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투리가 강한 호기심으로 나를 쳐다보며서 말했다.
“나로서는 수수께끼의 고리가 이렇게 마무리되나 솔깃합니다. 나로서는 필요 이상으로 늘 마음이 쓰이고 제 꿈은 물론이고 깨어 있는 시간도 상당 부분을 파고들던 아리송한 일이라.” 내가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이해가 안 돼요.” 이투리는 회색 눈 위로 눈썹을 모았다.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경계하고 불안해하는 고양잇과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그에게 다소 허겁지겁 알시온과의 만남과 그런 만남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배가 일깨워준 열렬한 연대의식, 그리고 오리노코 강 하구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이야기를 요약해서 들려주었다. 이투리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따로 덧붙이고 싶지 않았다. 우리 각자는 제 나름 최근의 우리의 유대 요소들과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우연이 작동하도록 잠을 깬 어지러운 유령들의 퍼레이드들을 다시 정리해야 했다. 그날 밤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거라고 짐작하던 차에, 그가 낮은 목소리로 하는 말을 들었다, “안조아테귀Anzoategui. 그 해안경비대 쾌속선 이름이 안조아테귀였어요. 세상에! 삶이 따라가는 그 길들이란!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다 제어한다 생각하죠. 참말 순진한 생각입니다. 우리는를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고만 있는데. 어쨌건 그건 문제되지 않아요.” 체념에 따른 동조가 케베도(17세기 작가)처럼 고귀하게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그는 마치 이 모든 문제를, 평범한 일상사로 치부하려는 듯이, 그리하여 좀 더 견디기 쉽도록 하려는 듯이, 태평하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오랜 세월 선미에 제대로 된 제 이름조차 안 달고 있던 가련한 부정기 증기화물선이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당신에게도 친숙하고 살가운 그리고 강박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거로군요. 다만 제 경우에는 그 때문에 제 인생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죠. 제가 원했던 인생이 그랬다는 뜻입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삶은 제 몸만 있으면 돼요. 모든 것을 잃은 것이 아닙니다. 죽음과 내기 도박을 벌이는 고난의 가치 그 하나만 잃은 것이죠.”
그의 말에 황량함, 피폐한 거리감이 느껴져서 나는 무해하지 않은 말로 거들어 그를 위로하려고 했다. 나름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유목민 같은 삶, 도돌이 같은 삶을 선택한 우리 거의 모든 이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는 식탁에서 다만 어린 나이 탓으로 용서되는 말을 한 아이를 바라보듯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요.” 그는 내 말을 바로잡았다. “그게 아니에요. 모든 것이 고칠 도리 없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종류의 침몰에 대해 하는 말입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하지만 기억은 쉴새 없이 자아내는 물레처럼 우리의 잃어버린 왕국을 상기시킵니다. 당신이 알시온의 운명과 매우 가까웠고 아주 깊이 연결되었던 만큼 나머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고 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며칠 내 밤 중으로 다 전해 드릴게요. 지금은 그럴 수 없습니다. 단순한 예인선에서 정황상 만남 이상으로 갑작스레 우리를 더 가까이 묶어주는 이런 우연의 작동에 조금 적응해야 해서요. 우리가 훨씬 더 오랜 시간, 훨씬 더 먼 거리를 함께 해왔다니.”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당장은 덧붙일 말이 없었다. 그는 내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말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우리가 누워 쉬고 있던 함교 지붕 위로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고도 한참 후에 우리는 남다른 억양이 감지되는 잘 자라는, 취침 인사를 교환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최근의 형제애적 결탁과 이해가 든 억양, 우리 방랑벽 여행에 새롭고 다른 단계의 시작을 감지할 수 있는 억양이었다.
