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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짓, 헛짓/산 미켈레 이야기

산 미켈레 이야기 2

by 어정버정 2023. 5. 5.

2012-8-17 

 

지금 바로 올라가봐야겠어요.’ 내가 마리아 포르타-레테레에게 말했다! 하지만 늙은 마리아는 그녀와 함께 가서 무언가를 먼저 먹는 게 낫다, 안 그러면 아무 것도 발견을 못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허기와 목마름에 쫓겨 마지못해 그녀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나는 마스트로 빈센조에게 손을 흔들고 곧 돌아오겠노라 말을 했다. 우리는 텅 빈 시골길을 한참 걸어가다 피아제따에 멈췄다. ‘에코 라 벨라 마게리타!’ (이쪽이 아름다운 마게리따에요.)

라 벨라 마게리타는 장밋빛 포도주 플라스크를 놓고 정원의 탁자에 한 다발의 꽃을 올린 뒤 마카로니 5분 뒤에 나올 거라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티치아노(베네치아파 화가)의 플로라만큼 빼어났다. 아주 정교한 얼굴과 순수 그리스의 윤곽을 지닌 모델 같았다. 그녀는 마카로니가 엄청나게 담긴 접시를 내 앞에 놓고 궁금한 미소로 나를 관찰하며 내 옆에 앉았다. ‘비노 델 파로코.’ 그녀가 내 잔을 채울 때마다 자랑을 했다. 나는 파로코의 건강과 그녀의 건강, 검은 눈동자의 여동생, 라 벨라 쥘리아의 건강을 빌며 마셨다. 그 여동생은 정원에 있던 나무에서 오렌지를 따는 모습을 보았는데 나중에 손 가득 오렌지를 들고 자리로 합석을 하였다. 그들 부모는 돌아가셨으며 오라버니 안드레아는 선원이었는데 신만이 그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고모는 카프리에 있는 자신의 빌라에 살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로드 잉글레세에게 시집을 간 것을 알고 있겠지요? 그럼요, 물론 알지요. 하지만 이름이 기억이 가물거리네요. ‘레이디 지----.’ 라 벨라 마르게리따가 자랑스럽게 말을 했다. 내가 이윽고 그 고모를 위해서도 술을 마셨던 기억만 난다, 하지만 그 뒤로 나는 머리 위에 걸린 하늘이 사파이어처럼 푸르더라는 것, 파로코의 와인이 루비처럼 빨갛더라는 것, 라 벨라 마르게리타가 금발의 머리카락과 웃음 띤 입술로 내 옆에 앉아 있었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산 미켈레!’ 갑자기 쩡하고 내 귀가 울렸다. ‘산 미켈레!’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소리가 메아리쳤다.

아디오, 벨라 마르게리타!’ ‘아디오 데 프레스토 리토르노 아아, 프레스토 리토르노를 위하여!

나는 텅 빈 길을 내가 할 수 있는 한 똑바로 목표로 조준을 하며 되짚어 걸었다. 성스러운 시에스타의 시간이었다. 온 작은 마을이 잠들었다. 태양이 지글거리는 피아자는 사람 한 명 없었다. 교회문은 닫혀있었고 반쯤 열린 지방자치의 학교에서만 고요를 뚫고 수사신부 돈 나탈레의 졸리운 단조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나왔다. ‘이오 이 아마죠, 투 티 아미찌, 엘리 시 아마찌아모, 보이 비 아마자떼, 로로 시 아마짜노,’ 학교 교사의 발아래 바닥에 빙 둘러 있던 발벗은 열두어 명의 소년들이 음조에 맞춰 합창으로 따라했다.

