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H 17
2019-12-10 3 트럼 4 창백해, 너무 창백해 그가 계단 옆에 서 있는데 유난히 우아해 보이는 한 남자가 다가왔다. 이 남자 어찌나 우아한지, 살아생전에 그렇게 우아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여기, 베스터반호프, 동부로 가는 ET-463 예뇌 휘스커 도시 간 고속철의 여느 연결 편에서는 그런 면모는 특히나 기대하지 못하던 바였다. 그는 이 철도회사에서 어언 삼십일 년을 근무하고 있는 중이었고, 그러다 갑자기, 그 삼십일 년 후에, 거기 몇 걸음 떨어져 그렇게 우아한 남자가, 오늘 아침에 미리 누가 이런 일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더라도, 내가 믿지를 못했을 것이다. 무슨 이유로 아침에 고속철도 차량에 이러이러한 여행객이 있으리라는 말을 그가 믿겠는가, 그 남자 종복은 그렇게, 어쩜 그렇..
2023. 5. 4.
벤크하임 남작의 귀향
20109 -12-4 그는 창문으로 건너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 그저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보았다. 거기서 그가 사이를 둔 그깟 몇 걸음이 보호책이라도 되는 듯이, 하지만 물론 그는 어쨌거나 쳐다보았다, 아니 더욱 정확히는 그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흘러들어오는 소위 떠들썩한 소리로, 그냥 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밖으로 쫑긋 귀를 세워보려고 했지만, 하지만 딱 그 순간에 아무 것도 흘러드는 소리가 없어, 그렇게 종합을 해보면, 침묵만 이어진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지날 때까지, 지금은 한참 되게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제 이후로 그가 속을 눌러 참아야만 했던 그 모든 일 후에 그는 진짜 거기로 건너가서 헝가로셀 폴리스티렌(스티로폼) 단열막을 제거하고, ..
2023. 5. 4.
Seibo there below
2016-9-04 1 가모 사냥꾼 그 주위 모든 것이 움직인다. 단지 이번 한번이 한번만인 것처럼, 헤라클레이토스의 전갈이 전체 우주의 거리를 넘어 온갖 무의미한 장애물에도 무언가 깊은 해류를 타고 여기 도착한 것처럼, 물길은 움직이고, 흐르고, 도달하고, 폭포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가다가다 비단결 같은 미풍이 흔들리고, 산들은 매섭게 때리는 열로 덜덜 떤다. 하지만 이 열 자체도 또한 높이 흩어진 풀밭 섬, 강바닥에서 한줄기 줄기 풀이 그러듯이, 땅에서 움직이고, 파르르 떨고, 진동한다. 각각 개개의 얕은 물결은, 떨어지면서, 낮은 방죽 위로 구르며 무너지고, 이렇게 감지되지 않게 가라앉은 물결의 순간적인 성분 마다 그리고 이렇게 순간적인 성분의 표면에 번뜩이는 빛의 개개의 반짝이들 모두, 갑자기 솟았..
2023.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