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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Against the day

Against the day 604-613

by 어정버정 2026. 5. 30.

어느 날 아침, 루는 청스턴 크레센트의 아침 식사 응접실에 들어섰다가, 경찰 경감 밴스 에이크롬을 발견했다. 머리 위 스테인드글라스 돔을 통해 내리는 이른 아침 햇살에 천사 같이 현현한 모습으로 이 피타고라스식 식단에 맞춰 변형된 푸짐한 영국식 아침 식사를, 모조 소시지, 키퍼와 블로터(둘 다 훈제 청어이나 속을 가르고 뼈를 바른 게 키퍼, 통째 훈제청어 블로터), 오믈렛, 감자튀김, 토마토튀김, 포리지, , 스콘, 그리고 다양한 포맷의 빵까지 포함해 쉴 새 없이 먹어 치우고 있었다. 예복을 입은 시종들은 캐디, 터린 큰 수프함, 쟁반을 들고 테이블과 넓은 부엌 사이를 살금살금 오갔다. 어떤 이들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늦잠을 잔 사람들은 샌들을 반짝이며 경감을 애써 피하려고, 그의 거침없는 식욕과 경쟁하느니 차라리 굶기로 택했다.

이 시간에 쬐금 프라이업(기름진 식사)가 당기지.” 입안 가득 음식 사이로 어떻게 에이크롬은 루에게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받은 루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찾아 나섰는데, 이곳에서 아침 대부분은 헛걸음이라, 이미 치우고 없었다. 영국인들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도 많은 사람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커피에 대한 무관심만큼 괴이한 것은 없었다.

좋아,” 그가 소리쳤다. "누가 또 스퐁 그라인더를 가져갔어?“, 하지만 사실 훔친 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 커피는 사람들이 이곳의 유일한 커피 그라인더를 카레 가루, , 심지어는 알아보기 힘든 예술 작품의 안료 만드는 데까지 사용하는 동향에 걸핏하면 커피 맛이라고는 전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평소처럼 옅고 밍밍한 차가 가득 담긴 이가 빠진 머그잔을 들고, 에이크롬 맞은편에 앉아 어디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루는 에이크롬이 스코틀랜드 야드에서 전하는 <신사 폭탄범> 사건에서 손 떼라는 또 다른 점잖은 충고를 전달하러 온 게 아니리라 생각하고는, 안주머니에서 22장으로 얇아진 메이저 아르카나 타로 한 갑을 꺼내 남아 있는 채식 해기스와 한 접시 가득한 완두콩 튀김 사이에 하나씩 펼쳐 놓았고, 그러다 마침내 에이크롬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루가 당밀이길 바라는 무언가가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을 휘젓기 시작했다. “그읍브음-흐으윽크크흐!”

정말 그랬다. 렌프루/베르프너의 15번 카드가 아니라 12, 교수형당한 남자 카드였고, 이 카드의 깊숙이 감추어진 비밀스러운 의미들 때문에 항상 특별히 중요한 수사 영역에 두는 듯했다. 루는 이를 자신의 개인적인 카드처럼 생각하게 되었는데, 네빌과 나이젤이 그에게 처음으로 뒤집어 보여준 미래카드였기 때문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이십이면체에서 그 카드는 하트퍼드셔주 스터프트 에지 엘프록 빌라에 사는 라몬트 레플레빈이라는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다.

마침내 에이크롬의 입이 비교적 고요해지자, 루는 그 시간을 감안하여 최대한 쾌활하게 그래서, 경감님, 너무 정치적인 이야기는 아니겠죠?

,” 마치 혼잣말처럼 이것 좀케저리인 것 같기도그래 근사해그리고 그 마멀레이드 통은 어디 있었더라, 정말 맛있었는데.” 루는 그 남자가 식욕을 맘껏 채우도록 내버려 두고 떠날 생각을 하는데, 에이크롬이 마치 벌레에 물린 듯 동그랗게 뜬 눈을 루에게 고정하고, 뜨고 콧수염을 닦으며 빽 야단을 쳤다. “정치적이야! 그래, 당연히 그렇다고 해야겠지. 따지고 보면 모든 게 정치적이잖아, 안 그런가.”

기록에 따르면, 이 레플레빈은 골동품상이에요.”

오 의심할 여지 없지. 다만 그 대상에 관한 자료를 깔자면 한 반 마일은 간다는 점만 빼면. 롬브로 연구만 봐도 아주 감이 딱 오잖아, 맞아, 아주 감이 와.”

