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날 저녁, 키트는 께름칙한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플레야드를 그녀의 스위트룸까지 바래다주었는데 당혹스럽게도 저주가 난무하는 때 어느 순간에 갑자기 그녀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그녀는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서서 불분명한 해양 빛을 받으며 서서, 압생트와 샴페인을 조심스럽게 섞어 혼탁하고 기묘한 거품을 내고 있던 것도 같았다. 이제 어떻게 시간이 흐른 것 같지도 않은데, 방들이 공허가 가득 울려퍼졌다. 전신거울 옆에서 키트는 거의 비현실적으로 얇고 가벼운 시폰 소재의 옅은 색 가운을 발견했다. 가운은 의자에 걸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서 있었는데, 가끔 가다 감지되지 않는 공기의 흐름과는 다르게, 마치 누군가 안에 있는 듯, 차마 형언하기에도 대단찮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뒤흔들려 물결치듯 움직였고, 그 움직임은 불안하게도, 장거울 속 비친 이미지의 움직임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어느 소리도, 방 안에서는, 창밖으로는 달빛에 이어진 긴 파도가 내려다보였지만, 바닷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달빛 아래, 중력을 거슬러, 얼굴도 팔도 없는 대상이, 마치 금방이라도 말을 걸 것처럼 그를 가만히 지켜보고 균형을 잡고 서 있었다. 방 안의 기묘하게 밀폐된 침묵 속에서, 그들은 그렇게, 불안에 휩싸인 벡터리스트와 플레야드 라프리제의 망령은 기다렸다. 그가 무엇을 잘못 마셨나? 네글리제와 대화를 시작해야 하나?
멀리 바다의 맥동에 따라, 실크해트를 쓴 경고조의 그림자들 사이를 뚫고, 그는 호텔로 돌아갔고, 누가 샅샅이 뒤진 듯 엉망이 된 자신의 침낭을 발견했다. 비록 뒤적이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겠지만, 처음 든 생각은 스카스데일 바이브, 혹은 바이브 요원의 소행이리라는 짐작이었다.
“우리가 그들을 봤어요.” 외제니가 말했다. “정치경찰이었어요. 그들은 당신이 우리 편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덕분에 당신은 이제 니힐리스트 도망자가 됐어요.”
“괜찮아요.” 키트가 말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착수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일이에요. 그들 중 누가 당신들을 괴롭히지는 않았나요?”
“서로 아는 사이입니다.” 폴리카르프가 말했다. “우리 모두 알고 치는 특이한 놀이에요. 유럽의 미래에 드리운 황혼기 어둠에 대항하여, 낮의 일을 계속하는 척 짐짓 꾸미고, 아시죠, 마냥 기다리는 일은 말이 되는 일은 아니죠.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데니스가 말했다. “<반드시 오셔야 할 분>이라고 일컬어요. 그렇다고 메시아는 아니고, 그리스도도 아니고, 재림한 나폴레옹도 아니에요. 불랑제 장군도 아니었어요. 이름 붙일 수 없는 분. 하지만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극도로 흔치 않게 고립되지 않는 한, 그분의 접근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어요. 그리고 그분이 무엇을 가져오시는지 알지 못할 리가 없고. 어떤 죽음과 어떤 변모가 올지.”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프랑스인들처럼 나폴레옹 같은 인물을 기다리지 않아요. 뭐든 인간이 아니라, 그저 참모진의 결정이 있고 그럴 즈음에 닥쳐올 특정한 군사적 시점의 도달에 계속 볼모처럼 지배당해요.”
“벨기에는 중립국 아닌가요?”
