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질수록 루는 바쁘게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마치 더 높은 차원의 논쟁에 갈수록 더 불려다니는 듯이-팽팽하게 수직으로 우뚝, 폭 좁은 검은색 외투, 챙이 처진 모자, 그리고 튼튼한 부츠를 애용했고, 깔끔하게 다듬은 검은 콧수염이 윗입술을 따라 자리 잡고 있었다. 전기적 가로 조명의 존재가 늘어가고, 런던은 시 차원에서 가스등 왕국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오려고 확고하게 움직이지만, 그는 어둠 쪽으로 구조물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어쩌면 이곳에 도시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내 그 자리에 있다가, 더불어 몇 곱의 오류 가능성을 지닌 옛 조명의 눈부시지 않은 농담과 다단계 그늘들을 대체하는 극단적으로 무자비한 백색광으로 실증된 것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심지어 대낮에도, 어느 결에 그는 보통, 이 그늘에서 저 그늘로 옮겨 다녔다. 가로등이 켜지는 시간이 지나고 아주 높이 전기의 밤으로 접어드는 바람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게 될 나날의 그 섬뜩한 일에 둘러싸여 있느라.
이 목적 분명한 세상살이라도 사실 한동안 그를 영국 어딘가에서 사이클로마이트의 공급원을 찾으려는 노심은 막지 못했다. 간절한 마음에 콜리스 브라운 혼합물약 같은 아편성 카타르(목감기) 조제약부터 코카인이 들어간 두뇌 강장제, 압생트에 침전한 담배, 환기가 안 되는 방에서 사용하는 크실렌(물감원료, 용제) 등등으로 나아갔지만, 그 모든 것들이 그가 과거 생활 아니 미국 본토 현존하며 누리던 현실-조작 폭발물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때로는 한심할 정도로 불충분했다.
그는 수치심도 잊고 네빌과 나이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요즘은 늘 이들은 대학을 떠나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각자 최소 1,000파운드를 받는다고 자자했는데, 이 돈을 대부분 약과 모자 사는데 쓰는 듯했다. “여기,” 나이젤이 그를 맞이했다. "핑키(Pinky) 조금만 해봐요. 정말로 재밌어요, 거짓 아니고.“
“콘디 액체는,” 네빌이 설명했다. "과망간산염 소독제인데, 이것을 메탄올 변성 알코올과 섞으면—”
“언젠가 레가타 (조정대회) 주말에 철창에 들어있다가 만난 호주 사람에게서 레시피를 얻었어요. 시간이 지나서 거기 차츰 입맛이 들렸는데, 건강이 당연히 걱정되긴 했지요, 그래서 일 년에 한 병만 마시도록 삼가고 있어요.”
“너희의 절제력이 탄복스럽다,”
“그래요, 오늘 밤이 바로 그날입니다, 루이스!” 별안간 기묘한 보라색 액체가 가득한 꽤 큰 병을 꺼냈다. 루는 진짜 병이 빛나고 있더라고 맹세하라면 했을 것이다.
“아, 아니, 아니, 나는—”
“왜 사리세요, 색이 마음에 안 들어요? 자, 여기, 제가 가스를 조절할게요.” 친절하게 돕는 네빌. “자, 이게 더 나아요?”
어느 날 아침은 그들은 일찍이 자던 루를 일으켜 세우고 완전히 깨기도 전에 택시에 부산하게 밀어넣었다.
“우리 어디 가는 거야?”
“놀랄 일이 있어요. 금방 알게 될 거예요.”
그들은 동쪽으로 차를 굴렸고 치프사이드에 있는 별 특징 없는 포목점 앞에 멈췄다. 그곳은 문을 안 연 지가 제법 되는 것 같았다.
“이게 뭐야?”
“육군성!” 네빌과 나이젤이 서로 쳐다보며 장난스럽게 씩 웃으며 소리쳤다.
“어릿광대 짓 좀 그만해. 육군성이 막 옮겼다는 건 알지만, 여기는 아니야.”