루는 에이크롬 경감이 체사레 롬브로소 박사의 범죄학 이론의 열성적인 신봉자임을 알아차렸다. 특히 도덕적 지능 결핍은 뇌의 해당 조직의 부재가 동반되며, 그로 인한 두개골 발달이 뒤틀리는 일이 따르는데, 숙련된 눈으로 보면 대상자의 얼굴 구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인기 많은 이론이었다.

요점만 말하자면, 어떤 얼굴들은 범죄자의 얼굴이란 거야.” 메트로폴리탄 경찰서의 베테랑 경찰관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를 무시하거나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자는 재난이 닥칠지니. 이 사람은,” 머그샷 사진을 건네주며, “보다시피, 얼굴 전체에 국제적인 해악이 그대로 묻어나.”

루는 어깨를 으쓱했다. “꽤 건전한 친구 같은데요.”

그 장소를 감시하라고 사람들을 붙여 두었어, 알겠지.”

왜요?”

에이크롬은 방을 재빨리, 마치 멜로드라마처럼 과장되게 대충 훑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독일인들.”

뭐요?”

레플레빈이라는 자는 켄싱턴에서 가게를 운영하는데, 파일에 따르면 트랜스옥사니아 및 그리스 불교 유물을 취급한다고 해. 그 유물들이 그쪽 나라에서 있을 때는 무엇이든지 간 판다는데, 가게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줄지어 드나들고, 그중에는 이미 우리가 아는 인물들도 있어, 얼굴 생김새만 봐도 고약한 놈들, 위조범, 모조품 제작자, 장물아비, 수집가들하지만 우리 스코틀랜드 야드에서 크게 우려하는 바는 이곳과 중앙아시아를 오가는 독일인들 왕래객 상당 부분이 항상 레플레빈의 가게를 거쳐 도달하는 것 같거든. 거기 중앙아시아에서 진행되는 고고학 발굴 작업의 대부분이 독일인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거 알지, 보란듯이 독일인들이 골동품이라고 적힌 크고 무거운 상자 수십 개를 들고 계속해서 입국할 좋은 핑계거리인 셈이지. 게다가 샌즈가 내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징후, 샴발라정세에 대해 정보까지 넣고, 설상가상으로 가스국(Gas Office)까지 문앞까지 들이닥쳐 그들이 엿들은 내용으로 완전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굴어.”

“‘가스국.’”

칼과 포크를 양 주먹에 의미심장하게 쥔 채, 경감은 기꺼이 나서서 설명했다. 라몬트 레플레빈은 보아하니, 석탄-가스를 이용한 통신에 활동하는 열광하는 애호가인 듯했다. , 그의 런던 지도에는 도시와 교외의 가스-본관들이 공기압선이나 전화선 어디에도 못지않은 통신망으로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가스를 통해 소통하는 사람들, 실로 다른 방식으로는 뭐든 소통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량 많이 등장했고, 에이크롬에 따르면 그 수는 매일 증가하고 있어, 도시와 지역 또는 마을의 가스-본관 사이에 비밀 연결망이 계속 구축되고 있고, 그 체계는 그물망 마냥, 마치 곧 영국 전역을 아우를 작정인 것처럼 확장되었다. 젊음과 돈, 그리고 한가한 시간을 누리는 복 받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별난 유행을 좇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감정적인 이유로 가스를 이용해 편지를 주고받았고, 이에 우체국에 극도로 불만 불평을 품어, 그들에 앞서 우체국에 줄 서 있는 수많은 여성 참정권 주창자들만 아니었다면 우체국에 폭탄을 던지러 나갔을지도 모를 이들이 들어 있었다. 스코틀랜드 야드는 예상대로 이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가스 밀거래 통신을 감시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레플빈에 대해서는 솔직히 우리 야드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어떤 이들은 그가 사람들 말마따나, ‘미학적인 이유로 몸담고 있다고 생각해. 나는 현대 시는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암호가 보이면 알아볼 줄은 알아. 그리고 우리 라몬트는 특히나 교묘하게 골치 아픈 암호를 사용하는 것 같아. 암호 해독팀이 24시간 내내 매달려 있지만 아직 해독하지 못했어.”

그중에 암호가 아니라 평범하게 보낸 통신문이 있나요? 영어? 독일어?”

