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미처 깨닫기도 전에 생계를 유지하는 일에 올라, 날렵한 손재주와 재빠른 손끝의 기술들과 그에 딱 맞는 말재간으로 구슬리는 솜씨를 활용하였다. 이런 재주들은 걷기도 전에 메를에게서 배우기 시작하였고, 손이 브리지 크기의 카드를 손바닥에 감출 수 있을 만큼 커진 이후로는 여러 마을을 회전초처럼 돌아다니다가 마주친 딜러들과 전문도박꾼들에게서도 익혔고, 나중에는 루카 좀비니에게 배워 저글링과 마술까지 넓어졌다. 그녀는 캄피엘로(큰 거리에서 벗어난 작은 빈터)에서 공연하는 것을 가장 편안하게 여겼다. 그런 데 있는 교회들은 중요하지 않은 그림 몇 점만 걸려 있었고, 아이들이 모여들고 마을의 유명한 명소로 향하는 길의 관광객들이 접어들기에 완벽한 크기였다. 머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관광객들과 그들이 베네치아에 하는 짓에 혐오감을 느꼈던 터였다. 그들 때문에 진정한 도시인 베네치아를 허허로운 도시, 때로는 자기 자신을 흉내내는 일에 완전히 실패한 도시로 바뀌었고, 수 세기 동안 불규칙하게 굽이치던 역사가 몇 가지 단순한 개념으로 축소되고, 겨우 그 정도만 파악할 수 있을 휴가철 인간들로 범람했다.
여름이 깊어지면서 그녀는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리바 강변을 따라 하등의 걱정거리 없이 산들산들 나다니는 미국 여자들을 지켜보았다. 풀을 먹인, 햇빛이 비치는, 쾌활한 세일러 블라우스와 뱃놀이용 스커트를 입고, 밀짚모자 아래로 눈을 반짝이며, 해군 장교, 가이드, 웨이터들의 탐욕스러운 시선을 무시하는 척, 쉬지도 않고 웃고 떠들었고, 그녀는 자신도 언젠가 그들중 한 명이 될 가망이 혹시라도 있을까 생각했다. 이제 그녀는 햇볕에 갈색으로 그을리고, 마르고 민첩하였고, 머리카락은 빨간색 뜨개질 어부 모자 아래로 들어갈 만큼 짧게 잘랐다. 그 모자는 밤에 그녀의 유일한 베개 역할도 했다. 요즘 그녀는 남자아이처럼 옷을 입고, 소년들에게 눈길을 주는 그런 부류 외에 남자들의 관심을 벗어났다. 물론 하룻밤이나 이틀 밤 묵어가던 그런 부류 철새들은, 재빨리 오해를 풀어주긴 했지만.
나이 든 어른들이 기억하는 베네치아와는 사뭇 달랐다. 캄파닐레(종탑)은 몇 년 전에 무너져 아직 재건되지 않았고, 그 붕괴에 얽힌 이야기는 여러 방향으로 증식했다. 하늘에서 맞닥뜨린 싸움에 대한 보도들도 있었는데, 일부는 천사들의 교전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거리 부랑아들과 루시올레(창녀)들은 기이한 일로는 눈에 뜨이지 않는 관광객들 집단들 안에서, 어느 나라 제복인지 사람마다 말이 다른 젊은이들이 고대의 수로-미로 사이를 마치 과거의 유령처럼, 혹은 아직 우리에게 닥치지 않은 시대의 유령처럼 움직이더라는 이야기를 알리기도 했다. “옛 그림들을 보셨잖아요. 이곳은 예전부터 천사가 목격되던 곳이었어요. 루시퍼가 지옥으로 추방되었다고 천상의 전쟁이 끝난 게 아니에요. 전쟁은 계속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영국 화가 모습에 충실한,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르는 헌터 펜할로우라는 사람이 매일 아침 그녀의 폰다멘타(수로쪽 거리)에 이젤과 물감 튜브, 붓이 가득 든 도구 일습을 들고 나타나곤 했고, 햇빛이 허락하는 한, 옴브레타(한잔 와인을 뜻하는 베니스 사투리)와 커피 마시는 잠깐 짬외에는 잠시도 쉬지 않고, 그의 말처럼 베네치아를 잘 그려 “삼키려고” 애썼다. “여기에는 수많은 거리와 운하가 있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있어요, 신사분. 그 하나, 하나가 앞에 못지않게 갈수록 흥미가 더할 터인데, 왜 이 작은 도시 한 구석에만 흥미를 쏟으실까요?” 그녀는 그에게 따지듯 말했다.
