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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Stuart Dybek

나는 돌아가리 1

by 어정버정 2023. 4. 23.

page 287

Je Reviens 나는 돌아가리

 

그 여자는 향수매대에서 멈춰 서서 훑어보고 있었다. 성탄절 기간이라 마셜 필드는 쇼핑객들이 떼지어 몰렸고 그 매대는 열어둔 샘플들로, 무수한 모양과 색깔의 절묘한 병들로 어지러웠다. 그녀는 잠깐 멈춰 코를 킁킁대는 법조차 없이 하나하나 뒤져가더니 아마 찾고 있던 것을 찾아내고 분무기를 들어올리고, 한 번 푸슛 흑갈색 머리카락에 뿜었다.

그런 뒤 그녀는 누가 지켜보고 있는지 보려고 주위로 시선을 흘겼고 그녀가 쳐다보고 있는 나를 잡아채지 못하도록 나는 보석 판매대의 진주 귀걸이 전시를 살피고 있는 척 했다. 그녀 시선에 잡혀도 그녀가 알아챌 것도 아니지만. 내가 지금 차림새로도, 그러니까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외삼촌 레프티가 소유했던 영국제 낡은 트위드 탑코트를 그 위에 걸쳤어도, 그녀 같은 성인여성에게는 나는 여전히 아이처럼 보였을 것이다.

다시 올려다보자 그녀는 코트의 단추를 풀고 있었다. 그녀는 클라리넷처럼 옷을 입고 있어서, 피리처럼 가는 몸매에 은색 단추가 달린 검은 드레스를 입고 은색 허리띠를 하고, 그에 맞춘 목걸이를 하였다, 그녀는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향을 들이쉬고, 다시 거의 은근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래서 나는 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막 향수병을 슬쩍할 참이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절도를 목격하는 일로 나를 종범으로, 그녀가 있는지도 모르는 범죄의 파트너로 만들리라, 그런 생각에 흥분이 되었다. 향수 코너에 있는 두 명의 판매원 여성이 카운터의 다른 쪽에서 고객들을 상대하며 바빴다. 이 여자가 코트 아래 향수병을 슬쩍 밀어 넣을 절호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대신 그녀는 드레스의 두 단추를 풀고, 번쩍 가슴골과 검정 레이스를 드러내고 재빨리 푸슛 한 번 가슴 위에 뿌렸다. 그런 뒤 그만큼 재빨리, 단추를 채우고 카운터에서 돌아서서 쇼핑객 물결 속으로 멀어졌다.

그녀가 떠나자마자, 그녀가 서있던 지점으로 나는 발을 옮겼다. 향수 판매대 주위의 공기는 어질할 정도로 진하였으며, 모든 경쟁적인 향들이 하나의 향기로 병합이 되어 가게에 스며 있었다. 회전문을 통해 추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즉시 이를 맡을 수 있었다. 그날 일찍이 외삼촌 레프티의 장례 미사 냄새에 갑자기 자꾸만 속이 메스꺼워져, 내가 도망쳤던 교회의 자욱한 향내에 해독제와 같았다. 욱하고 오르는 구역질 직전, 눈에 눈물이 맺혀 나는 예배 중간에 교회를 떠났다. 나는 홀로 교회의 후미 쪽으로 앉아 있었고, 그래서 어머니나 어떤 다른 친척들도 내가 떠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만약 보았더라도 그들은 아마 내가 고등학교 수업에 돌아가야 하나보다 넘겼을 것이다. 알아차린 유일한 사람이 잠깐 들러 예배를 들여다보며, 현관 대기통로에 서 있는 중년의 흑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고 아마 가발인성 싶은 머리 위로 얇은 검정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자기 머리카락이라면, 그럼 그녀는 피부의 청동빛과 동일한 금속성 색깔로 염색을 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페르시아 새끼양이라고 부르는 종류의 털외투는 거의 그녀 머리카락 색조와 짝을 이뤘다. 나는 그녀를 이전에 본 적이 없었지만 내가 지나가자 그녀는 선글라스를 벗고 내 눈을 마주 보았다. 눈동자가 갈색이 아니라 녹색이었고, 마치 나를 아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 날렵한 탑코트는 아직 어깨가 잘 맞지 않는구나.”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그렇겠죠.” 이게 내가 간신히 더듬거린 말 전부였다.

