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풀러가 내 눈치를 보며, 브라운 씨, 유티카라는 곳에서 미국 돈을 사용하나요? 묻더군요. 브라운이 웃자 바질 발렌타인은 미소를 지으며 권련갑에서 담배를 꺼내고 그 앞에 놓인 낮은 탁자 위에 갑을 내려놓았다. 금색 표면에는 거의 매끈하게 마모된 긴 새김글이 있었고, 그는 손가락 끝으로 그 위를 훑고서, 유리로 덮인 그림, 아바리티아와 인비디아(탐욕과 질시) 광경을 갈라놓은 가느다란 기둥 위에 갑을 올려놓았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일 때 눈을 살짝 들어 테이블 중앙으로 향했고, 불구가 된 손을 들어 올리고서 옷을 얇게 입은 인물을 향해 연기를 계속 뿜어냈다. - 당신 여긴 너무 따뜻하게 유지해요, 그가 마침내 말했다.
- 난 이대로가 좋습니다.
- 당신이 아니고, 당신 위해서가, 당신은 두고 한 말이 아닙니다. 그림도, 가구도. 이 난방증기열이 당신이 가진 모든 걸 뒤틀어버릴 겁니다.
- 내가 팔기 전엔 아니죠. 그렇다고 대체 뭐? 누가 사든 그것들을 증기난방 드는 곳에 둬요. 브라운은 오부송 장미 한 송이를 발뒤꿈치 아래 이비고, 몸을 돌려 방을 가로질러 바로 갔다. 바는 작은 육각형 연단을 병들로 채운 것이었다. 참나무 잎이 조각되어 있고 앞면에 팔을 잘 묶어 둔 그리스도의 모형(-그는 죄가 없는데 그들이 그를 못 박았다, 말할 기회를 주는 조각이었다)은 떨어지는 진 방울로 얼룩져 있었다. - 진?
- 저는 위스키가 더 좋습니다. 바질 발렌타인은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탁자 위에 다시 펼쳐놓고 보고 있던 잡지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는 2장 크기 접이식 속지 복제물을 펴들고 곰곰이 살피고, 입술을 움직였다. 그러고는 열어둔 <수집가 계간지>를 멀리 밀고 갑자기 일어서서 -항상 이렇게 늦나요? 캐묻고는, 두 개의 다이아몬드를 얹힌 묵직한 손에서 유리잔을 받아 들었다.
- 긴장되나요? 브라운은 목구멍에서 멈춘 소리로 짧게, 웃으며 의자에 들여앉았다. - 저런 사람한테는 그런 기대는 접으세요.
- 당신은 내가 그를 만나지 못하게 잘도 막아왔죠. 바질 발렌타인이 끼어들었다. -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 그냥 그 사람과는 조심스럽게 굴라고, 렉톨 브라운이 그가 꽉 채우고 있는 의자에서 웅얼거리자 발렌타인은 자신도 혼잣말로 투덜거리고 등을 돌려 벽난로 속으로 담배를 날리고 난로선반 아래 새겨진 글자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벽난로 상부 굴뚝 장식은 거대한 엘리자베스시대풍 물건이었고, 나머지 다른 가구들, 벽에서 벽까지 길게 뻗은 카페트에서 눈에 띄는 의자 두 개 그리고 길쭉한 튼튼한 식탁은, 너무 둔중해, 배타적인 고급 신사 클럽의 모습을 띠었지만 언뜻 처음 인상만 그랬다. 소유주이자 주인인 렉톨 브라운이 곳곳에 잠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쪽 벽에 높이 걸린 혹멧돼지의 머리와 방 건너편에 걸려 있는 주인의 초상화 사이의 포괄적인 유사성에 대해 대놓고 언급을 아니할 수 없던 손님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 초상화 때문에 자주 (특히나 술을 마실 때면) 조롱을 받기는 했어도 렉톨 브라운은 그 초상화를 떼어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잠시 멈춰서 그 초상화를 애틋한 추앙의 마음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들도 그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았지만 거기서 누구도 그가 숭상하는 젊음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그들로부터 등을 돌린 얼굴과는 형성되지 않은 유사성을 알아보고, 귀는 튀어나온 데다 위로 섰지만, 오직 두 손은 너무 흡사하였다. 