길 더 아래쪽에는 로마 출신의 나이 지긋한 부인이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 자신은 아나렐라라고 하였고 가까이 다가오라 친근하게 내게 손짓을 했다. 왜 그녀가 아니라 라 벨라 마르게리타에게 갔는가? 그녀의 카챠카발로가 온 마을에서 가장 좋은 치즈란 걸 몰랐더란 말인가? 그리고 와인으로 치자면 모든 사람들이 파로코의 와인이 돈 디오니시오 목사댁 와인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사실을 아는데. ‘알트로 케 일 비노 델 파로코!’(파로코네 와인이야 그렇지요!) 라고는 강건한 어깨로 암시 강한 으쓱 어깨춤을 덧붙였다. 내가 돈 디오니시오의 비노 비앙코가 담긴 플라스크가 앞에 놓인 정자에 앉자 나는 그녀가 옳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물 스물 치솟았고, 하지만 정당한 평가를 내리고 싶었기에 최종 의견을 내기 전에 플라스크 전부를 다 비워야만 했다. 그러다 지오콘다라는 생글거리는 그녀의 딸이 새로운 플라스크로 어서 들라며 두 번 째 잔을 채우자, 나는 드디어 결정을 했다. 그렇다. 돈 디오니시오의 비노 비앙카가 최고다! 그 백포도주는 맑은 햇빛처럼 보였다. 신들이 먹는 과일과 꿀의 맛이 났고 나의 빈 잔을 가득 채우고 있는 지오콘다는 어린 헤베(Hebe, 헤라클라스 아내. 청춘과 봄의 여신)처럼 보였다. ‘알트로 케 일 비노 델 파로코! 내가 안 그랬습니까?’ 안나렐라가 크게 웃었다. ‘에 운 비노 미라콜로소!’ 진짜 기적이었다. 내가 갑자기 어머니와 딸의 왁자한 웃음소리 속에서 아주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어질어질한 다변을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나는 돈 디오니시오에게도 아주 친근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도 듣기 좋고 그 사람 와인도 좋고, 그 사람과 안면을 틀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일이 순조로워지려고 그랬는지, 그는 교회에서 그날 저녁 르 필리예 디 마리아(마리아의 딸들)’에 대해 설교를 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그 분은 아주 많이 배운 사람이에요.’ 안나렐라가 말했다. 그는 모든 순교자의 이름과 성인의 이름을 외우고 있으며 로마에 가서 교황의 손에 입까지 맞추신 분이었다. 아주머니는 로마에 가본 적 있으세요? 아니요. 그럼 나폴리는요? 아니요. 그녀는 카프리에 한 번, 그것도 그녀의 결혼식날 가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오콘다는 한 번도 거기 가 본적이 없었고 카프리는 젠테 말라멘테(얼굴 찌푸린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나는 아나렐라에게 그들의 수호성인에 대해 모두 알고 있고, 얼마나 많은 기적을 행했는지, 온통 순은으로 만들어져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에 대해 말했다. 불편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래요. 그 사람들 말마따나 산 코스탄조는 순은으로 되어있다고 하죠.’ 안나렐라가 널찍한 어깨로 아니꼽다는듯 어깨춤을 불쑥 드밀었다. ‘하지만 누가 알겠어요. 키 로 사(아무도 몰라요.)’ 그의 기적요? 손가락 열 개 남짓이나 될까 몰라. 아나카프리의 수호성인이시 상탄토니오(Sant’ Antonio)로 말하자면 벌써 백년도 그 전에 행했던 일이라고요. 알트로 체 산 코스탄조! 나는 즉시 상탄토니오를 굳게 믿었다. 온 마음으로 나를 다시 그의 매력적인 마을로 돌아올 수 있는 새로운 기적을 내리십사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산탄토니오의 기적의 힘을 믿는 친절한 안나렐라의 확신은 아주 대단하였던지 그녀는 딱 잘라 어떤 돈도 받기를 거절하였다.

파게레테 우날트라 볼타, 다른 때 그때 돈 주면 되죠.’

아디오 안나렐라, 아디오 지오콘다!’

