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21
손 잡고 꼭 놓지 않고 있는 이 책은
안열린책들 발간 로베르토 볼랴뇨 '야만스러운 탐정들' 특별 합본호로 국제도서전에서
9천9백원에 덥썩 물어온 녀석이랍니다.
사실 책은 앞뒤 어떤 부가기입 없이 본데없는 출신, 야시장의 해적판, 얼렁뚱땅 찍어낸 책마냥 생겨먹었어요.
이상하게 글자체도 허둥지둥 달아나는 것만 같고,
이 책 일권을 읽다가 그만 둔 기억을 잃어버린 게 첫번째 불운이요.
이 책 일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기억이 가물거렸던 게 두번째 불운이요,
야무지게 벌어지려고도 하지 않는 두꺼운 장을 앞에 두고 한숨만 쉬다 두루루 넘기다 보니
얼른 장에 가자 아버지 독촉에 신발을 접어 신은 줄도 모르고 신나게 뛰어가는 어린애처럼
두 손을, 세 손을, 네 손을 저렇게 잡고 있네요.
이건 세번째 불운인가요,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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