, 그래, 러시아어, 터키어, 페르시아어, 파슈토어는 물론이고 산악 타지크어도 군데군데.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좋다, 이거야. 물론 공식적으로는 부지 내에 방문할 수 없지만, 우리는 혹시나 하고 궁금증이 들어. 샴발라 관련 난리법석에 비추어, T.W.I.T 여기 당신 취미에 딱 맞고, 게다가 당신은 개인적으로 우리가 꿈도 꿀 수 없는 법적 제약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으니, 알겠지.”

나라면요? 수송 상자를 그냥 부수고 안에 뭐가 있는지 들여다볼 텐데.”

그런데 거기가 값비싼 중국 쓰레기로 가득 차 있으면, 다음 순간 난 세븐 다이얼스에서 야간 당직을 서고 쓰레기통에 손전등을 들이대고 있겠지. 안 그럴 지도 모르지만.” 그는 폐허가 된 아침 식사의 결과물을 바라보았다. “이 구내에는 맛있는 베이크드 빈즈 같은 건 안 나오는 건가? 늘 없는 것 같은데.”

아마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요.” 루는 부엌 입구 위에 걸린 명판을 가리켰다. 거기에 κυάμων απέχεσθαι 콩을 삼가라고 적혀 있었는데, 네빌과 나이젤에 따르면 피타고라스의 말을 직접 인용한 문구라고 했다.

. 그럼 이 스포티드 딕(찐 돼지기름 푸딩)이나 마저 먹어야겠군.”

경감의 머릿속에 든 일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긴 했지만, 야머스 블로터(야머스산 저린 청어)와 건포도 빵 몇 개를 먹고서야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당신이 이른바 헤딩리 폭탄 사건에 계속 관심을 보이는 일에 야드 내부에서 얼마나 시선이 싸늘한지 되풀이 강조해야 할 것 같아.”

드디어 범인의 포위를 좁히고 있나 봐요?”

매우 유력한 단서가 몇 개 확보했고, 지금 수사가 특히나 민감한 단계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문구인데요.”

그래, 그리고 우리가 벌써 지금쯤 그를 잡아도 잡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누가 할 수 있겠어? 죄 어슬렁거리며 계획을 다 망치고 다니는 이들 허가받지 않은 호사가들 말고는.”

설마 그럴 리가. 우리 같은 사람 몇 명이나 있어요?”

한 명. 다만 당신이 열두 명은 더 되어 보이긴 하지만.”

하지만 그는 제가 자기를 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당신네 경찰들이 희생 제물이 될 양이 있으면 환영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를 유인해서, 어쩌면 실수하게 만들 만한 제물로.”

오늘따라 만땅으로 거만하네.”

평소 같으면 아침밥으로 배가 만땅이겠지만, 별로 남은 게 없어 보이네요.”

, 괜찮으면 이런 틀모양으로 좀 먹어볼까 하는데? 특이한 색깔이로구만. 뭘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네 므으크그으음그앙

알고 싶지 않으실지도 몰라요.”

바로 그때 한 시종이 들어와 루에게 그랜드 코헨 누크샤프트의 사무실로 시급히 출두하라는 전갈을 전했다. 에이크롬 경감은 부지런히 얼굴을 닦고 비참하게 한숨을 쉬며 다시 <빅토리아 제방> 뒤로, 때 묻은 벽돌, 파란 가스등, 말 냄새가 가득한 그의 차가운 고향-영역으로 철수할 채비를 했다.

그랜드 코헨은 라메(금은실로 짠 천) 표면에 인조 담비털 테두리 장식 위로 돋보이는 공식 휘장을 걸치고 루를 맞이했다. 그의 머리에는 선명한 마젠타색 바탕에, 앞으로 금색 히브리어 글자가 수놓은 모자가 야물커처럼 얹혀 있었는데, 다만 높은 보관, 앞뒤로 움푹 들어간 트릴비 스타일이 달랐다. “이봐, 마지막으로 아첨할 거리가 있으면, 할 수 있을 때 얼른 하는 게 좋아. 내 임기가 거의 끝나가거든. 그래, 꼬맹이 닉 누크샤프트는 다시 준 코헨으로 돌아가겠지. 정말 축복받은 방면이야. 그리고 다음에 맡은 불쌍한 호구가 고위 중역들의 경멸 앞에서 은공도 모르는 아첨을 즐기게 되겠지. 고위 중역들은 해마다 예산을 지속해서 삭감하기만 하는데, 마치 적대적인 국가들의 해안으로 파견된 선교사처럼 우리는 신의 변덕에 맡겨진 채, 등 뒤 바다 건너, 고국의 희희낙락 속에서, 우리의 추방령에 서명한 자들이 아우성을 지르고 즐거워 날뛰겠지.”

