을 나누길 바란다는 인상을 받았다. 존은 침대에 죽은 듯이 곯아떨어져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잠을 잤다. 창문을 열었을 때 그는 자신의 방이 부두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길만 건너면 바로 부두에 닿았다. 항구에는 배들이 물건을 싣고 내리고 있었지만, 그 중 어느 것도 곧 부분적이나마 그의 배가 될지도 모를 특징을 지닌 배는 없는 것 같았다. 배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수리를 위해 조선소에 있다는 말이 기.. 2024. 10. 26. 부정기화물선 p315~321 Burma mandalay 그렇게 부정기화물선과의 만남은 끝이 났다. 그 기억은 내 존재의 가장 무기물적이고 고집스러운 본질과 마구 뒤섞인 강박적인 이미지들의 간결한 컬렉션을 형성하게 되었다. 꿈에 나타나는 빈도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잘 알았다. 깨어 있는 시간에는 특정 상황, 현실의 어떤 흔치 않은 배치가 그 출현과 닮은 구석이 있을 때마다 배가 떠오르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미지가 숨어다니는 구석이 더 깊어지고, 더 은밀해져, 출현도 덜해졌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잊어간다. 아무리 우리에게 두텁고 살가웠더라도 우리 일들이란 게 위태로운 현재가 끊임없이 모방적으로 기만적으로 작용하여 낯설어진다. 이러한 이미지 중 하나가 굳건히 살아 버티겠다는 온통 악착.. 2024. 10. 16. 부정기화물선의 마지막 기항 309-315 코스타리카를 방문하고 니코야 만에서 소풍을 다녀온 지 몇 달 후, 파나마시티에서 나는 카예 교수회에서 내 시에 대해 강연해 달라고 초청을 받아 푸에르토리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는 새벽에 출발했다. 공중에서 30분 지낸 후에 “환기 시스템의 사소한 오작동을 점검하기 위해” 비행기는 타고파나마 시티로 돌아와야 했다. 사실 엔진 하나가 고장 났고 다른 하나는 너무 무리를 받아 몹시 덜커덩거리던 가련한 737이 한시라도 더 이상 지탱할 수 있으리라는 가망이 없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우리는 길게 두 시간 동안 정비사들이, 걸신들린 개미처럼 앞서 말한 터빈에서 부품을 빼냈다가 다시 끼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확성기를 통해 사소한 오작동이 정상화되었으며 (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의심이 가는 이런 식의 언어를 즉.. 2024. 10. 12. 부정기 화물선의 마지막 귀향 p302-8 인생은 종종 그 결산 보고를 하는데, 이런 설명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들은 우리가 꿈과 환상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우리의 운명이 참말로 존재하는 따뜻하고 평범한 시간의 연속으로 돌아갈 길을 못 찾는 법이 없도록 우리에게 제시된 일종의 청구서이다. 나는 이 교훈을 배운 게 핀란드에 다녀온 지, 그리고 그곳에서 가졌던 만남, 끈질기게 반복되는 악몽의 일부가 된 만남 이후 1년이 조금 지난 뒤였다. 나는 토론토에서 온 어느 기술자 대표단의 언론 고문으로 코스타리카에 머물고 있었다. 기술단은 어느 항구로 내륙으로 가는지 나로서는 기억 안 나는 송유관 건설을 점검하고 있었다. 산호세에서 만나 친해졌던 두 명의 친구가 평판이 수상쩍은 카바레들을 떠돌며 시끌벅쩍 요란하게 술을 마시던 중 푼타레나스 시 니코야.. 2024. 10. 8. 부정기 화물선의 마지막 기항 p298~302 나는 다양한 석유 회사들 사내 출판물 임원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헬싱키에 가야 했다. 사실이지 정말 마지못해 가는 길이었다. 11월 말이었고 핀란드 수도의 일기 예보는 다소 암울했지만 시벨리우스 음악에 대한 흠모와 완전 잊혀진 노벨문학상 수상자 프란스 에밀 실란푀에의 잊을 수 없는 몇 페이지 작품에 대한 감탄은 핀란드 방문에 흥미를 돋우기에 넉넉했다. 또한 안개가 끼지 않는 날에는 에스트뇌스 반도의 맨 끄트머리에서 금빛 돔형 교회와 멋진 건물들로 이뤄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눈부신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런 것들이 내가 경험한 겨울과는 생판 다른 끔찍한 겨울을 마주할 충분한 이유거리가 되었다. 실제로 영하 40도의 헬싱키는 범접할 수 없는 투명한 수정 속에 얼어붙은 것 같았다. 건물의 벽.. 2024. 10. 1.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 먼저 읽고- 아쉬운 마음에 부정기화물선 마지막 기항부터 해볼까 생각 중, 스페인어는 잘 몰라 영어-스페인어 참조 예정. 마크롤 가비에로 모험만 읽어도 되지만 뒤에만 읽을 수 없으니 일독을 먼저 권함. 2024. 9.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