아리비데를라(goodbye), 프레스토 리토르노, 산탄토니오 비 베네디카! (성 안토니오가 당신을 축복하길), 라 마돈나 비 아콤퍄니! (성모가 함께 하길)’

늙은 마스트로 벤센조는 여전히 그의 포도밭에서 열심히 달콤한 향내가 나는 땅에 몇 그루 새로운 포도나무를 심기위해 깊게 고랑을 파고 있었다. 가끔씩 그는 색칠한 대리석 조각이나 붉은 스투코(치장 벽토)를 집어내 벽 너머로 던졌다. ‘로바 디 팀베리오 나는 부서진 붉은 화강암 원주 위에 새로운 내 친구 옆에 앉았다. 에라 몰토 두로(엄청 단단해서), 부숴버리기가 아주 어려웠어요. 마스트로 빈센조가 말했다. 발 곁에 병아리들이 벌레를 찾아 땅을 긁고 있었다. 내 코 바로 앞에서 동전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동전을 주워들었는데 한눈에 아우구스투스의 숭고한 머리를 알아보았다. ‘디부스 아우구스투스 파테르 마스트로 빈센조는 발로코(장난감)로는 가치가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아직 그걸 가지고 있다. 그는 정원을 전부 혼자서 만들었고 모든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를 자신의 손을 직접 심었다. 어려운 일이었어요. 마스트로 빈센조가 못이 박힌 그의 커다란 손을 보여주었다. 전체 땅이 다 로바 디 팀베리오로, 원주, 기둥머리, 조각상에서 떨어진 잔재, 그리고 테스테 디 크리스티아니(기독교인의 머리)로 가득하기 때문에 포도나무를 심으려면 이 모든 쓰레기들을 파내고 모두 갖다 버려야했다. 원주는 잘라 정원 계단으로 만들고 물론 많은 대리석들을 그가 집을 지을 때 사용을 할 수 있었고 나머지들은 벼랑 너머로 던져버렸다. 진짜 작은 행운이라면 정말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그의 집 바로 아래 커다란 지하 방을 발견한 일이었다. 저기 복숭아나무 아래 있는 붉은 벽과 똑같은 벽에 수많은 발가벗은 크리스티아니들이, 투띠 스폴랴띠, 발란도 코메 데이 파찌(원작 주석 : 모두 발가벗고, 미친 사람들처럼 춤을 추는) 모습이 잔뜩 그려져 있었고 손에는 꽃과 포도다발을 다들 쥐고 있었다. 이 모든 그림들을 벗겨내고 벽 위에 시멘트를 덧바르는 데는 며칠이나 걸렸지만 바위를 폭파하고 새로 수조를 짓는데 드는 노동에 비하면 일도 아니었다. -라고 마스트로 빈센쪼는 교활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제 그는 늙어가고 있으며 더 이상 포도밭을 돌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본토에서 열두 명의 아이들과 세 마리 소와 살고 있는 그의 아들은 그가 그 집을 팔고 건너와서 그들과 살기를 원했다. 다시 내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저 예배당 역시 어르신 겁니까? 아니요. 그건 주인이 없고 사람들이 그 집에 귀신들만 산다고 하더라. 그 자신도 소년이었을 때 키가 큰 수도승이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있는 모습을 보았으며 늦은 밤에 계단을 올라오고 있던 몇몇 선원들이 예배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었다. 이런 일의 이유로 마스트로 빈센조가 설명하길, 팀베리오가 거기에 그의 궁전을 가지고 있을 때 그가 파토 아마차레 제주 크리스토, 예수 그리스도를 사형에 처해 그 이후로 저주를 받은 그의 영혼이 그 예배실 바닥에 묻힌 수도승들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가끔씩 돌아온다. 사람들은 또한 그가 커다란 검은 뱀의 형상으로 거기에 있기도 한다고 말하더이다. 수도승들은 바바로사라고 불리던 화적떼에게 아마차띠(살해) 당했었다. 화적놈들은 그들 배를 섬에 대고 저 위에 있는 성에 피난을 했던 모든 여자들을 노예를 끌고 가버렸지요. 그래서 저게 카스텔로 바바로사라고 불리는 이유야. 배운 것 많고 게다가 자신의 친척이기도 파트레 안셀모라는 은둔자가 그에게 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또한 영국인들이 부속예배실(예배당)을 요새로 바꿨다는 이야기, 그 다음 차례로 영국인들이 프랑스인들에게 아마차띠되었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저기 봐요!’ 마스트로 빈센쪼가 정원 벽 가까기 총알 무더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그가 다시 영국군 브라스버튼을 집어 들며 덧붙였다. 프랑스군들은,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예배당 근처에 대포를 놓고 영국을 따르고 있던 카프리의 마을을 향해 발포를 했다. ‘잘한 일이지.’ 그가 싱긋이 웃었다. ‘카프레시놈들은 모두 나쁜 족속이야.’ 그런 후 프랑스인들은 예배당을 화약고로 바꾸었다. 그게 여전히 라 폴베리에라(화약고)로 불리는 이유였다. 이제는 한갓 폐허에 지나지 않지만 그에게는 아주 많은 쓸모가 있었다. 정원 벽에 쓸 돌을 거기에서 대부분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벽을 타고 올라 예배당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걸어 올라갔다. 마루는 사람 키 높이만치 무너진 아치형 천장의 잔재들이 쌓여있고, 벽은 담쟁이와 인동 덩쿨로 덮여있었으며 수백 마리의 도마뱀들이 무성한 도금양과 로즈마리 덤불 사이를 즐겁게 뛰어다니다가 이따금 놀이를 멈추고 서서 반드르르한 눈과 헐떡이는 가슴을 하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한 마리 올빼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소리도 없이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으며 태양이 비치는 테라스의 모자이크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던 커다란 뱀이 천천히 그의 검은 또아리를 풀고는 침입자에게 경고의 쉬잇, 쉬잇 소리를 내며 예배당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저게 제국의 빌라가 한때 서 있었던 폐허를 여전히 배회한다던 침울한 늙은 황제의 귀신인가?

