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
다윗 가문의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담의 불순종으로 인해 죄의 속박에 있던 인류를 해방하고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본성을 직접 취하신 것처럼, 그러니 우리의 예술에서도 한 사람에 의해 부당하게 더럽혀진 것은 그에 거역하는 다른 사람에 의해 사면 되고, 정화되고, 추잡함에서 구출 받게 될 것이다.
- 레이몬드 룰리, 코디실러스
그날 오후 풀러는 12월의 센트럴파크를 등지고 벤치에 앉아있었다. 금과 귀중한 장신구가 달린 묵직한 모피로 종종거리며 지나는 여자들을 그는 별 부러움 없이 바라보았다. 그는 다만 미소를 짓거나 하품을 하거나 솔직히 윗입술을 삐죽거리기만 해도 그 여자들이 차고 있는 어떤 량보다도 많은, 도저히 참아주기 힘든 취향의 포부심에도 과한 금을 보여줄 수 있었다. 파운드 단위 저울추의 보석들 그리고 반지들은 너무나 무거워 무기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챙이 좁고 왕관처럼 높은 밀짚모자를 향해 지나가는 보송보송한 소요에 동참하라고 계속 찔러댔다. 하지만 모자는 그런 건 질색을 하리라. 우산을 쥔 오른손이나 블랙 푸들의 목줄을 잡은 왼손처럼 모자는 그의 머리에 풀 붙듯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풀러의 얼굴은 평화로운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가, 목줄이 팽팽하게 조이자 풀러의 이마와 입 주위의 주름도 함께 팽팽하게 조였다. 두 사람이 걸을 때 목줄은 서로를 묶는 끈이 아니라 서로를 따로 떼어 놓은 봉처럼 팽팽하게 당겼다. 검은 얼굴 둘은 불신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불신도 지쳐 이제 체념한 증오감으로 정착이 되었다. 비록 지금은 풀러가 개를 내려다 보고 있는, 그의 혐오스러운 표정에는 신이 나 고소해하는 일면이 있었다. 날이 추웠다. 그리고 풀러도 춥긴 했어도, 개는 벌벌 떨고 있었다. 풀러 역시 몸이 안 떨리는 건 아니지만, 개에게 그런 꼴로 만족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상당히 뻣뻣하게, 자신을 억누르고 앉아서 오로지 도저히 떨리는 몸을 가눌 수 없는 개를 똑바로 응시했다. 하지만 풀러의 얼굴에는 혐오감이 역력했다. 그는 친한 친구를 방문하고 싶었다. 친구 사무실이 겨우 여섯 블록 될락말락 떨어진 곳에 있으나, 거기 갔다가 칵테일 시간이 되기 전에 브라운 씨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앉아서 고민하고 있었다. 브라운 씨는 의사를 만나러 갔다. 때때로 그는 의사를 보고 돌아오는 일이, 늦어지기도 했다. 풀러는 ‘그가’ 지각하면 ‘그가’ 처벌을 받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브라운 씨가 늦든 아니든 그 방문에 대해 듣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풀러는 고민에 뒤숭숭한 눈으로 지금 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푸들과 주인이 소통하고 있고, 친구를 만나러 가면 푸들이 주인에게 고해바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다를 거라고, 그는 버릇 같은 두려움을 회피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승차표를 가지고 있었고 내일이면 사라질 것이다. 브라운 씨가 그를 찾아 고함을 지르고, 푸들은 짖어대겠지만 그는 이미 멀리 떨어져 있으리라. 그가 깊숙이 숨겨 지니고 있는 이 표는 그가 지금까지 지닌 표 중 가장 비싼 표였다. 목적지는 다른 어떤 이들의 목적지보다도 훨씬 더 집에 가까우리라.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푸들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와 기억을 샅샅이 뒤적이고 다니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는지 살폈다. 개가 표에 대해 알려고 드나? 풀러는 일어서서 근처에 내려앉은 새를 향해 달려들려는 푸들을 거칠게 끌어당겼다. 그는 퍼스트 애비뉴를 향해 강단에 차 출발했고, 목격자는 4피트 정도 팽팽하게 떨어졌다.
우리는 풀러가 무력한 경험론 속에서만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하리라. 왜냐면 우리가 다들 그러니까. 지금은 그러나 시간이 실험을 멈춘 지 오래인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누구에게나와 똑같이 그에게도 이는 비현실이었다. 그 어린 시절은 읽다가 엉뚱한 곳에 두었다가 잃어버리고 잊어버렸다가, 또 다른 복사본을, 기차역 가판대에서 싸구려 판본을 보고서야 도로 떠올리는 책과 같았다. 이를 사고, 손가락으로 휘리릭 넘겨보다, 모르긴 몰라도 내릴 역이 울리면 기차에 두고 내리리라. 느린 풀러의 인생 기차는 한번 급행 돌진을 했다. 렉톨 브라운이 카리브해 크루즈 여행 중 그를 발견하고, 그가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뭔가, 아직 가지지 않은 것, 이런 금이빨들, 그리고 아직 이루지 못한 마법의 약속으로 자신으로부터 그를 샀을 때였다. 그는 마지막 종착역인 듯한 브라운 씨와 브라운 씨의 개, 브라운 씨의 아파트로 납품되었다. 젊은이 보기에 그토록 매력적이었던 마법의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고, 풀러는 브라운 씨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의 피부도 하얗게 만들 위인이라는 점은 의심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으로만,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구원보다는 위협으로 간주하였고, 이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개는 그가 노래 부르는 일을 싫어했다. 오늘은 쉽게 이해되는 경박함(티켓)으로 노래를 부르며,
- 리틀 걸, 내 총각 방에서 나가주세요.