“육군성 시설 일부는 옮길 생각은 꿈에도 없을 겁니다.” 네빌이 말했다. “같이 가요.” 루는 그들을 따라 가게 옆 좁은 통로를 지나, 거리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마구간 뒤에 이르렀다. 거리의 떠들썩한 소리는 여기 뒤쪽에서 마치 무거운 문이 닫힌 듯 갑자기 뚝 끊겼다. 그들은 지붕이 달린 골목길 같은 곳을 따라 계속 가다 짧은 계단을 올라갔다. 그 계단을 다 오르자 다소 차갑고 동떨어져 아침햇살이 들지 않는 곳이 나왔다. 루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바람이 내는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 소리가 점점 커지다가, 마침내 그들은 수십 년 세월의 맹공격을 받은 듯 온통 상처투성이에 움푹 팬 입구 앞에 섰다.
화이트홀에서는 괴짜들이 초자연적인 힘에 접근할 때 줄곧 더 나은 무기 설계에 대한 제안을 속삭이는 일이 다였지, 달리 방책이란 없이 흥청거리며 보낸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제국 전역의 인사 부서들은 적어도 한 세대 동안 그들의 고풍스럽게 더듬거리는 말, 억제하지 못하고 휙휙 돌아가는 눈, 그리고 어떤 포마드도 제압할 수 없는 머리형에 오래 긴장하고 주의를 기울여왔다. 하지만 쿰스 드 보틀 박사는 실제로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온화하고 범세계주의적 시각을 지니고, 새빌 로의 풀 양복점에서 러시아 오리털을 베틀로 짠 수제천으로 된 눈처럼 하얀 실험실 앙상블을 입고 있고, 호박 담뱃대에 검은 이집트산 담배를 피웠으며, 얼굴에는 없어야 되는 곳에도 털 한 올도 허락하지 않아, 그는 대중의 환심을 사는 직업, 어쩌면 국제 무기 거래, 혹은 성직자라는 소명에 더 어울리는 듯했다. 하지만 무언가, 조금 배우처럼 번드르르하게 다듬은 말투가 그의 모호한 과거와, 어쨌거나, 이곳에서 안식처를 찾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감사한 마음을 넌지시 비쳤다. 그는 네빌과 나이젤을 스스럼없이 맞이했는데, 그런 태도가, 만약 그들이 지금 안내 받아 들어가고 있는 거대한 작업장에 그의 관심이, 그리고 결국에는 그의 꿈도 곤란을 겪겠지만, 팔리지만 않았더라면, 의심스럽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전기 아크가 보랏빛 탁한 어둠을 가로질러 찔러댔다. 가열된 용액은 끓는점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빛나는 거품이 나선형으로 발광하는 녹색 액체 사이로 솟아올랐다. 축소모형 폭발들이 시설 내 멀리 구석에서 일어났고, 소나기처럼 유리들이 치솟자 근처 노동자들이 그럴 경우 보호를 위해 세워둔 해변용 우산 아래 몸을 숙였다. 게이지 바늘이 열에 들떠 진동했다. 감음성 불꽃들이 각기 다른 음높이로 노래를 했다. 버너와 분광기, 깔때기와 플라스크, 원심분리형 그리고 속슬렛 추출기, 그리고 글린스키와 르 벨-헤닝거 두 형식의 증류탑, 어수선하게 반짝이는 잡동사니들에 에워싸여, 머리에 머리망을 두른 진지한 젊은 여자들은 일지에 숫자를 입력했고, 창백한 땅속 요정(노움)은 자물쇠 따는 사람처럼 끈기 있게, 눈을 가늘게 뜨고 루페를 들여다보며 작은 드라이버와 집게로 진동판과 타이머를 조정했다. 무엇보다도 다행히, 여기 어딘가에서 누군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드 보틀 박사는 그들을 멀리 뒤로 떨어진 구역으로 데려갔는데, 기술자들이 여러 분해 단계의 수제 폭탄들로 뒤덮인 테이블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우리의 원리 체계는 여러 실패한 폭탄공격 시도에서 몰수된 장치로 시작하여 이후 적절히 우리에게 전달된 다음, 각 장치를 주의 깊게 분석하여 차근차근 원래의 제작 과정을 되짚어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하고나면 대개 너무나 처참할 정도로 원시적인 상태에서 감행되었다고 밝혀지기가 다반사라 실제로 이 불쌍한 놈들에게 동정심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들은 꽤 놀라운 비율로 자체 폭사하는데. 적절한 용해 절차에 대한 무지만으로도 매년 여기 런던만 쳐도, 수십 명의 무정부주의자가 목숨을 잃습니다. 실제로 그들 사이에 나가 전도사로 일할까 하는 충동을 억눌러야 할 지경입니다…어쩌면 저렴한 팜플렛을 나눠주고 실험실 안전에 대한 가장 간단한 원칙이나마 설명하면…정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반사적으로 치켜 오르려던 눈썹을 억누르던 루는, 네빌이나 나이젤이 여기서 뭐라도 재치 있는 논평하면 반가이 맞았을 테지만, 이미 둘 다 여러 다양한 연기를 들이마시러 자리를 뜬 모양이었다. “말의 논지를 파악하기가 힘드네요.” 루가 말했다. “폭파범들을 목숨을 구하다니, 당신이 그런 사람 한 명 살릴 때마다 나중에 수백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목숨을 잃는다는 뜻인데요.”