나는 내 발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섬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에 살면서 그렇게 잔인할 수 있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천지의 영묘한 빛이 비치는 곳에 그렇게 영혼이 어두울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이런 장소를 떠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는 여기서 물러나 동쪽 절벽에 더욱 접근하기 힘든 빌라로 옮겨 3년의 마지막 삶을 살았다. 그 빌라는 여전히 그의 이름이 붙어있었는데 어떻게 그럴 엄두가 났을까?

죽음으로라도 영원한 그런 삶의 환희를 정복할 수 있다면 이곳과 같은 장소에 살기 위해서, 바로 이런 장소에서 기꺼이 죽으리라! 마스토로 빈센조가 그는 늙고 지쳤으며 아들은 그가 집을 팔기를 원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이지 대담무쌍한 꿈으로 내 가슴은 고동을 쳤도다! 그가 예배당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란 말을 했을 때는 정말이지 무모한 생각이 나의 들썩거리는 뇌를 야무지게 때리고 지나갔도다! 나라고 왜 안 되겠는가! 내가 마스트로 빈센조의 집을 사지 말란 법은 없다! 빈센조의 집과 예배당을 포도나무 화관으로 연결을 하고 사이프러스 거리를 세우고 흰색 로지아를 받치는 원주들, 로마신들의 대리석 조각상과 황제들의 청동상으로 가득 채우고 그리고……아름다운 광경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점차 현실들이 꿈 속 도원경의 땅거미 사이로 희미해져 갔다.

호화로운 망토를 두른 키 큰 인물이 내 곁에 섰다.

이 모든 게 너의 것이 될 것이니라.’ 그는 노랫가락 같은 목소리로 저 지평선을 가로질러 손짓하며 말했다. ‘예배당, 정원, 저 집, 성이 있는 저 산, 모두가 너의 것이로다. 네가 기꺼이 값을 치른다면!’

당신은 누구시오, 영계의 유령이오?’

나는 이 장소의 불멸의 영혼이다. 시간은 내게 아무 의미가 없어. 2천 년 전에 나는 우리가 지금 서있는 곳에 서있었지. 네가 운명처럼 여기 이끌렸듯이 그의 운명에 이끌려온 다른 사람의 옆에, 그는 네가 하듯이 행복은 요구하지 않았다. 오로지 망실과 평화를 요구했지. 그리고 그걸 이 외로운 섬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나는 그에게 값을 치러야한다고 말했지. 모든 시대에 걸쳐 절대 지워지지 않을 오명으로 낙인이 찍힐 거라고.