“여기 빛이 좋아.”
“하지만—”
“좋아.” 1, 2분 정도 연필로 작업하고, “그건 상관없어. 지금 보이는 이 미로 안에 또 다른 미로가, 하지만 한 단계 더 작은 규모의 미로가 있다고 상상해 봐. 그러니까 고양이, 개, 쥐만 드나드는 미로 — 그러면 그 미로 안에는 개미와 파리를 위한 미로가 들어 있고, 그 안에는 또 미생물과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 전체를 위한 미로 — 이렇게 계속해서 점점 규모가 작아져. 미로의 원리가 일단 허용된다면, 그렇잖아, 특정 척도에서 멈춰야 이유가 없잖아? 자기-반복구조. 우리가 지금 있는 바로 이 자리가 베니스 전체의 축소판이지.”
그는 마치 그가 하는 이 모든 말의 의미를 그녀가 이해할 것처럼 차분하게 말했고, 사실, 메를이 곧잘 이런 식으로 말하곤 했기에 그녀는 완전히 어리둥절해 하지는 앖았고, 눈을 굴리는 일조차 억누를 수 있었다. 담배꽁초를 깊이 들이마시고는 강물에 의미심장하게 꽁초를 던지며 말했다. “베네치아 인들에게도 들어맞는 말인지?”
아니나 다를까, 그 말에 새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모자 벗어 봐, 어디 좀 보게,” 그녀가 머리를 흔들어 곱슬머리를 늘어뜨리자, “너 여자애로구나.”
“애라기보다는 젊은 여자에 가깝지만, 따지지는 말죠.”
“그리고 넌 정말 거친 거리 부랑아로—아주 탁월하게—행세하고 다녔네.”
“삶이 간단해져서요, 어느 정도까지는.”
“나를 위해 포즈를 취해 줘야겠는데.”
“영국에서는—시뇨르—모델이 시간당 1실링을 벌 수 있다고 하던데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만큼은 줄 수 없어.”
“그럼 반 실링.”
“그건 12솔디야. 나로서는 그림 한 점에 1프랑이라도 받으면 운이 좋은 셈인데.”
헌터의 얼굴은 어려 보여, 거의 사춘기 소년 같았지만, 밀짚모자 아래 보이는 그의 머리카락은 회색, 거의 흰색에 가까웠고, 원래 산토스 뒤몽 스타일에서 우아하게 죄고 비튼 모자를 쓴 걸로 봐서는, 그가 이전에 파리에 거주한 적이 있는 듯했다. 이 시골뜨기는 얼마나 오래 베니스에 있었을까, 그녀는 궁금했다. 그녀는 마치 전문가처럼 그의 그림들을 실눈을 뜨고 살펴보는 척했다. “당신은 카날레토 깜냥은 아니지만, 자신을 너무 헐값에 넘기지 마세요. 이것보다 더 못한 그림도 10프랑에 팔리는 걸 봤어요. 관광객이 많은 날에는 더 받기도 하고.”
마침내 허술한 어느 일순, 조용히 스쳐 지나가는 한 점 안개처럼 미소를 지었다. “시간당 6펜스는 드릴 수 있는데…만약에 네가 판매 대리인을 맡아준다면?”
“좋아요. 10%?”
“네 이름이 뭐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를 베포라고 불러요.”