박사는 낄낄거리며 셔츠 소매를 살폈다. “무고한 부르주아의 목숨이죠. 허…‘무고한’”
한 보조원이 바퀴 달린 수레를 끌고 왔는데, 그 수레에는 에를렌마이어(삼각) 플라스크에 담긴 커피, 잔, 그리고 낯선 머핀 접시를 담고 있었다. “미국인으로서는 잘 인식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섬에 문명이 존재했다는 증거로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몇몇 증거 중 하나가 바로 크리켓입니다. 우리 많은 사람들에게 크리켓 경기는 일종의 종교의례와 같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오늘 밤 숨죽이고 쉬쉬거리는 그런 종류. 이보다 ‘순수할’ 수 없지요. 그런데도 여기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그는 조심조심 크리켓 공을 들어 올렸는데, 공은 전등 불빛 아래서 거의 빛나고 있었다. “지금은 좀 되었지만 잉글랜드와 웨일즈 전역의 카운티(자치군) 경기장에 두루 흰 플란넬을 입은 수수께끼의 인물이 찾아왔습니다. 이 작업장에서는 ‘헤딩리의 신사 폭파범’이라고 합니다. 그의 사진이라고 아는 유일한 사진에서 한쪽 어깨에 통상적인 크리켓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가방 안에는 크리켓 공으로 위장한 구球 모양 손-폭탄 여러 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간신히 우리는 이 가방을 온전한 상태로 회수했습니다. 바지에 문지르면 내부의 무장 작동 장치가 활성화됩니다. 아마 눈치채셨겠지만, 영국산 공보다 훨씬 더 윤이 나고 바느질도 더 촘촘해서 호주산 공, ‘쿠카부라kookaburra’에 가 닮았죠. 현재 애시즈(the Ashes 1882년 시작된 양국간 매치)가 진행 중이고 걸핏하면 열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금으로서 우리가 다소 따라잡힌 상황에 호주인들이 부지불식간에, H의 G.B.( GBH=Grievous Bodily Harm,/중범죄 폭행)의 일견 위장물로, 또한 쉬운 비난의 대상 표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크리켓 경기 중에 폭탄을 던져요?”
“저희는 ‘폭탄'이라는 말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사실 독가스 수류탄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는 보통 티 타임을 기다립니다.”
“‘독가스’?” 루에게 새로 온 말이었다. 하지만 드 보틀 박사는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포스진/Phosgene.” 그가 발음하는 방식이 뭔가 색달랐다. “프랑스식 용어로 치면. 포스젱. 우리는 주로 염화카르보닐이라고 부릅니다. 왠지… 덜 불안하게 들려서요. 경찰에게도 골치죠. 확산 구름에 달려있긴 하지만, 피해자들이 가스에 중독된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거예요. 그러다 갑자기, 신문에서 쓰는 말마따나 불가사의하게, 48시간 후에 죽습니다. 왜 그 머핀을 그렇게 쳐다보시는 겁니까?”
“네? 아, 색깔이 눈을 끄나 봐요.”
