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슬라이터 한 마디 하다
야밤에 심한 손상을 입은 드리어리 역…
폭격기가 세탁장 안마당을 침입하다…
바이올렛 거리에서 여전히 타오르는 화재…
어젯밤 블러드 엔드는 조용했다. 하이랜드 그린에 일이 조금 있었다. 한편 드리어리 역은 제리의 노력도 무심하게 극심한 해를 입었다. 그리고 시드니 스타일러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름다운 오후, 경쾌한 군중들, 비터 맥주 맛, 햇살은 영웅적인 석조들 얼굴에 되비치고 돌아가고-언젠가 온 곳에 즐거움이, 우리의 필멸에 악의 없는 장난을 칠 날이 오리니, 그러면 당신은 휘파람을 불고 오래된 불운한 폭탄 구멍에 담배를 틱 튕겨 넣고서 댁의 젊은 색시를 끼고 경주마에 엄청난 내기 돈을 걸러 떠날 것이다. 어젯밤에 시드니 스타일러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는 쓰레기 더미에 난잡하게, 템플 플레이스의 보호소에 넘어지지 않게 몸을 받치고 있던 늙은이였다. 나는 헬멧을 뒤로 젖히고 담배 한 대를 권하는데 느닷없이 그가 “당신은 다시 말에 관해 쓸 거야, 시드니! 당신은 필시 경주마들 이야기 적을 거야…”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나를 잘 지켜보라. 왜냐면 시드니 스타일러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당신은 겨울에 하숙을 놓아본 적 있는가? 하숙인을 꼬박 기다리는 구석방이, 신사를 꼬박 기다리는 침대가 있었는지? 그래서 당신은 창문에 광고 판지를 내걸고 간신히 시선 벗어날 정도 숨어서 직접 어떤 사람이 멈춰서 당신 광고판에 적힌 손 글씨를 읽고, 지붕에서 작은 광고-어설프기 짝이 없는 용한 작품-까지 슬쩍 훔쳐보고 그리고 갑자기 계단을 올라 벨에 손가락을 누를까 하고 지켜본 적은? 창가에서 무엇을 보면 당신은 다시 하룻밤 빈 침대로 두더라도 응답 않고, 벨이 울리든 말든 내버려두는가? 눈에 보이는 심상찮은 기운? 보울러 모자테와 눈 사이에 매끈하고 하얀 피부?
혹은 당신 역시 아마도 한때 외로운 하숙인이었을 것이다. 아마 당신은 강배들이 부우 경적을 울리고 건너 편 점방들이 문 닫는 소리를 듣고, 야간 사람들 무리와 다리들을 건넜을 것이다. 아마 달은 대성당 뒤에 떠 있었을 것이다. 당신은 대성당 그림자 속에 걷고 있으면 달은 계속 세 명의 젊은 여자에게 비췄고. 그리고 당신은 달빛 받은 여자들을 따라갔다. 아니면 장거리 봉투를 든 한 여자를 따라갔거나, 아니면 측면에 성자 석조 그림자가 지는 어느 집처럼 높다란 버스와 타이어 사이에 새어나오는 연기를 따라갔거나. 그러다 거리의 모퉁이와 난간 발치에 부서진 유리 그리고 당신은 앞이마를 훔쳤다. 그렇게 가만히 서서, 박살이 난 유리 위에 한가로이 소리를 내는 구두, 당신은 외투 안쪽에서 꾸러미를 꺼내고, 기름 번들한 종이를 끌렀고, 높은 등불에서 멀리 뜨거운 흰살 생선 조각을 당신 이를 향해 들어올렸다.
당신은 분명 손가락을 써서 먹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다시 한 번 불빛 속으로 발을 들일 때는 입술을 핥지 않도록 조심을 했고 대성당 석조 높이 시계 치는 소리로부터 나온 공기 전파가 당신 얼굴에 닿는 것을 느꼈다. 신문이-이는 단칸방 목록 쪽으로 접혀있었다-술병을 들이키자 외투 주머니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상관없다. 일주일치 삯, 거리의 이름들은 필요 없다. 당신은 지금 걸으면서, 이제 창문 안을 기웃거리고, 작은 광고들을 찾고 있었다. 밤중에 손글씨 글자들 읽는 일이 얼마나 뭐같이 어려운지. 그리고 당신의 손가락이 진짜로 어디 벨에 닿았던가?