이제 이거 네가 잘 돌봐야지, 페리,” 이름으로 나를 부르며 그녀가 말했다.

그런 뒤 나는 커다란, 화려한 장식의 문을 나와 탈옥수의 흥분에 들떠 몹시 추운 도시의 한파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동시에 레프티 외삼촌을 내버려둔다는, 향의 악취와 외삼촌이 아마 멸시했을 무미건조한 오르간 음악 속에, 조롱하며 비웃었을 감상적인 헌사들에, 외삼촌을 남기고 도망가는 느낌도 들었다. 지역 재향군인회의 수장이 그의 리본들과 메달들로 치장을 하고서, 반복적으로 레프티 외삼촌을 루이스-레프티가 증오했던 이름-라고 지칭하며 전쟁 영웅 그리고 한국전쟁의 뒤늦은 피해자라고 부르는 말에, 레프티였다면 그는 그저 그의 목까지 쓰레기 더미에 푹 잠긴 불행한 사내이고 빠져죽지는 않을 만큼 운좋은 사내라는 통상적인 대꾸로 대항을 했을 것이다.

나는 그 여자가 들고 있었던 분무기를 집어 들었다. 암청색이어서, 안에 든 액체의 색은 상상만 가능하였다. 나는 이를 오므린 손바닥에 뿜고는 들이마셨다. 그리고 향수 판매대에 맴돌고 있던 다양한 향기들이 퇴각했다. 그 향내는 가루분 내처럼, 무겁지는 않았지만 바닐라처럼 깊은 향을 내었다. 냄새의 용어들로 단순히 묘사할 수 없는 묘한 특성, 뭔가 내가 방금 만났던 여성의 신비로운 태도를 일깨우는 그런 특성을 지녔다. 나는 그 여자가 그랬듯이 누구 지켜보는 사람 있는지 둘러보기 위해 주위를 흘깃거리고 그녀가 그러지 않았지만, 저르비앙-담배 갑보다 그리 크지도 않은데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비싼- 향수가 든 터키옥-황금 빛 상자를 코발트 분무기 뒤 전시된 곳에서 슬쩍 탑코트 속으로 넣고 서둘러 군중들을 뚫고 여자를 따라갔다.

 

아마 내가 마셜 필즈 백화점에 들어간 순간부터 나는 훔칠 물건을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의식적인 의도였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그 가게 안에 이르리라는 계획도 하지 않았다. 나는 내 머리 밖으로 그저 향내를 지우고 공로사와 공치사들을 없애려 주변을 돌아다닐 작정이었다. 래디 브루스치익 사람들이 부르듯이 브루저가, 내가 떠났을 때 추도사를 읊고 있었다. 레프티 외삼촌이 복귀 폴카 젠츠라는 밴드의 드러머였다. 상당히 동일 인물로 알아들을 수 없을, 관에 든 사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듯이, 꾸민 말로 레프티를 추켜세우는 대신에, 브루저는 레픠가 버릇처럼 사용하던 구절 나는 그런 이유로 당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에 관한 짤막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나 자신도 레프티 외삼촌 하는 말 수차례 들은 적 있었다. 레프티는 기름때 쩌는 싸구려 식당에 있더라도, 평소처럼 웨이트리스와 수작을 부리며, 웨이트리스가 그의 커피를 다시 채워주면 꿈 그리고 슬픔에 그 중간 어딘가에서 반쯤 감긴 눈을 치켜뜨고 그녀를 향해 고마워요, 이런 이유로 당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에요,” 말하곤 했다. 재치 있는 농담이었지만 레프티는 진짜 그런 의미를 담은 듯 진지한 목소리였다.

