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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운 이삿짐528

부정기 화물선의 마지막 기항 p298~302 나는 다양한 석유 회사들 사내 출판물 임원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헬싱키에 가야 했다. 사실이지 정말 마지못해 가는 길이었다. 11월 말이었고 핀란드 수도의 일기 예보는 다소 암울했지만 시벨리우스 음악에 대한 흠모와 완전 잊혀진 노벨문학상 수상자 프란스 에밀 실란푀에의 잊을 수 없는 몇 페이지 작품에 대한 감탄은 핀란드 방문에 흥미를 돋우기에 넉넉했다. 또한 안개가 끼지 않는 날에는 에스트뇌스 반도의 맨 끄트머리에서 금빛 돔형 교회와 멋진 건물들로 이뤄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눈부신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런 것들이 내가 경험한 겨울과는 생판 다른 끔찍한 겨울을 마주할 충분한 이유거리가 되었다. 실제로 영하 40도의 헬싱키는 범접할 수 없는 투명한 수정 속에 얼어붙은 것 같았다. 건물의 벽.. 2024. 10. 1.
살아남은 이미지 1장 pdf 전체 3장 중 1 장, 파란색 -불어본 참조 2024. 9. 29.
살아남은 이미지 p60~66 이 이중 거부를 통해 부르크하르트는 새로운 역사 서술 방식의 “제3의 길”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바르부르크는 나중에 부르크하르트가 했던 이런 기본적인 선택을 채택했다. (사실은 무엇보다 먼저 사실이 제기하는 기본적인 질문때문에 중요하니까) 사실을 넘어서는 문헌학자가 되고 (기본적인 질문은 무엇보다 먼저 역사에서 독특한 작품들에 적용될 가치가 있으니까) 체계를 넘어서는 철학자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 일이 '제3의 길', 목적론이나 절대 비관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모든 문화의 역사적 '존재'(다세인, 레븐)를, 말하자면 그 복잡성을 인정하는 일이 요구된다. 부르크하르트는 진정한 역사는 '연대기' 자체만큼이나 '사전 형성된 이론들'에서 파생된 ‘개념’에 의해서도 왜곡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 2024. 9. 29.
살아남은 이미지 p55~ **우리의 디부크(dibbouk, 악령)을 쫓아낸 대제사장은 다름 아닌 에르빈 파노프스키이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리라. 곰브리치 자신도 마지못해, 여러 세대에 걸쳐 미술사학자들에게 바르부르크의 작품에 “균형잡힌 시각을 적용”하여, 나흐레븐을 효력 정지시키는 방식으로 내쫓는 이론적 퇴마술을 확립한 것은 주로 파노프스키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파노프스키는 일찍이 1921년, 바르부르크가 ‘뒤러와 이탈리아 고고학’에 대해 강연한 지 불과 15년 후, 너무나도 비슷해 이전 출판물과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의 논문 “뒤러와 고전 고고학”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온갖 진부한 찬사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생존’이라는 곤란한 문제는 이미 ‘영향’의 한 문제로 자리를 내주었고 바르부르크의 작품에서 니.. 2024. 9. 29.
살아남은 이미지 p50~54 이제 우리는 ‘유령의 역사’로 짜인 이미지 역사의 역설들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생존, 지연, 귀환[revenances] 이 모든 것이 시대와 스타일의 가장 뚜렷한 발전에 참여한다. 바르부르크가 사망하기 1년 전인 1928년, 가장 인상적인 경구 중 하나, “어른들을 위한 유령 이야기”(Gespenstergeschichte fur ganz Erwachsene)는 그가 추구한 이미지 역사의 유형에 대한 나름의 정의였다. 하지만 이들 유령은 누구의 유령일까? 언제, 어디에서 온 것일까? 고고학적 정밀함과 멜랑콜리한 공감이 어우러진 바르부르크의 초상화에 대한 공경스러운 텍스트를 보면 이 유령들이 죽음 이후의 생존에 관한, 끈덕진 지속에 관한 문제라는 생각이 언뜻 처음에는 든다.사세티 가문(자신의.. 2024. 9. 29.
