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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Against the day

Against the day p273-282

by 어정버정 2025. 7. 15.

https://cho-a47.tistory.com/3254?category=530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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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 묻히고 리프가 제 갈 길 찾아 떠난 후, 자신의 안전이 염려된 프랭크는 관성의 바람을 타고 다시 골든으로 활강해 내려왔다. 주변에 자신을 찾고 다니던 사람이 있는지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그런 질문에 답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어려 미숙한데다 담력 빼고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던 그는 장비를 챙길 동안 잠깐만 머물다가 덴버로 가는 전기 기차에 올랐다. 그 후 1년 동안 그는 수 차례, 콧수염, 턱수염, 도시 최고의 호텔 이발소에서 머리도 자르는 일을 포함해 갖가지 변장을 거쳤지만, 늘 가지 않고 붙어 다니는 것은 좀 더 좁은 챙의 모자로 한번 바꾼 일 그리고 떠도는 곳 색깔이 점점 깊어가며 그에게는 길고 쓰라린 길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곧 그는 접근 패턴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중간 간부급 관리자들, 도회적인 스타일에 광산 감독관 같은 외모로 차려입은 이들이 술값을 사겠다고 제안하며 카드 테이블의 빈자리에 슬쩍 끼어들었고, 프랭크에게 마치 그들이 무슨 의도인지 그가 다 알리라고 넘겨짚는 그런 눈길을 주었다. 처음에는 리프 때문인 줄 알았다. 이 손님들은 형을 추적하라고 고용된 사람들이고 정보를 원한다고. 하지만 눈치 채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대화는, 이렁저렁 혹여 대화를 튼다면, 결국 고용 문제로 에둘러 이어졌다. 그가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 밑에서 일하는지,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지 등등. 천천히, 그는 직관적인 지각에는 그다지 재능이 없는지라, 그때쯤 적어도 열두 명은 되는 여자들이 아예 나서서 눈치를 주다시피 해서, 이 남자들이 바이브 법인이나 그에 의지하는 하부기관들을 대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그래서 그의 즉각적인 반응은 언제나 이것 보게나 엿이나 먹어라지만, 조심을 다해 결코 짜증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말이지 이 시골뜨기 흠 다 괜찮아요.” 그는 아무리 보아도 진심을 담은 듯이 미소 짓는 법을 배웠다. “명함 갖고 계세요? 필요한 일 있으면 꼭 연락드릴게요.”

그는 조심스럽게 웹의 사건에 대해 여기저기 물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더 이상 사건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한동안 <광부 연맹> 사무실에 계속 비비적거려 봤지만, 아무도 뭐라도 아는 척 나서지 않았고, 성가시게 자꾸 찾아오는 프랭크도 오래지 않아 환영을 받지 못했다.

이상했다. 아라파호에 대해서 곧잘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더니, 그들은 정작 중요한 일들이 남아 있는데,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고, 매일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 감당하기 힘들 정도이다, 이런 식으로 넘기는 것 같았다.

그는 탐정도 아니었고, 수사에 많은 시간을 쏟지도 않았지만, 거리 아래위로 활짝 열어둔 귀로, 동생 키트를 몰래 데려갔던 바이브 법인이, 또한 웹 트래버스 살인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암시를 주워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의혹에 적어도 미국에서 광산 엔지니어로서의 진지한 미래에 대한 그의 현안은 더욱 골치 아파졌다. 어쩌면 해외로 나가는 일도 고려해야 할지 몰랐다. 로키 산맥 이쪽 방면으로 프랭크가 들른 모든 채용 사무소는 그에 대해 들어봤고, 스카스데일 바이브의 기백 좋은 통 큰 제안을 알고 있었고, 왜 프랭크가 지금쯤이면 바이브 지역 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지 의아해했다. 프랭크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 남자가 내 아버지를 술집 카운터 위 젖은 둥근 술잔 자국처럼 무심코 닦아 지워버렸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의 자선을 받아드리지 않고 미적거린다고? 물론 그들은 이미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짐작했고, 프랭크에게 한 스카스데일의 기독교적 대담성에 얼떨떨해 말문이 막혔다. 당시 산간 지방의 관습과 처우가, 무정부주의자의 혈통이 흐를지도 모르지, 그런 이유를 대고, 그를 최대한 빨리,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뉴욕의 사업가는 이런 야비한 혈족이니 복수 문제들에 초연한데, 프랭크는 왜 그러지 못할까? 누가 그런 배은망덕한 심보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 어떤 원천도 그들은 고용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는 금과 은에 완전히 열의를 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과 은을 아예 피하게 되었다. 그는 그저 현실적으로 굴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특히 1893(셔먼 은매입법) 폐지 이후 두 금속의 부침으로 발생한 너무나 많은 고통을 봐왔다. 원소표는 다른 가능성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교수 중 한 명이 늘 말했듯이, “광물학의 잡초들이 그저 거기, 창조의 일부로 눌러앉아, 누군가 어떻게 유용하게 쓰일지 쓰임새를 찾아내기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다.

