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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

Excellent women 7장

by 어정버정 2023. 5. 11.

2012-5-15, 16

 

7 

 

나는 공식적으로 그 다음 토요일 오후 자선바자에서 그레이 부인을 소개받았다. 그녀는 한 가판대 뒤에 위니프레드와 같이 있었다. 위니프레드는 아주 기분이 좋아서 생기가 넘쳐보였다. 마치 나하고 친구할래?’라고 물었다가 제안이 받아들여진 어린아이 같았다.

그레이 부인은 내가 처음 잠깐 본대로 깔끔한 외모에 잘 차려 입은 사람이었다. 이제껏 만나 본 사람들을 돌이켜 보건데 성직자의 미망인치고는 너무 잘 차려입지 않았나 싶었다. 그녀의 조용한 성품은 부끄러움보다는 자부심 때문인 것 같았고 그녀의 미소는 무언가 비밀스러웠다. 마치 그녀가 드러내는 것보다 더 많이 보고 생각을 하는 사람 같았다.

제가 무엇을 해야할지 말씀해 주세요.’ 그녀가 나와 위니프레드를 불렀다. ‘자선 바자가 전 세계가 같을 거라고 생각은 되지만.’

, 여기 사람들은 거칠어요.’ 위니프레드가 명랑하게 말했다. ‘여기는 아주 멋진 곳은 아니에요. 보다시피 벨그라비아 같은 곳은 아니지요. 판매대에 나타나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 한번도 교회에 코빼기도 안 내밀던 사람일 걸요.’

벨그라비아에서도 자선 바자를 열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레이 부인이 물었다. ‘그랬다고 들은 말은 없는데.’

내가 알기로 성 아르메니우스에서는 가끔씩 한번 열릴 거예요.’ 내가 말했다.

장관 사모님들이 그런 일에 참가하는 모습을 생각을 하니 좋군요.’ 그레이 부인이 말했다. 내가 보기에 조금 꾸민 듯한 웃음을 살짝 웃어 보였다.

위니프레드는 바로 웃음을 터뜨리고 가판대의 물건들을 다시 배열하기 시작했다. 그녀와 그레이 부인은 잡동사니인지 무용지물 가판대인지를 맡고 있었다. 박제된 새가 중심을 자리 잡고 주위로 책, 중국산 장신구들, 그림과 몇몇은 아직 사진까지 든 사진틀이 주위를 싸고 있었다. 위니프레드는 에드워드 시대 귀부인과 젊은 남자 성직자의 사진은 제거하였지만. 다른 사진틀들은 그녀의 손을 벗어나 정교하게 색이 바랜 셋팅 속에서 거의 분개를 띤 모습으로, 아마 가정교사 같은 어떤 못생긴 여성이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한 무리의 수염을 기른 신사들이 크리켓의 복장으로, 머리를 바싹 자른 말 안 듣는 아이가 내다보고 있었다.

어머, 이것 봐요.’ 나는 위니프레드가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이를 어째! 내가 모두 꺼냈다고 생각했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레이 여사는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를 위니프레드를 달랬다. ‘저 틀을 사는 사람들은 안에 들어있는 사진을 눈여겨보진 않을 거예요. 제 남편의 교구에서 일이 기억나네요......’

그러니 그녀의 남편은 교구를 가지고 있었군. 나는 그를 전장에서 죽은 군목이라고 상상을 했었다. 아마 남편의 나이가 많았었나? 이후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그레이 부인의 목소리는 아주 나직나직하였고 블랫 수녀가 내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내가 맡은 옷 가판대에 그녀의 도움을 받게 되어 기뻤다. 옷 가판대는 항상 가장 북적였다. 각각 의복은 아주 신중하게 가격을 매겼음에도 말다툼이나 몸부림이 벌어지곤 하였으며 툭하면 우리더러 중재를 해달라고 호소를 하였다.

바자회는 교회 회관에서 열리고 있었다. 회관은 녹색 페인트가 칠해진 텅 빈 방으로 초대 교구 목사인 버스비 신부의 유화가 우리의 활동을 축복이라도 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적어도 우리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를 좋아했다. 비록 유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부는 숱이 많고 긴 자신의 턱수염을 한 손으로 감탄스레 쓰다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당구대나 다트 판, 혹은 다른 무해한 청년 동호회의 유흥거리들이 회관의 한 쪽 끝에 배열되어 있었다. 문 가까이 있는 해치 뒤로는 미스 덴더스, 미스 스테텀, 비레타(카톨릭 신부의 사각모)나 교황의 발가락에 이제 분명 더 이상 고민하고 있는 것 같지 않는 우리의 모리스 부인이 차 탕관 일로 바빴다. 줄리언 말로이는 플란넬 바지와 스포츠 자켓을 입고 테디 레몬과 몇 몇의 힘센 사내들에 빙 둘러싸여 응원을 받고 있었다. 이 사내들은 문 가까이에서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면 몰려드는 사람들을 막을 것이었다. 그레이토렉스 신부는 사제복과 곤색의 전쟁시에 민방위 근로자들이 입었을 법한 오래된 오버코트를 입고 방 한가운데 어쩔 줄 모르고 서있었다.

블랫 수녀는 나를 쳐다보며 짜증으로 혀를 쯔쯔 찼다.

저분 참! 사람 신경을 건드리네요.’

그는 분명 자선 바자에는 좀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나도 동의를 했다. ‘그렇긴 하지만 참말 좋은 분이세요. 거의 성인 같으세요 더듬거리며 덧붙였다. 실제 나는 이런 나의 말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라곤 습관처럼 입고 있는 사제복과 좀 더 높은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다는 암시를 주느라 이 범속의 관례는 묵살하기로 한 것 같은 낡은 오버코트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이 흔들렸다.

