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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Stuart Dybek

minor mood

by 어정버정 2023. 4. 23.

2019-12-23 

page 277

A Minor Mood 단음계 무드

 

레프티 옆에서 잠을 자는 콘서티나(작은 아코디언처럼 생긴 악기)는 한참 전부터 쌕쌕거리기 시작했다. 한밤중이라, 가로등조차 안개빛 블라인더들을 올렸는데, 콘서티나는 그녀의 숨을 고를 수가 없는 것 같다. 어둠 속에 레프티는 그녀의 헝클어진 한숨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콘서티나의 힘겨운 숨쉬기에 잠을 잘 수 없다. 사뭇 걱정스럽다. 그는 글록켄슈피엘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밤중에 잠이 깨어 침대 위 그의 옆 그녀 자리에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던 일, 그런 뒤 잠근 화장실 문 저쪽에서 들리던, 그녀의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풀기 없이 두당당거리고, 불협화음을 퉁탕거리며 음계를 오르고 내리는 소리를 곱씹지 않을 수가 없다. 일단 시작을 하면, 밤마다 저렇게 계속 되었다. 이웃들이 불평을 해대고, 마침내 그는 임대 계약을 잃었다. 그리고 땅거미 지는 어느 날, 어느 새 그는 전당포들과 문신 가게가 줄지은 거리에 망연히 어디 갈지를 몰라 서서, 그의 삶이 어땠는지 보여주는 오직 전당표 하나 들고, 서 있었다. 그는 문신 하고서.-장미나 닻 혹은 뱀은 심장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푸른, 이름 없는 음표, 보표는 없이 오직 8분음표 하나만 그의 어깨에 따끔따끔 새기고-밖으로 설렁설렁 나왔다

이후로, 그는 오랜, 그리고 돌이켜 생각하면, 애처로운 시간을 홀로 보내다가 튜바와 얽혀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는 그녀를 튜바 축제에서 만났다. 그리고 한동안 그들은 천생연분이 따로 없을 것처럼 보였는데 그러다 꿈이 시작되었다. 길을 잃고 숨이 턱에 차 배배 꼬인 회랑들을 달리는 마음 사나운 꿈자리에서, 그는 어둠 속에서 가르릉거리는 신음, 삐릭 울음, 끙 툴툴대는 짜증, 웅웅거리는 낮은 소리의 꾸르륵 배 소리에 꿈에서 깨었다. 이 소리들은 매일 밤 고래들, 멜랑콜리한 고래들의 모음들처럼 갈수록 길어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 그는 이건 오직 가스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징후와 증상등은 부정할 수 없이 명확했고, 이번에 그에게 다 끝났다고 통고하는 주인이나 법원 명령들을 그는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잠에서 추방당했다. 어느 오후, 튜바가 밸브 작업으로 멀리 있는 사이, 레프티는 불면으로 비쓱거리며, 한때 색소폰이 받치고 있던 여행 가방에 들어맞을 만한 것은 꾸리고 나머지는 뒤에 남기고 떠났다.