레프티 이야기를 한 뒤에 브루저는 미국 국기가 드리워진 관을 조용히 내려다보며, 너무 오래다 싶게 설교단에 서 있었다. 가족들이 중고 금속제 관을 좋은 조건에 샀다, 외숙모 제나가 내게 경야의 밤에 자랑스레 털어놓았다. 관은 움푹 찌그러졌지만, 국기를 그 위에 덮을 거라 아무도 보지 못할 거라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중고라는 뜻이 이를 도로 파냈다는 것이냐 그래서 그런 과정에 삽에 관이 찌그러졌느냐고 물어볼까 생각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관은 교회의 중앙 통로에 놓여 있었다. 높은 촛불들이 똑바로 꼿꼿이 양 쪽에 서 있었다. 그 발치에 복사가 향로를 흔들었고, 교회는 누군가 암흑시대의 공기 코르크 마개를 뽑은 것처럼 향 연기로 가득했다.

레프티, 오랜 친구,” 브루저가 쿡쿡 관을 향해 손가락을 찌르며 마침내 말했다. “나는 그런 이유로 자네를 결코 잊지 못할 거야.”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고 나는 속은 울렁거리는데다 눈이 불타올라 일어서서 신도석을 벗어났다.

장례식 미사가 열렸어야 했을 교회, 레프티가 자란 지역구 사우스 사이드의 세인트 프로코피어스에서 거행되었더라면, 나는 한 구획을 빙 돈 뒤에 분명 교회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옛날 동네는 점점 더 험해지고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은 총구멍들로 곰보자국이 났고, 갱단 낙서들이 교회벽들을 따라 스프레이 칠이 되었다. 그 외에도, 대부분 가족들이 교외지역으로 이사를 나왔다는 이유로, 추도 미사는 세인트 피터즈, 으리으리한 도심 교회에서 열렸다. 매디슨으로 열린 문을 일단 나가자, 성탄휴가 전등들과 거대한 막대 사탕들과 종을 울리는 산타들로 줄을 선 거리들에 북적거리는 성탄절 쇼핑객들에게 꼼짝없이 발이 묶여 나는 그냥 계속 걷기만 했다.

걸으면서 레프티 외삼촌을 생각했다. 내가 어렸을 때 그리고 막 삼촌이 한국의 포로수용소에서 돌아왔을 때, 외삼촌을 이웃동네 선술집들 도는 데 나를 데리고 다니곤 했다. 그 당시에 나는 그에게 좋은 치료로 여겨졌다. 나중에, 그가 대중 앞에서 연주를 다시 하기 시작한 후에 나는 때로 모퉁이 주점의 뒤편 홀에서 올리는 결혼식 리셉션에 젠츠의 연주를 들으러 갔다. 나는 레프티가 그의 싸구려 금속제 클라리넷에서 변색된 테너 색스로 갈아타는 순간만을 기다리곤 했다. 이 색스는 넘버 4 1/2 리코 리드로 무장하고 침 닦는 헝겊이라고 하던 흰색수건을 드리운 채 연주대 옆에서 저녁을 죽이고 있었다. 연주대 가장자리에 술에 취한 듯 흔들거리며, 레프티는 솔로에 착수했다. 그의 뒤 브루이저는 베이스 드럼의 발 페달 쾅쾅대는 게. 무대 모서리 너머로 붉게 광채가 나는 루드빅/루드비히 드럼키트를 몰아, 나머지 젠트 단원들을 그와 함께 데리고 가려고 바닥 액셀을 힘껏 밟고 있는 것 같았다. 춤추는 사람들은 와 함성을 지르고 소용돌이 치고 쿵쾅대었지만 마침내 템포를 도저히 못 따라가 무도장 바닥에 헉헉대며 입만 벌리고 섰고 한쪽에서 신부들러리들은 부스스하게 풀린 호박단을 입고 퇴위하는 프롬 여왕들처럼 어지러워 휘청거렸다. 접이 의자에 서서 춤곡 불라고 고함을 질러대는, 결혼식 하객들의 솟구치는 욕설은 도통 무신경으로 레프티 외삼촌은 혼이 들린 듯 불어젖혔다. 브루이저만 제외하고 모두 연주하기를 멈추었고, 동료 젠츠의 간청에도 그를 조용히 시킬 수 없었다, 종국에는 여전히 관악기로 울어대는 레프티를 무대 밖으로 끌어내는 내는 일 외에 별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 당시 그가 말짱한 정신의 간주들에, 볼품없는 실패였지만, 레프티는 내게 색소폰 연주하는 법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그가 죽은 뒤에 외삼촌은 영국제 탑코트 외에 나는 변색한 마틴 테너 색스도 물려받았다. 외삼촌은 알토 색스도 보유하고 있었지만, 가족들은 이를 찾을 수도 없었고 금속 클라리넷도 찾을 없어, 비록 해당하는 전당표가 그의 어지러운 무더기 종이들 사이에 등장한 적은 없었지만, 외삼촌이 이들을 저당 잡혔나보다고 여겼다.