다른 그림들도 있었다. 특히 출입구 반대편에 있는 파티니르 작품은 이웃 자리를 지한 초상화가 기껏해야 거슬리는 방해꾼이었을 뿐이었다. 그 그림 자체에 무언가 불합리한 점이 있었는데, 하지만 잠깐 지나면 무슨 일이 어떻게 된 건지 깨달았다. 이 초상화는 사진을 보고 그린 것이었고 (이 피사체는 너무나도 바빠 카메라 포착의 그 순간 이상으로 앉아 있을 수 없어) 그래서 두 손은, 무차별적인 렌즈에 의해 전경에 포착되어, 놀라우리만치 확대가 되었다. 그 사진을 충실히 모사하라는 지시를 받은 초상화 화가는, 다른 식으로 하기에는, 재능도 없고 충분히 돈도 받지 않아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사진 속에 있는 손을 있는 그대로 모사했다. 그리고 그 후 몇 년 동안 수백 번을 지나다가, 종종 그 앞에서 한 손을 다른 손으로 잡으며 멈추었고, 점점 그의 손은 초상화 속 손을 닮아가, 크고 무겁게 둥그렇게 커졌다. 너무 흐물흐물해 보여서, 이를 누가, ‘물건 잡을 수 있는 -통’이라고 하자 일컫자 다른 방에 있던 다른 목소리들이 이를 따라 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반지는? 등장하였다. 그 반지의 이중 광채가 초상화의 물감이 마르고 한참 지나서야 더해졌다는 사실을 그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해마다 그림과 혹멧돼지는 항상 그 방을 가득 채우는 지독한 역병의 혹염을 가로질러 서로의 눈을 피하며 매달려 있었다.
- 빌어먹을 암캐! 발렌타인이 갑자기 몸을 돌리며 내뱉었다. - 저 개가누워서 자신…을 핥고 있어요, 공공장소에서 이목끄는 이 역겨운 몹쓸 짓거리는 행동은 막을 수 없나요? 그는 주인의 날카로운 옹호를 기대하듯이, 장미 위 거뭇한 형상들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서 있는데, 개 주인에게서 아무 반응이 없자, 의자에서 형태 없이 피어오르는 연기 구름으로 그리고 두꺼운 렌즈 뒤의 무정형 검정 웅덩이를 향해, 잠시 눈을 돌렸다. 렉톨 브라운은 그를 그저 바라만 보자, 그는 검은 구두를 신은 좁은 발을 모으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그는 다시 앞으로 몸을 숙이고 <수집가 계간지>에 실린 복제본을 보며 턱 밑으로 손을 끌어올렸다. 그 모습이 새끼손가락에 끼고 있던 금색 인장 반지에 키스하는 듯했다.
- 지금 몇 시죠? 브라운이 갑자기 물었다.
- 네 시가 지났어요, 바질 발렌타인은 투덜거리더니, 고개를 들어 또박또박 반복했다. -네 시가 지났어, 그는 아마 어딘가에서 술에 취해 있겠죠.
- 그는 그런 종류 일은 일절 하지 않아요. 나가 술판을 벌이고 말썽에 휘말리거나 하지 않아요. 이미 말했듯이 그는…
- 네, 말씀하셨죠, 그런 말씀하셨죠, 당신은 정말…안 그래요, 운 좋다고!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대단히 어리석은 남자가 붙어 있어 질질 끌고 다녀요. 이 자식을 어떻게 할지 전혀 모르고, 술에 취하고, 법, 여자, 돈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그래요, 당신은 정말 운이 좋지 아니 한가요! 동물적 자아가 없는 피보호자를 두었으니.
