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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호의 승무원들은 브뤼셀로 가서 불랑제 장군의 추모식에 참석하여 조의를 표하라는 명령을 하달받았다. 장군의 자살 기일, 매년 9월 30일에 열리는 이 추모식은 정치적인 색채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우연의 친구들> 관료 조직 내에는 여전히 불랑제주의의 끈질긴 잔재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지부에서 오는 공식 서신에는 여전히 노란색과 파란색에, 안에는 장군의 화상(畵像)이 애도 가득한 갈색으로 인쇄된 우표가 붙은 경우가 보였다—이 우표는 어느 모로 보아도 1 상팀에서 20프랑에 이르는 합법적인 프랑스 발행 우표였지만, 실제로는 팀브레 픽티프(timbres fictifs허구 우표)로, 독일에서 나왔다고, 불랑제파 쿠데타 이후 이 우표를 팔기를 기대하던 어느 한 사업가의 소행이라고들 했지만 독일 정보국, “IIIb” 작전 참모의 개입 가능성도 불길하게 감돌았는데, 이는 독일이 다소 평정을 잃은/불귀의 객이 된 장군이 주도하는 보복주의자/실질 영토회복주의자에 맞서는 것이 좀 더 용의주도하게 모색한 어떤 다른 정책보다 군사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론이 내비쳤다.
브뤼셀 찾는 일은 너무나 우울했기에 소년들은 가장 가까운 공인 상륙 허가 항구인 오스텐드에서 지상 휴가를 신청했고,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허가를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견 우연처럼, 그들은 그랑 호텔 드 라 누벨 디그에서 열리는 4원수 망명자들 대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캔들브로우 이후로 한곳에서 이렇게 많은 저 치들을 본 적이 없는데.” 다비가 원격 뷰어를 통해 바라보며 언명했다.
“그처럼 궁지에 내몰린 지식 분야에, 과거 <4원수 전쟁> 시절, 캔들브로우는 정말 몇 안 되는 안전항, 피난처였지.” 칙이 말했다.
“우리가 아는 몇몇은 아니 마주칠 수 없겠는데.”
“분명 그렇겠지,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알아볼까?” 마침 바람이 땅에서 바닷바람으로 방향이 으로 바뀌는 시기였다. 그들 아래로는 디그 해안지구를 따라 사람들이 줄지어 호텔로, 애프터눈 티로, 밀회로, 낮잠을 자러 돌아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랜돌프는 오랫동안 익숙한 우울한 표정으로, “모두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신기한 듯 목을 빼고 올려다보곤 했는데. 요즘은 우리가 그냥 점점 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에에히이, 장담해, 내 크낙부르스트(짧고 통통한 소시지)를 꺼내 저들을 향해 흔들어 보여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걸.” 다비가 낄낄거렸다.
“서클링(젖먹이)!” 숨을 헉 들이쉬는 린지. “치수를 계산해 넣더라고, 너의 경우에는 살시치아(이탈리아 소세지)식 비유를 지소사 쪽으로 바꿔야 할 것이니, ‘바이너weiner’가 더 적절하겠지. 그건 그렇고 어쨌든 네가 고대하는 취미활동은 우리가 발 들이는 대부분의 사법권 내에서, 심지어 공해상에서도 법규로 금지되어 있으며, 오로지 형사법상 정신병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징후로만 여기지.”
“이봐요, 노즈워스.” 다비가 대답했다. “지난000000 0000 .”
“이런, 조그만 녀석—정말 ‘조그만이란 뜻이야—”
“여러분.” 지휘관이 그들에게 간청했다.
일반인들 시야에서 아무리 용케 벗어났다하더라도, 불편 호는 거의 즉시 드 데커의 주목을 받았다. 드 데커의 근무처는 니우포르와 덩케르크 사이의 모래 언덕들에 원시적인 형태의 전자기 감시 기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최근 이 기지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전계 강도로 의문의 신호가 포착되고 있었다. 이 기지들은 불편 호에 탑재된 테슬라 장비, 전 세계를 떠다니는 비행선에 보조 전력 공급을 위해 배치된 여러 소형 전력 수신기 중 하나인 이 장비의 감지를 겨냥한 것이었다. 송신기의 위치는 경쟁의 기미라도 보일라치면 언제든 전력 회사의 공격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최대로 비밀로 유지되었다. 테슬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고 강력한 전기장과 자기장의 강도에 놀란 드 데커의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이 신호를 피에트 외브르가 그토록 흥미로워하던 4원수 무기에 대한 최근 소문과 융합하였다.