외삼촌은 전당포가 단골인 유일한 사내였다. 몇 번 그는 나를 전당포에 데려갔다. 한 번은 그는 한 쌍 눈물 모양 녹색과 진보라색 귀걸이를 샀다.

누구 주려고요?” 내가 물었다.

좋은 꿈 꿈꾸려고,” 레프티 외삼촌이 말했다. “자러 가기 전에 이들을 네 눈꺼풀에 대어 봐 그럼 악몽이 안 들어와.”

저거 에머랄드에요?” 내가 궁금해 물었다.

아프리카산 감람석하고 아마존에서 난 자수정이야.” 전당포주인이 대답했다. 그는 카운터에 검정 비로드 천을 펼치고 그 위에 귀걸이를 배열하고 그들을 보석세공인 루페를 통해 눈을 찡그리고 보았다.

그걸로 내 똥구멍 찾아보면 아마 호프 금강석 발견할지도 모르지,” 레프티가 그에게 말했다.

전당포 주인은 농담에 불쾌해 보이지 않았고, 나는 레프티가 원하는 가격까지 그가 내릴 때까지 그들이 옥신각신 흥정을 하는 소리를 들었다.

자네가 우리 아이들 입에 든 것도 훔치는 꼴을 내가 보고만 있다니,” 전당포주인이 투정했다.

그래, 고마우이,” 레프티가 말했다. “그런 점에서 절대 자네를 잊지 않을 거야.”

레프티가 거래를 하고 있으니 내게도 뭐 사 달라고 은근 졸랐다. 위협적인 면모의 칼들과 총검에서 뼈로 된 손잡이 스위치블레이드라든가 하는. 대신 삼촌은 내게 하모니카를 사주었다. 이를 입술 하프라고 삼촌은 불렀다.

페리, 너 이걸 돌봐 주거라.” 레프티가 내게 말했다. “그럼 저 망할 칼자루보다 더 나은 친구가 되어 줄 거다.”

하모니카를 뭐든 저당을 잡혔던 타락한 인물의 병균들을 죽이기 위해 한 백번 쯤 뜨거운 수도꼭지 물로 헹구고 나서 나는 실제로 진짜 관악기에는 좀체 없던 요령으로, 연주하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때때로 내가 어렸을 때 했던 것처럼 우리는 스포츠맨 공원에 갔다. 레프티는 내게 내깃돈을 맡겨 나는 설키(2륜마차)에 돈을 걸 수 있었다. 영국제 탑코트의 안주머니에서 박혀있던 칠십이 달러 뭉치를 나는 발견했다. 대부분이 제퍼슨 얼굴이 담겨있는 빳빳한 이 달러 지폐들이었다. 오직 경마장에서만 보았던 것들이다. 나는 돌돌 만 뭉치를 발견했다는 언급을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그 돈 외에 레프티가 3연승단식을 맞추려고 샀던 오래된 경마티켓들 토막들도 있었다. 머리 빈 떨거지들만 한다고 내게 가르쳤던 그런 종류의 내기였는데.

외삼촌 술 마시는 일이 점점 심해지면서 외삼촌 보는 일이 점점 드물어졌다. 무슨 특별한 병증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지만 그는 재향군인회 병원들을 들락날락했다. 외삼촌은 캘리포니아로 나갔다가 어깨에 푸른색으로 팔분음표 문신을 하나 자랑스레 새기고 비트족 같은 외관을 선사하던 반다이크 수염을 기르고 돌아왔다.