렉톨 브라운은 말을 시작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두 손은 짧고 넓은 무릎에 껴안고, 다이아몬드는 가장 위쪽에서 반짝이며, 그는 발렌타인이 새끼손가락 끝으로 그림의 윤곽을 따라가다가 손을 뻗어, 재떨이 위 서서히 타오르던 시가가 고른 연기의 기류를 손을 넘어 팔 위로 올려보내자 재떨이를 밀어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발렌타인은 연기를 성마르게 입김으로 불며 물었다. -그는 몇 살입니까?
— 그는 한 서른셋쯤 되는데. 내 나이에 더 가까워 보여요.
- 그 사람은 전시회에 가본 적이 없죠? 이 그림들이 등장할 때요. 그랬다면 아마 그를 알고 있는 얼굴일 텐데.
- 왜 안 그러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브라운은 혼자 웃고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힘들여 시카를 집고서 벽난로에 던졌다. - 이 영향력 큰 노처녀들이 그의 그림들을 보고 엉엉 우는 모습이며, 혀를 내두르는 비평가들을 보면, 그도 기분이 아주 짜릿하리라 생각드시죠.
- 네… 두 사람의 눈이 잠시 마주치자 바질 발렌타인이 미소를 지었다. - 지켜보기에 가슴이 쓰리죠. 그들 모두 아주 무서울 지경으로 진지합니다. 하지만 물론 그렇기때문에 모든 일이 가능한 거죠. 당국은 너무도 진지해서 의심할 엄두도 내지 않고, 서로가 앞다퉈서 검증들을 지적하기를 학수고대하죠. 전문가들이란…
- 사업 때문에 왔다고 하셨죠? 무슨 일로? 브라운은 듣지 않고 말했다. 그는 안경을 벗고 바질 발렌타인을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내렸고, 그가 이런 식으로 거의 앞이 안 보인다는 것을 아는 듯이 자신의 푸른 눈을 얼어붙은 듯 굳은 침투력으로 브라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네요,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 엄밀히 말하면 업무상 일만이 아니랄 수 있어요, 브라운이 눈을 비비고 안경을 다시 쓰는 동안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 이건 정말 대단한 도전, 그의 천재성을 시험할 수 있는 힘든 작품일 될 겁니다.
브라운은 두꺼운 렌즈를 통해 올려다보았다. - 천재와 크게 차이가 없죠.
- 재능이 종종 그렇죠, 충분히 시간 지나면 나가떨어지긴 해도. 어쨌든 오늘날 우리 주변에 천재라고 일컫는 이들은 대부분은 비틀린 재능일 뿐입니다.
- 이보세요, 저한테 헛되이 이런 영리한 말재간 피우지 마시고. 사업차 오신 건가요? 아니면 그냥 만나고 싶어서…
- 물론, 발렌타인이 전보다 강한 어조로 끼어들었다. - 저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에 조바심 안 날 리가 없죠. 그런 작품에 항상 찾아오는 불안감은 한순간도 없이. 보우츠(Bouts)의 세심하고 꼼꼼한 붓질에서 판 데르 후스(van der Goes)의 분방하고 대담함으로 옮겨갈 수 있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건… 그는 열려 있던 복제품을 향해 손짓을 했다.— 열정은 대단하지만 약간의 반신반의로, 자신이 이룰 수 있는 일에 극히 일부만을 목표로 해야 하니, 불쌍한 친구
- 누구에요?
- 판 데르 후스. 그는 미쳐서 죽었어요. 일하고 술 마시고, 막판에 수녀원에 자리 잡았죠. 그는 자신이 영원히 지옥불에 떨어졌다고 믿었고, 마침내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그렇다고 떠들었어요. 그가 그린 꽃들은 그렇게 정교한데. 그리고 장엄하기 이를 데 없는 손하며, 바질 발렌타인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렉톨 브라운이 시가를 꺼내더니 도금 펜나이프를 열었다. - 저는 작은 착오들은 바라지 않습니다. 시가를 다듬으며 그는 말했다. - 그는 이미 이 똑같은 작품, 반 고흐를 세 개나 했어요.