나는 바이올렛 레인은 권하고 싶지 않다. 바이올렛 레인에 잠자리가 있는지 알 수가 없지만 아마 드리어리 역이었다면 벌써 내 셋방처럼 좋은 하숙을 찾았을 것이다. 당신이 한때 신사였거나 혹은 숙녀의 손에서 찻주전자를 앗은 적이 있다면 그랬을 것이다. 열나흘이 당신이 필요한 전부다. 이주 후에 당신은 당신 버너를 들이고 고무 물병에 더운 물을 준비를 하고, 목을 둘러 물이 새는 주머니로 침대 바닥을 데울 것이다. 아니면 당신은 식탁의 부러진 다리를 벽 쪽으로 돌리고, 실내가운 차림으로 공용 변소에 방문을 하고, 부츠 뒤축에 한두 못을 박아 넣을 것이다. 열사흘 지나면 그들은 사람을 내쫓지 않는다. 이들 방은 모두-이십팔 호, 재의 수요일에 소이탄에 불탄 방, 님프와 백조와 나뭇잎의 철제 덧창이 달린 마지막 좁은 방-그 모든 방들은 당신이 비계가 붙기 시작했거나 닭가슴살 소금 치는 일 혹은 달걀에 셰리 붓는 일에 관해 포스트 지 숙녀에게 어느새 첫 글을 쓰고 있을 때부터 비어 있었다. 하숙인은 차가운 웃바람을, 창턱 선반에 눈을, 밤중에 자신 무릎의 감각을 잊은 사람이다. 밤새 머리를 채우던 방 속의 양갈비의 맛을 잊은 사람이다.
어머니로부터 나는 요리하는 법을 배웠다.
사람들은 늘 어머니를 거리로 내몰고 있었다. 우리 집 냄비, 우리 그릇, 우리 속옷, 우리가 판지상자에 보관하던 것들, 방에서 빈 방으로 우리는 그들을 끈이 닳아 끊어지고 뚫린 구멍으로 어머니 가터와 약이 나올 때까지 끌고 다녔다. 우리 상자들은 봄비에 나앉아 있고, 위에 눈이 쌓였다. 떼 지은 사람들, 삯마차꾼들, 경찰들이 거리에서 곰팡이 치고 젖은 상자들 옆을 지나다녔다. 한 번은 결국 바싹 말라서 먼지 낀 홀에 높이 쌓여서, 우리 상자들은 불타버렸다. 좁은 층계 위와 아래로 우리는 그들을 날랐고, 부츠 뒤축에 걸리는 스파이크 달린 층계 위로 그리고 죽은 개나 고양이의 냄새와 여전히 어깨를 겨루는 작은 부지내로 날랐다. 그리고 기름에 쩐 보디스 밖으로 노파가 지불을 하는 동안 나는 우리 검은 주전자에 찻물 한 단지를 뜨러 익숙하지 않은 세면대로 떠났다.
“여기가 집이에요, 어머니.” 나는 말하곤 했다.