그가 처음 병원에 수감된 때가 시카고에 온 윌리 메이즈 환영인사로 햄즈 맥주를 건네주려다가 링글리 구장 외야석에서 굴러 떨어진 후였다. 그는 외야 잔디를 가로질러 야구장에서 부여잡고 끌어내려고 몰려든 안내인들과 경찰들을 싸워 물리쳐 가며, 브로큰필드(넓게 흩어진 상태의 미식축구경기) 주자처럼 전속력으로 달렸으며, 멀리 노스웨스트 사이의 정신 병원으로 보내졌다.

외삼촌이 들어갈 때마다 매번 어머니와 나는 두 시간 거리 고가열차와 버스를 타고 외삼촌을 방문했다. 레프티가 부비 해치라고 부르라고 우리더러 졸라대던 병원은, 높은, 가시 돋친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였다. 울타리는 넓게 뻗은 잔디밭의 자연적인 형세인양 전나무 녹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레프티는 POD, 의사들의 감옥수라고 스스로를 칭했다. 나는 그가 한국에서 전쟁포로POW였는데, 탈출을 한다면 그래서 무사히 미국으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온갖 일들을, 야구 경기에 간다거나 따뜻한 겨울 외투를 산다거나 같은 사소한 일들까지 꿈꾸었을 텐데 이제 집에 돌아와서 다시 수감이 되었다고. 생각하던 기억이 난다.

외삼촌이 탈출하자 처음 몇 번 병원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우리는 레프티가 우리집에 모습을 드러내리라 생각하며 기다렸지만,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외삼촌은 한 번에 몇 주씩 사라졌다가 나타나서는 어디에 있었는지 도통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레프티에게 도시 어딘가에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게 어머니 지론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넌지시 이에 관해 레프티를 몇 번 떠볼 때면 외삼촌은 그저 반쯤 감긴 눈으로 어머니를 조용히 바라만 보는 것이었다.

마지막 탈출은 포근한 날씨가 한동안 지속되어 12월이 감쪽같이 4월처럼 느껴지던 때였다. 사람들이 그의 시체를 도로 시리도록 추워지던 밤이 지나, 아침에 발견했다. 그가 탈출할 때 입었던 가벼운 스포츠코트를 입고서 레프티는 부비해치 안으로, 밤 동안에 잠가둔 정문 위로 도로 타고 들어오려고 했다. 걷지도 못하게 잔뜩 취해, 분명 대문 꼭대기에서 떨어져 웅덩이에 얼굴을 묻고 착륙했던 모양이었다. 검시 결과 그는 석자 깊이 진흙물에 익사했다는 것이었다. 아침 즈음에 물웅덩이는 그의 주변으로 얼어있었고 사람들이 쪼개가며 그의 시체를 얼음에서 빼내어야 했다. 꼭 그런 식으로 죽어야만 했다면, 적어도 도로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에 밖으로 기어 나오다 그랬기를 나는 바랐다.

나는 교회 뒤편에 서 있던 청동색 가발의 여성에 대해 생각했다. 레프티의 비밀 여자친구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경마장에서 혹은 음악을 들으러 갔던 어느 술집에서 만난 여자이거나 혹은 레프티가 그런 이유로 나는 절대 당신을 잊지 않을 게요 대사를 치던 웨이트리스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여자, 애도의 표시인양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여자는 웨이트리스치고는 여왕처럼 너무 당당했다. 불타는 볼연지 붉은 색이 구릿빛 높은 광대뼈를 따라 출진 물감처럼 그어져 있었다. 나는 그녀가 귀걸이를 차고 있었는지 상기해보려고 했고, 레프티가 샀던 그 귀걸이들이 그녀에게 어떻게 보일까 상상해 보려고 애썼다. 귀걸이들은 그녀의 타원형 눈에 어울렸다. 아마 외삼촌이 탈출 중에 숨어 지내던 곳이 그녀의 집일 수도 있으리라. 아마 그녀 때문에 외삼촌은 계속 탈출을 했을 수도 있다. 레프티가 탈출해 나가려는 것만큼 탈출해서 가려는 무언가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은 전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걸 깨닫고 나자, 나는 새로이 그녀를, 레프티의 시선에서 그녀를 보고 싶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갑게 날이 바뀌던 날 외삼촌은 왜 그녀와 머물지 않았는지 무엇에 쫓겨 부비해치로 돌아왔는지, 알고 싶었다. 그녀를 추적해가는 내 환상 속에서도, 그런 대화는 절대 하지 못하리라 알면서도.