그는 그 흥정을 받아들였어. 그리고 값을 치렀다. 11년 동안 그는 얼마 안 되는 믿음직한 친구들, 모두 명예와 진실성을 지닌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았다. 두 번 그는 도중에 그의 팔라틴 언덕(로마 황제가 최초의 궁전을 세운 언덕)으로 돌아갈 여행을 떠났지. 두 번 다 그의 용기는 꺾이고 로마는 다시는 그를 보지 못했다네. 그는 저 너머 곶 위에 있는 친구 루쿨루스의 빌라에서 집으로 향하는 여행을 꾸리다 죽었지. 그의 마지막 말은 사인교로 자신을 내려 그를 고향 섬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보트에 달라는 것이었어.’

내게 요구하는 대가는 무엇입니까?’

자네가 자네 직업에서 이름을 드날리겠다는 야망의 포기, 자네 미래의 희생.’

그럼 저는 무엇이 되는 겁니까?’

그렇게 되었을 지도 모를 존재, 실패.’

살아갈 만한 가치는 모두 빼앗아 가는 겁니까?’

자네는 잘못 알고 있군. 나는 자네에게 살아갈 만한 모든 가치를 주는 거네.’

적어도 동정심 하나는 남겨 주시겠습니까? 제가 의사가 될 거라면 동정심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좋다. 너에게 동정은 남기마. 하지만 그게 없다면 훨씬 더 잘 되어 나갔을 텐데.’

다른 걸 더 원하십니까?’

자네가 죽기 전에 자네는 다른 값, 아주 무거운 값을 치러야만 할 거야. 하지만 이 셈을 치르는 날이 오기 전에 자네는 수많은 세월동안 이 장소에서 구름 한 점 없는 행복의 나날들을 지배하고 별이 빛나는 꿈같은 밤에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 볼 걸세.’

제가 여기서 죽을까요?’

자네 질문의 답을 찾을 때는 조심하게. 사람들은 그들이 죽을 시간을 알고 있으면 삶을 견딜 수가 없어.’

그는 손을 내 어깨에 올렸다. 나는 몸서리로 오싹한 느낌이 약간 들었다. ‘나는 태양이 내일 질 때 다시 한 번 자네와 함께 하겠네. 자네는 그때까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심사숙고 따위는 다 쓸모가 없습니다. 제 휴가는 끝나갑니다. 바로 오늘밤에 저는 이 아름다운 땅에서 멀리 떨어진 일상의 노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게다가 저는 생각에는 재주가 없습니다. 협상을 받아들이지요. 제가 값을 치루지요. 무슨 일이든 까짓것. 그런데 제가 어떻게 이 집을 산단 말입니까, 손에 쥔 게 아무 것도 없는데.’

자네 손은 텅 비었지만 손은 튼튼하고, 자네 머리는 활기가 넘치지만 냉철해, 자네의 의지는 견실하니 자네는 성공할 거야.’

제 집은 어떻게 짓는단 말입니까? 전 건축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

내가 자네를 도움세. 어떤 스타일을 원하나? 고딕 스타일은 어떤가? 나는 고딕의 가라앉은 빛과 늘 따라다니는 미스터리가 좀 좋더구먼.’

저는 저 자신 만의 스타일을 창조해 낼 겁니다. 당신이라도 이름도 붙일 수 없는 그런 스타일로요. 제게 중세의 황혼 같은 걸랑은 내밀지 마세요. 저는 제 집이 마치 그리스 신전처럼 태양과 바람과 바다의 목소리를 향해 열려 있기를 원해요. 그리하여 빛, , 모든 곳에 빛이 쏟아지도록!’

빛은 조심하게. 빛은 조심해야 돼! 너무 많은 빛은 멸절의 인간의 눈에는 좋지 않아.’