그런 이유로 그는 아연과 같은 덜 매력적인 원소를 작업 대상으로 다루기 시작했고, 그 결과 그의 예상보다 레이크 카운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레드빌은 영광의 절정기를 한참 지나, 폐지법안 이후 시대로 접어들어, 더 이상 호 테이버의 마을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전설이 된 미망인은 여전히 매치리스 채굴장에서,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에게는 주저 없이 쏘아댈 총기를 들고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직 발명되지 않은 지옥의 종()을 키우려는 옛날 신령스러운, 세상의-중심적인 의지가 오래 남아 있었다. 관심은 은에서 아연으로 옮겨갔다. 거짓말 아니라 진짜 아연 러시가 일어나고 있었고, 현재 그곳에서 채굴할 수 있는 가장 비싼 광석으로 금과 은의 가치를 합친 것보다 더 높았다. 어떤 명석한 기술자가 폐지법안-이전 은광의 폐기물 더미를 재처리하는 방법을 발명한 모양으로, 그 덕분에 일부 정광 공장에서는 아연 함량 45%까지도 선광에 달성했다. 이곳에서는 평범한 그 지역 아연혼합 결정을 사용하여 처리하는데 그 과정이 간단했다. 먼저 혼합결정을 볶아 유황을 날리고 산화아연으로 만들고, 산화아연을 환원시켜 아연 금속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레드빌의 광재(광석제련 찌꺼기)는 마을 곳곳에 수북이 검은 더미들로 솟아 있을 뿐 아니라 거리와 골목길을 뒤덮고 있었는데, 불순물 녹인 찌꺼기, 더껑이, 휘광(빛나는 광석), 황철석 그리고 구리, 비소, 안티몬, 비스무트, 그리고 광부들이 몰리--댐드(몰리 망했네)”라고 부르던 것들까지 아주 실험적인 그리고 대체로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뒤섞인 혼합물이었다. 다양한 원소들이 각기 다른 온도에서 떨어져 나오기 때문에 처리하는 일이 증류의 문제였다. 이것들은 거기 밝은 내부 위로 검은 미스테리로 서서히 밖으로 어렴풋이 나타났고 파로 카드 게임 주자들과 채울 수 없는 갈망으로 바라는 여자애들, 때때로 그림자처럼 어둑한 인물들이 무릎을 꿇고 이 광재 더미 중 하나를 만지려고, 마치 기독교-정반대 성찬식처럼, 마치 저승의 사랑하는 이의 화체처럼, 경건하게 손을 뻗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조금은 연금술 같기도 하고.” 렌 프로버넌스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동부 래드클리프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된 여자 인류학자인데, 프랭크는 예상치 못하게 그녀와 엮였다.

-앚아. 쓸모없는 개흙찌끼가 딱딱 현찰로 바뀌는 거지.”

지금부터 수 세기 후에도 그 더미들은 여전히 거기에 있을 거고, 누군가 우연히 들렀다가 그 더미들을 올려다보며 궁금해하기 시작하겠지. 어쩌면 그것들을 어떤 구조물, 예를 들어 정부 청사나 사원 같은 것으로 여길지도 몰라. 고대의 미스터리들.”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양새는 수많은 고대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 비밀스러운 지혜, 세부 모양은 다르지만, 그 아래 구조는 항상 똑같아.”