뒤따르는 세월에, 그 여행 가방을 놓는 자리는 어디든 그의 집이 되었다. 연달은 슬픈 간이숙박소와 일시적인 호텔들, 공통의 무의식으로부터 도망친 피난민들에게 세를 준 듯한 하치장 같은 곳, 우울증 데코 장식한 로비들, 귓속말 같은 냄새들과 냄새들 같은 귓속말을 내뿜는 문들이 늘어선 불 낮은 복도들, 자신들의 거무칙칙한 무게에 짓눌려 끼룩거리고 신음을 뱉고 류마티스성, 안절부절 하는 방들, 자포자기로 가구를 들이고, 닳아빠진, 단속적인 꿈들로 벽지를 붙인 방들. 그는 색스 케이스를 운반했지만 색소폰에 대한 그리고 그들의 나긋나긋한, 후덥지근한, 착 붙는 유혹적인 태도에 애태우던 시절은 다 지난 일이다. 야밤에 움직이길 좋아한다거나 호화찬란한 가식들은 더 젊은 남자들의 심장을 찢어놓기에 적당하였다. 임종 마당에,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더 가까이 오라 손짓을 하고서, 죽기 전에 그의 귀에 꽃무들을, 아들아, 꽃무들을 잡아라. 그들은 진가를 알아보고 고마워할 게다.” 속삭였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늘 모든 일에 틀렸듯이 그 점에서도 틀렸다. 꽃무들은 자만심 강하고, 화 잘 내고, 신경질적이었고, 고마운 줄은 결코 모르는 치들이었다. 때로, 안개 속에, 항구들 옆을 따라, 그는 빛들은 나를 수 없는 경고-종을 울리는 부표들, 구슬피 우는 무적의 침울한 신음-들을 울리는 소리들을 들으며 글록켄슈피엘에 관해 때로 생각하고 타구봉의 감각적인 터치, 그의 피부를 따라 남겨진 번들거리는 등뼈의 무늬들을 떠올렸다. 그는 그의 어깨 위 푸른 문신이 물린 자국에 남은 멍처럼 욱씬거리는 것을 느끼곤 했다. 튜바에 관해 한참을 생각하다 보면 그는 단단하고, 차가운 마우스피스와 그의 입에 닿는 청동의 맛(주먹싸움 후에 그 자신의 피맛과 그리 다르지 않은 맛)의 유령 같은 인상을 다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뒤 그는 그녀 속으로 흘러드는 그의 숨결에 그녀를 가득 채울 길은 없는 듯이, 그녀가 그의 몸 가장 깊은 주머니에서 빨아들이기라도 하듯이, 텅 비어버리던 일을 떠올리곤 했다. 그는 수년을 그 텅 빈 공간을 지니고 다녔다. 그는 더 이상 그 공허를 느끼고 싶지 않았다. 튜바 뒤에 뭐가 오든 그들 자신의 숨으로 도달해야만 하였다.

지금은, 그는 콘서티나가 쌕쌕이는 소리를 듣는다. 아마 그의 걱정에서 조금 한숨 돌리려고, 레프티는 그의 폐가 낡을 대로 낡은 차양을 지나 부는 바람 같은 소리가 나고 그의 기관지의 관들이 크룹 연주회를 벌이던 어릴 적 밤들을 기억한다. 그의 아버지는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어머니는 일하고 계실 때, 할머니가 건너와 그를 간호하곤 했다. 아버지 쪽 가족은 대가족이었고, 할머니는 빠지지 않고 하나같이 그들을 다 사랑하셨지만 그래도 레프티에게 특별한 사랑을 보여서-아마도 그의 아버지가 항상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모든 이들에 할머니를 레프티네 할머니라고, 심지어 그들 할머니이기도 한데도 그렇게 불렀다.

레프티네 할머니는 그가 아플 때마다 녹색 그물망 장바구니를 들고 찾아왔다. 그녀는 항상 그 가방을 갑자기 무슨 장을 볼 일이 벌어질 경우에 혹은 우연히 거리에 나앉은 무언가 가치 있는 물건을 건질 기회에 대비해 들고 다녔다. 이 가방이 다른 소용에 닿지 않더라도, 안에 지갑을 넣고 다니기에 좋았다. 그녀는 레프티를 만나러 올 때 장바구니에는 샤르트뢰즈(연노랑)색 불거진 대여섯 개 레몬들 청록색 튀어나온 경제형 크기의 빅스 베이포럽 단지에, 이에 쨍그랑 부딪히는 다른, 더 작은 병들이 들어있었다.

할머니가 눈에 보이면 레프티는 기침이 터져 나왔다.

그래, 루이스,” 그의 할머니는 말하곤 했다-기이하게 레프티의 할머니는 손자를 레프티라고 부르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 루이스, 네가 다시 크루파 걸렸다고 들었다.”

레몬들과 빅스는 크루파에 대한 할머니식 치료법의 일부였다. 하지만 장바구니를 비우기 전에, 어느 것보다 먼저 레프티 할머니는 아파트를 김으로 채우곤 했다. 할머니는 방에서 방으로 다니며, 파이용 냄비와 쿠키 트레이들을 라디에이터 위에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 올리며, 이들을 주절거리는 쉼 없는 말에 간간이 끼어드는 심벌즈처럼 쾅쾅 놓았다. “꼬마가 크루파 걸렸어 (!) 그 진 (!) 그 드러머 맨 (!) 크루파 (와장창!)

어이구, 루이스 (!), 뭘 걸렸다고?”

그 진 쿠르파 (40-50년대 유명한 드럼연주자 별명이 드러머 맨)”

정말 그렇지, 다시 말해 봐 (타앙!)”

진 쿠르파.”