“아름다운 보랏빛 색상이에요. 안 그런가요? 삶은 로그우드인가를, 요리사가 뭐든지 간에 넣어요. 드셔 보세요. 유독하지 않을 겁니다, 기껏해야 탄닌 조금 들어서.”
“저기, 그리고 이것들은, 음…” 이 머핀의 한 조각을 들어 올리고 선명하고, 여지없이 청록색 빛깔의 수많은 내포물들을 가리켰다.
“제발 루이스, ‘다’ 먹지 마세요!” 네빌이 소리쳤다. 그의 조수가 바짝 뒤따랐는데, 둘은 이상하리만치 신이 난 듯 바닥에서 몇 인치 위로 떨어져 걷고 있었다.
“뭘 찾았는지 봐요!” 나이젤이 저녁 식사용 도시락통을 꺼냈다. 상당량의 베이지색 물질이 담겨 있었는데 루는 그것을 즉시 알아 보았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외쳤다.
(크리켓 관련 타로점 이야기)
루가 코헨과 함께 케임브리지로 가서 렌프루 교수를 꼭 만나 봐야 한다는 결정이 났다.
“아, 뭔지 알겠네요. 당신 내가 어깨로 따라와 달라고 하는 건가요?”
“아니요, 실은, 마침 우리 보호책이 여기 왔네요.” 평균적인 키에 위협적이지 않은 외모의 신사가 장갑 낀 손에 물냉이 샌드위치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클라이브 크라우치마스. 며칠 전 마담 에스키모프 부인 강령회에서 들은 목소리가 기억나실 겁니다.”
이 신사는 왼손을 들고서, 엄지에서 손가락을 두 손가락씩 벌려 히브리어 글자 ‘신(shin)’을 만들어 인사를 하는데, 이는 모세 이전, 결코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는, 신의 이름 중 하나(즉, 여럿 된다는)에 해당하는 이름 첫 글자를 의미했다.
“기본적으로 장수와 번영을 기원하는 뜻입니다.” 코헨이 같은 동작으로 대답하며 설명했다.
경력 초창기에, 클라이브 크라우치마스는 흔히 보이는 젊고 평범한 공무원이었다. 경솔하게 야심만만했지만, 곧 그래도 된다고 그가 곧 알게 되겠지만 아주 탐욕스럽지는 않았다. 그는 오스만 제국의 공공부채청(PDA)에서 일했다. 공채청(PDA)은 터키 술탄이 과도하게 낸 제국의 부채를 재조정하기 위해, 세수입을 징수하고 분배하도록 몇 년 전 재가한 국제기구였다. 이론적으로 공채청은 생선, 주류, 담배, 소금, 비단, 우표 판매에 대한 세금, 소위 “6대 간접 분담금”을 거둬들여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헝가리,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여러 공채소유권자들에게 그 돈을 넘겼다. 그러나 열역학 제2법칙을 아는 사람이라면 자금이 완벽하게 전달되리라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달 과정에서 터키 파운드 중 일부는 항상 손실이 되곤 했으며, 클라이브 크라우치마스가 퇴짜 놓은, 성인(Saint)으로 가는 잘 보이지도 않는 험난한 길에서 훨씬 멀찍이 새어나갈 여러 기회를 만들어내었다.