그러면 스커트를 내려놓고, 첫 번째 속바지를 내려놓고, 작은 부츠를 벗어났다. 그리고 마지막 축 늘어진 관자놀이에 양손을 얹고 “이제 칸막이를 가져와 쳐라, 윌리엄.” 상자 뒤에 늘, 극장의 분장실이나 병원 병동에 서 있는 그런 칸막이가 하나 있었다. 다만 말갈기 같은 갈색에 어머니 담배구멍으로 구멍이 가득했다. 그리고 매번 우리가 방을 바꿀 때마다, 아침이건 정오건 황혼이건, 나는 제일 먼저 이 칸막이 병풍을 세웠고 그 뒤에서 어머니는 에워싼 넝마 마지막 조각-불쌍한 늙은 여인이 맨살에 갖다 댄 임시변통 의복의 외설적인 거시기들-까지 벗겨내는 일을 마쳤고 그걸 떨군 뒤에 황갈색 실내가운을 두르고 일인용 침대에 똑바로 누워 있으면 한편 나는 버너의 창백하게 후들거리는 불꽃을 다뤘다. 그리고 우리 문 너머로 그리고 컵 속에 든 차를 앞에 두고, 우리는 발자국 소리를, 유리창에 순간적으로 짤랑이는 싸구려 팔찌를 듣곤 하였고, 차가운 손가락이 광고판을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같이 우리는 우리 하숙에 들었고, 같이 우리는 길거리로 나갔다. 드리어리 역을 빙글빙글 선회하던 십오 년 세월, 어머니와 나, 욕조에 발자국이나 변기 사슬에 걸린 넥타이를 발견하거나, 혹은 면도용 거울에 튀긴 핏자국을 보던 나날. 어머니와 십오 년, 하이랜드 그린, 핑키 로드-바이올렛 레인에서 두 차례-의 고미다락에서 고미다락을 오갔고, 내내 그 역 드리어리 역 꼭대기에 날아오르는, 말들처럼 커다란 도금 세루빔을 맴돌았다.
어머니와 오래 살다 보면 당신은 요리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당신의 육신이 양배추 이파리의 느낌을 알고 당신의 맨손은 그녀가 먹는 모든 것들 담을 것이다. 석간신문에서 꺼내어 매일 밤 작고 깔끔한 물렁뼈 덩이, 안 익힌 비계, 차갑고 칙칙한 껍질들을 조리할 것이고, 한입 가득어머니가 접시에 남긴 –아직 따뜻한- 것으로. 그리고 매일 밤 할 수 있는 한 살살 앞치마 가장자리 조금의 피를 닦아내고, 당신은 신문 뭉치를 들고 복도를 내려가고 추위와 떨어지는 눈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거기 당신은 이를 살살 반듯하게 주인의 커다란 구정물 들통 뚜껑 바로 아래 놓아둘 것이다. 어머니는 당신의 손수건으로 입술을 훔치고 당신은 그을음 앉은 얼어붙은 창문 아래 선반에 콩팥의 나머지를 둔다. 당신은 꽃무늬 쓰개로 버너를 덮고 줄지은 작은 책 무리 뒤에 껍질 깎는 칼, 숟갈, 빵 꽁지를 둔다. 서랍 속 속저고리 옆에 냄비 넣을 자리가 있다.
핑키 로드에서 접어드는 골목들 중에 검정 스타킹양말을 신고, 어깨가 찢긴 셔츠를 입고, 붉은 방울이 달린 프랑스 수병 모자를 쓴 작은 소년을 나는 기억한다. 매 맞은 자국은 그의 다리에 가실 새 없었고 한쪽 광대뼈는 시퍼렜다. 날아오르는 거위로 핑키 로드 그 샛골목은 아침이 어둑했고, 콜타르 바른 빌딩들은 회색 거위 점액으로 끈적였다. 부친과 도제 아들들이 높은 다리들과 작은 상점으로 떠난 뒤에 그 장소는 외로운 선창처럼 텅 비어 축축하니 죽었다. 그러면 큰 물통 뒤에 당신은 그 소년과 개를 볼 수 있었다.
증기기차들이 드리어리 역을 벗어나며 새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는 매 아침마다 소년은 돌바닥 위에 배럴 통에서 유출된 물구덩이에 무릎 꿇고 앉아 턱살로 강아지 잡고 털동물을 돌려눕히고 손가락 사이에 귀를 문질렀다. 콜타르 문들에 넘쳐 뚝뚝 떨어지는 외로움 그리고 도랑을 타고 흘러가는 석유와 말 먹이 물, 소년은 이 짐승의 우둔한 머리를 뒤흔들고, 그 손에 천천히 충격 받은 눈을 숨기고, 이를 뒤로 발랑 뒤집어 심장 소리를 듣곤 했다. 소년의 손가락은 항상 검정 잇몸을 만지작거리고 있거나 벌레 먹은 말랑하고 작은 다리를 더듬거나 재빨리 놓풀어 놓았다가 눈을 당겨 열고는 그, 가녀린 소년은 개 눈 속을 들여다보았다. 들판도, 햇빛도 종달새도 없이, 다만 검은 배가 바람을 안고 항해해 들기도 하는 저 아래 선창 위 좁은 길처럼 널돌 깔린 골목 그리고 저 아래 죽은 첨탑수탉들을 떨어버리는 연무 밑으로 팔에 가련한 개를 안은 소년 그리고 그 귀속에 벤 자국을 바싹 대고 뜯어보길 좋아하고, 개의 뇌 위로 자그마한 수로들, 자줏빛 혀 위의 찾을 수 있는 그림들, 그가 발톱 사이에 발견할 수 있는 황백색 진주들. 사랑은 그와 같이 오래 바싹 댄 탐색이다. 나는 같은 방식으로 어머니를 사랑했다.
