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거의 이틀 동안 고질적인 이탈리아 파업으로 반쯤 마비된 역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리고 여러 기차를 갈아탄 끝에 폴라에 밤에 도착했다. 바슈르와 가비에로는 배에서 자고 싶어 해서 부두로 갔다. 선장은 해안가 호텔에 머물고자 했다. 또한 그들이 알시온 호의 선장과 다른 사람 없이 먼저 말을 나누길 바란다는 인상을 받았다. 존은 침대에 죽은 듯이 곯아떨어져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잠을 잤다. 창문을 열었을 때 그는 자신의 방이 부두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길만 건너면 바로 부두에 닿았다. 항구에는 배들이 물건을 싣고 내리고 있었지만, 그 중 어느 것도 곧 부분적이나마 그의 배가 될지도 모를 특징을 지닌 배는 없는 것 같았다. 배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수리를 위해 조선소에 있다는 말이 기억났다. 그가 내려가자, 바슈르와 그의 친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 입구 앞을 천천히 왔다 갔다 하며 여행 목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대화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화물선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두운 일에 연루되어 있구나. 절대 저들을 적으로 삼고 싶지 않네.” 생각했다.
그들은 그를 아주 다정하게 맞이했고 세 사람은 부두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투리는 자신의 방 창문에서 화물선이 보이지 않더라고 언급했다. “티플리스로 향하는 스웨덴 유람선 뒤에 있습니다.” 가비에로가 설명하는데 바스크인에게 그 말이 약간 빈정대는 기미가 느껴졌다. 그들은 계속 걸었고, 실제로 흠잡을 데 없이 하얀 대형 여객선 다른 편으로 알시온 호가 부두에서 지친 듯한 태도로 기대어 쉬고 있었다. 빠르게 단장을 시켰지만 지구상에서 아주 혹독한 기후와 위도를 통과하며 오래 떠돈 흔적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이투리는 오랜 역사와 상당한 자명한 상처를 가진 온갖 종류의 배에 익숙했지만, 초라하게 망가진 모습이 이보다 측은지심 처량한 배는 없었다. 그는 심장이 덜컹 주저앉았다. 가상의 화물을 찾아 이 항구에서 저 항구로 이 폐물을 타고 항해하면 자신은 무슨 일에 휘말려 들는지? 바스크 종족은 일찍이 침묵을 헤아릴 수 없는 강철 같은 무기로 삼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남자를 따라 배에 올랐고, 한편 두 사람은 다소 의뭉스러운 태도로 앞서 나눴던 대화를 이어갔다. 그들은 선장의 숙소로 추정되는 곳으로 걸어갔다. 선실은 막 페인트칠을 했고, 황동은 흡족할 정도로 구석구석 닦여 있었다. 그러나 간이 침대와 작은 탁자(한쪽 끝에는 경첩이 두 개 달려있어 공간이 필요하면 벽에 납작하게 올릴 수 있었다), 무거운 마호가니 의자 한 쌍은 가릴려야 가릴 수 없을 만큼 낡았고 고칠 수 없이 많이 닳아 거의 박물관에나 어울릴 정도였다. 1차 대전 이전에 건조된 것이 분명했다. 바슈르는 간이침대 위 벽에 딸린 작은 서랍장에서 누렇게 변색된 서류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배의 설계도였다. 그는 도면 위에 몸을 숙이고 여동생 추정 파트너에게 배의 특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내려가서 엔진실, 화물칸 등 당신이 보고 싶은 모든 것을 두루 살펴볼 겁니다. 절대 성급한 결정은 내리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요. 이 배가 사실이지 낙관적인 희망을 일깨우지 않는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겉모습이 다가 아니고, 당신 짐작보다 훨씬 튼튼합니다.” ‘레반트인 농짓거리와 진실이 공히 반반이다, 생각하며 그는 설계도 살피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던 중 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에 갑자기 반쯤 어둑한 기운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 출입구에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고 멍하니 말문이 막혔다. 그가 본 것을 말로 표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비에로의 눈에서 사악한 빛이, 무례하면서도 동시에 자애롭게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뜻으로 번뜩였다.