크라우치마스는 평소 형이상학과는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심지어 형이상학적인 일이 모르수스 푼타멘토(morsus fundamento)/아랫도리를 물어뜯는 행동을 하며 등장해도 전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형이상학은 그에게 경거망동 만큼이나 생소한 일이었다. 이런 경박함은 요즘 그가 늘 출몰하는 이런 행사들에서 넘쳐났다. “오, 클라이비!” 절로 자지러지는 웃음 그 언저리에 맞닿은 서너 명의 여자들 목소리가 호텔 연회장에 펼쳐진 야자수들을 가로질러 일제히 목청 높이 울려 나왔다. 크라우치마스는 화답으로 “뭐지?”같은 한 마디도 벙긋할 생각은 없었다. 그랬다가는 너무 많은 익살꾼들이 드나들 수 있는 문을 열어 주기 마련이라.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물질적인 유혹을 뿌리치고 있었다. 동방 문제가 오스만 제국의 막대한 부를 차지하려는 볼썽사나운 아귀다툼으로 전락하고, 가장 단적으로 어느 나라가 결국 “바그다드” 철도 영업권을 얻게 될 것인가 두고 벌이는 음모로 생생히 드러나던 때, 클라이브는 조용하게 청스턴 크레센트에 대의복을 입고 나타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누가 봐도 마치 영적인 길을 찾아 나선 사람처럼 보였지만 소문에 따르면-T.W.I.T.의 세속적인 경찰력은 결코 세속을 초월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하프코트 양 매력에 벙어리처럼 속 앓으며 그곳에 있었고, 그녀와 동행할 핑계라면 무엇이든 환영했다. 여가 활동보다 일이 우선시 되는 경력 단계에 있어서, 그는 아직 돈 드는 호색의 기술을 터득한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10년 넘게 P.D.A.는 또한 각별히 철도 보증을 위한다는 목적세 명목으로 현지 십일조 형태의 세금을, 매년 선로 1km당 일정 금액으로 지불하도록, 여러 유럽 철도 회사에, 누구든, 터키 정부조차 피아스트르(옛 화폐단위) 하나 만지기는커녕 보기도 전에 부과했다. P.D.A. 내부의 어느 도당이 이 사실을 놓치지 않았는데 여기 크라우치마스도 포함되었다. 익명으로, 그리고 파리의 제국 오스만 은행 그룹과 모종의 조심스럽게 경계명확하지 않는 관계 하에, 그들은 은행 자문 위원회가 너무 불안정해서 관여하지 말라고 간주하는, 아니 실로 거들떠 보지도 말라고 왼고개를 젓는 불량/부실 채권 발행을 주로 처리하는 자체 소규모 회사를 설립했다.
“놓치기엔 너무 좋은 기회입니다.” 그는 자신의 영적 고문인 그랜드 코헨 누크샤프트에게 대놓고 크게 신음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생각 중입니다.” 코헨이 말했다. 그의 돈은 그가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오랫동안, 아니 왜 그랬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3%의 콘솔(정리 공채 기금)에 들어 있었다. “생각 중이에요.”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됩니다.” 클라이브 크라우치마스가 말했다. “대체 왜, 이곳에는 예지 능력 잔뜩 널렸는데, 아무도 이제껏…” 그는 마치 계속 이어서 교섭에 통할만한 말을 찾기라도 하듯이 잠시 말을 멈췄다.
“심령적인 재능과 현대 자본주의 사이에 무슨 심각한 부조화가, 있는가 봅니다.” 코헨이 다소 퉁명스럽게 말했다. “서로 적대적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요. 우리 역시 이 철도 영업권 때문에 당신 전문 매장의 어떤 사람들처럼 너무 정신 나간 짓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여기서 여러분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클라이브 크라우치마스가 선언했다. "나는 콜니 해치(런던 정신병자수용소)의 ‘최상의 수감자’이었을 겁니다. 며칠 전 밤, 아주 잠깐 동안, 봤습니다...내 생각에 목격한 일이...”
“괜찮아요, 크라우 치마스, 이런 일은 늘 듣는 말들이라.”
“하지만...”
“깨달음은 알다가도 모를 아슬아슬한 과업입니다. 당신이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에 다 달린 일입니다. 돈보다는 개인의 안전이, 소중한 시간이 달려있어요. 다가오는 아주 희박하고 승산 없는 일에 맞서. 물론, 일어나는 일입니다. 먼지를 벗어나, 자욱한 땀과 숨결, 두다닥거리는 발굽 소리, 그 동물이 들판 뒤편에서 일어섭니다. 당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드높이, 빛이 나며, 피할 수 없이, 마치 꿈의 유령 같은 잔해를 뚫고 아침 햇살이 쏟아지듯 그 모든 것을 궤뚫고 나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리석은 도박이고, 얼간이의 헛일인데, 당신에게는 그럴 의지나 인내심이 없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가령 제가 끝까지 버텨낸다면요. 한동안 궁금했는데, 여기 회원들이 깨달음에 가까워질수록 우리가 내는 회비에 할인 혜택이 있습니까?”