비행선이 항상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외브르는 비행선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람이 모래언덕을 정확히 가로질러 향할 때면, 그는 하늘 높이 엔진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별들이 검은 배경 위에서 움직이는 커다란 검은 형체로 완전히 지워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또한 방파제 위에서 마치 재미를 찾아 헤매는 한 무리 대학부생들처럼 구부정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풍경을 구경하며 얼쩡거리는 선원들을 얼핏 본 것 같았다.
이제는 10월이었고, 정규 시즌은 끝났으며 바람은 서늘해도 디그 해안가에서 사람들을 쫓아낼 만큼 쌀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린지는 불쾌해했다 — “너무 심하게 고적해. 소금기 때문에 얼굴이 간지러워. 마치 롯의 아내가 된 기분이야.” 여기 바깥의 바닷빛과 착시 현상에, 진행되고 있는 철거와 신축 공사와 더불어, 소년들은 뭐든 멀찍이 있는 특정 대형 물체가 대체 무엇으로 드러날지 종종 확신할 수 없었다. 구름일지, 전함일지, 방파제일지, 아니 어쩌면 너무나 선뜻 받아들이는 하늘에 비친 내면의 어떤 정신적 곤경의 투영일지 단정할 수 없었다. 따라서 아마도 그들이 오스텐드에서 이미 알아차렸던 실내 장식—카지노, 수치료 시설, 다양한 선택 범위의 위장한 호텔 스위트룸—사냥 오두막, 이탈리아 작은 인공 동굴, 죄악의 객실, 등 하룻밤 묵을 수단을 갖춘 투숙객이 요구할 수도 있는 것들—에 대한 선호도 그랬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을 오싹하게 슬금거리는 이 낯선 민간인들은 누구죠?” 다비가 물었다.
“당국이지, 그게 어째서?” 칙이 어깨를 으쓱했다.
“‘당국’이라니! 지상 관할만 해당이지. 우리랑은 아무 상관 없는데.”
“너는 법무관이야.” 린지가 상기시켰다. “문제가 뭐야?”
“‘그’ 문제는, 노스워스, 네 관할 문제야. 선임 위병 하사관이니까. 모든 게 있어야 할 제자리에 있지 않아. 마치 미지의 인물들이 배에 몰래 올라서 헤집고 다녔던 것 같네.”
“하지만 상상도 못 할 일이잖아.” 랜돌프 세인트 코스모가 지적했다. “퍼그낙스 몰래 통과할 리가 없어.” 실제로 퍼그낙스는 세월이 흐르면서 단순한 감시견에서 정교한 방어 시스템으로 진화했고, 게다가 고도로 발달된 취행도 획득해, 특히나 인간의 피를 좋아하게 되었다. “카르파티아 산맥 임무 이후로,” 랜돌프는 약간 얼굴을 찌푸리며 회상했다. “그리고 테메슈바르에서 울란 경기병대를 몰아낸 방식은 정말, 마치 기병대 말에 최면을 걸어 기수들을 안장에서 떨어뜨리는 것 같았지….”
“대단한 축제였어!” 다비가 낄낄거렸다.
하지만 요즘 들어 퍼그낙스의 무술 실력에 대한 그들의 감탄은 우려가 아니 섞인 것은 아니었다. 충직한 개의 눈에는 이상한 빛이 감돌았고, 이제 그와 소통하는 선원은 마일스 블런델 외 크게 없었다. 둘은 함미 갑판에 나란히 앉아 밤중 당직 경계 근무 시간이 한참 저울도록 마치 텔레파시로 통하는 듯, 말없이 시간을 보낸다고들 했다.