프랭크와 렌은 어느 토요일 밤 덴버의 한 버라이티 싸롱에서 만났다. 저 위에서 니그로 숟가락과-반조 연주자들이 시끄럽게 법석을 피우고 있었다. 그녀는 대학 시절 지인 몇 명과 함께 있었는데, 그중에 하버드 출신의 현자 두 명이 마을의 선즈 오브 헤븐구역에 있는 중국인들 술집에 가고 싶어 했다. 프랭크으로서 매우 기쁘게도, 렌은 거절했다. “그리고 여러분, 문어 먹물에 담근 곰발(Bear Paw) 요리도 잊지 말고 꼭 드셔 보세요, 친구들!” 그는 택시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

둘만 남았을 때, “제가 정말 보고 싶은 건 덴버 거리와 추문 높은 집이에요. 호위 삼아 저 좀 데려다주시겠어요?” 렌이 털어놓았다.

? .” 프랭크는 그녀의 갈색 눈에서 불꽃을 알아보았다. 지금은 그가 부추기는 말아야 한다고 깨치고 있는 이런 눈빛의 뒤에는, 그때도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지만 놓친 그늘이 한쪽에 딸려 있었다. “그리고 . . . 물론 순전히 과학적인 이유에요.”

더할 나위 없이 인류학적인 곳이죠.”

발을 돌려 그들은 마켓 스트리트와 제니 로저스의 거울의 집으로 갔다. 렌은 곧바로 응접실 가득 절반쯤 되는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조심스럽게 위층으로 안내되었다. 잠시 후, 그는 우연히 문간을 들여다보았는데, 거기에 그녀가 있었다. 걸친 것은 많이 없이, 온통 검은색에 꽉 조이는 레이스, 삐뚜름한 스타킹을 신은 채, 열어둔 다면체 거울 안에 서서 온갖 각도에서 자신을 살펴보고 있었다. 완전히 변형되어.

재밌는 옷차림이네요, .”

온통 말타고 암벽을 오르고 야외 활동만 하다가, 다시 스테이(코르셋 같은 꽉 끼는 버팀대 웃옷)로 돌아오니 마음이 놓이네.”

여자들이 재밌어했다.

이것 좀 봐, 너 때문에 이 남자 움직이기 시작했네.”

우리가 이 사람 잠깐 빌려도 될까나?”

, 나는,” 그는 끌려가며, “하지만 우리가 계획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일을, 아니,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응시하는일을 멈출 수가, 아주 호기심 자극하게 차려입은 렌을 그가 할 수 있는 한 오래,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걱정하지 마, 프랭키. 네가 돌아오면 그녀가 여기 있을 거야.” 피네스가 말했다.

(중략)

립스틱이야.” 그가 그녀가 얼굴 붉히리라 기대했다고 해도, 발그란 볼은 없이, 대신 그녀는 대담하게 되돌아보며, 눈과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녀 자신의 진홍빛 입술 윤곽이 흐릿해지고, 눈가에 바른 검은 콜이 눈물 때문인지, 여기저기 흘러내린 것을 알아챘다.

페임은 뽐내듯이 난해하지만 사악한 페뉴아르(란제리)를 입고 걸어 들어와, 미끄러지듯 뒤로 다가가 렌의 허리에 팔을 스윽 둘렀고, 두 소녀는 바싹 파고들어 서로 부둥켜안고서, 부인할 수 없이 매력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냥 거리를 둘 수가 없어.” 렌이 속삭였다. “... 당신은 그냥 내 일상적인 부르주아적 성생활을 망쳐버렸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멕시코인들의 신화 속 조상의 고향, 아즈틀란을 찾아 서부로 온 렌은, 그곳이 포 코너스 근처 어딘가에 있다고 믿었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을 발견했다. 어쩌면 너무 많았는지도 몰랐다. 그녀는 마치 생사의 갈림길에 몇 번이고 넘기며 기나긴 군사 작전에서 뒤로 물러나는 병사처럼 보였다. 자신의 생명, 다른 사람들의 생명, 그리고 결국에는 여러 자아가 뒤섞여, 그녀는 불면증에 시달렸고, 적어도 프랭크에게는 가끔 똥줄 빠지게 겁을 집어먹게 하는 일 외에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그는 맨코스 강과 맥엘모 지역에 대해 스치듯 알고 지냈지만, 그곳의 고대 과거에 대한 이해력은 많지 않았다.