루가 캠브리지에 도달했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신문 머릿기사에-
맥태거트 교수의 또 다른 회칙(ENCYCLICAL)
바티칸 강렬한 어조로 항의
G. H. 하디 논평 불가
“물티 에 우누스/Multi et Unus다수와 개별들”—전체 본문 포함
실렸다. 오래된 벽에는 분필로 ‘더 많은 듀크를 만들어라’, ‘척커(팔을 펴고 (부정하게)던지는 크리켓 투수)를 몰수하라’와 같은 낙서가 되어 있었다.
예쉬민과 거튼 출입문 행랑에서 헤어진 후, 루와 클라이브 크라우치마스는 계속 발을 옮겼다. 운하 옆, 비교적 외딴 수학자들의 술집인 라플라시안으로 가서 렌프루 교수를 만날 예정이었다.
“여기는 대부분 트리니티 (칼리지) 사람들입니다.” 크라우치마스가 말했다. “아무도 그를 알아 볼 가능성이 적어요.”
“왜 그가 그런 걸 신경 써요?” 루는 입 밖으로 궁금증을 드러냈지만, 크라우치마스는 그 질문을 무시하고 저녁으로 접어드는 문밖을 향해 고갯짓했다.
불순한 소택지-빛을 통해, 교수의 얼굴이 뚜렷해졌고, 광휘를 선보는데…아니, 평범한 통찰력을 부정하는…어떤 내면의 진심에서 결코 비어져 나올지 않을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 섬에서 맥주라고 불리는, 진하고 뜨뜨미지근하고 탄산가스 넣지 않은 제품으로 의무적으로 세 번 돌아간 다음에, 크라우치마스는 혼자 장난기에 취해 자리를 떴고, 루와 교수는 작은 사각 안뜰이 딸린 건물 중 하나에 있는 렌프루의 방으로 향했다. 시가에 불을 붙이고 잠시 경계심 도사린 침묵의 시간을 흘려보낸 후, 렌프루가 말했다.
“오베론 하프코트의 피후견인을 알고 계시다고요.”
루는 그렇게 매료된 상태에 크라우치마스가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일상적인 샤프롱 임무라, 개학해서 오고 가고 할 때, 크라우치마스 씨는 제가 한번 점검해봐야 한다고 생각하셨고, 그게 답니다. 인사 차 들러, 인사 나누고 뭐 그런 식으로요.”
그런 변명에 의심스러운 곁눈질에서 그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었다. “불쌍한 하프코트. 그 남자는 세상 돌아가는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요. 하르툼에서 머리 잘린 고든 소장보다 더 형편없어요. 사막은 그에게 권력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는데, 다행히 화이트홀에서는 그런 환상을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이죠. 그리고 T.W.I.T.에 있는 그 여자 보호자란 인물들이 제 삶을 얼마나 되풀이해서 망쳐 놓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 할 거예요. 사람이 어디 꿈쩍 할 수 있어야죠, 아무리 악의 없는 단순한 행동이라도, 그들의 관심을, 아니, 열성적인 관심을 안 끌 수가 없어요.” 루에게 렌프루의 위턱과 아래턱이 마치 복화술사의 인형처럼 각자 따로 놓는 것 같이 보였다. 그의 목소리는 때때로 어디 다른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 사람들 한두 군데 유별나긴 해도 보수는 두둑해요.”
“아. 전에도 같이 일했군요.
“수탁 처리 및 배송, 한두 개, 당신네들 뭐라고 부르든 간에... 근육 쓰는 일요.”
“저 사람들과 무슨 계약으로 묶여 있나요?”
“아니요. 한 번에 잔심부름 하나씩. 그리고 즉석에서 현금 박치기. 모두에게 더 낫죠.”
“흠. 그럼, 예를 들어, 제가 당신을 고용하고 싶다면...”
“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요, 아마도.”
“크라우치마스 그 친구가 당신은 믿고 털어놓을 수 있다고 했어요. 자.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보세요.”