분명히 뭔가 꿍꿍이 속이 있는 것 같군요.” 루가 말했다.

아주 대단히 정말 유감이야.” 아래로 떨구는 두 눈. “자네가 나를 나무라네.”

아니, 코헨, 저는 절대

, 그래, 그래. 당신이 처음도 아닐 거야내 어떤 처지인지 자네도 알겠지바스나이트 형제, 샴발라 일에 당신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교전이 임박했고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르니, 하나도 빠짐없이 우리는 자리를 지켜야지. 에이크롬 경감이 라몬트 레플레빈에 대해 자네에게 브리핑했지만, 런던 경찰청이 고마워하지 않을 몇몇 부분이 있어서 내가 덧붙여야 할 것 같아, 레플레빈이 샴발라 지도를 손에 넣었어.”

루는 휘파람을 불었다. “모두가 찾고 있는 물건을요.”

하지만 파라모르포스코프라는 장치로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제가 슬쩍 집어 올까요?”

만약 레플레빈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이미 안전한 곳으로 옮겼겠지. 하지만 그는 전혀 다른 전제 하에 작전을 벌이고 있을지도 몰라.”

그럼 제가 직접 가서 슬쩍 살펴나 봐야겠네요. 뭘 찾아야 하는지 알려주시겠어요?”

우리에게도 비슷한 부하라 도시 지도가 있는데, 같은 시대의 것으로 추정돼.” 그는 루가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도안을 베껴놓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루는 <켈리의 교외 사전(Kelly’s Suburban Dictionary)>을 얼른 찾아본 후 모자를 찾아 문밖으로 나섰다.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으로 저물어가고 있었고, 더불어 제대로 된 겨울 안개가 모여들어, 갈수록 짙어지더니, 모두의 모자에는 물방울이 맺혀 반짝였는데, 신경이 예민한 체질의 사람들에게는 섬뜩하게 불길할 정도였다. 첫 저녁 창백한 얼굴의 남편들이 철도 지도상의 어떤 목적지에도 도착하지 않을 듯한 교외 열차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마치 오늘 밤 어떤 안식처라도 실려 가려면 먼저 지금까지 막연하게 정의되지 않은 어떤 은총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아야 하는 것 같았다. 루는 객실에 들어가 좌석에 구부정하게 앉아, 모자챙을 눈까지 끌어내렸고, 바퀴가 둔중하게 느릿느릿 돌아가기 시작하자 열차는 멀리 떨어진 끔찍한 <스터프트 엣지(가득 채운 변두리)>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이쪽 교외 지역은 흔히 모도시런던의 타락 판이었는데, 웬렛츠는 시골 기벽과 대도시의 우울함이 뒤섞인 최악의 조합이었다. 스터프트 엣지 역 플랫폼으로 내려가자 루는 황량하고 숨죽인 풍경을 마주했다. 초목으로 거의 수정되지 않는 곳 마치 유령 같은 자동차들이 다른 차원에서 가까이 있지만 보이지 않게 운행되는 듯, 일광日光의 기름 냄새가 그 장면에 퍼져있었다. 가로등은 이미 몇 시간 전부터 들어와 있었던 것 같았다. 저 멀리 경찰서 근처에서는 개 한 마리가 아무도 볼 수 없는 달을 향해 길게 울부짖고 있었다. 계속해서 오라고 부르면 달이 먹이를 가지고 나타날 거라고 상상하는지도 모른다.