그들은 노점 자리로 바우어-그륀발트 호텔 가까이, 산 모이세 성당과 피아자 사이를 잇는 좁은 골목길을 잡았다.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이곳을 지나가기 마련이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그는 폰다멘타에서 다양한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운하변에서 옆으로 재주를 넘거나, 새빨갛게 익은 수박 조각을 먹거나, 무릎에 고양이를 안고, 새하얀 벽에 붉은 담쟁이덩굴이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뻗어가는 벽을 뒤로하고, 햇볕 아래서 자는 척하거나, 문간에 기대어, 보도블록에 반사되는 햇빛으로만 얼굴에 받으며 앉아 있고, 분홍색 벽들, 붉은 벽돌 벽, 초록빛 수로 사이에서 꿈을 꾸고, 손을 뻗어 만질 수 있을 것 같지만 만지지는 못하는 골목길 건너편 창문, 그 앞 철제 발코니 너머로 쏟아져 나올 듯한 꽃들을 올려다보고, 그 앞에 한번은 소년으로 곧 이어 빌린 옷을 입고 소녀로 포즈를 취하는 모습까지 스케치하거나 그렸다. “치마 입는 게 너무 불편한 건 아니겠지.”
“익숙해지고 있어요, 고마워요.”
헌터는 어찌어찌해서 계획에도 없던 이곳에 도달하게 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전쟁이 끝나 제대하였고, 모호하게 상처를 입은 채, 시간으로부터 도피처를 찾아, 베네치아의 망토와 가면, 수많은 이름을 지닌 안개 뒤에 안전을 찾아 왔다.
“전쟁이 있었다고요? 어디서요?”
“유럽 전역에서.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 여기서는…” 그는 머뭇거리며, 경계의 시선을 던졌다. “아직은.”
“왜 모르죠? 너무 멀어서 소식이 ‘아직은’ 안 전해진 건가요?” 그녀는 한차례 뜸을 들인 뒤 — “아니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건가요?”
그는 뚫어지게 그녀를 응시했다. 곤란한 기색이라기보다는 묘한 용서의 눈빛이었다. 마치 그녀가 모르는 것을 괜히 탓할 마음은 없다는 듯이, 그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럼 당신은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인가 보죠?” 비꼬는 투도, 그렇다고 그리 놀란 어투도 아니었다.
“나도 몰라.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나도 몰라.”
“간단해요. 미래에 누군가 타임머신을 발명해요, 알겠죠? 대서양 양쪽의 괴짜 기획자들이 다 그런 일에 공을 들이고 있으니까, 그중 하나쯤은 꼭 성공하겠죠. 그리고 그런 기묘한 장치가 발명되면, 그런 기계는 그냥 삯마차처럼 흔한 물건이 될 거고. 그러니까… 당신이 어디에 있었든, 아마 손을 들어 잡아탔을 거예요. 올라타서 운전사에게 도착하고 싶은 시간을 말하면, 에히 프레스토, 짜잔! 여기 턱 내린 거죠.”
“기억이 났으면 좋겠어. 뭐든. 시간이 거꾸로 된 ‘기억’을 뭐라고 하든지 간에…”
“어쨌든 전쟁은 면하고 살아남았으니, 다행히 여기 있는 거죠… 당신은 안전해요.” 그저 그를 안심시키려는 말이었지만, 그의 낙담한 표정은 이제 더욱 깊어졌다.
“‘안전’… 안전.” 지금 그가 누구에게 말하고 있든지 간에, 아무튼 그녀는 아니었다. “정치적 공간에는 중립 지대가 있어. 하지만 시간도 그럴까? 중립적인 시간이라는 게 있나?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않는 시간? 너무 큰 기대일까?”
바로 그때, 마치 대답이랄 수는 없겠지만, 카스텔로 앞바다에 정박해 있던 왕립 군함 중 한 척에서 저녁포가 울려 퍼졌다. 깊고도 노래 없는 훈계의 관종(管鐘) 소리가 리바 강변 아래위로 울려 퍼졌다.