저는 아주 귀중한 대리석 원주가 로지아와 아케이드를 떠받치고, 지난 시대에서 나온 아름다운 조각들이 제 정원 온 곳에 흩뿌려놓고, 예배당은 벽 주위로 회랑의 스톨을 둘러 조용한 도서관으로 탈바꿈시키고 행복한 매일 달콤한 소리가 나는 종으로 아베 마리아 울릴 겁니다.’

난 종은 진정 좋아하지 않는다네.’

그리고 여기 우리가 서있는 여기, 우리 발아래 바다에서 스핑크스처럼 솟아 오른 아름다운 섬에 역에 나는 파라오의 땅에서 난 화강암 스핑크스를 놓을 겁니다. 하지만 어디서 그 모든 걸 찾지요?’

자네는 티베리우스의 빌라 중 하나에 서있다네. 지나간 시절의 소중한 보물들이 포도나무 아래, 예배당 아래, 집 아래에 묻혀서 누워있어. 늙은 황제는 자네가 봤다시피 늙은 농사꾼이 정원 너머로 집어던지던 채색 대리석 판을 밟고 다녔더라네. 무너진 프레스코화지만 한때 춤을 추는 새끼양과 화환을 쓴 바칸테들이 궁전의 벽을 장식하고 있었지. 보게나.’ 그가 천 피트 아래 바닥까지 투명한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네의 타키투스가 학교에서 황제의 사망 소식이 섬에 이르자 그의 궁전이 바닥 속으로 던져졌다는 이야기 못 들었나?’

나는 당장 깎아지른 절벽을 풀쩍 뛰어 내 원주들을 찾아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 그가 크게 웃었다. ‘2천년 동안 산호가 궁전 기둥 주위로 거미줄처럼 뻗어 나오고 파도가 모래 속 깊은 곳에 묻고 또 묻었다네. 그들은 자네의 시간의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야.’

그리고 스핑크스는요? 어디서 스픵크스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쓸쓸한 평야 위에 있네, 오늘날 삶과 아주 떨어진 곳에 다른 황제의 호화로운 빌라에 한 때 서 있었지. 그 황제는 자신의 정원을 장식하려고 나일의 강둑에서 스핑크스를 날라 왔었네. 궁전은 돌무더기 말고는 남아 있는 게 없어. 하지만 대지의 깊은 내장 속에 여전히 스핑크스가 누워 있어. 찾아보게 그러면 그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걸 여기 나르느라 거의 삶을 저당 잡힐 정도의 값을 치르겠지만 자네는 해낼 걸세.’

당신은 마치 과거에 훤하듯이 미래를 아시는 것 같군요.’

과거와 미래는 내게 모두 같다네. 나는 모든 것을 알아.’

전 당신의 지식이 부럽지 않습니다.’

자네의 말은 실제 나이보다 더 늙었구먼. 그렇게 말하는 법은 어디서 배웠는가?’

제가 오늘 이 섬에서 배운 것입니다. 왜냐면 저는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친근한 주민들이 아이 적부터 지식을 얻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던 저보다 행복하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 역시 해당합니다. 당신의 말씀 중에 얻어 들은 것들이지요. 당신은 위대한 학자입니다. 당신은 기억으로 당신의 타시투스를 알고 있습니다.’

나는 철학자일세.’

당신은 라틴어를 잘 아십니까?’

나는 제나 대학교를 나온 신학 박사야.’

!당신의 목소리 속에서 어째 독일의 어투가 살짝 보이나 그래서 의아스러웠던 이유로군요. 당신은 독일을 압니까?’

조금.’ 그가 싱긋 웃었다.

나는 그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의 태도나 자세는 신사의 행동거지였다. 나는 그제야 처음으로 그가 붉은 망토 아래 검을 지니고 있으며 그의 목소리 속에서 내가 언젠가 들은 듯한 목쉰 소리가 들어있었다.

실례합니다. 어르신. 제 생각이지만 우리 전에 라이프찌히에 있는 아우어바흐 켈러에서 만난 적이 있지요?…… 내가 그 말을 하자 카프리에 있는 교회에서 아베 마리아를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그 사람 쪽으로 다시 돌렸다. 그는 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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