바슈르의 여동생 와르다가 이들을 하나씩 차례로 관찰했다. 시선은 선장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압둘에게 멈춰있었다. “그녀는 절대적인 미의 현현이었습니다,-그날 밤 큰 강에서 이투리가 한 말을 그대로 재구성하려고 하고 있다- 키가 크고 완벽하게 조화로운 얼굴에 동쪽 지중해의 이목구비가 거의 그리스인처럼 아취를 갖췄어요. 그녀의 크고 검은 눈은 서두르지 않는 지적인 눈빛을 지녔는데, 재촉이나 허식적인 감정 표현은 상상할 수도 없는 무질서인양 차분했죠. 그녀의 청흑색 머리카락은 숱이 많아 꿀처럼 걸쭉하고 아테네 박물관의 코로스(청년 조상)처럼 곧게 어깨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녀의 탄탄한 엉덩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휘어져 길고 다소 풍만한 다리로 이어져, 역시 바티칸 박물관의 비너스 조각상과 어딘가 비슷하였으며, 곧추세운 몸매가 어린 티를 싹 잠재우는 확실한 여성미를 선보였습니다. 크고 단단한 가슴은 엉덩이의 효과를 완전히 채우며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그녀는 어깨에 파란색 알파카 재킷을 걸치고 연한 담배색 주름치마를 입었습니다. 클래식 컷 실크 블라우스와 녹색, 빨간색, 진갈색의 다이아몬드 무늬 실크 스카프를 목에 둘러 단순히 늘어뜨린 옷차림은 유럽풍 면모를 보탰죠. 더 솔직히 말하면 일부러 서양풍으로 꾸민 듯 했습니다. 입술은 약간 튀어나왔지만 완벽한 모양새였고, 짙지만 얼굴의 조화를 해치지 않는 검은 눈썹을 들어 올리자 입술이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그녀는 프랑스어로 아랍 억양을 숨기지 않고 인사를 했는데, 그런 게 특히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단했고, 낮은 음역에서는 약간 쉰 목소리가 나는데 본의 아니긴 하지만 때때로 당혹감에 어쩔 줄 모를 정도로 관능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어떤 가족적인 외양은 완전 배제한 일상적인 평범한 분위기로 오라비의 뺨에 키스했고, 우리 각자에게 굳은 악수를 건네는데, 개인적 감정없이 그래도 분명히 거리를 두려는 듯 팔을 다소 뻣뻣하게 뻗었습니다.” 두말없이 이 묘사에 나오는 박물관에 빗댄 언급 일부는 내가 직접 넣은 것임을 독자들에게 경고하는 일은 불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투리는 “로마에 있는 여인들의 조상”이나 “아테네에 있다던 코우로스들”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 그런 다음 그는 배의 구석구석을 둘러본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와르다가 엔진이며, 화물칸의 용량, 기중기의 작동에 대해 상당히 권위 있는 지식을 내보이더란 말을 했다. 남자들과 복도를 걸을 때 단호하고 결단력 있는 꾸준한 걸음걸이였지만 결코 운동선수에 비견할 특징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이투리는 “그녀는 100프로 레반트인이었고, 그녀는 서구의 생활과 스타일을 기꺼이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 민족의 명백하고 본질적인 특징을 바꾸지는 않았습니다,”라고 이투리는 설명했다. “실제로 그녀를 알아가다 보면 사람들은 그녀는 그저 아랍인의 피에 만족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를 자랑스럽게 여겼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계속하러 선실로 돌아왔고, 와르다는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 로비로 가자고 제안했다. “거기가 더 편할 거고 마실 것도 있을 거예요. 아니면 선장님 여기 따로 더 보고 싶으신 게 있는지요?” 존의 머리에 “여기에는 당신 말고는 볼 게 없네요.” 같은 어린 학생이나 할 법한 치근덕거리는 언사를 날리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찰나의 유혹이었기에 즉시 억누르고 말았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아닙니다. 충분히 봤습니다. 이제 그만 가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는 솔직담백하고 본데있는 바스크인의 완벽한 매너로 몸을 사리며, 대답했다. 그때 그는 와르다가 때때로 호기심이 없지만은 않은 관심을 두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히 자신의 미래에 실질적 해법에 상당 부분이 달려있는 이 남자의 전문적 능력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녀가 복도를 걸어갈 수 있도록 그가 옆으로 비켜서자 와르다는 미소를 짓으며, 크고 고른, 거의 대리석처럼 새하얀 치아가 드러내고 흘깃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피부는 올리브빛이 감돌았는데, 분명 의도했을 테지만, 옷 색깔로 인한 효과였다. “그건 인정의 미소였습니다. 