글쎄, 프랭크, ... 불행하다는 표현이 최고로 잘 들어맞을 거야.”

그냥 모르몬교도을 뜻하는 말은 아니겠지.”

환각을 주는 시골에 가혹한 곳이라, 모르몬교도들이 정착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어했을 것이라고 이해가 아니 되지 않지만, 이건 훨씬 오래전 이야기야. 적어도 13세기. 당시에는 그 지역 전역에 걸쳐 수만 명의 사람들이 번성하며 독창적으로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세대도 안 돼서, 이런 일들이 보통 그렇듯이 하룻밤 새에, 그들은 공포에 잔뜩 질린 얼굴로 도망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가파른 절벽을 올라가서 자신들이 아는 방어법은 동원해서 아주 단단히 거주지를 구축했어 . . . 뭔가 대비해서.”

우트 족 이야기에 있는데.” 프랭크가 회상했다. “다른 부족이 어떤지 항상 들었어.”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북쪽에서 침입한다는 이야기, 처음에는 약탈자들이었다가, 그다음에는 전면적인 침략군들이 와, 가축과 가족을 다 딸리고서.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이건 무언가 달라, 그런 이상이야. 여기.” 그녀는 한 무더기 사진을 갖고 있었는데 대부분 브라우니 사진기로 찍은 스냅샷이었고, 협곡을 오르내리며 찍은 사진, 프랭크에게 생소한 바위에 새겨놓은 생물들의 모습도 들어있었다.

대체 이건 뭐 . . .어라?” 조각에 색칠까지 되어 여기 날개가 달린 사람들이 있었고. . . 사람 몸에 뱀과 도마뱀 머리를 한 생물도 있었고, 그 위로는 읽을 수 없는 환영들이, 하늘이었을지도 모르는 곳에 불일지도 모를 무언가를 뒤쫓고 있었다.

그래.” 그는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눈에 무엇이 있든, 그가 더 일찍 보았더라면 하고 바랐다.

뭔데 그래?”

우린 몰라. 우리 중 몇몇은 의심하지만, 너무 끔찍해. 게다가 . . ” 그녀는 감광판 하나를 찾아내고, 빤히 응시를 하고 주춤거리며 건네주었다.

오래된 뼈네.”

인간의 뼈야. 자세히 보면, 긴 뼈들은 일부러 부러뜨렸어. . . 억지로 부러뜨려 놓은 거야. 마치 안에 있는 골수를 노린 것처럼.”

식인종, 식인종 인디언?”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가 많이 손 쓸 수 없는 슬픔이 깃들기 시작했다. “아무도 몰라. 하버드 교수들이라면 더 기대를 걸겠지만... 그들이 하는 짓은 이론을 세우고 논쟁하는 것뿐이야. 절벽으로 도망친 사람들은 어쩌면 그들끼리 서로에게 그런 짓을 했을지도 몰라. 두려움 때문에. 무언가가 너무나도 두려워서, 이 방법이 그들이 아는 바로는 그것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들이 그러기를 바랐다고-”

그들은 그것이 무엇을 . . . 원하는지 결코 알지 못했을지도 몰라. 사실은.”

그리고 너는그는 그녀에게 손을 뻗어 그녀를 일종의 경계선 넘어 끌어안지 않으려고 온 힘으로 다 쏟았다. 하지만 그녀의 촉촉한 눈은 이슬이 아니라 강철처럼 빛나고 있었고, 그녀의 몸 어디도 떨리지 않았다.

 

나는 거기서 1년을 보냈어. 너무 오래. 시간이 지나면 차츰 몸에 베어 들어. 이제 누구 다른 사람이 보고서를 세세히 작성하고 있어, 앞으로 경력에 대한 기대치가 한 요소가 되겠지. 나는 그저 고용된 일꾼의 하나로, 흙을 파고 붉은 바위와 길고 좁은 단구를 오르고 장비를 나르며 그 장소의 광기에 물들었어. 그들은 이제 히스테릭하게 구는 여자 졸업생들에게는 신경도 안 쓸 만큼 머리도 났고. 어쨌든 이 모든 건 지금보다 더 면밀하게 연대를 따져봐야 해. 그들이 누구였든, 그들은 그 절벽 위에서 몇 년밖에 버티지 못했어. 그 이후로는 아무도 몰라. 어쩌면 계속 견뎌 나갔을 수도 있고. 만약 그들이 아스틀란에서 남쪽으로 탈주해 아즈텍인이 된 사람들과 동일인이라면, 아즈텍인들이 유명세를 산 인신공양이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지.”