중앙아시아 임무 이후, 마일스는 자신으로서는 다른 승조원들과 나눌 수 없는 영적인 프로젝트에 점점 더 깊이 사로잡혀 있었다. 비록 그의 현재 행적 궤도를 보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아주 멀리 그를 이끌 것이라고 모두에게 명백했지만. 타클라마칸 사막 아래에서, 칙과 다비는 개념치 않고 자유항을 전전하며 차례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린지와 랜돌프는 토드플랙스 선장과 샴발라를 찾는 임무의 수행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몇 시간이고 논의하며 보내는 동안, 마일스는 거의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성스러운 도시의 예시에 시달리고 있었다. 다만 딱 한 조각의 시간, 그가 관심 돌리는 곳마다 펼쳐진 얇은 장막으로 갈라져 있는데, 그 장막은 갈수록 점점 더 약하게, 투명해지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대화도 나누지 못한 그는 종종 요리하다 놓쳐버리고, 팝오버 반죽을 젓는 것을 잊고, 스카이 커피를 엉망으로 망치곤 했고,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태연하게 일상의 소사들을 해 나갔다. 어찌 저들이 그 헤아릴 수 없는 무한한 <접근>에 대해 모를 수 있는가? 그리하여 그는 푸그낙스를 찾아가, 그의 눈에 예고 없이 위험하게 돌변하는 하늘 속에서 선 등대처럼 이해의 빛을 들여다보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전의 위대한 빛은 떠나버렸고, 확신은 지상 거주자들의 약속처럼 산산이 조각났다—시간은 다시 불투명으로 돌아갔고, 어느 날 소년들은 여기 벨기에로 옮겨졌다. 마치 사악한 힘에 의해 석탄 연기의 냄새와 계절에 맞지 않는 꽃향기를 뚫고, 땅쪽으로 벗어나기 시작해, 육지와 바다의 배치가 모호한 포위된 해안으로 향하고, 점점 짙어지는 어둠으로 뻗어가는 해변의 그림자 속으로, 그 그림자들은 실제로 서 있는 건축물과 늘 일치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들 위로 겹겹이 안으로 접히고 주름지며, 전체 지도 가득 불빛 없는 외곽 지역들이 모래 언덕과 작은 마을들 사이에 뻗어나가…
마일스는 이 높이에서 보이는 눅눅한 먼 곳들을 내다보며, 어쩌면 저주까지는 아니겠지만 케케묵은 오랜 세월 운명에 고착된 저지대를 가로질러 거의 어떤 것도 읽을 수 없는. 머뭇거리는 어둠을 응시하고, 그는 그 긴장감과 의뭉스러운 암시 속에 든, 창백하고 광활한 황혼을 곰곰이 묵상했다. 지구의 곡면 바로 뒤에 스민 밤에서 무엇이 등장하려고 하는 걸까? 운하에서 피어올라 배를 향해 다가오는 안개. 희미하게 번진 외딴 버드나무 잡목림이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저 멀리 낮은 구름이 침침하게 해를 가려, 그 빛이 여기서 보이는 시야 뒤에 숨은 도시의 연상들 속으로 몰래 뚫고 들어갔다. 개략적으로 도시를 그리는 두더지 회갈색과 훼손된 장미빛 어둠들이… 샴발라처럼 신성하거나 갈망으로 찾아 나설 만한 것은 없이, 이 저지대를 휩쓸고 지나가는 모든 빛에도 끈질기게 검은 기운이 짙게 물들어, 죽은 도시들 위로, 거울처럼 고요한 운하 위로… 검은 그림자, 폭풍과 재앙, 예언, 광기가 흐르고…
“블런델,” 린지의 목소리에 오늘따라 평소의 가시 돋힌 짜증은 쏙 빠져, “지휘관이 특별 항공팀을 소집했다. 제발 지정된 위치에 임하라.”
“그러지, 린지. 잠깐 정신을 팔았어.”
그날 저녁 하갑판 일에서 풀려난 후, 마일스는 칙 카운트플라이를 찾아갔다. “<무단침입자> 중 한 명을 봤어.” 그가 말했다. “저 아래. 산책로 쪽에서.”
“그가 널 알아봤나?”
“어. 우리는 만나서 말을 나눴어. 라이더 손Ryder Thorn. 그는 캔들브로우에 있었어. 그해 여름 우쿨렐레 워크숍에. 그는 영원이라는 맥락에서 네 음으로 된 화음에 대해 강연했고, 자신을 4원수주의자라고 소개했어. 우리는 금세 그 악기에 대한 공통된 애정을 알게 되었어.” 마일스는 회상했다. “그리고 우쿨렐레 연주자들이 당하는 수모와 경멸에 대해 토의했고. 그런 무시는 우쿨렐레가 거의 배타적으로 화음을 내는 데에만 이용된다는 점에 유래하였다고 우리는 결론지었지—순차적이 아니라, 단 하나, 영원한 사건들로 한꺼번에 파악이 되니까. 보표(譜表)를 따라 위아래로 흐르는 선형적인 멜로디의 음표들은 시간에 대비하여 음의 높이를 적은 기록이니, 멜로디를 연주한다는 것은 시간이라는 요소, 그리하여 필멸성을 채용하게 돼. 우리가 친 화음의 영원함에서 내심 벗어나기를 꺼리는 모습이 눈에 띄다 보니 우쿨렐레 연주자들은 자랄 생각이라고 없는 무책임하고 철없고 우스꽝스러운 어린아이 같다는 평판을 얻었지.”