“제커(물론)”—어깨를 으쓱이며—“조약까지 맺었지만, 조약이야말로 조인국 중 적어도 한 나라가 우리를 침공할 거라는 빤한 사실을 확인하는 꼴이잖아. 중립 조약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니야? 각 열강 제각각 우리를 어떻게 할지 계획을 다 잡고 있어. 예를 들어 폰 슐리펜은 독일군 32개 사단을, 어디 보자, 우리 병력 6개 사단에 맞붙어 보내려고 하고. 빌헬름은 레오폴드에게 프랑스의 일부, 옛 부르고뉴 공국을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지. 신화 같은 가상의 순간이 오면 우리가 유명한 방탄 요새들을 모두 넘겨주고 철도는 온전하게 남겨둔다는 조건으로—작은 벨기에는 또다시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에 분주해. 금방이라도 전쟁터로 쓰일 수 있는 저지대를 군화와 말발굽, 철제 수레바퀴에 순순히 내어주고, 유럽의 어느 누구도 그저 사무직 직원들의 훈련보다 더 한 일은 어느 것도 상상 가능할 수 없는, 예지력이라고는 없는 미래가 오기도 전에 맨 먼저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벨기에를 체스의 말이라고 생각해 봐. 그렇게 많은 국제 체스 토너먼트가 오스텐데에서 열리는 건 그냥 우연이 아니야. 체스가 축소판 전쟁이라면… 아마 벨기에는 전반적 갈등 상황에서 첫 번째 희생양으로 여겨질지도 몰라… 물론 그렇지 않고, 갬빗(초판 수)처럼, 반격할 수도 있겠지만, 갬빗은 거절당할 수도 있으니까. 누가 벨기에 잡는 일을 마다하겠어?”
“그럼… 이건 간판만 바꾼 콜로라도인 셈이네 — 해수면보다 낮은, 마이너스 고도에 부호만 바꾼 거지, 얼추 그런 식으로?”
파토우는 그의 곁에 바싹 다가서서 속눈썹 사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예감의 비애가 그렇지, 키트.”
그가 플레야드 라프리제를 다시 만난 건 플라스 다르메(아르메 광장) 벗어난 카페 겸 식당에서였다. 그녀가 그런 조우를 미리 계획하지 않았을까 의심이 든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그녀는 옅은 보라색 포 더 스와 실크 드레스에, 너무나 현혹적인 모자를 쓰고 있어서 키트는 오직 잠시지만 -한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당시 이런 분야의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였고, 크라프트-에빙남작 같은 소수 용감무쌍한 선구자들만이 모자 페티시즘이라는 낯설고 몽환적으로 어슴프레한 지역을 기웃거리고 훔쳐보고 있었다—키트가 평소에 그런 걸 알아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마침 실제 그 모자는 회색 벨벳으로 주름 잡은 토크였고, 고풍스러운 기퓌르 레이스로 둘러져 있었고, 드레스와 동일한 색조의 보라색으로 염색한 높직한 타조 깃털 장식이 달려 있었다…
“이거요? 그런 건 미디네트(상점여점원)들이 자주 드나드는 장소 하나 걸러 하나는 흔하게 볼 수 있어요. 그야말로 꽁돈으로.”
“아, 제가 너무 빤히 쳐다보았나 보네요. 지난 밤에 무슨 일 있있던 건가요?”
“이리 오세요. 람빅 맥주 하나 사주시죠.”
광장은 마치 마요네즈 박물관 같았다. 당시 벨기에를 휩쓸던 쿨트 드 라 마요네즈(마요네즈 예찬)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라, 계란유질화ovoöleaginous(핀천 신조어) 유화액의 특대 전시품들을 사방팔방에서 마주쳤다. 마요네즈 그레나슈(red wine 품종 포도)는 훈제 칠면조와 혀가 담긴 접시들에 둘러싸여, 마치 속에서부터 발개지듯 붉게 빛났고, 한편 개조를 위해 거기 있을 지도 모를 실제 음식과는 행여 있더라도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산더미 같은 샹티이 마요네즈는 실체 없는 구름처럼 무르게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봉우리를 이루며 위로 솟구쳤고, 그 외에도 초록색 마요네즈 덩어리들이 탑처럼 솟고, 삶은 마요네즈 양푼이들, 수플레로 구운 마요네즈, 그리고 빠지지 않고 어딘가 어설프고 애매한 사법박탈 아래 혹은 때로 뭔가 다른 이름으로 통하는 전적으로 성공작은 아닌 수많은 마요네즈들까지, 모든 구석구석에서 위압적으로 채우고 있었다.