 

 

어느 날 밤, 그들은 다시 (덴버) 17번가에 있었다. 바텐더들은 슬링, 사워, 하이볼, 그리고 탄산음료로 바빴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정치적 논쟁을 벌이다, 필연적으로 결국 주먹다짐으로 이어졌다. 렌은 하는 수 없이 부동산 중개인의 손을 스테이크 포크로 가슴팍에서 떼어내야 했다.

올버니 호텔의 바 거울은 30여 미터 길이로 전설적이라, 덴버의 야간 역사를 생생하게 전하는 벽화였다. “마치 신문을 읽는 것 같다.” 프랭크의 지인인 범죄 전문기자 부스 버블링이 말했다.

부스만 빼고, 여기는 답답해, 보통은 뒤쪽 화장실 구역으로 물러나.” 프랭크가 설명했다. “개헌즈 바 밖에서 처음 봤는데, 무슨 일이야?”

도시 정치는 원래 다 그렇지, 언제라도 노골적인 참극으로 번질 게 뻔해. , 그리고 누군가 널 찾으며 돌아다니던데.”

내가 돈을 빚졌대?”

조심스럽게 렌에게 주는 눈길.

그녀는 모든 걸 알아, 부스. 뭔데 그래?”

벌클리 웰즈 네 수하 한 명이.”

텔루라이드에서 그 먼 길로 와, 그냥 방문차?”

네가 그 위까지 갈 계획은 없을 테니까, 내 바람이지만.”

요즘 꽤 위험한 동네지, 부스?”

네 형도 그렇게 생각했어.”

형 본 적 있어?”

누군가 봤대. 멀리 글렌우드 스프링스 근방에. 리프는 감정이 울컥거리긴 하는데, 의기소침해 있었대. 내가 들은 건 그거뿐이야.” 그는 작년 악명 높았던 <얼음 톱> 살인 재판의 주요 증인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나누러 갔다.

그게 다 무슨 말이래?” 렌이 말했다.

정보를 숨기는 오랜 습관, 특히나 현재 불꽃을 튀며 구애를 하고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 감추는 일은 보통 이쯤에서 밀고 들기 시작되었다. 한번은, 언컴파그레 고원에 나갔다가, 거니슨이나 어딘가에서 말을 타고 돌아오던 프랭크는 몇 마일 멀리, 어둡고 촘촘한 폭풍우 구름 하나를 발견했다. 햇살이 우세하고 하늘은 광활해도, 지금 아무리 방향을 바꿔도 그 구름과 마주칠 거라는 걸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온 세상이 자정처럼 어두워졌고 그는 속속들이 젖어 얼어붙었고, 제 주변 사방을 강타하는 번개에 순간순간 귀가 먹었다. 그는 말의 목에 기대어 모든 게 복숭아빛이라고 안심시켰지만, 방목하는 말인지라, 이보다 훨씬 더 심한 날씨도 겪어봤던 이 생물은 오히려 프랭크를 안심시키려 애썼다. 오늘 밤 올버니에서 프랭크는 렌이 정확히 여기에 무수한 마일과 십자가의 길들을 거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거대한 거울에서 되비친 빛에 그녀의 얼굴은 기묘하게 그림자 하나 없는 천상의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프랭크로서는 마치 가장 대답하기 꺼려하는 일을 꼭 묻기 위해 아주 먼 길을 찾아온 탐구자의 얼굴 같아 보였다. 그는 세상 어딘가에 그런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생 한 번도 그런 존재와 마주치지 않고 살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겨, 말을 걸어오는 때는 말하는 것이 엄숙한 의무가 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는 길게 숨을 내쉬고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관례상 보통 내 일이 아니고, 리프가 하는 일인데, 한동안 아무 소식도 없어. 그리고 어, 글렌우드 스프링스, 어쩌면 리프가 이 책무로 쫓겨 다니고 있는지 그리고 어딘가에서 파로 카드 떼는 일로 돌아가, 달빛 아래 손풍금 아가씨들에게 산쑥지대를 보여준다거나. 하지만 그냥 다음 사람에게 넘어가는 지점이 있어. 내가 안 하면 누군가 동부 해안 대학생 생활하고 있는 킷을 다시 끌려들겠지. 그가 한창 대학생활에 빠져 있는데,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겠지만, 나는 킷에게 그런 수고를 덜어줬으면 좋겠어. 킷은 좋은 젊은이지만 총 쏘는 일은 서툴러. 진짜 일어날 공산이 큰 일지만 킷을 먼저 잡을 수도 있지, , 그래야 범죄가 피장파장 원점으로 돌아가겠지, 그리고 일은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