그날 밤 나는 트램증기선에 대해 다시 꿈을 꾸었다. 어지럽고 무질서한 에피소드들 속에서, 노후한 배가 해독할 수 없는 신호들로 존재를 해명을 하는데 막연한 불안감과 내가 이름을 댈 수 없는 뭔가 귀먹먹한 죄책감이 가득 차올랐다. 새벽녘, 현창의 얇은 커튼 사이로 첫 햇살이 내 얼굴을 비추자, 마른 피 색깔에 가까운 주홍색 선체, 모든 객실과 장교 갑판, 함교까지 죽 파란색 줄무늬가 선명한 크림색 갑판, 선명하고 눈부신 페인트로 새로이 칠한 알시온이 눈앞에 나타났다. 굴뚝도 같은 줄무늬가 있는 크림색이었다. “누가 배를 이런 식으로 칠해? 말도 안 된다.” 나는 잠깐 동안 이렇게 생각하다 잠에서 완전히 깨었다. 그때 예인선이 강변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짚을 엮거나 양철로 지붕을 얹은 건물 몇 채가 모여있는 작은 정착촌에 정박했다. 특히나 열악하고 곤궁한 곳이었다. 막사로 보이는 곳에서 삼색 깃발이 나른하게 흐느적거리고 있어서, 타들어가는 더위가 더욱 확연하게 느껴졌다. 회색으로 칠한 해군 보병대 소속 카탈리나 비행기 두 대가 허름한 나무 부두 끝에 묶여 있었다. “여기가 라 플라타입니다.” 마침 내 방 앞을 지나가던 예인선 도선사가 설명했다. “이곳은 오랫동안 저 위 황무지에 사는 사람들과 싸우느라 고생이 말이 아닙니다. 디젤 연료 바지선을 배달하고 최대한 빨리 떠날 겁니다.” 당시에는 마을 이름과 도선사의 설명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나는 몸을 씻고 후에 바스크 뱃사람과 더불어 아침 식사를 하려고 선실로 돌아왔다. 그는 나란히 붙은 옆 선실에서 목욕을 하는데 철벅이는 요란한 물소리가 마치 그가 샤워하면서 체조라고 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특히 그런 사소한 점들이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 마치 가족처럼, 근거리에서, 유달리 열정적으로 물보라를 튀기는 소리를 듣자니, 브뤼셀의 기숙학교에서 아침 샤워를 할 때가 떠올랐다. 해독할 수 없는 과도한 운명이 개입할 때 종국에 단단히 묶는 미진한 매듭!
우리 둘 다 차와 버터 토스트만 먹었기 때문에 검소한 만큼이나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는 항구, 비행기, 강에 퍼져나가는 끊임없는 폭력 같은 무의미한 것들로 이야기를 나눴다. 요컨대, 우리 삶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고, 우리 각자의 방식으로 삶이 다른 지평선, 다른 기후, 다른 사람들을 향하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어떤 것들에? 우리 둘 다 확실한 대답은 할 수 없었다.
그후 며칠 후 우리는 강의 마지막 구간으로 들어섰다. 여기 강물은 광활한 습지, 맹그로브 늪, 거의 일 년 내내 침수되는 육지 위로 퍼져나갔다. 강바닥이 원래 수로는 파악하기 어렵고, 강 하류에서 바다로 배를 조종해 가는 남자들은 대부분 아버지 대에서 배워, 수십 년간 오랜 경험에도 엄청 조심스럽게 배를 몰았고 때로는 밤을 넘기기 위해 배를 멈추기도 했다. 맹그로브 늪과 석호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거의 확실히 배를 잃을 것이라는 의미이고 승객과 선원들에게 큰 위험을 안겼다. 내리쬐는 태양이 끝없이 펼쳐진 강물 표면을 아른거려 조종사의 눈이 멀었고, 볕에 타거나 벌레에 물어뜯긴 배의 선원들이 잡아먹혀 허기와 갈증으로 죽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게다가 석유 제품을 실은 바지선 10척과 빈 바지선 두서너 척까지 안전하게 항구로 몰고 가야 한다면 어려움은 한층 더 커진다. 밤에는, 확실하지 않는 주요 하상의 강기슭에 정박하는 일이 석유 회사에 고용된 예인선 선장들에게 불가침의 규칙이다.
삼각주에 가까워질수록 열기는 점점 더 심해졌다. 승무원들은 우리들 의자가 놓여있던 함교 지붕 위에 사막의 천막처럼 생긴 거대한 모기장을 펼쳤다. 밤새 엔진이 멈춰 에어컨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실에서 잠을 자는 것은 생각도 못 할 일이라는 것을 승무원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우리는 선상 생활의 체계를 바꿔, 예인선이 움직이는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작은 갑판에 앉아 새벽을 기다리며 모기를 피했다.