그리고 선원으로서의 기술뿐만 아니라 더 개인적인 무언가에 대한 수락, 동의하는 미소요,”하고 존은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제 외모와 행동의 일부 외적인 특징에 대한 만족감을 보여주는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탄탄한 지성, 그리고 그녀 민족 나름의 가족적, 세속적인 토템에 묶인 모든 연을 끊으려는 그녀의 의지가 보여주는 강인한 개성, 이런 조합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와르다가 머물고 있던 폴라의 작지만 우아한 호텔 로비에서 우리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녀와 오빠는 과일 주스를 주문했는데, 독실한 무슬림은 아니지만 코란의 특정 율법을 가끔씩 존중하는 것처럼, 저는 압둘이 우리와 동참해 알코올 종류로 마시고 싶은 것 같았지만 여동생이 함께 있어서 자제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비에로는 진과 얼음을 넣은 캄파리를 주문했고, 저도 정오 전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원칙을 잊은 채 같은 술을 주문했습니다. 이런 일이라나 다른 매우 명백한 징조들이 제 안에 무언가가 영원히 변하고 있다는 첫 조짐이었고, 그 변화의 뿌리가 와르다의 존재에 있었죠. 다른 징후는 바슈르 가족과의 협약 조건들에, 진지한 사전 협상 없이 무분별하게 수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계약서의 모든 조항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오로지 또렷이 기억에 박혀 있는 거라곤 선박의 상업적 운영과 관련해 압둘의 여동생이 많지는 않으나 최종 개입하던 일입니다. ‘어떤 종류라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화물은 선장님이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보험 회사나 세관 직원과는 아주 작은 언쟁이라도 피해야 합니다.’ 선언하며 그녀는 한편으로 가비에로와 그녀의 오빠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둘은 그런 종류의 밀거래 수송의 전문가들이 틀림없겠지만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만 지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똑같이 위압적인 태도로 와르다가 내세운 또 다른 조건은 제가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당신도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배의 상업적 운항 경영을 감독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선장님, 일정에 대해 제게 언질을 주시면 우리가 어느 항구에서 만날지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분명한 점은, 유지보수, 고용, 알시온 호의 항해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있어서는 완전한 자유와 절대적인 자치권이 주어집니다.’”
이투리는 일련의 회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지속적인 설명을 할 책무도 떠맡는다는 점을 고려하지도 않고 즉시 동의했다. 그들은 또한 합의서의 공증 규정화와 항구 사무소에 관련 서류 등록은 가능한 한 빨리 폴라에서 완료하기로 결정했다. 와르다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 인사를 했다. 그녀는 비엔나에서 밤새 가증스러운 기차를 타고 달려와서 잠시 쉬고 싶다고 했다. 이투리와 악수를 하며 그녀는 웃지만 동시에 진지하게 말했다. “알시온 호에 훌륭한 선장님을 모시게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아무런 문제도 주지 않을 파트너이고. 혹시 어머니나 아버지 중에 한 분이 영국이신가요?” “아니요.” 그는 질문의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어 하며 대답했다. “제 조상들은 모두 바스크인이고 수세기 동안 같은 지역에서 살았어요. 제 이름 때문에 물으신 거면 그저 우연일 뿐입니다. 존은 이냐키 만큼이나 흔한 바스크 이름입니다. 이름에 영국이름처럼 h가 없어요.” “그렇군요,” 그녀가 말했다. “그 점 명심하겠습니다. 이름에 h를 넣는 철자 실수를 할 뻔했습니다.” 존은 상관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세 사람은 조금 더 남아 계약서의 세부 사항을 다듬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항구 선술집에서 식사를 하러 갔다. 대화는 바다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가비에로가 하는 말이 그 대부분이었는데, 그 분야에 대한 그의 경험이 무궁무진해 보였다. “바슈르 동료의 첫인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라고 바스크인은 설명했다. “저는 처음 시선에 제 자신의 지역적, 국가적 편견 때문에 이 사람의 풍부한 경험과 복잡하고 따뜻한 인간성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사람 이름의 정확한 발음을 알지 못해서인지, 그 사람 국적을 전혀 알지 못했고, 막연하게 이름이 스코틀랜드 사람인가 들리기도 했고, 터키인이나 이란인일 수도 있다고 여겼는데, 나중에 그가 키프로스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하지만 그게 아무 의미가 없는 게, 그가 그 진위를 너무 믿지 말라고 넌지시 일러주더군요.”