그때쯤 댈리는 그를 대신해 캔버스와 이젤, 그리고 다른 장비들을 나르기 시작했고, 귀찮게 구는 동네 아이들을 쫓아내며, 대개 할 수 있는 여러 잡일들을 도맡아 했다.

“…밤사이에 경기 중에 닥터 그레이스(유명한 19세기 크리켓 선수)가 꿈에 나타나 체링크로스 역으로 가서 항구로 가는 연락열차를 타라고 했어…”
“그래요, 그랬군요.”
“… 너무나 진짜 같았지. 그는 온통 흰옷에 한물간 캡모자를 쓰고 있었고, 내 이름을 알고 있었지. 그리고 내 임무에 대해 전하기 시작했어. 그러니까 … 전쟁이 있다고, 그 사람 말로 ‘외곽 유럽’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꿈이라고 쳐도, 지리적 위치가 이상했지 — 그리고 우리 나라, 우리 문명이 어찌해서 위험에 처해 있다고 했어. 나는 참전하고 싶은 마음도, 열정도 없고, 오히려 정반대였지. 나는 ‘모험’을 쫓아 나가본 적도 있었고, 그 짜릿한 흥분을 알지만, 여기는 그저 이건 내가 낄 자리가 아니다 … 전혀 쓸모없는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지? 그저 성실한 시골 운동선수, 엉성하게 깊이라고는 할만한 것은 없이, 색칠 좀 하는 아마추어 화가. 하지만 내가 턱 하니 무덤에서 들리는, 장차-유럽-전사자-합장 묘지에서 들려오는 아주 기이한 부름에 굴복하고 있네. 마치 저 앞에 살짝 열린 철문이 놓여 있는데, 저지대의 음울한 나라로 이어지는 이 문에, 사방에서 헤아릴 수 없는 인파가 그 안으로 들어가려 안달을 하였고, 그에 휩쓸려 나도 딸려 들어가는 것처럼. 나 자신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그는 도르소두로에, 아래층에 식당이 딸린 호텔 방에 머물고 있었다. 철제 구조물 사이로 나팔꽃이 둥글게 둘러쌌다. “허름한 펜시오네에 묵으실 줄 알았는데. 저쪽 작은 리오 산 비오에 바로 위로 몇 군데 있거든요.”
“사실 여기가 더 싸 — 펜시오니는 점심이 포함되어 있는데, 점심 먹으려고 들르면 가장 좋은 빛을 놓치게 되고, 안 먹으면 내가 안 먹는 식사값까지 내야 하잖아. 하지만 여기 라 칼치나는 주방이 24시간 열려 있어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양껏 먹을 수 있어. 게다가 터너, 휘슬러, 러스킨, 브라우닝 같은 걸출한 유령들과 말동무도 하고.”
“그 사람들 거기서 돌아가셨어요? 음식이 얼마나 좋으려나?”
“아, 그럼 ‘의식의 흔적들’이라고 하지. 심령 연구가 이런 문제들을 조금씩 밝혀내기 시작하고 있어. 유령들은 … 음, 사실, 저들 모두 잘 봐.” 자테레 거리를 따라 팔을 위아래로 손짓하고, “여기서 줄지어 지나가는 모든 관광객은, 오늘 밤 낯선 침대에서 잠을 잘 계획인 모든 사람이 잠재적으로 그런 유령일 수 있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단기 체류 일시적 침대는 영혼의 미묘하게 진동하는 고동을 포착하고 담아둘 수 있어. 호텔에서 자다 보면 네가 꾸는 꿈이 종종, 놀랍게도, 자기 꿈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걸 눈치 못 챘어?”
“제가 자는 곳에서는 나온 적 없는데요.”
“음, 사실이야 — 특히 이런 작은 곳들은 침대틀이 자주 철이나 강철로 되어 있고, 시미치(빈대)를 쫓기 위해 에나멜칠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 어떻게 그 금속틀이 마치 수신 안테나로도 작용해서, 꿈꾸는 사람들이 바로 직전에 그 침대에서 잤던 사람의 꿈의 흔적을 포착할 수 있게 돼. 마치 우리가 잠자는 동안 아직 발견되지 않은 주파수를 방출하는 것처럼.”