그 끝없는 밤 동안 이투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알시온 호의 삶에서 몇몇 중요한 순간을 목격했다는, 그와 같은 이유로, 알시온 호의 선장으로서 그가 허심탄회 털어놓는 이야기의 들을 충분한 자격을 부여받았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나중에 좋으시다면 누구든 다시 들려주셔도 됩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크게 염려되지 않습니다. 존 이투리는 정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 그의 이름을 달고 세상을 떠도는 그림자에는 그 어떤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그는 아무 슬픔도 없이, 적어도 패잔군의 암묵적인 수긍조차 없이 이를 전해 주었다. 마치 교실에서 화학처리 공정을 설명하는 것처럼 무감각했다. 그는 이어지는 며칠 밤 동안 말을 했고, 가끔 나는 장소를 특정하거나 서로의 기억을 보강하고 더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만 끼어들었다. 그는 여담으로 빠져들거나 자세한 설명으로 새지는 않았지만 종종 긴 침묵에 잠기는지라, 나는 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매우 조심했다. 그런 순간은 그가 다시 심해로 잠수해 들어가기 전에 수면 위로 올라오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 이야기는 뭐든 선장의 삶을 가볍게 다룬 수많은 대중적인 일화를 하나 더 보태는 일에 불과할지 모르나, 진짜 그 시작부터 이야기를 들을 가치가 있다. 운명은 사건의 시작부터 실타래를 짜기 시작했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
앤트워프에서 이투리와 함께 저녁을 먹었던 레바논인과 그의 동료가 사흘 후 그의 호텔로 찾아왔다. 베이루트의 선주는 서두르지 않는 느긋한 태도, 정중하지만 절대 입 발리지 않은 말투로 그에게 사업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스크인에게 매우 호의적인 인상을 받아, 무람없이 선장으로서 그의 경력에 대해 몇 군데 문의를 해봤고, 호의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사람은 그가 제안하고자 하는 일에 직접 관련되지는 않았지만 가족같은 존재였고 그가 장차 입에 올릴 사업과 관련하여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도 있는 이었다. 오늘 중에 세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을지? 그는 약간의 불안감이 없지는 않았으나, 동의했다. 이야기 이 지점에서 바스크인은 두 사람의 성격을 되풀이해서 들려주었다. 레바논인의 이름은 압둘 바수르였고 앤트워프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항구에서도 사업상에서, 세관, 은행계에서 좋은 평판을 누리고 있었다. 사실, 그는 독특한 관심사와 활동 범위를 가지고 있었고, 이 일들이 다 선주라는 기본적인 직업만큼 투명하거나, 명확하게, 확립된 일은 아니었다. 레바논 사람이건, 시리아, 튀니지이건 등 레반트인에게 정상적인 일이었다. 이투리는 그런 성격적 특성들에 익숙했고, 그들에게 놀라거나 불쾌해 하지 않았다. 이름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가비에로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다른 남자는 바슈르가 무한한 신뢰로 친근하게 대했는데, 세상 모를 아주 외진 구석에서 해상 거래와 화물선을 운영하는 문제를 언급할 때면 엄청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다. 바스크인은 가비에로가 별명인지, 성인지, 아니면 그가 어렸을 때 하던 일에서 남은 별칭인지 알 수 없었다. 말이 적고 다소 기이하고 신랄한 유머 감각을 지닌 남자로 친구 관계에서 매우 세심하고 민감했으며, 정말 예상치 못한 직업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바람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여성의 존재를 매우 의식했고, 거의 의존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점에 그는 종종 바슈르에게 지나가듯이, 간접적으로 의미가 숨은 발언을 했고, 바슈르는 어렴풋한 미소 정도 이상으로 알은 체 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잠깐 따로 선장의 이야기를 계속하기 전에 언급해야 할 것이 있다. 그가 바슈르와 가비에로의 이름을 언급하는 순간부터, 그에게 전자는 후자로부터 전해 들어서 아는 이름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오랜 친구 같은 후자는 내가, 체념하고 따르는 어리석은 시대에 회색 일상의 길을 벗어난 사람들의 특이하고 모순적인 삶에 대해 듣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그 속내를 털어놓은 이야기들을 오랜 세월 동안 수집해왔다. 하지만 마크롤과의 연관성을 알려주면 그가 나에게 더 이상 털어놓지 않거나 바슈르나 가비에로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바스크 뱃사람 이야기를 끝냈을 때 나는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과거로 완전히 묻어버린 일, 망각은 아니더라도 결코 돌아오지 않으리라 돌이킬 수 없는 어둠 속에 속한 일을 말한다고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와 그의 동료들과의 관계를 숨긴 또 다른 이유는 이걸로 벌써 두 번째 우연이 겹치게 되는데, 그의 힘겨운 정신의 어느 구석에서 이해 가능한 의심이 들거나 적어도 너무나 유별나게 드문 우연의 반복에 직면하여 적어도 약간 유예를 일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란 항상 의심스러운 것이고, 우연을 모방하는 많은 것들이 많은 위장이다. 이제 알시온 선장에게 돌아가 보자.