- 반 고흐!…
- 방금 말했잖아요…
- 세상에나, 브라운! 발렌타인이 금담뱃갑을 들고 일어섰다. - 이보시게, 그가 날 수 없듯이 그 사람 반 고흐는 그리지 못해요. 웃으면서 발렌타인은 카펫 위의 좁은 검은색 신발을 조심하며, 방으로 걸어갔다.-하지만 또 다른 판데르 후스가 등장하는 순간 사람들은 이를 그가 만든 지난번 그림과 비교하기 위해 급히 몰려들죠. 그들은 결코 실망하지 않습니다. 그는 검은색 개 형상에 다가가다가 갑자기 돌아서며 덧붙였다. -그의 작품은 너무 뛰어나서 거의 위조품으로 여겨질 뻔했습니다.
- 그게 무슨 뜻인가요?
— 물론 중요성이 덜한 권위자들 때문에. 20세기의 눈으로 그림을 보는 사람들요. 스타일은 변해요, 혼잣말을 하고 그는 바 뒤쪽 벽에 걸려 있는 거대한 양모 태피스트리를 바라보았다. 원래는 어느 북부 고성의 황량한 석조 내부를 덥히고 장식하기 위한 태피스트리지만, 여기에는 난방이 잘된 벽널을 숨기고 있었다. 이 태피스트리의 인물들은 일종의 사냥, 혹은 우거진 숲속 소풍으로 바빴는데, 이 빛에서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들의 눈은 모두 한 방향으로 향하여, 마치 그 존재에 사로잡힌 듯 렉톨 브라운의 초상화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지금 자신에게 고정된 시선을 업신여기며, 한 무리 세찬 눈길에 화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경멸을 의식한 듯 발렌타인은 그들에게 등을 돌렸다. - 취향이 바뀝니다, 그는 거슬리는 모노톤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 대부분의 위작은 그 시대의 취향에 맞춰 매우 신중하게 제작되기 때문에 한두 세대 밖에 지속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위조된 렘브란트는 그 시대가 렘브란트에서 보는 점들을 모두 더 확실히 갖고 있죠. 취향과 스타일이 변해요, 그리고 그 위조품은 통절하게 명백해지고, 구식이 되죠. 왜냐면 새로운 시대가 렘브란트를 다시 발견하고 당연히 상당히 다른 식으로 그를 발견하기 때문에. 그것은 모든 진품이 견뎌야 하는 저주입니다. 그는 렉톨 브라운이 벽난로를 향해 굵은 종아리를 남작처럼 거만하게 쭉 뻗고 앉아 있던 의자 뒤로 걸어가 브라운의 머리 뒤쪽과 옷깃 뒤쪽 위로 접힌 무거운 살점을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거기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시가가 고르지 않은 이빨 사이로 움직일 때 살짝 꿈틀거렸다. 발렌타인은 벌린 한쪽 손가락 관절을 다른 쪽 손바닥에 대고 비비고서, 돌아섰다. 동작의 민첩성은 극도의 긴장감의 표시일 수도 있었지만, 그의 통제력 때문에 단련된 잠수부의 동작으로, 매번 어떤 목적을 향해 돌아서며. 그저 다시 방을 걸어 내려가서 돌아오는 길이지만, 벗어났다. - 그건 그렇고, 달너 갤러리와의 사소한 언쟁은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 약 3개월 전에 그들이 그의 그림, 작은 보우츠 작품들 중 하나가 의심스럽다며, 뻔한 위작이라고 했던 거 기억하시죠? 왜 그 사람들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요. 작품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가격을 낮추고 싶지 않았다면야. 달너는 전에도 그런 적이 있죠. 어쨌든 지난주에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 소유한 디 크레디 작품에 진위여부에 의문을 제기했지 뭡니까. 그는 중상모략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정 밖에서 당자자끼리 합의 중입니다.