바슈르와 그의 친구는 다음 날 앤트워프로 돌아갔다. 와르다는 자신과 존이 같이 서명해야 할 서류가 준비되는 대로 비엔나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바슈르가 떠난 다음 날 마무리되었다. 이투리는 짐을 챙겨서 배에 올라 학교 학생처럼 꼼꼼하게 선실에 짐을 정리했다. 그는 언제일지 모를 기간 동안 하지만 계약에 따라 최소 2년 이상 그곳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그는 항만 사무소에서 추천받은 정비공 네 명과 갑판장 한 명을 만난 다음 부두로 향하는 큰 출입문에 붙어 있는 구인 가능 선원 명단에서 나머지 선원들을 찾아 나섰다. 그는 그 중 한 명을 살펴보던 중 거의 귀에 대고 말하는 와르다 바슈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전 그 명단을 믿지 않아요. 하지만 선장님께 달린 일이죠. 제가 너무 의심이 많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ㄹ려 그녀를 보았고, 옷을 바꿔 입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그녀의 아름다움에 할 말을 잃고 있는 자신이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다양한 파스텔 톤의 커다란 꽃무늬가 수놓인 심플한 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똑같은 원모 재킷이 그녀의 어깨에 걸쳐져 있었다. “비엔나에 계신 줄 알았습니다.” 뭐라고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한 말이었다. “하지만 파트너에게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날 사람으로 저를 보셨나 봅니다. 게다가 아직 의논할 문제가 남아있어요. 오늘 저녁에 바쁘신가요?” 와르다가 물었다. “아뇨, 한가합니다. 어디서 저녁 드시고 싶으신가요?” 그는 그녀와 단둘이 저녁을 먹을 수 있으리란 가능성에 흥분과 호기심을 느끼며 대답했다. “프루티 디 마레 (해물) 파스타를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전 좀 질렸어요. 선장님 묵고 계신 호텔 바로 뒤편 거리에 유고슬라비아식 선술집이 있어요. 8시에 거기서 만나는 건 어떠세요?” 그는 미처 자제를 못하고 호텔로 그녀를 데리러 가겠다고 제안했다. “당신은 정말 친절하지만 저는 혼자서도 아주 잘 하고, 중심가에서 윈도우 쇼핑을 좋아해요. 남자들은 그런 일은 꽤 짜증을 내죠.” 와르다의 말에는 늘 정중하게 화답하라는 일종의 은근한 권유가 담겨 있었다. 아니 이투리에게는 그렇게 느껴졌고, 지루하기는커녕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말을 하려다가,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분별력 있는 직감으로 그런 유혹에서 벗어났다. 그녀가 그나, 그리고 압둘과 그의 친구에게 말하는 방식에는 침착한 평정, 가볍게 권위적인 어조가 있었고. 많은 여성들이 갖고 놀기 좋아하는 손쉬운 구애나 희롱의 행동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존은 정해진 시간에 거기 가겠노라는 확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고 그녀는 평소처럼 굳은 악수를 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명단을 검토하려던 마음이 사라졌고, 대신 배로 가서 사나운 눈빛이지만 온화한 성품과 완전히 신뢰감을 불러일으키던 느린 스타일을 가진 알제리인 갑판장에게 나머지 선원들의 계약을 맡아달라는 책무를 넘겼다. 적어도 첫 항해에 필요한 선원들만이라도. 그는 먼저 함부르크에 가고 싶었다. 거긴 커피 사업에 몸담은 몇몇 친구들이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발트해 항구로 가는 화물을 줄 수도 있었다.