“<라 마요네즈>에 대해 얼마나 아세요?” 그녀가 캐물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Aux armes, citoyens/무기를 들고 시민이여(라 마르세예즈의 일부)’라는 부분까지.”
하지만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좀처럼 보지 못했던 진지한 표정이었다. “라 마요네즈는 루이 15세 궁정의 도덕적 추잡에서 유래했어요—벨기에에서는 이러한 기원의 유사성이 그다지 놀랍지 않죠. 레오폴드 2세와 루이 15세의 궁정은 시간차 외에는 크게 다른 게 없어요. 그런데 무슨 시간일까요? 둘 다 어처구니 없이 망상에 사로잡힌 인물들이고, 무고한 사람들을 억압하고 통제하여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클레오 드 메로드Cleo de Mérode 와 퐁파두르 후작부인을 실질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고. 신경병전문가들은 두 왕 모두에게서 자기 모순없이 일관된 세계를 구축하여 그 안에서 살아가려는 욕망을 알아보겠지요. 이러한 욕망 때문에 나머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계속해서 큰 피해를 입히는 일을 용납했고요.” 플레야드는 설명했다.
“이 소스는 리슐리외 공작이 궁정에 싫증이 난 입맛을 위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 발명했는데, 처음에는 미노르카의 주된 항구인 마옹(Mahon)의 이름을 따서 마오네즈라고 알려졌어요. 마옹은 1756년 리슐리외 공작이 불행한 끝을 맞은 빙 제독을 상대로 거둔 의심스러운 ‘승리’의 현장이기도 해요. 근본적으로 루이 14세의 마약상 겸 매춘알선자 리슐리외는 온갖 상황에 맞는 아편 비방들로 이름을 날렸는데, 프랑스에 칸타리데스(가뢰), 그러니까, 스페인 파리, 최음제 가루를 들여온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녀는 키트의 바지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이 최음제가 마요네즈와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요? 이 가룃과 딱정벌레들은 채취해서 식초 증기에 노출시켜 죽여야 한다는 점은 살아있거나 최근까지 살아있었던 생명체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시사하며—달걀 노른자는 어쩌면 의식이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고 치면—요리사들은 거품내기(채찍질), 휘젓기(두드리기), 묶기, 꽂기, 복종, 항복을 나타내겠지요. 마요네즈에는 의문의 여지 없이 사디즘적인 측면이 있어요. 그 점을 못 본 척할 수는 없어요.”
키트는 이제 좀 혼란스러웠다. “늘 제가 받은 인상으로는, 마요네즈는 뭔가, 뭐랄지… 밋밋했는데요?”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르죠. 예를 들어 겨자, 겨자와 칸타리데스, 네스파(n’est-ce pas 안 그래요)? 둘 다 피를 끓게 하고, 피부에 물집을 일으켜요. 겨자는 다들 알다시피 실패한 마요네즈를 부활시키는 비결이고, 칸타리데스는 끝장난 욕망을 되살리는 비약이죠.”
“마요네즈에 대해 오랫동안 많은 생각을 하셨군요, 마드모아젤.”
“오늘 밤 만나요,” 갑자스러운 날카로운 속삭임, “마요네즈 공장에 나가봐요, 그러면 아마 소수만이 알 기회를 부여받은 일들을 이해하게 될 겁니다. 마차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녀는 그의 손을 꽉 잡고는 베티버 향기의 연무 속에서, 지난 저녁처럼 별안간에 사라졌다.
“퇴짜 놓기에 제안이 너무 좋아,” 루트 터브스미스에게는 그랬다. “그 여자 참 매력적이야, 같이 갈 사람 필요해?”