“그런 생각은 전혀 못 했어.” 칙이 말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우리가 아카펠라로 부를 때보다 훨씬 듣기 좋다는 것뿐이야.”
“어쨌든 쏜과 나는 예전처럼 여전히 말이 잘 통한다는 걸 알았지. 마치 캔들브로우에 다시 간 느낌이었어. 다만 아마도 위험만 덜한.”
“마일스, 당시 네가 우리를 구해줬어. 넌 모든 걸 꿰뚫어 봤어. 뭔지 말은 안했어도—”
“내가 거기 있었든 없었든, 너희들은 너희들의 뛰어난 분별력으로 살아남았을 거야.” 마일스가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칙이 이제는 알아챌 수 있는 어떤 단절이 느껴졌다. “뭔가 다른 게 있는 것 같은데, 안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몰라.” 마일스는 자신의 ‘기회의 친구들’ 정규 지급품인 너클 더스터(브라스너클)를 살펴보고 있었다.
“무얼 계획하고 있는데, 마일스?”
“만날 약속을 잡았어.”
“어쩌면-위험에 처할 수도 있어.”
“두고 봐야지.”
그래서 마일스는 특별 요청서를 제출했고 랜돌프의 승인을 받은 후, 사복 차림으로 혼자 내려갔다. 겉보기에는 또 다른 당일치기 여행객처럼 아래 성대한, 늘 인질처럼 바다에 좌우되는 마을을 어슬렁거리는 줄지은 지상의 계절 손님들 틈에 섞였다.
화창한 날이었다. 수평선에 여객선의 탄소 얼룩자국을 볼일락말락했다. 라이더 손은 쿠르잘(유원지, 휴양시절) 옆 디그 모퉁이에서 자전거 두 대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 우쿨렐레도 가져왔군요.”
“제가 쇼팽 녹턴의 ‘경쾌한’ 새 편곡으로 배웠는데, 관심 있으실지도 몰라.”
그들은 제과점에 들러 커피와 빵을 사 먹고는 남쪽으로 딕스무이데를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았고, 잔잔했던 공기는 속도가 붙어 산들바람으로 바뀌었다. 늦여름의 정취로 북적거리는 아침이었다. 수확철이 끝 무렵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젊은 관광객들이 도로가와 운하변 곳곳에 가득했고, 걱정에서 면제된 계절을 마무리하며 학교와 직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형은 평평하고 자전거 타기에 편해서 시속 32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들은 개별적으로 그리고 신나게 획일적인 관광객들이 그룹을 지어, 자전거 타는 다른 사람들을 추월했지만, 멈춰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마일스는 실제보다 덜 당혹스러운 척하며, 시골 풍경을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햇빛이 꼭 어젯밤 물빛 황혼처럼 내면의 어둠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사방을 둘러싼 사진 같이 선명한 네거티브를 통과하는 것 같았다—저지대는 물개똥지빠귀 소리 외에는 거의 고요했고, 수확을 마친 들판, 가마에서 말리는 홉 냄새, 지역 관행으로 봄까지 습기에 썩히지 않고 뽑아서 다발로 묶어 쌓아놓은 아마, 반짝이는 운하, 수문, 도랑과 수레길, 나무 아래 풀을 뜯는 젖소들, 조금씩 움직이는 평화로운 구름들. 빛바랜 은판. 저 하늘 위 어딘가에 마일스의 집, 그가 인간의 미덕이라고 알고 있는 모든 것, 그 배가, 어딘가에 정박해서,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그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우리 사람들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압니다.” 손이 말했다. “그리고 제 임무는 당신네 들은 그것을 알고 있는지, 안다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저는 열기구 클럽의 급식소 요리사입니다.” 마일스가 말했다. “저는 백 가지도 넘는 수프 종류를 압니다. 시장에서 죽은 생선의 눈만 봐도 얼마나 신선한 정도인지 알 수 있고, 푸딩도 대량으로 뚝딱 만드는 일에 도사죠. 하지만 미래를 예언하지 않습니다.”