그가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그녀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호텔에서 걸어오는 길에 보아하니 창문에 별로 흥미로운 게 없더라고, 약간 비꼬듯이 말했다. “흥미롭지 않죠. 그런 종류로 아무 것도. 여긴 아무것도 없어요. 죽은 도시에요. 아무 생각 없는 여름 휴양객들에게만 좋죠. 저에게 이런 곳은 우울하기만 해요.” 이투리는 바수르 가족에게 막내 여동생 을 키우는 일이 한두 번 골칫거리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음식은 훌륭했지만 더 좋은 건, 와인이었다. 약간 향신료 냄새가 깃든 보스니아 화이트와인이었는데 확연히 자연스러운 과일 향이 났다. 그들은 함부르크와 앞으로의 프로젝트, 그리고 나중에 어떻게 연락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마르세유에 있는 우체국 사서함 번호를 알려줄 것이며, 그러면 그의 편지는 어디에 있든 그녀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녀가 여행을 많이 다닐 계획인지 물었다. “우편물 때문에 묻는 거예요.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는 설명했다. “다른 이유가 있을 리가 있나요?” 그녀는 친근하지만 도전적인 어조로 물었다. “호기심, 지극히 단순한 호기심에서, 남자는 여자보다 훨씬 더 호기심이 많은 편이죠. 우리는 호기심 위장하는 데 더 능숙할 뿐.” 그는 동일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녀는 사실 그와 비슷하게 관련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저는 언니들과 오빠들의 통제 아래 살아왔는데 하지만 무슬림 가정에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엄격하지 않았어요. 언니들이 일을 맡아 꾸려왔는데, 아주 성실하고 공들여 일을 했어요. 제가 미성년자였을 때는 어느 정도 납득가는 일이었지만, 하지만 이제 스물네 살이 되고 보니 참을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일이더군요. 제 언니 둘 다 모두 결혼한, 전형적이고 순종적인 아내로 남편의 사업에 관심 있는 척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 대소사를 챙깁니다. 언니들은 항상 저도 그렇게 하길 바랐어요. 이상한 점은 저는 반항적인 사람이 아니며 반항적인 적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언니들이 사는 삶과 비슷한 삶을 살기를 원하기는 하지만, 제가 선택한 삶은, 제 취향과 선호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그 틀이 아직 확연히 또렷하지는 않지만 파리에서 한동안 살다가 런던이나 뉴욕에서 살아보면 곤고히 정리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저는 독서광이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벽에 걸 수 있는 그림을요. 저는 직선 하나도 제대로 그을 수 없어요. 그래서 선장님이 어떤 상황에서도 저와 연락을 닿기 위해 제 가족에게 연락하지 마시고, 혹시라도 가족과 마주치는 일이 있더라도 제 소재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리는 이유입니다. 저는 숨길 게 아무것도 없는데 조금이라도 비집고 들어올 틈을 보이면 들이닥쳐서 제 마음대로 하도록 두지 않을 겁니다. 제가 반항심에 가득 사로잡힌 어린 소녀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상당히 차분한 사람이고 과도한 일이나, 과장, 거창한 표현들은 귀찮고 짜증 납니다. 그리고 저는 뭐든 영구적이다 라는 생각에 잡고 늘어지지도 않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죠. 제 짧은 인생이라도 그런 점을 확인하기에 충분했죠. 제가 이런 개인적인 일에 집착하고 고심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제 가족들을 잘 알고 있고, 적어도 지금 당분간은, 아주 우쭐해서 제가 칭하는 것처럼, 제 삶을 시험하고 형성하는 시기인 만큼 누구든 제 삶에 간섭하지 않기를 원합니다.” 물론 이투리는 그녀의 독립을 지켜줄 것이라며 굳건한 믿음을 심어주었고, 더 나아가 그녀의 계획이 아주 분별 넘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녀와 같은 사람에게는 이 유럽 실험의 결과가 매우 견고하고 긍정적일 것이고 확신하며, 그녀의 많은 생각과 관습에 급진적인 변화를 틀림없이 초래하리라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그렇게나 급진적일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지금 자신의 삶을 이루는 많은 부분들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말하자면 저는 보수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내가 무엇을 따르게 될지 다른 사람들과 상의하거나 그들의 승인을 기다리지 않고 제가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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