“보호가 필요하긴 해. 난 그녀를 믿지 않아. 하지만 있잖아—”
“설마하니 진짜 그러려고. 그녀가 자꾸 내 Q.P (4원수 확률) 체계를 자신에게 가르쳐 달라고 구슬리려고 드네. 뭐, 엄밀히 ‘구슬린다’라고 하긴 그렇지만. 나는 먼저 4원수부터 배워야 한다고 계속 말하는데, 세상에, 수업 받으러 실제로 계속 나타나지 않을지도.”
“그녀가 뭐든 배우고는 있고?”
“난 배우고 있지.”
“네가 무사하길 기도할게. 혹시라도 다시는 날 못 보게 되더라도—”
“오, 낙관적으로 살아. 그냥 마음씨 고운 직업여성일 뿐이야.”
유진 레오날레 아 라 메요네즈 혹은 지역 마요네즈 공장들은 서부 플랑드르의 모든 마요네즈를 제조하여 다양한 형태로 여러 식당에 보내는 곳으로, 각 식당마다 이를 자체 특선 마요네즈로 선보였지만, 아주 대규모 면적에도 불구하고 이 공장은 여행 가이드북에 거의 언급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방문객이 좀처럼 없었다. 마을 서쪽 모래 둔덕들 사이, 운하 옆에, 낮이면 수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모래언덕을 건너 눈에 띄는 올리브유, 참깨유, 면실유가 든 수십 개의 현대식 강철 탱크가 우뚝 솟아 있었고, 내용물들은 복잡한 파이프와 밸브를 통해 거대한 '조립 시설(Facilité de l’Assemblage)'로 운반되었는데, 이 시설은 전기적으로 접지되고 절연되어 있어 천둥번개와 같은 분리성 영향을 받아도 중단되지 않고 생산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해가 진 후, 20세기 공학의 생기 넘치는 합리적 사례인 이 시설은 더욱 위태로운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었다. “여기 누구 없어요?” 외치며 키트는 빌린 라운지 수트와 날카로운 앞코에 목이 긴 멋진 콩그레스 구두를 신고 복도와 좁은 통로를 배회했다. 어둠 속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증기 발전기가 식식거렸고, 거대한 닭장을 메운 이탈리아 암탉들이 깨액깨액거리고, 꼬꼬댁거리며 알을 낳았고, 낳은 알들은 쉬지 않고, 보아하니 밤낮으로, 완충재로 구타페르카를 댄 얽히고설킨 활송로를 통해 계란 채집 구역으로 조용조용히 묵직하게 굴러갔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네, 이 주변에 조금 더 공장 작업장 같은 활동이 벌어지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는 어디에서도 교대 근무자를 찾을 수 없었다. 모든 일이 사람의 개입 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그런데 갑자기, 뭔지 모를 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스위치를 당겨 모든 것을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키트는 거대한 가스 화구들이 쿵쿵 격발하여 환하게 불붙고, 벨트와 도르래가 덜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하고, 똑똑 듣는 꼭지들이 빙글 돌아 쿠베 다지타시온(cuves d’agitation, 교반통) 위로 제자리를 잡고, 오일 펌프가 작동하고, 우아하게 휘어진 비터(휘젓개)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등등,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기다리는 한쌍 눈은 없었고, 결의에 찬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평소에 좀처럼 겁에 질려 허둥대지 않는 키트였지만, 지금은 공황에 거의 근접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게 그저 마요네즈에 지나지 않을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엄정하게 뛰기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발걸음은 조금 빨리 했을 것이다. 잠재적으로 실패한 마요네즈를 되살리는 <소스 구제용 응급 클리닉(Clinique d’Urgence pour Sauvetage des Sauces)>에 도착했을 때, 처음에는 다만 바닥이 약간 미끄러워진다고만 느꼈다 — 다음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미끄러졌다는 걸 깨달을 틈도 없이 바닥에 넘어져 발은 이미 공중에 든 채였다. 머리에서 떨어져 나간 모자는 어디 옅은 액체를 타고 미끄러져 멀어지고 있었다. 머리카락에 무겁고 축축한 뭔가가 느껴졌다. 마요네즈! 그는 지금 실제로 그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마요네즈는 15cm는 족히 되는 깊이, 아니 거의 30cm는 가까워 보였다. 게다가, 순식간에 차올랐다! 키트는 갑자기 차오르는 소협곡에 접어드는 실책을 저지른 적 있지만 이보다는 느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요네즈가 이미 너무 높은 데까지 출입문 위로 차올라 그가 문을 열 수조차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가늠도 그렇게 멀리 간다는 가정하에서지만. 그는 끈적하고 미끈거리며 시큼한 냄새가 나는 마요네즈에 완전히 에워싸여 빠져들고 있었다.