“제 곤란한 상황도 살펴봐 주세요. 제 상관들은 당신이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그들에게 어떻게 보고하면 될까요?”
마일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사한 지역이긴 한데, 좀 움직임이 없이 정적이라. 저로서는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네요.”
“블런델, 예전 캔들브로우에서,” 손이 말했다. “당신은 동료들이 볼 수 없었던 것을 볼 수 있었죠. 발각되기 전까지 우리를 꾸준히 감시했잖아요.”
“설마. 그럴 이유가 없어요.”
“당신은 우리 계획에 협조하기를 고집스럽게 거부하시네요.”
“우리가 시골뜨기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낯선 사람들이 난데없이 나타나서 믿기지도 않게 너무 좋은 제안을 하면…뭐, 다만 상식이 퍼뜩 그러니까 빨간불이 들어온다는 거죠. 그걸로 우리를 탓할 순 없을 테니, 그렇다고 죄책감을 느낄 생각도 없어요.”
마일스가 진정될수록 손은 흥분이 더해갔다. “당신들은 저 위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 너희가 안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시야에서 놓치고 있어요. 우리가 왜 캔들브로우에 영구 기지를 세웠는지 알아? 아무리 정교하고 추상적이라 할지라도 시간에 대한 모든 연구의 진정한 근본에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야. 우리가 그 해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너희는 모든 것 위에 떠다니며, 모든 것에 영향 받지 않고, 불멸이라고 생각하지. 그 정도로 당신은 어리석나?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
“이프르와 메닌 사이, 도로 표지판에 따르면.” 마일스가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 이 주변 수백, 수천 마일에, 특히 이곳에서—” 그는 마치 비밀을 하마터면 폭로할 뻔한 것처럼 멈칫 자제를 하는 듯 굴었다.
마일스는 궁금증이 일었고, 이제는 바늘이 어디로 향하고 어느 방향으로 돌려야 하는지 알았다. “너무 많은 말은 하지 마세요. 난 스파이잖아, 기억하지요? 이 대화 전부 국가 단위 본부에 보고할 겁니다.”
“빌어먹을 블런델, 너희 다 빌어먹어라. 너희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전혀 모르네. 너희가 ‘세상’이라고 여기는 이 세상은 사라져, 나락으로 내려앉을 거야. 그리고 그 이후의 모든 역사는 지옥의 역사에 속하게 되고.”
“여기가,” 마일스가 고요한 메닌 도로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플랑드르는 역사의 대단위 공동묘지가 될 거야.”
“그렇다고.”
“그리고 가장 별나고 뒤틀린 부분은 그게 아니야. 사람들이 모두 죽음을 받아들여. 그것도 열정적으로.”
“플랑드르 사람들이.”
“세상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규모로. 성당의 종교화도 아니고, 보쉬나 브뤼겔의 그림도 아니라. 바로 여기, 당신 보고 있는, 광활한 평원이 뒤집히고 써래질로 고통을 당하고, 그 아래 놓여 있던 모든 것이 죄 지면 위로 뒤엎어져—유유하게 물에 잠겨. 바다가 당연한 제 권리를 되찾으러 몰려드는 게 아니라, 똑같이 자비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인간의 대응물로 뒤덮여—마을에 제대로 선 벽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끝도 한도 없이 널린 오물, 헤아릴 수 없이 수천 수만의 시체들, 당신이 당연하게 여겼던 숨결은 부식을 일으키고 죽음을 불러들여.”
“꽤나 불쾌하게 들리네.” 마일스가 말했다.
“넌 이 모든 걸 믿기지 않겠지. 믿지 않아.”
“당연히 믿어요. 당신은 미래에서 왔잖아요? 당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 누가 있나?”
“내 말 무슨 뜻인지 알 거라고 생각해요.”
“우린 기술적인 노하우가 없어요.” 마일스가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하는 척, 말했다. “기억하시죠? 우린 그저 비행선 조종사일 뿐. 3차원도 벅차 고생이 말이 아닌데, 4차원은 어떻게 다루겠어요?”