“고마워요, 언제 한번 해봐야겠네요.” 침대와 침실이라니. 그녀는 재빨리 눈동자를 옆으로 위험천만 휙 돌렸다.--, 그리고 더군다나 달빛이 빈약한 늦은 밤에는.
그녀는 그가 겪은 “전쟁”이 그의 삶에서 육체적인 열정을 몰아낸 원인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베네치아에 얼마나 오래 머물 작정이었을까? 산에서 불어오는 보라bora 바람이, 겨울의 도래를 알리면 그 바람을 타고 그는 도시를 떠날까? 그녀도 어떨까? 9월, 브린디시, 스퀸차노, 바를레타에서 비노 포르테(강한 와인)가 도착하면 그도 몇 주 안 되어 가버릴까?
어느 날, 피아체타를 거닐다가, 헌터는 아케이드 아래로 그녀를 불러들이고, 도서관 안으로 손짓을 하고, 틴토레토의 <성 마르코의 시신 납치>를 가리켰다. 그녀는 한참 그림을 바라보았다. “허, 정말 등골에 소름이 쫘악 끼치네,” 그녀는 마침내 속삭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죠?” 그녀는 싱숭생숭하게 오래된 알렉산드리아 그림자들을 가리켰다. 거기 너무 늦게까지 깨어있던 유령 같은 목격자들이 불경스러운 모욕이 있기 전에 집 안으로 영원히 도망치고 있었다.
“마치 베네치아 화가들은 우리가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들을 보았던 것 같지.” 그가 말했다. “영들이 존재하는 세계, 유령들. 역사는 끊임없이 이곳을 휩쓸고 지나갔어. 나폴레옹, 오스트리아 합병, 수백 가지 형태의 부르주아 직사(直寫)주의, 그리고 그 궁극적인 화신, 관광객까지 이르렀어 —그들은 얼마나 사면초가에 몰린 기분이었을까. 하지만 이 도시에 한동안 머물고, 계속 감각을 열어두고, 아무것도 거부하지 마. 그러면 때때로 그들을 보게 될 거야.”
며칠 후 아카데미아(Accademia, 도르소두로의 주요 미술관)에서, 마치 그 생각을 이어가듯 그가 밀했다. “몸, 그것은 몸을 초월하는 또 다른 방법이야.”
“몸 뒤에 있는 정신으로—”
“하지만 몸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재해석하는 거야. 심지어”—멀리 저쪽 벽에 걸린 티치아노의 그림 쪽으로 고갯짓하며—“그냥 천에 문지른 여러 다른 종류의 기름질한 ‘정말’ 진흙일 뿐일지라도 — 빛으로 재해석해.”
“더 완벽하게.”
“꼭 그렇지는 않아. 때로는 더 끔찍하기도 해—치명적이기도 하고, 고통에 싸이고, 흉하게 일그러지고, 심지어 쪼개지고, 부서져 기하학적 표면으로 허물어지기도 하지만, 매번 어떻게, 그 과정이 잘 되어 갈 때마다 넘어서게 돼….”
그녀를 넘어선다고, 그녀는 짐작했다. 따라가려고 애썼지만, 헌터는 쉽게 풀어가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이미 메를에게서 잠자리 동화로 들었던 내용이었고, 메를은 이를 연금술에 관한, 어쩌면 기록상 남은 최초의 우화라고 여겼으며 초기 교회의 정치적인 이유로 신약성경에 포함되지 못했던 수많은 성경 중 하나, 도마 유년복음에서 나온 내용이었다.