눈에 묻은 원료들을 닦아내려 애쓰며, 계속해서 미끄러지면서 그는 반쯤 헤엄치고 반쯤 휘청거리며 창문을 본듯하다고 짐작되는 곳을 향해 어정거리고 가, 맹목적으로 필사적인 발길질을 날렸는데, 당연히 허우적대느라 녹초가 되어 벌러덩 나자빠졌지만, 그래도 그 전에 유리와 창틀이 쪼개진다는 희망적인 느낌이 들고서야 나가떨어졌고, 보이지 않는 틈새에 도달해 기어들어갈 방도를 생각해내기도 전에, 마요네즈 자체의 압력이, 마치 갇혀 있던 곳에서 탈출하려는 짐승처럼 깨진 창문 밖으로 끌고 나가, 커다란 구토의 호를 그리며 쏟아내고 아래 운하로 그를 떨어뜨렸다.
그는 수면 위로 오르자 무언가 엔진의 규칙적인 툴툴툴 소리 너머로 누군가 “카초, 크레티노(멍청이 새끼야!” 고함 소리가 들였다. 어릿하게 젖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조종할 수 있는 그들 어뢰에 탄 로코와 피노였다.
“여기요!”
“에 일 카우보이(카우보이다)!” 번질번질한 가황 처리 그들 작업복을 입은 이탈리아인들은 속도를 늦추고 키트를 물에서 건져냈다. 그는 그들이 운하 아래쪽으로 불안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것을 알아챘다.
“누가 쫓아오나요”
로코는 다시 속도를 올렸고, 피노가 설명했다. “방금 창고에서 어뢰를 꺼내고 알베르타 운하나 한번 둘러보자고 정했지, 벨기에 해군도 없는데 위험하면 얼마나 위험하겠냐는 생각에, 베로(진짜 그렇지)? 그런데 알고 보니 시민 경비대가 배를 타고 다니더라고! 그걸 깜빡했어! 아래 위로 운하 곳곳에!”
“네가 깜박한 거지.” 로코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상관없어. 이 엔진이면 뭐든 따돌릴 수 있어.”
“그에게 보여줘!” 피노가 소리쳤다. 두 사내는 바쁘게 초크 제어 장치, 점화 시한장치, 가속 레버를 조작했고, 곧이어 검은 기름 연기와 높은 꼬리 물보라를 일으키며 배는 시속 40노트, 어쩌면 그 이상의 속도로 운하를 그르렁거리며 질주했다. 혹여라도 뒤에 누가 있었다면 아마 이제는 추격을 포기하고 멈출 것이다.
“잠깐 들러 여자애들을 놀라게 해주자고.” 로코가 말했다.
“그들이 우리를 놀래키지 않는다면,” 피노의 목소리에 섞인, 키트에게도 빤히 보이는 낭만적인 불안감, “bambole anarchiste, porca miseria(그 아나키스트 새끼, 불쌍한 돼지).
우딘베르크를 지나 1마일쯤 더 가서, 그들은 브뤼헤 운하로 좌회전하여 오스텐드로 슬금슬금 들어가, 키트를 앙트르포 부두에 내려준 후, 시민 경비대의 눈을 피해 숨어 있을 안전한 정박지를 찾아 떠났다. ”고마워, 라가치(젊은이들), 다음에 또 만나요, 꼭….“ 그리고 키트는 마요네즈 때문에 죽을 뻔한 자신을 구해준 구세주들을 너무 오래 바라보며 마냥 서 있지 않으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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