루는 벽에 걸린 코르크 보드에 꽂힌 사진을 보았다. 하얀 옷을 입고 크리켓 선수의 가방을 든 어둡고 꺼림한 인물이 헤딩리 경기장의 잘 알려진 눈길 끄는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사진이었다. 얼굴은 흐릿했지만, 루는 조금 더 초점이 맞을 때까지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를 알아보시는군요?”
“아니요... 잠깐 아는 얼굴인가 생각했습니다.”
“당신 그를 알아보는군요.” 능청스레 마치 스스로에게 하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루는 명치가 음산한 느낌이 들었지만, 교수의 추측을 확인해 줄 이유는 없었다. 대신 그는 쿰스 드 보틀에게서 들었던 의문의 가스 폭탄 투척범에 대한 똑같은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며 앉아 있었다.
“그를 찾아달라는 겁니까? 덜미를 잡아채 경찰에 넘기라는 건가요?”
“직접은 아니고. 그 사람을 적어도 가능하다면 내게 먼저 데려오세요. 내가 그와 직접, 대면을 하고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가장 통렬하게 긴요한 일이 될 겁니다.”
“그가 저런 포스겐 공격을 한창 감행하고 있던 참이라고 한다면요?”
“아, 위험 임무 수당은 있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많이 줄 순 없습니다. 여기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아시잖습니까. 마치 내 인생이 그 자체 잔학무도한 독가스로 학대 받고 고통 겪은 것 같이. 하지만 그를 무사히 데려온다면 다른 사람들이 아주 관대하게 후사하겠지요.”
“그러니까 개인적인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군요.”
“렌프루 부인과 바닷가에서 장난치고 노는 그런 개인적인 일이라면…아주 죄송하지만, 아닙니다…아쉽게도 아닙니다…” 그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이 루가 영국인들 사이에서 가끔 보았던, 자부심과 자기 연민이 뒤섞인 표정이었는데, 여전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동안 계속 조심하고 몸 사려야 한다는 정도는 알았다. “아니, 좀 더, 음, 전반적인 척도에서. 그런 이유로 경찰과 곤란한 소란을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나한테는 관여하지 말라고 하려고 드물지 않게 대놓고 찾아왔거든요. 사실 런던에서 이 멀리까지 와서 그 ‘문제’는 경찰이 알아서 자체 처리하겠다고 통보하러.”
“(스코틀랜드) 야드에 가서 넌지시 물어 볼 수 있어요. 대체 왜 그러나 파악이나 하게.” 그러고는 참지 못하고. “교수님의 독일 동료, 이름이 뭐였죠, 베르프너? 교수님처럼 이 녀석에게 관심 있나요?”
“전혀 모릅니다.” 렌프루의 반응은 눈 깜짝할 새에 보였을 수도 있지만, 너무나 재빨라 루로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베르프너가 보시(완곡구緩曲球)와 비머(허리 위로 가는 직구)나 구분할 수 있는 머리가 있을지 정말 의심스럽지만. 아, 그런데 아직 만나보지 못하셨나요? 그러니까 아직 재미있는 볼거리가 남아 있으니까 참 좋으시겠어요!.”
(잠깐 대화)
“젠장할, 베르프너, 재치는 예리하지만 운하임리히(기분 나쁜) 놈, 철도 노선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물론 지리에서 나오지만, 그놈에게 지구의 주된 지리는 철도입니다. 철도란 게 그 자체의 필연성에 따르기 마련이라, 상호 연결, 선택된 장소 그리고 우회하는 장소들, 그 중심과 그로부터 나오는 방사상 배열, 가능한 등급과 불가능한 등급, 어떻게 운하로 연결되고, 터널과 현재 존재하거나 혹은 언젠가는 존재하게 될 다리로 어떻게 교차하는지, 구체화하게 해줄 자본, 예를 들어 현재와 미래의 대규모 병력 이동으로 표현되는 권력의 흐름도 마찬가지로, 그는 아이젠반튀흐티크카이트(Eisenbahntüchtigkeit), 즉 철도유효성의 예언자라고 자청하고 나서서는, 의미 있는 지점들의 철도망에 어디 하나 빠짐없이 조절하고, 각각을 지구의 불문율 방정식의 계수로 간주하여…” 그는 강의를 하고 있었다. 류는 다른 시가에 불을 붙이고 편안히 기대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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