하아!” 레프티의 할머니는 마주 치는 심벌즈처럼 울려 퍼지는 웃음을 배출했다. 정말 그렇다-다시 말해 보라고 부추긴 건 정작 자신인데 그가 마치 기막히게 웃기는 무슨 말이라고 한 것처럼. “너 볼기짝 걸어라 (!) 너는 크루파에 걸렸어 (!)”

그녀는 파이 냄비와 쿠키 트레이를 찰랑이도록 그득 물로 채웠다. 그녀는 주전자와 냄비들을 레인지의 모든 화덕마다 놓고서 바글바글 끓도록 두었다. 그녀는 욕실의 샤워기를 뜨겁게 틀고 증기의 구름이 쏟아지도록 두었다. 레프티의 침대 옆에 기화기를 걸어두었고, 빅스 한 덩이로 연료로 쓰고 레프티의 방향으로 쉭쉭 대는 증발기를 조준했다. 집 전체가 숨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증기가 병에서 뛰쳐나오는 지니들처럼 오르는 동안 레프티 할머니는 장뇌유를 그의 가슴에 그의 목에, 어디든 임파선 부은 자리에 문지르곤 했다. 빅스로 콧수염을 그리듯 레프티 윗입술을 따라 한줄 토닥토닥 발라주었다. 그런 뒤 그녀는 바깥에서건 안이건 두르고 있던 바부시카를 끌렀다. 그녀는 이를 속임수를 쓰는 마술사처럼 과장된 동작으로 펄럭펄럭 휘저으면, 몇 년 세월이 사라지곤 했다. 김 속에서 흐릿해진 할머니, 바부시카가 빠진 할머니를 보면 레프티는 소녀 시절 할머니를 상상할 수 있었다. 그는 머리카락이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여서 할머니가 자신의 머리를 항상 가리고 있는 걸까 궁금했다. 윤기가 흐르는 아주 옅은 금발에, 마치 가짜처럼, 그녀가 가발이라도 쓴 것 같은, 아주 탄력 있는 곱슬이었다. 할머니가 계속 숨기고 있는 소녀 같은 면모는 그들 사이의 비밀과도 같았다.

할머니는 공단 같이 매끄러운 바부시카를 목 주위로 칭칭 두르고서, 이 바부시카 위로 이런 경우를 위해 따로 둔 거칠한 양모 목도리를 둘러쌌다. 어울리지 않는 고동색과 강낭콩 색깔 격자무늬가 커다란 안전핀으로 한 끝에 단단히 부착하는, 크룹 목도리라는 별명의 이 목도리는 지난번 캠퍼와 빅스의 냄새들을 담고 있었다. 그 따끔따끔한 양모에 바부시카로 보호되지 않는 피부 살갗이 거칠하게 텄다.

그때 즘에 집은 증기로 한참 확장 중이었다. 거울은 그들이 반사하는 연무 속에 사라졌다. 연무를 통해, 넝쿨과 꽃무늬의 벽지는, 삼차원으로 문을 열었고 열대 다우림의 식물군처럼 살아났다. 바깥 차량의 배경 소음은 원숭이와 열대 조류들의 날카로운 꽤액 소리로 변형되었다. 증기가 창문들의 안을 따라 서려 창문에 땀이 흘렀다. 천장에 응결되어 구슬처럼 방울방울, 레프티의 침대 위 빗방울처럼 매달렸다. 그 역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열에 들떠 땀을 흘렸다. 병균들이 그의 구멍마다 현창을 통해 몸에서 달아나고 있었다.

부엌에서, 증기 속에 사라진 레프티 할머니는 레몬을 짠다. 그는 할머니가 숟갈을 활기차게 음악적으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꿀을 휘저으며 끓는 물을 조금씩 끼얹어 시럽을 만들어, 레몬즙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감초, 위스키를 소량-짐 빔-을 끼얹었다. 짐 빔은 그의 모든 친척들이 좋아하던 브랜드였고, 전통적으로 그냥 빔이라고 불렀다. 빛줄기의 빔(beam)처럼.

코가 꽉 막혔어도 레프티는 그 불타는 듯한 향내를 맡을 수 있었다.