리틀 걸, 리틀 걸, 내 총각 방에서 나가주세요,
당신은 너무 뻔뻔스럽고 너무 분방해요,
당신은 도오더억성을 보호해야죠.
리틀 걸, 리틀 걸, 제발 내 총각 방에서 나가줘요,
그들은 3번가와 개도 싫어하는 고가 전철을 향해 걸어갔다. 풀러는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개가 보기엔 여송연 가게 창문을 들여다보는 척하며, 항상 기차가 보일 때까지 모퉁이에서 기다렸다.
- 안녕하신가, 잘 지냈어? 풀러는 유쾌한 산책(반대 방향에서 두 대의 기차가 굉음을 내며 그들 머리 위를 지나갔다) 후에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다.
키 작은 장의사가 그와 악수했다. - 오늘 일을 크게 치뤘지… 내 말이, 오늘 큰 장례식이 있었다 이거지. 아니 내가 더 많은 양을 챙겼어, 저기, 저들 보여, 저 끝에 저 모든 꽃들, 네가 들고 나를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꽃이 있어, 풀러. 그는 키가 큰 직립형 철사로 보강한 백합 군단을 향해 손짓을 했다. 가장자리가 약간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풀러는 괴로워 보였다.
- 난 그것들 들고 갈 수는 없어, 이 친구야.
- 아니 왜? 내 말은, 왜 안되는데?
- 다 미스터 브라운 탓이지, 나 풀러에게 이 집에 더는 다 죽은 망할 꽃다발을 갖고 오지 말래.
- 네 방에, 네 방에도 못 둬?
- 안 되지, 내가 엄두라도 내면 무슨 수로도 알아낼 거야. 새들처럼, 그는 새에 대해서도 잘 알 걸. 누가 나에 대해 밀고를 해, 내가 알지. 그는 푸들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 무슨 새?
- 그 얘기는 다음에 우리가 감시가 없으면 하지. 그런데 장갑은? 내 꺼로 장갑들 달리 떼어서 두었지?
- 그래, 여덟 켤레가 있어. 여덟 켤레니까, 열여섯이네. 어디 보자 열여섯개, 여덟 개 상여꾼 장갑. 그는 장갑을 가져왔고 풀러는 장갑을 유심히 살펴봤다.
- 이것 참 아주 딱 맞춤이야. 풀러는 한 켤레를 들어 보이고 말했다. - 아주 깨끗하고 티 하나 없어. 이 놈은 관을 들고 다니지 않고 그냥 같이 옆에서 걸으며 존경을 받았겠어.
- 하지만 그 분은 장갑은 상관 않으시나? 미스터 브라운 씨 말이야, 그는 당신이 이 장갑을 끼는 것을 신경 쓰지 않은가 하고, 저기 관을 운반하는 데 사용되던…그렇다고 해는 없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걸 끼고 뭐를 서빙하는 일에 조금 까탈스럽지 않을까?
- 내가 그걸 돈 주고 구입한 줄 알아, 풀러가 말했다. - 그런 식으로 겨우 내 여행 자금을 대었지, 내가 아낀 돈.
- 여행 가?
- 그래, 아쉽지만 내 작별인사차 온 거야. 내일은 멀리 떨어져 있겠지, 집에 가는 길에.
- 바베이도스로?
- 내일 아침에 떠날 계획이야.
- 하지만 풀러, 다른 때 같지 않단 말이지, 다른 때도 떠났잖은가 내 말은…
- 나는 아침에 떠날 계획이라고, 풀러는 개에게 말하며 단호하게 반복했다. 장갑을 코트 안에 넣었다 – 자네 아르메늄 아직 있어?
- 그래, 항상 있지, 그는 항상 여기 있을 거야.
- 그의 가족들이 그들 사는 고향, 아르메니움에 다시 받아줄 수 없어서, 그가 속해 있어야 할 고국의 좋은 마덩밭에 눕히지 못하는 일은 여전히 큰 아쉬움을 남기네
- 7년. 그는 여기, 진짜 7년 동안이나 있었어. 내가 이 가게를, 이 사업을 말이지, 샀을 때도 여기 있었지. 내가 그 사람 가족에게 편지를 쓰지만 아르메니아에서 집세를…그러니까 그 사람 이렇게 여기 두는 비용을 내보낼 수 없어. 아르메니아 같은 나라가 더는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어.