엘프록 빌라는 두드러진 흉물의 반-분리(2채가 붙은) 주택이었는데, 선명한 황록색으로 칠해, 햇빛이 지는 속도와 비례해 희미해지려고 하지 않았다. 루는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석탄-가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가 여러 현장 보고서에서 문제의 냄새라고 표현했던 바로 그 냄새였다. 이웃 중 누군가가 알아챘을지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또렷하지 않았다사실, 이 교외 시간대치고는 이상하게도 이 주변 창문에는 거의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본츠 만능 자물쇠따개를 문에 꽂기가 무섭게, 마치 그의 생각을 읽은 듯 걸쇠가 스르르 풀렸고, 루는 연금술로 변형된 코크스(석탄연료)의 강렬한 냄새와 모호한 그림자들이 가득한 공간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벽은 아시아풍 문양이 양각된 린크루스터-월튼 두꺼운 벽지로 뒤덮여 있었는데, 모두가 정중한 문양만은 아니었다. 곳곳에 원래 세워둘 목적이었을 벽감뿐 아니라 마치 불청객처럼 식당, 부엌, 심지어 (어쩌면 특히) 화장실까지, 실물 크기의 조각상들이 무리지어 자리 잡았고, 고전과 성경에서 꽤 남우세스러운 주제에서 따와 전람하는데, 그중에 특히 속박과 고문과 같은 주제가 특히나 자주 되풀이되었고, 대상들의 몸은 운동선수처럼 완벽했으며, 흰색 대리석에만 국한되지 않은 재료로, 옷자락은 드러내고 관심을 환기하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어떤 우화적 표현에서도 건들건들 삐딱하게 한쪽 엉덩이를 치켜든 젊은이, 혹은 매력적인 구속 장치에 사로잡힌 처녀를 등장시키는 구실을 아니 찾지 못할 것이 없었으니, 벌거벗은 채 사랑스럽게 흐트러진 처녀의 얼굴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고통의 심연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쾌락에 대한 깨달음의 전조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루는 최대한 살그머니, 검은 바닥 타일 위를 가로질렀다. 각 타일을 둘러, 은빛으로 메꿔 넣었는데, 은은한 광택을 띠도록 뭔가 복합 소재가 같이 들었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부등변 다각형이 조합된 이 타일들은 오닉스나 흑요석으로는 비슷하게 내지 못할, 빛나는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수학적 소양을 가진 방문객들은 반복되는 패턴이 보인다고 내세웠다. 그렇지 않은사람들은 그 옹골진 용적을 의심하며 은빛 그물 위를 걷는 것을 두려워했다마치 무언가가 그것을 만든 것처럼기다리는 무언가부주의한 방문객 아래에서 무너져 내리게 될 정확한 순간을 알고 있을 무언가가

루는 부엌으로 내려갔다. 그의 <아포테오시스 불똥없는 손전등>의 효율적인 빛이 어둠을 휩쓸고 지나가다가, 천장에 한 발로, 불길하게 푸슛거리는 스토브 옆에, 매달려 있는 사람 형체가 드러났다. 마치 타로 카드 속 인물처럼 보였지만, 다만 머리가 열린 오븐 문에 반쯤 걸쳐져 있는 것만 달랐다. 오븐에 폭발한 돼지고기 파이의 잔해가, 파이 껍질 속 증기 나가는 배출구를 내는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내부에 끔찍하게 덮여 있었다. 매달린 남자의 얼굴은 마그날륨(마그네슘과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접철 가면으로 부분적으로 가려져 있었고, 마스크는 구타페르카 호스로 오븐에 연결되어 있었다. 가스를 차단하고 창문을 여는 과정에서 루는 그 시체가 어쨌거나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기, 저 좀 내려주시겠어요?” 시체는 신음을 내며 천장을 가리켰다. 루는 천장에 도르래 장치가 있고, 당기는 도르래 줄은 벽의 밧줄걸이로 넘어가는 것을 보았다. 루는 줄을 풀고 라몬트 레플레빈(그 시체가 그였으니까)을 조심스럽게 맵시좋은 리놀륨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레플레빈은 얼굴에서 금속 장치를 제거하고 근처의 고압산소통으로 기어가, 딸린 호흡마스크를 장착하고, 유용한 원소를 다량 주입했다.

조심스레 에둘러 물어보니, 레플레빈은 때 이른 하직을 바라는 것과는 사뭇 달리, 매일 진행되는 드라마 느림보와 멍청이들을 즐기고 있던 중이었고, 이 방송은 현재 가스광 공동체에서 크게 인기몰이 중이었다.

당신 이 소리가 들려요? 보여요? 냄새나요?”

다 괜찮아요, 아니 그 이상입니다. 가스라는 매체를 통해 정교하게 변조된 파동이 이동해 배출 시설에서 우리, 즉 청중에게, 고유한 호스를 통해 당신이 본 수신 마스크로 전달됩니다. 마스크는 물론 귀, , 입이 다 덮이도록 써야 하지요.”