렉톨 브라운의 끊긴 웃음소리 영향력이 짙은 연기를 타고 고요한 공간으로 상승하여 2층 방의 한쪽 끝 발코니를 향해 떠내려갔다.
- 달너는 이 판데르후스 것들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정직에 대한 이런 저속한 시도는 아주 비싸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죠, 발렌타인은 계속 말했다. - 그리고 그 출처에 관해서는 달너도 우리만큼이나 비밀을 존중합니다. 사람들이 발각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 당신은 그들을 손바닥 위에서 주무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죠. 얼마나 감동적인지…
- 방금 손에 들어온 게 있는데…
- 그것참 얼마나 감동적입니까, 그들의 비밀이 가장 한심하고 진부한 일로 밝혀지면, 발렌타인은 방 한가운데서 말을 끝마쳤다.
- 방금 멤링을 손에 넣었어요. 원본으로.
- 어? 어떻게? 어디서?
- 진품 멤링크, 독일에서 바로 왔지. 군대에서 아는 사람이 있는데, 이 물건은 배상금 청구서에 분실된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어요.
- 진품이 확실해요?
- 저쪽 피나코테크가 그 작품에 관해 서류 한 무더기 쌓아 갖고 있어요.
- 서류? 서류가 얼마만한 의미인지 알잖아요.
- 걱정 마세요, 이 서류는 괜찮아요.
- 서류가 현대 보증진술서라면 항상 괜찮습니다. 지금은 어디에 있나요? 전문가라면…
- 전문가들! 브라운이 말하고, 다시 웃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으며, 발렌타인이 갑작스럽게 짜증을 내며 뒤에서 다가왔을 때도 초점 없는 두 눈에 아무런 놀라움도 드러내지 않고, 공격일 수도 있는 그런 격앙에 그저 테이블에서 음료를 집어 들고 들이켜 바닥을 비웠다.
- 물론 저한테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발렌타인이 말했다. - 그는 저 판널 뒤에 당신의 작은 개인 갤러리에서 안전하겠지요, 그는 덧붙이고, 바 쪽으로 다시 건너가면서 기다란 식탁 너머로 방의 맨 끝을 흘끗 바라보았다.
- 안전하죠.
- 이 놀라운 방은, 발렌타인은 위스키를 따르고 방 둘러보며 웅얼거렸다. - 애석합니다. 당신의 취향이, 드러나진 않지만, 독일 쪽에 치우져 있는 것 같아서요. 그는 계단 벽감에 성 요한 세례자의 다색체 조상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상당한 높이의 어디 독일 대성당의 교각에 서 있는 비율에 맞춰 머리가 부자연스럽게 컸고 눈이 넓어, 너무 가까이서 보면 마치 음흉한 시선으로까지 보였다. 한때 축도의 손짓을 하며 뻗어있던 오른팔은 부러져 나갔고, 팔꿈치의 나무 골수로 된 고운 나뭇결 흉터만 남았다.
렉톨 브라운은 몸을 꿈쩍이고, 잔을 들고 발코니로 눈을 두었다. — 저 쪽에 있는 갑옷은 이탈리아산이고 저것도 가짜가 아니죠. 제가 여기서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이탈리아 15세기.
- 나도 봤어요. 다 있는 게 아니라 아쉽네요.
- 무슨 뜻입니까, 저기 다 있는데
- 하지만 전부 이탈리아제는 아닙니다. 신발 부분. 독일제. 거의 전적으로 서투른 독일 곰발바닥이죠.