그녀는 평소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그들은 어디에 있을 것 같아?당신네 총잡이들.”

내가 아는 최대한 내용이, 듀스 킨드레드와 슬로트 프레즈노라는 어중간히 악명 높은 한 쌍의 총잡이인데. 아마 텔루라이드 광산주 협회에 고용되었겠지. 그리고 지금 내 친구 부스 말에 따르면, 저위에서 온 누군가가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데. 관련 있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네가 갈 데가 거기네.”

엄마랑 여동생을 마지막으로 본 곳이야. 아마 아직 거기 있을 수도 있지. 어쨌든 한번 가 봐야겠어.”

아들과 형제의 책무지, 인류학적으로 말해서.”

너는 어때, 맥엘모 강으로 돌아갈 작정이었어?”

그녀가 얼굴을 찡그렸다. “거긴 미래가 별로 없어. 지금은 다들, 남태평양 섬으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

식인종 전문으로 가려고, .”

듣고 보니 생각보다 더 웃기네.”

나하고 텔루라이드에 같이 갈래?” 묻고 싶지 않았는데.

, 엄밀히 말하면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두 눈까지는 미소가 이르지 못했다. “그럴 수는 없겠는데, 프랭크.”

그는 너무 안도하는 표정을 짓지 않을 체면은 차렸다. “가외로 머리 근육 좀 데려다 쓰면 좋겠다는 뜻이 다야, 보나 마나 두 얼굴의 마을이니까, 발 디디는 곳마다 함정이 도사리고, 대관절 세상에나, 가장 추악하고 오랫동안 포커 게임이 이어지고, 너무 많은 돈이 너무 빨리 손을 바꿔, 누구를 믿어야 할지 절대 모를 곳이야.”

권총을 휘두르며 전속력으로 말타고 가 정보 내놓으라고 달려들 의도는 아니었겠지, 설마.”

, 보통 너는 어떻게 해?”

내가 한다면? 출장 온 척하고, 다른 이름을 써. 네가 쫓는 놈들은 마을에서, 어쩌면 그들에게 일거리 주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적을 만들었을지도. 귀를 계속 열어두면 조만간에 뭐라도 들리는 게 있겠지.”

너희들이 탐구 조사라고 부르는 일, 맞아? 싸롱, 매춘굴, 도박장, 고급유곽 샅샅이 뒤지며 돌아. 세상에, 누가 내 속셈을 눈치채기까지 나는 일주일도 못 버틸 걸.”

어쩌면 넌 생각보다 연기를 잘할지 모르잖아.”

내가 마시고 싶어도 꾹 참고 술 안 취하고 멀쩡히 버틴다는 뜻으로?”