추위에 머리가 맑아졌다. 더 이상 속이 울렁거리지 않았다. 사실 배가 고팠다. 교회로 거의 다 돌아와, 아담스를 걸어 내려가다, 버고프를 지나게 되었다. 레프티가 곧잘 이야기하던, 서서 마시는 바가 딸린 식당이었다. 삼촌이 한 방 크게 맞췄을 때, 그가 땅콩과 카라멜에 푹 잠기는 때라고 일컫던 풍족의 상태를 축하할 때면 자주 들러 죽치는 장소 중의 하나였다. 광을 낸 오크 바에 서서, 외삼촌은 단단하게 익힌 차가운 달걀을 먹고 갈색 겨자와 서양고추냉이를 펴 바른 호밀빵에 튜링거 소세지 샌드위치를 먹고 이들을 버고프 자가상표의 흑맥주가 든 스타인 잔으로 씻어 내렸다. 아마 그는 지금 내가 입고 있는 바로 이 탑코트를 입고 바에 서있었을 것이다. 세인트 피터 교회로 도로 향하는 대신에 나는 버고프 안으로 발을 들였다.

세 명의 바텐더가 긴 바 뒤에서 일하고 있었다. 회사원들이, 여전히 탑코트와 목도리를 두른 채 옹기종기 모여 서서 해시 요리들과 샌드위치를 먹고 거품 이는 스타인 잔을 벌컥벌컥 마셨다. 또 다른 한 줄 남자들, 추위를 떨쳐내며, 흰색 주방장 옷을 입은 사람이 서빙 하는 샌드위치를 기다렸다. 이 남자는 산처럼 두툼한 로스트에 고기 저미는 칼로 능숙하게 휘둘렀다.

바에 북적대는 사람들과는 또 다르게 남자들이 서있는데, 벽을 따라 선 높은 목재 탁자들 위 남겨진 트리뷴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시장보고서 면으로 접혀 있는 신문을 집어 들었고, 담배 한 대 피워 물었으면 했지만, 안 된다, 그러면 너무 지나치리라 생각했다. 대신 나는 반쯤 피운 필터담배를 재떨이에서 슬쩍 챙기고 손에 닿는 곳에 있는 버고프 성냥첩으로 성냥을 켰다. 나는 얼굴 주위로 탑코트 깃을 올리고 바의 사람들 틈에 끼어들었고 경제면에 몰두하고 늦은 점심을 먹는 무심한 남자의 태도를 취했다. 벌써부터 내 심장이 달음박질치고 있었다. 나는 정장과 레프티의 탑코트의 도움을 받아 법적인 음주 나이로 무사통과하리라 기대를 걸었다. 어쨌거나 그런 탑코트로 여기서 몇 잔이나 제공이 되었는지 전해들은 바는 없었다.

무얼 주문하시겠어요?” 얼굴에 도돌한 반점이 있는 회색 머리칼의 바텐더가 독일 억양으로 방금 내 옆에서 떠난 남자가 남긴 팁을 주워 담으며 내게 물었다.

나는 고민하는 척, 숨을 들이쉬고, 담배 연기를 내뿜었고, 아주 의도적으로 내 담배를 바 위의 재떨이에 비벼 껐다.

저 계란 하나를 먹겠어요.” 내가 말했고 시장보고서에 코를 박는 일로 돌아갔다.

그는 계란, 껍질용 접시 하나, 냅킨과 소금과 후추 세이커와 함께 날라 왔다.