- 내가 여기서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브라운이 반복하며 빈 잔을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그는 카펫이 깔린 바닥에 조용히 발을 두드리고 한 손의 손가락을 가죽의자 팔걸이에 대고 두드리며 앉아있었다. 그는 눈앞의 공기를 연기로 가득 채웠고, 형태 없이 내뿜고 있는 회색 구름 사이로, 시가 끝에서 피어오르는 맛보지 않은 연기가 투명한 푸른 선을 그었다.
- 그런 건 흡입하면 안 됩니다, 바질 발렌타인은 의자로 돌아와서 말했다. - 인후암. 그리고 브라운은 다시 한 번 웃었는데, 단 한번 거의 표면으로 나오지도 않는 후두음이었다. 추 하나가 이 두 남자들 사이에 왔다갔다 미끄러지는 것 같았다. 비록 바질 발렌타인은 조만간-우리는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논쟁은 다른 순간에 합의에 도달하는 동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확정합시다, 하겠지만, 이런 역전의 순간, 추가 돌아올 준비가 되었을 때, 이에 맞춰 일어나서 이를 풀어 던져버리는 사람은 추가 그의 방향으로 떨어질 때 아주 최종적으로 미끄러졌을까 두려운양, 엄청 팽팽하게 긴장을 하며 도로 밀었다. 그들은 이제 상대방의 의향을 인식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어조로 이야기했고, 그에 따라 두서없는 어조로 그리고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듯 보여도 결코 닿지 않을 만일의 사태를 피상적인 언급들로 대했다.
- 출판 제국에 대한 소식은 있나요?
- 당신이 쓴 예술책을 말하는 거라면 이미 신간 견본을 발송했어요. 브라운은 반쯤 끝낸 시가를 벽난로에 던졌다. 의자 옆 바닥에 있던 개가 그의 갑작스러운 팔 움직임에 화들짝 일어났고, 발렌타인은 마치 끌리는 듯 펼쳐진 잡지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브라운은 뒤로 물러나 앉으며, 손가락들을 벌려 반짝이는 페이지 위에 멈춰 저지를 했다. - 그것 멋진 복제품이군요.
- 복제는 다 멋지지 않아요. 발렌타인은 뒤로 물러나 앉아서 그 앞에 한 손은 다른 손을 찾아 빈 손을 꼭 접었다.- 2평방피트의 캔버스를 펼쳐 20에이커의 어리석음을 덮으려는 시도에요.
- 기가 차네, 이 모든 작은 세부 사항들, 브라운은 중얼거렸다.
- 물론 그가 한 보우츠 그림들은 훨씬 더 또렷하죠. 화려한 색채의 절묘한 조절, 손과 발의 금욕적인 절제. 발렌타인은 다리를 쭉 뻗고 발목을 꼬았다.
- 머리카락 하나하나 따로 그린 것처럼 보이네요.
— 물론 그랬죠.
- 이 부분이 멋지네요. 렉톨 브라운은 뭉퉁하고 납작한 엄지손가락으로 그림 위에 곡선을 그렸다. - 여자 얼굴의 이 표정.
- 저건…
- 당신…
- 제발, 당신…엄지손가락이 주걱 같아서, 안 그런가요? 하지만 여기, 브라운이 으쓱 들썩인 어깻짓으로 암시한 일종의 대답을 하기 전에, 발렌타인은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이 그림의 살색은 재현품이긴 해도 놀랍습니다. 이 창백한 잿빛과 다른 커다랗고 풍성한 색, 놀랍도록 은은한 화폭. 이건 그가 인생 말년에 이런 식이었죠. 정신이 가기 시작했을 때요.
- 누구요?
- 누구라고 생각해요? 당신 피보호자?
'그외(뻘짓) > the recognitions, 인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식, part1 (28-322) (0) | 2024.08.18 |
---|---|
인식 p262~ (0) | 2024.08.11 |
인식 p 252~261 (0) | 2024.08.06 |
인식 p240~246 (0) | 2024.08.04 |
인식 p233-239 (0) | 2024.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