나는 그녀를 본다. 종말 바로 직전이다. 그녀는 늙었다. 나는 어머니를 포트(와인) 유리잔의 붉은 빛을 통해 본다. 노란 머리카락을 보라, 눈은 눈꼬리에서 말라붙었다. 그녀는 웃으며 머리를 흔들지만 입은 열려 있다. 그게 내가 포트 유리를 통해 보는 모습이다. 웃고 있는 입술은 어둠의 마개 주위로 모였고 작은 밀랍빛 턱 아래 은제 포크가 피가 흐르는 살점을 달고서 천천히, 천천히 밀랍 속에 죽은 보조개 위로, 맨 처음 입술 아래 땀을 지나, 먹기 전에 어머니가 한번 살펴볼 수 있도록 눈높이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나는 노친이 이를 힘겹게 삼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당신이 찾을 수만 있다면 기다리는 방이 있다. 입까지 올릴 수만 있다면 어딘가에 농담이 있다. 그리고 하숙집 주인, 뱅크스 씨는 아내에게 친절한 말 한마디 했다고 열시 넘어서까지 응접실에 머물렀다고 사람을 쫓아낼 위인이 아니다. 주인댁, 마가렛은 내가 헌신적인 아들이었다고 말한다.
맞다, 헌신적이었다. 나는 잠을 자는 십오 년, 냄새나는 한밤중에 차가운 구두들과 기다림의 십오 년을 기억한다. 기다리며, 내가 변기로 가는 저쪽 복도에서 담배냄새를 맡았는지 아니면 건초처럼 타오르던 응접실에서 나오는 연기 냄새를 맡은 건지 갸우뚱거렸다. 나는 회초리 맞는 소년과 그와 함께 침대에 든 개를 떠올린다. 당신 베개 아래 젖은 개와 자는 일이 헌신이다. 혹은 밤을 지새우며 어머니에게 어린애 같은 곡조를 흥얼거려 주는 한편 회반죽칠, 들보, 유리, 창턱에 둔 콩팥고기가 불이 붙기를 기다리는 일이 헌신이다. 내 특성에 대한 마가렛의 판가름은 옳다. 육중한 남자들은 제일 흔히 애정 어리고 살갑다. 그리고 나, 윌리엄, 헨처, 그때부터 큰 남자였다.
“그런 건 걱정하지 마라, 헨처.” 대위가 말했다. “그래야하면 우리가 너를 떠메고 나가지.” 전깃줄 위에 전구 알이 그의 머리 주위로 빙빙 돌았고, 드리어리 역의 선술집들과 벽들과 탄공彈孔들을 가로질러 밤의 사이렌과 엔진 소리들이 다가왔다. 때로, 한창 최고조일 때, 대장과 그 부하-붉은 베레모를 쓰고 썩은 내 나는 다리를 지닌 과거 상등병-은 나가서 거리를 걸었고, 나는 그들을 모습을 지켜보고 기다리고, 하늘에 벌거벗은 사로잡힌 거인들처럼 부상당한 세루빔에 고정된 탐조등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그들이 홀에서 다시 욕설하는 소리를 들었다. 계단 꼭대기에서부터,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문을 닫아. 어이쿠, 부탁 좀 한다, 잔말 말고 들어와서 문을 단단히 걸어.”