마실 거리는 뭘로?” 그가 물었다.

그냥 스타인 한 잔요,” 신문에서 시선을 들지 않고 말했다.

그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의 시선만이 아니라 그의 반점 역시 노려보는 듯했지만 그는 내 신분증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탑코트의 묵직한 무게 아래 땀을 비질거리고 있어도 내 손은 흔들림 없이 나는 계란 껍데기를 깠다. 나는 레프티 외삼촌이 내 어깨에 수호천사처럼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외삼촌 저버린 대신에, 그의 영혼이 교회 밖으로 나를 쫓아왔고, 차라리 붉은 신호등에 달리는 영구차로 이송되기보다 여기 있겠다는 듯이 그렇게. 영구차는 마지막 승차로 장례식 행렬의 차들을 밀워키 대로 아래로 이끌며 노스웨스사이드로 빠져나가, 보호림을 지나, 레프티가 늙은 폴락(폴란드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 매장지라고 불렀던 세인트 애덜벌트 공동묘지 가족 묘역으로 갈 것이고, 너무 비옥해 보이는 검정 사각 구멍이 눈으로 엉긴 잔디에서 입을 벌리고 선 묘소 옆에서 짧게 예배가 있을 것이다. 그런 뒤 산 사람들은 편리하게 묘역 건너편에 자리한 화이트 이글 식당을 물러날 것이고, 거긴 닭요리, 로스트비프, 키엘바사. 크라우트, 피로기, 으깬 감자, 사우어크림에 얹힌 오이들이 길게 펼쳐져 있고 디저트로 콜라치 접시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계란에 소금과 후추를 쳤고, 바를 따라 놓인 종지에서 서양냉이고추 살짝 발랐다. 바의 길이 방향으로 달리는 번뜩이는 거울 속 내 반영을 올려다보았다. 나 자신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미 계획이 부화하고 있었다. 계란 하나를 마치고 다른 하나를 주문한다. 이로 다시 스타인을 한잔, 그런 뒤 딜 피클이 든 호밀빵 튜링거 샌드위치 줄에 선다. 그리고 디저트로, 버고프의 숙성 버번, 거울 기저를 따라 반사되고 있는 저 병들 중 하나 숏을 특별히 포함한 보일러메이커(위스키 한 잔에 맥주 한잔)-레프티 외삼촌에 바치는 개인적인 건배이다.

바텐터가 내 앞에 스테인 잔을 망치 박듯 쾅 내려놓았고 하얀 앞치마로 거품을 닦았다. 나는 빳빳한 2달러 지폐 두 장을 벗겨내어 바 위에 철썩 내려쳤다. 그는 비통상적인 지폐에 눈을 껌벅이지도 않고 집어 들고서 등록기로 걸어갔다.

나는 후추와 냉이고추를 입힌 달걀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내가 여직 맛 봤던 어떤 것보다 맛이 좋았다. 그런 뒤 검은 양조맥주와 베이지색 머리거품의 무거운 스테인 잔을 들어올렸다. 꿀꺽 마셨다.

루트 비어였다. (사사프라스 나무껍질 뿌리로 만든 보통은 비알콜성 맥주 모양 음료)

다 괜찮아요?” 바텐더가 내 잔돈을 돌려주며 물었다.

괜찮습니다.” 내가 말했다.

다른 한 입에 나는 달걀을 끝냈지만 루트 비어는 남겼다. 내가 어렸을 적에 레프티 외삼촌은 이웃의 술집들을 나와 돌았고, 항상 내게 사주던 음료가 루트비어였다.

실례합니다,” 내가 바텐더에게 말했다.

?” 그는 우리가 독일어로 말하고 있는 듯이 물었다.

혹시 필기구 좀 쓸 수 있을까요?”

그는 귀 뒤에 꽂은 연필을 내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내가 말했다.

나는 루트 비어 아래에서 밖으로 붉은 버고프 상징이 선명히 장식된 판지 코스터를 빼내고 이를 펄럭 뒤집고, 아무 것도 없는 쪽에 가서 뒈져버려 새겨 넣고, 이를 팁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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