아파트는 아로마로 가득해졌다. 파이 주석냄비와 쿠키 트레이들이 흥겹게 두드리는 라디에이터 꼭대기에서 굽고 있는, 멘톨, 유칼립투스, 장뇌, 레몬. 그리고 증기를 통해, 안개를 뚫고 훑어보는 탐조등처럼, 빔이 있었다. 레프티 할머니는 레몬과 꿀 섞은 약을 같이 커피 머그에 저어 넣었지만 지거 (1.5온스 작은 분량을 재는 용기) 크기 분량으로 먹였다. 가족은 숏 유리잔을 지거라고 일컬었다. 또 다른 가족 전통이었다. 레프티가 보기에는 적절한 이름 같았다. 그런 모양에, 밀도를 가진 유리잔에, 때로 한 모금 벌컥이기 좋을 양을 담으니까.

그는 약용 음료를 차가워질 때까지는 홀짝거리며 마시다가, 그런 뒤 건배의 찬을 들이키듯, 단숨에 마셨다. 나 즈드로브, 병균들아, 이거나 먹어라. 숏 유리잔이 비면, 할머니는 그는 수분이 필요하다는 이론에 따라 다시 한 잔 채워주었다. 할머니는 그녀 역시 수분이 필요하다는 이론에 따라 두어 잔 벌컥였다.

나 즈드르브,” 쭉 들이켜! 할머니가 말하면

나 즈드르브,” 다 비워버려! 그가 대답했다.

그런 하얀 겨울 아침에-유리창의 한쪽에는 하얀 김이, 다른 쪽에 하얀 눈이-그의 부운 임파선 주위로 감긴 라자의 터번처럼 바부시카를 하고 베개의 왕좌 위에 떠받쳐, 멘톨, 유칼립투스, 장뇌, 레몬과 함께, 그리고 김을 통해 그의 할머니는 한손에는 머그를 다른 손에 빔 병을 들고 나타나니-그와 같은 하얀 아침에, 어떻게 이 소년은 병 앓이가 거의 몸이 낫는 기쁨과 견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것들이 삶의 심장 깊이 감춰 두는 아침이었고, 그래서 나중에, 힘든 시기를 버텨 나가기 위해 기쁨의 추억을 옭아내어 이용해야 할 때마다, 거기 한때 행복한 사람은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약으로 있었다.

때로 그런 아침들에, 레프티는 그의 방이, 금성의 대기가 유리창에 눌러 붙은 듯이 흐릿한 창문이 거리에서도 다 보였을까 궁금해 하곤 했다. 마침 지나가던 이방인들에게 어떻게 들렸을까 의아했다. 그들은 갈대피리를 잃은 갈대 악기처럼 쉭쉭거리는 기화기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그들은 병에서 이제 바로 빔을 홀짝거리고 있는 그의 할머니가 너는 나의 햇살 폴란드 방언으로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었을까? 그녀는 그 노래를 좋아했다. “구질하게 유난 떨지 말고, 다만 햇살을 내 장례식에 불러,” 할머니는 말하곤 했다.

구질하게 유난 떨지 않고 다만 그 시간이 왔을 때 레프티는 이를 색스로 연주를 했다. 그의 숨은 빔에 물들고, 그의 등을 세인트 피어스 첨탑에 버팅기고서, 하늘 끝까지 들리도록 연주를 하였다.

그녀는 레프티에게 그녀의 집시 같은 노래 부르기에 반주로 캐스터네츠 같은 계량 숟갈로 연주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녀는 마림바인 것처럼 라디에이터를 국자로 두드리며 연주하였다. 레프티가 일어나, 벌건 얼굴이지만 기분이 날아갈 듯이 침대 밖으로 나와 조각난 연기로 희미해지는 증기 속에서 그는 할머니와 춤을 추었다. 할머니의 소녀 같은 곱슬은 그들이 빙빙 도는 방을 따라 같이 빙글 빙글 흔들렸고, 둘 다 노래를 하고, 이쪽 아니면 저쪽이 그들이 방금 고안한 악기를 두드리거나 뜯거나 불기 위해서 어지럽게 춤에서 떨어져 나왔다. 레프티는 계란 절단기를 뜯고, 레프티 할머니는 반 갤런 들이 아버지의 옛날식 루트비어 빈 병을 움파뿜빠거렸고, 레프티가 화장실 종이말이의 심에 판지 클라리온을 통해 햇살을 각적처럼 불었고, 레프티 할머니는 빈 외투걸이의 벽장을 챠임벨처럼 울렸고 레프티가 은식기 서랍을 흔들고 덜거덕 뒹굴었고 shake rattle and roll 레프티의 할머니는 진공청소기를 스파이크 존즈마냥 두드렸고, 레프피는 냄비와 뚜껑에 둘러 싸여, 나무 주걱으로 드럼을 독주하면 한편 레프티 할머니는 감자 으깨는 기구로 지휘를 하며, “, 크루파, 가버려!” 고함쳤다.