혹시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질문이 루가 의도했던 것만큼 부드럽게 나오지 않았다. “저기, 저게가스 중독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일종의환각이라고

이제야 루를 알아차린 듯, 레플레빈은 차가운 눈빛을 번득이며, 그를 또렷 쳐다보았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죠?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가스 냄새가 나서, 뭔가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요 알겠어요. 하지만 그게 질문이 아니었잖습니까?"”

, 죄송합니다.” 그는 항상 편리를 위해 갖고 다니던 가짜 명함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파이크스 피크 생명 및 손해 보험입니다. 저는 거스 스왈로필드, 수석 보험사정사입니다.”

지금 든 보험 범위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화재 보험은 괜찮겠죠. 가스가 사방에 이렇게 많으니까그런데 절도 보험은 어떠십니까?”

절도 보험이요? 별 희한한 보험도 다 있네요.”

현재 대부분의 절도 보험은 미국에서 가입하지만, 영국에서도 엄청 미래가 밝아요. 제가 얼마나 쉽게 여기 들어왔는지 보셨잖아요 그리고 들어오는 길에 고객님의 가재도구 자산들이 훤히 파악되더군요. 30분도 안 돼서 모두 이삿짐 트럭에 싣고 내일 새벽 동트기 전에 수십 여 개 각지의 시장으로 몰고 가 되팔 수 있습니다. 사업을 하시니 아시다시피, 정식 매매 계약서만 있으면 누구도 장물 취득으로 처벌받을 수 없습니다.”

. 그럼, 따라오세요.” 레플레빈은 루를 로비 바닥의 희미하게 일렁이는 그물망을 가로질러 위층으로 안내하고서, 개인 사무실로 들어갔다. 충격적인 조각품이 사무실을 압도하고 있었는데, 붉은색 계열의 여러 줄무늬가 들어있는 자주빛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파보나체토 대리석입니다.” 레플레빈이 말했다. “프리지아 대리석이라고도 하는데, 한때 프리지아의 젊은이 아티스가 흘린 피로 이런 색이 난다고 믿었죠. 바로 저기 보이는 인물이 사실, 아티스입니다반신 아그디스티스의 질투로 미쳐버린 아티스가 스스로 거세하는 행동을 그리고 있어요. 죽은 후에 그리하여 곧 오시리스와 혼합이 되고, 물론 오르페우스와 디오니소스와도 섞여 들어, 고대 프리지아인들 사이에서 숭배의 대상이 되었죠.”

그 당시 사람들은 참 모든 걸 심각하게 받아들였네요?”

이 작품요? 유감이지만 너무나 현대적인 작품이에요. <아티스의 절단>, 아르투로 나운트, 예술가 산실 첼시 출신, 1889년에 제작된 뒤 부르주아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죠. 진짜 프리지아 작품을 보고 싶으시다면, 주변에 많이 있으니 둘러보세요.”

굴레 철물, 중국령 투르케스탄산 비단 조각천들, 도자기와 옥에 새긴 인장들 사이에서, “예를 들어, 기원전 3세기 스키타이 쿠미스 그릇. 특히 주둥이 가두리 작업에 그리스의 영향을 분명히 볼 수 있죠. 그리고 거의 대부분 디오니소스 신의 형상이 들어있어요.”

쇠푼깨나 들겠는데요.”

눈치를 보니 수집가는 아니시군요.”

오래된 물건인 건 알아보겠습니다. 이런 건 어떻게 구하시는 겁니까?”

여기나 해외 양측의 도둑, 도굴꾼, 박물관 직원들이요. 못마땅한 도덕적 반감이 감지되는데요?”

제 전문 분야에서 한참 벗어나지만, 원하신다면 조금 인상을 찌푸려 드릴 수는 있습니다.”

지금은 저 밖은 완전 골드러시입니다.” 레플레빈이 말했다. “특히나 독일인들이 안 보이는 데가 없어요. 대상으로 물건들을 가득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낙타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일도 생기죠.”

이건 뭐죠?” 루는 책상 위에 펼쳐진 두루마리를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뭔가 참조라도 했던 듯, 특정적으로 2척 정도 펼쳐져 있었다. 레플레빈은 금세 구린 기색으로 눈치를 보았고, 루는 모르는 척했다. “후기 위구르 시대의 물건입니다. 이런 많은 물건들처럼 여차저자 부하라로 당도했죠.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복잡하고 흥미로운 특징들, 제 추측에 일련의 탄트라밀교식 불교의 험악한 분노존(忿怒尊)들을 묘사한 것 같은데, 그래도 보는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때로 전혀 뭔지 모르겠어요.”