“예수는 어렸을 때 좀 말썽꾸러기였어.” 라는 말로 메를이 말했고, “네가 항상 어울리는 그런 제멋대로에 다루기 힘든 애들 같은 아이, 물론 내가 반대하는 건 아니다만,” 그러면 그녀는 침대에 발딱 앉아 그를 때릴 만한 물건을 찾았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사춘기 짓궂은 장난을 저지르고 다녔어. 진흙으로 작은 동물들을 짓고 생명을 불어넣어, 새는 날아다니고, 토끼는 말을 하고, 그런 식이라, 부모님을 미치게 만들었지. 하물며 동네 어른들도 대부분은 또 어떻겠니. 항상 집에 와서 ‘예수한테 조심 좀 하라고 타일러!’ 불평했지. 어느 날 예수가 친구들이랑 말썽 피울 거리라도 있나 돌아다니다 보니 염색 가게를 지나가게 된 거야. 가게에는 여러 색깔의 염료가 담긴 갖가지 항아리들이 있었고, 그 옆에는 각각 분류를 하고 다른 색깔로 염색할 준비가 다 되어 옷가지들이 쌓여 있었지. 예수가 ‘이것 좀 봐!’ 하고는 옷가지들을 한꺼번에 움켜쥐었어. 염색공이 ‘이봐 예수, 지난번에 내가 뭐랬지?” 소리치고, 염색공은 하던 일을 바로 멈추고 아이를 쫓아갔지만, 예수는 역부족으로 빨랐어. 아무도 그를 막을 새도 없이, 예수는 가장 큰 솥, 붉은 염료가 들어 있는 솥으로 달려가 옷을 전부 쏟아붓고는 웃으며 도망쳐. 염색공은 죽여버리겠다고 고래고래 소지지르며 수염을 뜯어내고 땅바닥에서 몸부림을 쳐. 생계 수단이 완전히 망가진 것을 보고서. 예수의 밑바닥 못된 친구들조차 이번에는 그가 너무 나갔다고 생각했지. 그때 그림에서처럼 예수가 손을 하늘로 치켜들고 아주 침착하게 나타났어. ’모두 진정하세요.‘ 그리고는 다시 솥에서 옷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이것 보게나, 놀랍게도 옷 하나하나가 원래 입히려고 하던 색깔 그대로, 그것도 아주 정확한 색조로 물들어 있었어. 더 이상 아주머니들이 ’이봐요, 나는 라임 그린을 원했다고, 켈리 그린(진한 황록색)이 아니라. 색맹이야 뭐야?‘ 소리 치지도 않고, 이번에는 모든 옷이 하려고 했던 완벽한 그 색깔로 물들었어.”
“아주 별로 다를 게 없잖아요.” 댈리에게 늘 그렇게 여겨졌다. “사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오순절 이야기랑 비슷하지 않아요? 성경에 당첨된 내용. 이번에는 색깔이 아니라 언어인데, 사도들이 예루살렘의 한 집에 모여 있었고, 기억하시겠지만, 성령이 강풍처럼 내려오고, 불의 혀이니 말이니 그런 것들이 나와요. 그 친구들이 나와서 밖에 있던 군중에게 말하기 시작했는데, 그 군중은 모두 다른 나라 말로 떠들고 지껄이고, 로마인, 유대인, 이집트인, 아라비아인, 메소포타미아인, 카파도키아인, 그리고 동부 텍사스에서 온 사람들까지 있었는데, 모두 옛날처럼 똑같은 갈릴리 방언을 들으리라 예상하고 있었어요—하지만 이번에는 각자 자기 언어로 말하는 사도들을 듣고 놀라워하죠.”
헌터는 그녀 말의 요점을 알았다. “맞아, 그게 바로 구원이지. 안 그래, 혼돈을 예상했는데 질서를 얻어. 충족되지 않는 기대치들. 기적이야.”
'그외(뻘짓) > Against the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gainst the day p 595 - 601 (0) | 2026.05.27 |
|---|---|
| Against the day p588-594 (0) | 2026.05.21 |
| Against the day p570-574 (0) | 2026.05.16 |
| Against the day p564 - (0) | 2026.05.16 |
| Against the day p557-564 (0) | 2026.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