- 언젠가 그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가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풀러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잘 가, 그는 말했다. - 당신을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실 하나님 손에 맡길게. 그리고 아르메늄 인도.
- 안녕 풀러, 가능하면 목요일 밤에 슬쩍 들러 봐, 저기 큰... 건이 있을 거야. 이 작은 남자는 풀러의 주인이 마지막 면도와 장례복을 그에게 할당하는 그의 생애 최고의 날을 고대하고 있었고, 풀러 자신이 구전을 받을 수 있게 살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그런 얘기가 오간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묵적으로 수긍이 되었다. 풀러는 자신의 참을성 없는 상상 속에서 그 장면 리허설을 여러 번 반복했다. - 안녕 풀러, 그는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림 엽서 한 장 보내줘, 풀러.
검정 동반자들은 돌아와서 복도에 아래로 빌어먹을 단어들이 울려 퍼지는 주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현관에 등장하자 풀러는 그 문구로 인사를 받았다.
- 빌어먹을, 풀러 지금 몇 시인지 알아? 푸들은 그의 옆으로 달려가서 그의 손에 주둥이로 부비며 서 있었다. - 늦었잖아, 대체 어디 있었어? 그 빌어먹을 장의사 집에? 풀러는 거기 서 있는 데도 자신을 일러바치고 있는 푸들을 쳐다보았다.
- 누구 인사차 들렀어요, 주인님, 그가 자백했다.
- 유리잔들 가져와, 풀러. 그리고 자러 가
- 하지만 브라운 씨는 저는 늦을 뜻이…
- 유리잔 가져와, 풀러.
몇 분 후 풀러가 흰 장갑을 낀 손에 쟁반을 들고 유리잔 세 개, 깨끗한 린넨 수건 두 장, 얼음 한 통을 들고 들어왔다. 그는 방 건너편 바 위에, 벽난로 앞에 앉아 있던 렉톨 브라운과 바질 발렌타인 뒤에 올려놓았다. 그는 바 앞에 서서 법석을 피웠다. 그러자 렉톨 브라운은 그가 여전히 방 안에서, 불빛 속에 부착품으로 할당되길 바라는 희망찬 응달처럼 기다리고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 표를 내게 주는 게 신상에 좋을 텐데, 풀러.
— 표요, 브라운 씨?
— 뉴욕 유티카에 가려고 산 표를 줘.
— 표요 설마… 브라운 씨?
— 빌어먹을 풀러, 오늘 아침 네가 산 유타행 그 표를 달라고.
— 하지만 브라운 씨 저는 그럴 생각이 … 풀러는 몸을 떨었다.
— 풀러!
풀러는 안쪽 주머니에 손을 뻗어 티켓을 천천히 꺼내서 건네주었다. - 이제 자러 가. 그리고 불 켜지 마. 기억해, 불 켜지 마.
풀러는 그를 쳐다보고, 푸들을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계단을 터벅터벅 올랐다.
- 미친 늙은 깜둥이는 어둠을 무서워해, 렉탈 브라운이 말했다. - “역사상 가장 끔찍한 생물이 그를 찾아”온대나 뭐라나, 그는 웃으며 유티카행 표를 찢었다. 그는 그 조각들을 벽난로에 던졌다. - 그는 어디든 바베이도스로 가는 길일 거라고 생각해.
- 당신의 오컬트 능력은 꽤 인상적이군요.
- 오컬트? 브라운은 그 말을 끙 내뱉고 갑자기 시가를 그들 사이 공중에 멈춰 담뱃재가 마치 회색 새똥처럼 오부송 카펫에 떨어졌다. 그는 두꺼운 렌즈를 뚫고 그리고 연기를 뚫고 살펴보았다. 바질 발렌타인이 열여섯 살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었고, 예순 살처럼 보이는 나날들도 있었다. 옆에서 보는 얼굴은 강하고 유연하였지만, 지금 하듯이, 얼굴을 완전히 정면으로 돌리면 하관이 좁아 방금 전까지도 그토록 인상적이었던 강인함이 쏙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희미하게 새고 있는 관자놀이는 인위적이라고 할 만큼 뚜렷했고(너무 이르다는 말을 들을 만한 때는 가버리고, 이를 필히 염색을 해야 할 때는 지나긴 해도, 대신 지금은 가끔 검은색으로 색을 넣었다), 그는 아주 젊어 보이는 노인처럼 보였으며, 머리 끄트머리는 약간 너무 길다 싶었고, 완벽하게 맞는 회색 핀스트라이프 정장에 부드러운 연청색 옥스퍼드 천 셔츠, 비단으로 짠 그 무늬가 거의 표가 나지 않는, 가느다란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는 긴 손가락으로 금 궐련갑을 들어올렸다. 그의 소맷동에 금이 반짝였다.
- 그가 유티카행 티켓을 가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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