그런 의미에서 술이나 마시는 일에 좀 돌입하자고, 어떠냐?”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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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웨이 교차로에서 텔루라이드행 승객들이 환승한 후, 남은 토막 기차는 댈러스 디바이드(분수계)를 기어올라 다시 플레이서빌로 굴러 내려와 산 미구엘 계곡을 따라 마지막 정차지까지 일몰을 지나 불확실한 밤 속으로 달렸다. 흐르는 시냇물에서 비친 별빛이나 광부 오두막에서 달아나듯 잠깐 보이는 등불 혹은 난로 외에는 어둠을 깨는 빛이라고는 거의 없던 고지대의 어둠은 곧 앞쪽, 동쪽에서 빛하는 상서롭지 못한 광채로 바뀌었다. 난롯불이라기에 색이 틀렸고, 새벽빛이라기에 어림도 없었지만, 세상의 종말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었다. 사실 텔루라이드의 유명한 가로등이었다. 텔루라이드는 미국에서 이렇게 거리를 밝힌 최초의 도sk시였고 프랭크는 막내동생 키트가 일리움 계곡에서 가로등 밝힐 전기를 끌어오는 프로젝트에 한동안 참여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어제 언컴파그레 고원 가로질러 처음 눈에 든 거대한 봉우리들이 남쪽 지평선 위로 길게 줄지어 뒤죽박죽뻐드렁니로 솟아 있었는데, 이제는 사방에서 그 모습을 섬뜩한 역광을 받고 드러내고, 승객들의 시선 앞에 우뚝 솟아 있었다. 차창으로 퍼져나가는 빛에 목을 빼고 이미 둘러보기 시작했던 승객들은 마치 동쪽에서 온 관광객들처럼 객차 가득 떠들썩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로 옆 계곡으로 오르는 길은 마을 거리처럼 북적였다. 광석과 보급 마차, 노새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노새 몰이꾼들의 욕설과 악담이, 연기 자욱한 작은 객차 안의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저녁나절 물들이며, 울려 퍼졌다. 선로 옆 굽이에는 분명코 몇 년째 거기 자리 잡고 있었을 동네 미치광이가 서서. 기차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지옥으로 달려가(To-Hell-you-ride/투헬유라이드)! 지옥으로 달려가! 조심하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차장에게 알리세요! 기관사에게 경고하세요! 돌리기엔 아직 늦지 않았어요!” 그러는 동안 그들 앞에 펼쳐진 광채는, 그 통렬한 광선은 익숙한 별빛들을 침침하게 가리며, 객차 안의 석유 램프보다 점점 더 밝아졌고, 한꺼번에 수송하고서 골짜기 하상에 비집고 들인 것처럼 좁고 단순하고 좁은 격자형 마을 안으로, 그들 객차는 덜커덕덜커덕 굴러 들어갔다.

프랭크는 객차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온 김에, 그저 들어오는 기차를 보려고 서서 기다리고 있던 가축몰이꾼들의 긴 줄을 지나갔다. 기차는 이제 가만히 앉아 숨을 돌리며 식어가고 있었고, 브레이크와 기관차발판 수리공들이 렌치, 쇠지렛대, 그리스 주입기, 기름치는 통을 들고 왔다 갔다 했다.

평소에는 가장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영혼 없는 백열 속에서 그는 사방에서 불길한 폭력의 조짐이 몰려들고 있다고, 그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느꼈다. 몇 주 동안 면도날은 모르는 덥수룩한 수염, 노랗게 드러난 송곳니, 어디 틀에 담을 수 없을 욕망으로 벌겋게 눈자위를 둘러 달아오른 눈 . . . . 우려로 땀이 삐칠삐칠 스미자, 프랭크는 정확히 자신이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격앙된 불안에 정거장을 휙 돌아보았지만, 기차는 이미 계곡 아래로 천천히 후진하고 있었다. 그는, 좋든 싫든, 직감에 따라 바닥을 기는 최하품과 종착역으로 곧장 향하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했고, 13천 혹은 14천 피트 높이 벽처럼 두른 산봉우리들을 뒤로 하고 광부 노조와 광산주 사이의 증오가, 콜로라도에서도 위험할 정도로 높이, 그 낌새가 확연한 곳을 올랐다.

 

또 다른 냄새, 프랭크가 어느 순간 궐련에 붙여서라도 가리려던 냄새, 마을 이름이 유래가 된 냄새가 났다. 이곳에서는 은이 보통 텔루륨 광석과 함께 발견되는데, 이 텔루륨 화합물은 프랭크가 광산 학교에서 배운 바로는, 자연에서 어디 못지않게 몹시 썩은 냄새 풍기는 놈들 중 하나로, 가장 형편없는 하숙집에서 뀐 가장 지독한 방귀 냄새보다 심하며, , 피부, 사람들 영혼까지 스며들었고, 사람들은 오랫동안 버려진 갱도와 채굴막장을 통해, 지옥의 일상적인 대기가 솟아오르는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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