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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짓, 헛짓/산 미켈레 이야기3

산 미켈레 이야기 3 2012-8-17 2장 카르티에 라텡(라틴지구) 카르티에 라텡. 오텔 드 라브니르(H6tel de L’Avenir)에 있는 한 학생의 방, 온 곳에, 탁자, 의자 위에 쌓인 책 더미, 산더미 같은 마룻바닥의 책들, 벽에는 희미해져가는 카프리의 사진. 라 살페트리에르, 오텔 듀와 라피디에의 병동에서 여는 아침, 병상에서 병상으로 건너다니며 피와 눈물로 쓰인 인간 고통의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가고. 오후에는 에콜 드 메드셍의 해부용 방과 원형강의실, 혹은 인스티튀 파스테르의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의 미스터리, 엄청 작은 존재들, 인간 삶과 죽음의 결정권자를 경의의 눈으로 관찰하고. 오텔 드 라브니에서 철야의 밤, 모든 땅의 관찰자들이 세세히 살피고 모아놓은 견고한 사실들, 한 사람.. 2023. 5. 5.
산 미켈레 이야기 2 2012-8-17 ‘지금 바로 올라가봐야겠어요.’ 내가 마리아 포르타-레테레에게 말했다! 하지만 늙은 마리아는 그녀와 함께 가서 무언가를 먼저 먹는 게 낫다, 안 그러면 아무 것도 발견을 못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허기와 목마름에 쫓겨 마지못해 그녀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나는 마스트로 빈센조에게 손을 흔들고 곧 돌아오겠노라 말을 했다. 우리는 텅 빈 시골길을 한참 걸어가다 피아제따에 멈췄다. ‘에코 라 벨라 마게리타!’ (이쪽이 아름다운 마게리따에요.) 라 벨라 마게리타는 장밋빛 포도주 플라스크를 놓고 정원의 탁자에 한 다발의 꽃을 올린 뒤 ‘마카로니’가 5분 뒤에 나올 거라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티치아노(베네치아파 화가)의 플로라만큼 빼어났다. 아주 정교한 얼굴과 순수 그리스의 윤.. 2023. 5. 5.
산 미켈레 이야기 1 2012-8-15 산 미켈레 이야기. I 젊은 시절. 나는 작은 해안 쪽으로 향하고 있는 소렌토 돛단배에서 발딱 일어섰다. 소년들이 떼 지어 뒤집어 놓은 보트 사이에서 놀거나 파도 사이로 구릿빛 몸을 반짝이며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프리지어 모자(스머프 모자 같은 모자)를 쓴 늙은 어부들이 보트 창고 밖에 앉아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승선장 맞은 편에는 등에 안장을 얹은 대여섯 마리 당나귀들이 굴레에 꽃이 다발로 둘려져 서있었고 그 주위로 땋은 머리와 어깨에 두른 붉은 손수건 사이에 은색 스파델라(spadella?)가 뾰족 내밀고 있는 그만큼의 소녀들이 시끄럽게 재잘대고 노래를 부부르고 있었다. 나를 카프리까지 데려다 줄 당나귀 이름은 로지나였고 당나귀를 끄는 소녀의 이름은 조야였다. 그녀.. 2023.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