우리는 오래되고 고약한 역에 너무도 가까이 있어 나는 역 주위로 쌓아올린 모래주머니 옮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기관차들이 철 쪼가리로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밤은 세루빔의 손이나 팔이나 혹은 고불머리가 날아와 우리 지붕을 뚫고 떨어져 내리지는 않을까? 성스러운 청동 손바닥 혹은 근육 혹은 들쭉날쭉한 목에서 축출된 조각이 무슨 공마냥 이 릴리 이스트칩 집 안에서 그 목표물을 발견한다면? 하지만 나는 내 복장에 두툼한 청동 손가락이 들이꽂혀 죽을 운명은 아니었다.
뱅크스 씨 부부-마이클과 마가렛-는 그 당시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생각하면, 프랑스 수병 모자를 쓰고 개를 데리고 다니던 그 소년처럼 아주 작게 웅크려 검게 멍든 눈을 하고 있었다 생각하면. 나는 그때는 그들을 몰랐지만, 왠지 모르게 그들에게 정이 붙었을 것이다.
그런 일들은 잊히지 않는다. 그들이 이십팔 위에 방공 기구(barrage ballon)을 매달아 놓았을 때-우리가 그 방에서 쫓겨난 지 얼마나 되었던가-그리고 하일랜드 그린에 있는 다락방이 재의 수요일을 태웠을 때, 그리고 물로 말의 입술이 비죽거리고 웨이커필드 교구목사라는 누군가 책이 방문 바깥에서 소방차에 치일 때 그런 나날 동안, 왜 그때는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기억이 수많은 검정과 더껑이들이 있었을까.
목 주위로 새 깃털을 달고 자잘한 진주를 엮어 짠 그녀 소매 위로 지저분한 누더기를 입은 릴리 이스트칩이 있었다. 군대로부터 불명예스럽게 소집된 대위가 있었다. 소방수들이 행운을 빌려고 계속해서 호스로 씻어 내리던 우리 좁은 하숙집 정면이 있었다. 계단 깔개 가로대에 뒤축이 걸려 마른 회칠 홀의 어둠 속으로 발가락 먼저 걸고 있는 핑크색 슬리퍼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끈이 끊어진 우리 상자들이 복도에 층층이 쌓여 있었고. 슬리퍼를 향해 일어나고 있었다. 내가 어머니 방으로 끌고 갈 마음이 일지 않는 그 모든 곽들이. 그래서 나는 안색 나쁜 상등병-그의 이름은 스패로우였다-이 그의 지팡이 손잡이들을 함께 문지르는 모습을 본다, 나는 이스티칩 양이 내어놓는 수프를 본다, 나는 어머니의 죽은 검푸른 얼굴을 본다. 그리고 나는 세탁장 안마당의 수조 위로 구근 모양 전방포수 둥지가 납작해진 폭격기를 볼 것이다.
마가렛은 이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뱅크스 씨, 그녀의 남편은 다변가는 아니다. 하지만 미스 이스트칩의 오라버니는 정찰용 첨탑에서 잉걸불로 벌겋게 잔뜩 찬 깡통철모, 엄청 큰 장화를 신은 두 다리는 가스 빛 푸른 색 화염에 불타며 추락했다. 릴리는 그가 떨어진 저녁에 이 참사를 통보받았고 손목에 먼지떨이를 늘어뜨리고 뺨에 눈물을 떨구는 그녀는 우리 티타임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그녀 잠옷에 촛불을 갖다 댄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대위의 의자 뒤에 서서 “이제 저는 끝장났어요. 끝장나버렸어요.” 속삭였고 한편 소식을 전달한 사람은 찻잔을 접시받침에 달그락거리고 무릎 사이에 헬멧을 움켜잡고서, 그저 잠시 앉아만 있었다.
“저기, 비참한 정보를 전해드려 죄송합니다.” 공습감시원은 말했었다. “커튼은 오늘 밤 내도록 쳐두는 게 나을 겁니다. 상황이 골치 아프죠, 아쉽지만.”
그가 내 창문을-어깨가 떡 벌어진 검은 사내-지날 때는 창백한 눈이 내리고 있었고 나는 그의 어두운 형체와 그의 잇새에 잡힌 은방울 같은 휘파람이 어슴푸레 빛나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 찬 요리를 내놓았고 멀리 떨어져 우리는 첫 둔탁한 텅 소리와 끼치는 입김을 들었다. 세인트 조지 교회 나탑만큼이나 큰 촛불을 훅 불어 끄는 것 같았다.