그들의 제안은 매우 간단했지만, 그가 이미 말했듯이 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대형 해운 회사에서만 일하고 단순히 부정기화물선의 곡절 많고 예측할 수 없는 모험적인 일은 피한다는 그의 원칙을 깬다는 의미였다. 그들은 그에게 폴라 조선소에서 수리 중인 넉넉한 선적량과 두 개의 기중기를 가진 6천 톤급 화물선에 또 다른 제휴 동료와 동등한 운영권을 지닌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이 선박은 상태가 양호하여 크게 손보는 일 없이 30년 동안 운행되었다. 이 배는 바슈르의 여동생 중 한 명이 소유하고 있었고 삼촌으로부터 물려받은 배였다. 이름이 와르다인 이 동생은 가족이 공동으로 소유 중인 이 지분관계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했다. 이 배는 그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입을 제공할 수 있었다. 압둘은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와르다가 두 자매는 물론 수 많은 형제들보다 더 유럽화되었다는 것을 쉽게 추론할 수 있었다. 압둘은 여동생의 독립을 삐딱한 시선으로 못마땅하게 보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바슈르 가문이 함께 경영하는 기업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완수하기를 바랐던 것이 분명했다. 이투리는 비용과 세금을 제하고 수익의 절반을 받기로 했다. 그는 이 제안이 흥미로웠지만 결정을 내리기 전에 두 가지 기본 조건이 맞아야 했다. 배를 직접 봐야 하고 선주와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을 언급하자 선장은 가비에로 시선에 그림자가 지는 것을 보았다. 그냥 그림자라기보다는, 산악 지대의 숨은 벽촌, 단일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인종의 마을에서 온 이 낯선 이방인에게 이런 만남이 어떠려나, 일종의 탁한 기대에 찬 호기심이었다. 이 모든 것이 가비에로의 시선 안에 담겨 있었을 것이라고, 아니 그랬다고, 내 여행 동반자가 내린 추후 추론이었다. 바슈르의 동료의 눈 속에서 언뜻 비친 뜻은 막연한 약속으로 묵중한, “당신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바슈르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폴라로 가는 여행 경비는 부정기화물선 선주가 지불하기로 했다. 이투리는 앤트워프에서 이런저런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일주일 후 이탈리아로 떠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존은 열심히 바슈르와 그의 동료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나는 이미 그가 묻고 다닌 그 결과를 알려드렸다. 존 이투리와 가끔 당구 게임을 함께 하는 절친한 친구인 스페인계 프랑스 은행의 매니저가 자신의 의견을 요약했는데 두 사람을 꽤나 정확하게 정의하는 말이었다. “그들은 약속을 지키고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많은 일에서 함께 일하지만 모든 일이 법 테두리 안에서 엄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죠. 예를 들어 이 가비에로는 바슈르의 연인이기도 했던 트리에스테 출신의 한 여성과 밀접한 관계였는데 두 사람의 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죠. 이 여성은 아주 놀랍고 위험하기 그지없는 금융적인 책략을 꾸미는 능력이 광적일 정도로 극단을 치달았죠. 하지만 세 사람은 돈을 벌었고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바슈르의 형제들은 이런 과욕을 부리는 일에 동조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더 분별 있고 진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익이 걸린 일이라면 인정사정 두는 사람이란 뜻은 아닙니다. 그의 여동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까지는 여동생을 숨겨둔 것 같아요. 무슬림들이 그런 일은 어떻게 하는지 알잖아요. 그녀가 지금 자유를 원한다면 강인한 성격을 가져야 하겠지요. 가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해 보세요.”
그것이 그가 한 일이다. 이제부터 나는 이투리의 말을 필사하는 일에 필히 내 기억을 최대한 충실히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알시온 호에서의 와르다와의 만남이 그가 특별히 강조한 특정 요소들을 빼고 이야기를 하게 되면, 싸구려 로맨스의 하찮고 진부한 이야기로 흐를 위험이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물들이고, 치명적이고 옹호될 수 없는 그 조건을 없애버리는 일 만큼, 이야기를 조작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 친구가 말한 내용에 츤착하여 최대한 충실하게 전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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