살아남은 이미지 p43~47 바르부르크가 1902년(초상화 연구에서)과 그 이전인 1893년(보티첼리 연구)로 접어든 것처럼, 피렌체 르네상스의 '왕도'를 따라 미술사에 진입한다는 것은 부르크하르트가 그 랜드마크 책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문명』 전반을 통해 구축한 바로 그 개념과 동조하는 입장을 취한다는 의미였다. 이 책의 주제와 논제는 끝없이 해설이 달렸다. 논객들은 이 책의 대담함과 방대한 범위, 그리고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에 갈채를 보냈고, 어떤 이들은 매우 풍부하고 매우 다양한 역사적 자료를 통합하는 방식에 감탄하였다. 반면에 하나같이 유명한 모티브-중세와 르네상스의 대립, 으뜸 위치의 이탈리아, '개인의 발전' 등-모두 비판 없이 지나지도 않았다. 또한 모든 비평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르네상스 개념에 .. 2024. 9. 28.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 먼저 읽고-   아쉬운 마음에  부정기화물선 마지막 기항부터 해볼까 생각 중, 스페인어는 잘 몰라 영어-스페인어 참조 예정.  마크롤 가비에로 모험만 읽어도 되지만 뒤에만 읽을 수 없으니 일독을 먼저 권함. 2024. 9. 25.
살아남은 이미지들 p39-41 르네상스와 시간의 불순물: 부르크하르트와 바르부르크 바르부르크는 나흐레븐의 개념을 매우 엄밀한 역사적 틀 안에서 정교화했으며, 이는 그가 출판한 연구들로 거의 배타적인 영역을 형성했다. 이런 출판물에 우선 이탈리아 르네상스(보티첼리, 기를란다요, 프란체스코 델 코사, 피코 델라 미란돌라)와 부차적으로 플랑드르 및 독일 르네상스(멤링, 판 데어 후스, 뒤러, 루터와 멜란히톤)이 포함되었다. 우리가 이러한 개념을 오늘날 시각으로 고려한다면, 그것은 이미지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지식에 관한 몇 가지 주요 전제를, 말하자면, ‘재설립’할 수 있는 이론적 교훈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리라. 하지만 바르부르크가 특히 르네상스 시대 전후 맥락으로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상술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그.. 2024. 9. 21.
살아남은 이미지 p34~38 레비-스트라우스가 『구조인류학』 서문에서 제기한 비판은 훨씬 더 가혹해 보인다. 더 급진적이지만 동시에 더 편향적이고, 때로는 부정직이라고까지 할 수 없다 해도, 부정확함으로 그득하다. 그는 모스에 뒤따라 원형주의 그리고 원형주의가 보편주의의 편익을 위해 실체화된 유추와 의사형태를 잘못 사용한다는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타일러에게서 직접 이러한 접근법의 흔적을 찾아나서며, 그는 활과 화살은 하나의 “종species”을, 타일러가 생식이라는 생물학적 연결고리에 근거한 언어로 표현한, 종을 형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왜냐면 “동일한 두 도구 또는 기능은 다르지만 형태가 유사한 두 도구 사이에는 항상 기본적인 차이가 있는데, 이는 하나가 다른 하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각각이 표상 체계의 산물이기 때문.. 2024. 9. 21.
살아남은 이미지 p31-34 이 생존의 예-『원시문화』에서 가장 먼저 제시된 예-는 꾸밈새의 형식적 요소, 즉 스타일 개념에 대한 모든 논의에서 발견되는 “원시적 단어”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형식의 생존’이 각인이나 날인이란 용어로 표현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특징적이다. 현재가 여러 많은 과거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현재 삶의 형태 자체에 찍힌 시간의 날인이-또는 여러 시기의 도장이- 파괴할 수 없다는 점을 확고히 보여준다. 따라서 타일러는 “이러한 생존의 힘”에 대해 그가 또 다른 은유를 사용하여 언명한 말마따나, “오래된 습관이…이들을 밀어내기 위해 강하게 압박하는…새로운 문화 한가운데서 자리를 잡고 있다”고 쓴다. 그는 또한 생존의 집념과 끈기를 “시냇물이 일단 강바닥 따라 자리잡히면.. 2024.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