"당신은 우리가 여기로, 이 끔찍한 곳에 오기로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재앙 관광객 마냥, 타임머신에 덜컥 올라타고, 이번 주말은 폼페이에나 가볼까? 아니면 크라카토아 화산섬? 하지만 화산은 솔직히 너무 지루하지, 분출, 용암, 1분이면 금방 끝나버리니까. 뭔가 진짜—“
“쏜,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우린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사나운 말투였다. 마일스가 무단틈입자들하면 연상하던 차분한 전달 태도는 내팽개친 듯 맹렬했다. “자신이 출몰할 장소를 선택할 수 없는 유령과 다름없어요… 당신 아이들이 꿈속을 떠돌며, 모든 것이 매끄럽고, 방해도, 단절도 없어요. 하지만 시간의 짜임새가 찢겨 열리고, 당신 자신들이 그 속으로 되돌아갈 방도 없이, 휩쓸려 들어갔다고 상상해 보세요. 당신들을 발견한 고아와 추방자들은 부식된 하루하루를 헤치고 나가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도달하기 위해, 아무리 수치스럽더라도 해야 할 일을 할 겁니다.”
쓸쓸한 불빛에 사로잡힌 마일스는 손을 뻗었고, 쏜은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 움찔 뒤로 몸을 뺐고, 그 순간 마일스는 기적도, 눈부신 기술적 성취도, 사실 “시간 여행” 같은 건 전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쏜과 그의 일행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것은 단지 미지의 시간 지형을 지르는 지름길을 마주치게 된 그 우연한 결과였고, 그들이 서 있는 서부 플랑드르의 이 지역에서 뭔지 몰라도 벌어지게 될 일로 어떻게, 시간의 매끄러운 흐름 속에 뭔지 모를 무시무시한 특이점이 그들에게 열리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당신은 여기 없어요.” 그는 추론의 황홀경에 잠겨 속삭였다. “완전히 드러난 게 아니에요.”
“저도 여기 없었으면 좋겠어요.” 라이더 쏜이 울부짖었다. “이 밤의 전당들을 보지 않았더라면, 다시 돌아오고 또 돌아오는 저주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신들은 너무 쉽게 속아넘어갔어요, 거의 대부분은 다 그래. 당신은 너무 순진한 쑥맥이라 박람회에서, <과학의 경이>에 얼이빠져 쳐다보고 <진보의 모든 축복들>을 당연히 누릴 혜택이라고 기대했죠, 그게 당신의 믿음, 당신들 처량한 풍선 소년들의 믿음이에요.”
마일스와 쏜은 자전거 바퀴를 도로 바다 쪽으로 틀었다. 저녁이 내려앉자, 그나마 아무리 사소해도 약속은 지키는 쏜이 우쿨렐레를 꺼내 쇼팽의 Å단조 녹턴을 연주했고, 가느다란 음들이 빛이 이을면서 더욱 풍부한 실체와 깊이를 얻었다. 그들은 길가 여관을 찾아 다정하게 저녁을 함께 먹고, 땅거미 아래 오스텐드로 돌아갔다.
“내가 하려면 그를 손으로 통과시킬 수도 있었는데,” 마일스가 보고했다. “마치 물리적 이행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심령론들이라면 ‘플라즈마 이력현상’이라고 불렀겠지,” 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관련해 불멸 같은 건 없어, 칙. 그들은 우리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어. 그들을 위해, 어리석게도 ‘영원한 젊음’을 대신 받겠다고, 일했던 다른 부대의 <기회의 친구들>까지도 포함해서 속였어. 그들은 '영원한 젊음'을 줄 수 없어. 결코 줄 수 없었던 거야. 캔들브로우에서 네가 날 ‘에이스 씨’ 만나라고 데려간 후에, 내가 얼마나 암담했는지 기억나? 나는 몇 시간 내리 목놓아 울었지. 아무런 증거도, 논리적인 근거도 없었지만, 그를 보는 순간 모든 게 거짓이라는 걸, 그 약속은 잔인한 야비한 사기극에 불과하다는 걸 직감했거든.”
“그런 일은 진작에 털어놨어야지.” 칙이 말했다.
“나도 그랬듯이 압도당한 거지, 칙, 그래도 이겨내고 벗어나리라 알았어. 하지만 너희들은— 린지는 정말 연약하고, 진짜, 다비는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 허무주의자인 척하지만 아직도
의 소년 티를 벗어나지 못했어. 내가 어떻게 너희, 내 형제들에게 그렇게 잔인할 수 있겠어?”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말해야 해.”
“네가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어.” // p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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