창문까지 기어 올라온 어느 이방인에게 소년과 그의 할머니가 그들 둘 다 기적적으로 크룹에서 치료가 된 것처럼 그들 이빨 사이에 바부시카를 물고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호키포기를 하며, 우스꽝스럽게 날뛰는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까?

희부득한 창문을 통해, 때리는 냄비와 고동과 희미한 음정 나간 어렴풋이 익숙한 노래의 공연을 들으려고 안간힘을 벌이는 이방인처럼 지금 기억 속을 훔쳐보고 있는 그에게 보이듯이 그런 식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소년과 할머니에게 현재의 그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하면 어떻게 보일까? 그들이 어깨에 푸른 음표를 지닌 덥수룩한 수염의 이방인이 모두 잠든 한밤에, 콘서티나의 병약한 쌕쌕 소리에 걱정스레 더러운 속옷차림으로 서성이는 저편 창문에서 바라본다면? 잠시 동안, 레프티는 거의 그들의 얼굴들이 비록 창문은 4층 높이이긴 하지만, 창문에 보이기를 기대한다. 그는 바닥을 서성이고 있는 수염 지저분한 사내보다는 들여다보는 그 소년 더 살갑게 느껴진다. 소년과 할머니가 현재의 그의 방보다 그에게 더 실제 같다. 불현 듯, 기억은 과거가 강력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경로라고 각지한다. 그런 식으로 과거는 계속 사랑하게 된다.

그는 곧장 벽장 뒤편에 묻혀있던 여행 가방으로 가서 가방을 뒤적여 이윽고 스카프를 하나 찾는다. 옛날 안전핀으로 고정했던 고동색과 강낭콩색 격자가 아니다. 이 목도리는 남색이다. 장뇌와 빅스의 냄새가 감도는 것도 아니다. 이 스카프는 좀약 냄새가 난다. 하지만 털실로 만들고 따뜻하니 흉내는 낼 것이 틀림없다. 살살 목도리를 콘서티나 주위로 감쌌더니, 즉시 그녀의 힘겨운 쌕쌕 소리가 부드러워지고 숙어진다.

그는 드럼세트를 구성할 만큼 아니 화덕 네 개 다 차지할 만큼 충분한 냄비들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가 가진 하나 냄비를 채우고, 심벌즈 굉음의 팡파레로, 끓이기에 돌입한다.

그는 콘서티나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물이 증기로 부글거리자, 그는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다. 덜 불안하다. 그는 콘서티나를 두고 계속 걱정을 해왔고, 그의 걱정에 그는 무력감이 들었다. 그는 적어도 이 지경에 이르기 전에 무언가 잘못 되었다고 알아차렸어야 했다. 콘서티나는 최근에 단음계 무드로 가라앉았다. 레프티가 보기에 전염성이 강한 감정-애석한, 수심 어린, 우울한, 상심한 감정이 번갈아 가는-아마 쇼팽 녹턴에 G 단조, 아니면 슈베르트 사중주의 D 단조, “죽음과 소녀라 불리는 작품이거나 때로는 허공의 두서없이 악기를 타는 소리, 오케스트라 조율하는 것처럼, 아무 구별 가는 조성은 없이 흐르거나, 혹은 배 앓이하는 백파이프처럼 빼액소리, 아니면 흡사 콘서티나가 오직 시타르에서만 익숙할까 싶은 음계로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웅웅 낮은 소리를 내었다. 그녀는 폴카를 블루스로 바꾸고, 지그를 만가로 바꾸고, 타란텔라를 레퀴엠을 바꾸는 단음계 무드에 있었다. 그리고 탱고-그가 그녀가 슬그미 기교적으로 양식화된 탱고의 정열로 접어들던 소리를 들은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나?

폴카, 지그, 타란텔라, 탱고애석한, 수심 어린, 우울한, 상심한멘톨, 유칼립투스, 장뇌, 레몬. 그는 명상을 할 만트라를, 암송하여 귀신 쫓을 주문을 발견했다.