숫제 그가 수상쩍게 굴어라!” 고함을 치고 있는 바와 다르지 않았다. 루의 눈에는 그것이 기호, 글자, 숫자, 어쩌면 지도, 어쩌면 청스턴 크레센트에서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샴발라 지도처럼도 보였다. 그는 막연히 미소를 지으며 청동 말과 기수 조각상으로 관심을 돌리는 척했다. “저것 좀 보게나! 정말 멋진 녀석 아닌가요?”

그 사람들 말타기로 이름 높았죠.” 레플레빈이 말했다. “당신네 미국 카우보이들은 완전히 고향처럼 편안하게 느껴질 겁니다.”

괘념치 않으신다면루는 작은 독일제 휴대용 카메라를 꺼내 렌즈 덮개를 벗겼다.

그러세요.” 루가 순진한 백치에 현저하게 진솔한 인물로 평가가 되었다고 깨달을 만큼 잠시 망설인 후 그가 말했다.

가스등 밝기를 좀 높여도 될까요?”

레플레빈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원래 자연광인데요.”

루는 전등 몇 개 역시 날라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혹시 해서 구실을 대려고, 두루마리 사진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다른 작품들도 함께 담았다. 그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 사진을 더 찍으며, 그릇된 판단을 부르도록, 전문적으로 속사포를 계속 날렸다.

오해하지 마세요. 하지만 거꾸로 매달려 머리를 오븐에 넣고 가스레인지를 켜둔 채라? 아주 엄밀히 위험 측면에서 봤을 때, 제 직업윤리에 입각하여 당신이 생명보험에 얼마나 내고 계신지, 묻지 않을 수 없어요.”

레플레빈은 아무 주저 없이 바로 루에게 가스애착증Gasophilia 주제로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는 전자기 시스템의 전압과 유사하게, 가스-압을 조절하여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슈베르머의 획기적인 발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무한한 가스의 흐름 속 끊임없이 이어지고 파동은, 특히 조명 가스가 그렇지만, 물론 소리의 파동도 포함하여, 빅토리아 시대 과학의 주요 기반에서, <감응 불꽃(Sensitive Flame)>처럼 빛의 파동을 변조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코감각이 뛰어난 사람에게, 후각 분야에 즉 냄새는 가장 아름다운 시를 표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도 하죠.”

거의 종교적인 말씀이로군요.”

, 남인도에서는, 특정 사원에 들어가, 예를 들어 치담바람에 있는 천주당(天柱堂 Raja Sabha)에 가서 시바 신을 뵙고 싶다고 하면, 그들은 텅 빈 공간을 보여줄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텅 빈공간과는 좀 다릅니다. 물론 비어 있긴 하지만,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식으로 텅 비었어요. 제 말 이해하시겠습니까?”

물론이죠.”

그들은 이 텅 빈 공간을 숭배합니다. 최고 숭배 대상의 형체가 그렇습니다. 순수한 아카샤Akaša, 산스크리트어로 우리가 칭하는 에테르에 해당하는 아카샤로 가득 찬 이 용적, 혹은 어쩌면 비용적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카샤는 모든 것에 만연히 스며든 아트만에 가장 가까운 원소이고, 모든 것이 여기에서 비롯되었죠. 그리스어로는 당연히 카오스가 되고, 그렇게 내려와, 반 헬몬트가 연금술 작업실에서 네덜란드 사람이라 첫머리 마찰음을 (chi, X)’ 대신 (G)’로 표기하면서 우리가 아는 가스를 내놓습니다. 우리 자신의 근대적 카오스, 우리의 소리와 빛의 전달자, 우리의 신성한 샘, 지역 가스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아카샤를 준 거죠. 어떤 이들이 가스 오븐을 일종의 신전처럼 숭배하는 것이 궁금한가요?”

전 그렇지 않아요. 하기는 이전에도 궁금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귀찮게 구는 건가요, 스왈로필드 씨?”

루의 경험상 영국 영어에서 이런 반응은 보통 그가 너무 오래 머물러 폐를 끼친다는 신호였다. “다 끝났습니다. 이걸 사무실로 가져가서 당신의 샘플 보험 증권을 작성해 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수정하셔도 되고, 아예 집어쳐라 거절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텅빈 교외의 가로등 불빛, 듣그럽게 인적이 끊긴 저녁 속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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