“잘 자, 헨처…”
“안녕히 주무세요, 대위님. 어머니가 대위님께 릴리에게 주라고 소금을 주셨지요?”
“그러셨지. 그리고-헨처-만약에 밤중에 무슨 비범한 일이 생기면 아무 때나 파이프로 내게 신호를 줘.”
“그렇게 할 게요, 대위님. 신경 써 주시니 고맙습니다.”
어머니는 이불보를 턱까지 올려 덮었다. 그리고 나는 불을 끈 뒤 통화관제 암막을 한쪽으로 치우고 세루빔의 눈 밖으로 항공기 사격을 보기 위해서 앉아서 관찰했다. 세루빔들은, 체로 거른 눈 너머, 가끔 가다 쏟아지는 빛줄기로 삼각형으로 나뉘어, 드리어리 역 둥근 지붕 위 부둥켜안고 있었다. 나는 내 두 볼을 받쳤다. 나는 침대 아래로 두르르 굴러다니는 노인네 요강 소리에 -어머니는 요강에 보석과 유리 단추들과 타조 깃털을 쑤셔넣었다-귀 기울였다. 앞바퀴 하나를 잃고, 타르칠을 한 자그마한 화물차가 끔찍하게 질질 기어서 지나갔고 부러진 차축에 드러난 바퀴 중심은 끼익 소리를 내며 돌바닥에 불똥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눈보라 혹독한 밤 지새도록 내 손은 술 달린 숄의 하얀 앙고라 실을 흠뻑 적시고 어린 계집애의 머리카락 가닥 비틀 듯 비틀었다.
내 창문의 선세공한 덧창에 든 님프와 사과 나뭇잎들 너머로 엔진들이 밤을 뒤흔들자 나는 갑자기 묘한 냄새를 맡았다. 서까래가 타는 악취도 아니고, 오토랭크 유한회사의 정비소가 타격을 받은 뒤 며칠 동안 거리에 떠돌던 기화한 고무 악취도 아니라, 다만 혹은 하숙집 그 안에서 그슬리는 종이나 휴지 혹은 닳은 카펫의 희미하게 생생한 냄새였다. 그리고 나는 내 문 가장자리를 휘돌아 나오고 있다고 상상했다-연기의 냄새-그리고 나는 내 의자 팔걸이를 꼭 붙들고 천천히 폐 속으로 그 연기를 들이마셨다.
“어머니 깨어 계세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살집 위로 비스듬하게 내려오는 잠옷 차림으로 일어나 앉았다.
“어머니 실내복 걸치시는 게 좋겠어요.”
그녀는 놀란 얼굴로 거기 앉아 거리 건너편 알고 지내는 존의 굴뚝을 따라 딱 봐도 내려앉을 화염의 불빛을 보았다. 당당한 어머니 표정이 보였고 나는 슬리퍼를 꿰어 차고 숄을 쥐어짰다.
“연기 냄새 나지 않아요? 집이 불붙어 타오르고 있어요,” 내가 말했다. “불에 데고 싶어요?”
“그저 주전자 타는 거야, 윌리엄…” 그리고 어머니는 한발을 이불보를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람들이 들통을 들고 거리 건너 존의 집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네가 보거라, 윌리엄, 내게 무슨 일인지 말해 주렴…”
“그냥 그 침대에서 나오세요, 그래서 우리 같이 살펴나 보게.”
그런 뒤 나는 문을 열어젖혔고 거기 변함없는 마르고 어두운 복도가 있었다. 슬리퍼는 여전히 계단에 걸려있고, 희미한 전구 하나가 늘어진 줄 위로 빙빙 돌고 또 돌았다. 하지만 우리 상자들이 불이 타고 있었다. 쌓은 상자들 바닥은 화염에 가라앉았고, 문에서 들어오는 외풍에 오렌지와 연푸른 불꽃이 뜨겁게 옆걸음으로 날름거렸다. 내 소유물인 외투 소매가 바스러지고 있었고 검게 느즈러진 구멍 밖으로 연기가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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