그는 찬장을 샅샅이 뒤지지만 꿀이 떨어졌다. 엄밀히 떨어진 건 아니다. 사실 살면서 한 번도 꿀단지를 소유해 본 적이 없다. 그는 냉장고의 북극처럼 극한으로 내핍한 암자를 연다. 케첩 한 병, 피클 단지, 두어 개 내다버려야만 하는 테이크아웃 중화요리 상자들. 하지만 레몬은 없다. 그 안에서 익어가는 플라스틱 감귤류도 없다.

다행으로 그는 숏 유리잔과 위스키 병-빔은 아니다-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기억은, 기껏해야, 근사치이고 그는 올드 구켄하이머 위스키는 잔재주를 부리리라 운을 걸어본다. 할머니의 경의를 표하느라 흉내를 내어 그는 두어 잔 연거푸 벌컥 삼켜 그 효험을 시험하고, 수분을 더하려 두어 잔을 더한다.

그 불타는 향내가 있다!

이제 콘서티나 차례이다. 고통에 휩싸였어도, 콘서티나는 감청색 목도리로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녀의 자개빛 안색이 고조된다. 오 자그마한 미인이여, 달콤한 동반자여, 그는 생각한다. 내가 찾고 있던 이라고 깨닫지 못한 이여, 너무 늦다시피 나를 찾아온 이여, 내 손가락이 노래부르도록 가르쳤던 작은 압축 상자(아코디언), 내게 눈을 감고 음악이 흐르는 대로 두도록 가르쳤던 이여.

그는 손바닥 사이에 나긋한 맞음새를 그리고 랩소디처럼 하품을 할 때처럼 몸을 뻗는 자세를 사랑한다. 그는 그녀 숨결 속 펌프질을 느끼는 일이 좋다. 그녀 심장의 풀무로 데워진 여름 미풍 같다-비록 풀무는 그녀에게 적당해 보이는 단어로는 절대 보이지 않지만. 그녀 면모에 풀무처럼 우렁찬 기세는 없다. 용트림 부풀리는 감정들도, 행진에 딱 맞춘 보조 혹은 직립보조에 반주되는 전쟁의 시끄러운 부르짖음도, 축구중간휴식을 위한 국가도, 혹은 공기주머니가 자신의 미사여구로 부푸는 동안 경례하는 깃발들의 축가도 없다. 비록, 그녀와 어울리다 보면 몇 번 그는 천사 같은 속삭임을 듣긴 해도-무슨 위대한 중세 오르간의 메아리-찬송가도 없다. 그녀의 소리는 항상 땅의 노래, 올리브 나무의 노래, 포도밭, 벌의 선율로 붕붕대는, 꽃이 피어나는 과수원의 노래였다.

나 즈드로브, 작은 압축상자 아코디언.

그는 미미하게 그녀가 위스키 미량 홀짝인 훈김을 들이쉬고 도에서 시작해서 천천히 레, , , 솔을 거쳐 떨리는 라, 시로 올라가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숏 잔을 되풀이하여 비워낸 뒤, 그는 그녀를 부드럽게 침대에서 들어 올리고 그들이 같이 연주를 하는 곡조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시소 리듬이 헐떡이는 연인들의 가쁜 숨 같다. 폴카, 지그 타란텔라가 아니다. 아니 탱고조차 아니다. 그들은 방금 그들이 고안해낸 춤에, 그들이 방금 기억해낸 오래된 춤에 맞춰 춤춘다.

이 늦은 시간에 거리에 이방인들이 있다면 그들은 멈춰 서서 마치 개들처럼 귀를 종긋 세우고 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차가운 공기를 들이쉬고, 밤에 기대어 머리를 뒤로 젖히고 듣는다. 그들의 숨결이 깃털 장식을 단다. 두 눈은 잦아드는 별자리의 희미한 조각에 붙박인다. 그리고 비록 어두워도 그들이 멈춰 섰던 미국 도시거리, 그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왜냐면 위험 대신에 오늘밤 공기는 음악을 나르기 때문이다.

나 즈드로브, 이방인들.

나 즈드로브, 음악이여.

그런 뒤, 한숨의 긴 디미뉴엔도(점점 약하게) 속에 콘서티나가 조용히 평화롭게, 달콤한 위스키 숨을 내쉬고 몸을 접는다. 그리고 레프티는 그녀 옆 베개 위에 몸을 뉘고, 이불보로 둘을 덮고 그의 눈을 감는다.

, 바르카롤(뱃노래) 같은 잠이 그를 멀리 날라 간다.

 

 

-------스튜어트 다이벡, 나는 마젤란과 항해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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