성인이라고요!’ 블랫 수녀가 콧방귀를 꼈다. ‘대체 뭘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단지 중년의 나이에 성직에 올라 늙은 부랑아처럼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는 사업에 전혀 소질이 없어서 교회로 입문한 거예요. 그건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에요.’

자자, 조금 일이 힘들었나 봐요? 어쨌거나 그는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편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말렛씨와 코니베어씨. 저 사람들 좀 보세요.’ 그녀는 계속 해서 우리 교구의 교구 위원 두 명에게 다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말을 이었다. ‘조금 힘들게 일하느라 손 좀 더러워진다고 큰 일 날 일도 아닌데. 테디 레몬과 아이들이 모든 가대를 세우고 차 주전자를 날랐어요.’

그래요, 수녀님. 우리가 얼굴을 내밀었을 때는 할 일이 남아있지 않더라구요.’ 말렛씨가 말했다. 그는 쾌활하고 동글동글한 키 작은 남자이다. ‘엄청난 낭패였지요. 정말이에요. 우리도 숙녀 여러분들을 돕기를 바랐는데. 하지만 그들은 또한 오직 서서 기다린 자들만 섬깁니다.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요.(존 밀턴의 on his blindness)’

충분히 빨리 왔던 거 같은데요.’ 블랫 수녀가 맹렬하게 빈정대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지요.’ 코니베어씨가 말했다. 그는 키가 크고 홀쭉하며 코안경을 한 남자였다.

저기, 코니베어씨, 여기에 벌레가 하나도 없다는 뜻은 아니길 바랍니다.’ 미스 스테텀이 해치 뒤에서 키득거렸다. ‘일을 벗어날 생각을 안 했다면 다른 걸 잡았겠죠. 그리고 타당한 일을 하기 전에는 저한테서 차 얻어 마실 생각은 마세요.’

하지만 딱 그 순간에 줄리언은 시계를 들여다보고 문을 열라고 지시를 내렸다. 물밀 듯 들어오는 밖에 있던 군중들을 테디 레몬과 그의 지지자들이 억제를 하는 사이, 줄리언은 입장료로 3 펜스를 받았다. 하지만 한번 그를 지나간 사람들은 가판대로 몰려들었다.

노르망디 해변 상륙은 저리 가라야.’ 블랫 수녀가 말했다. ‘우리 자선 바자 사람들은 기가 막힌 특공대원이 되었겠지요.’

그 다음 몇 분 간은 엄청난 집중과 결단성이 필요했다. 나는 돈을 받고, 잔돈을 치르고 그와 동시에 헤집어 놓은 의복을 바루고 말다툼을 평정하고 노인들이 충돌에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노력까지 펼쳤다.

블랫 수녀는 아주 대놓고 충고를 던지고 비판을 해댔다. ‘당신 몸집으로 거기 들어가지도 않아요. 라이언 부인.’ 그녀는 조소를 담아 건장한 몸집의 아일랜드 여인의 이름을 외쳤다. 우리 바자회 대열의 항상 최전선에 서있는 하필 로마 카톨릭교도인 여인이었다.

라이언 부인은 쾌활하게 웃고는 그녀가 고른 꽃이 그려진 인조견 드레스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아일랜드 액센트가 항상 그랬듯이 내 주의를 끌었다. 그래서 나는 귀를 기울이고, 매혹되어 들었지만 그녀가 뭐라는 지는 알아듣지를 못했다. 겨우 드레스를 들고 자리를 뜰 때 사랑스러운 남자라는 단어만 알아들었다.

블랫 수녀는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아이고, 정말이지, 저 여자는 강단도 좋아. 나를 다음 주 그네들 자선 바자회에 초정을 다 하네요. 그리곤 그들의 새로운 사제, 보가트 신부가 아주 사랑스러운 남자라는구만요. 그러면 내가 혹할 줄 아나 봐요.’

, 하지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되었던지,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보세요. 여기나 거기나 사랑스러운 남자가 아니었다면 교회가 어느 위치에 있었겠어요? 교회들이 자선바자를 통해 뭉친다는 생각은 나쁘지 않아요.’ 라고 제안을 했다. ‘감리교도 바자회를 하지 않나 궁금하네요.’

교회들이 자선 바자회를 통해 뭉친다고요?’ 줄리언이 우리 가판대로 다가오며 말했다. ‘, 더 나쁠 수도 있죠.’ 그는 주위 군중들을 둘러보았다. 보기에 만족스럽게도 반시간 전보다 덜 복닥대고 있었다. ‘당신 친구 네이피어 부부는 데려 오진 못했나 봐요?’ 그가 내게 물었다.

아쉽지만 그런 말 안했어요.’ 솔직히 말을 했다. ‘그들은 몇 가지 물건을 보내긴 했는데 웬일인지 여기 와보란 말할 생각은 못했어요. 그 사람들한테는 맞는 장소가 아닐 거예요.’

 

 

줄리언은 우중충한 녹색 벽을 돌아보았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더 나은 곳에 있을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텐데요.’

그레이토렉스 신부만 빼고요.’ 블랫 수녀가 심술궂게 말했다. ‘그는 여기가 딱 제자리에요. 그는 오후 내내 일 하나도 안했어요. 그리고 저분은 왜 코트를 안 벗는지 원. 쪄 죽지 않을까 모르겠네요.’

, 보세요.’ 내가 말했다. ‘신부님이 말로리양과 그레이 부인에게 차를 가지고 가고 있어요.’

, 저 사람치고는 완전 의외네요.’ 블랫 수녀가 말했다.

저런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해서 그를 비난해서는 안 되어요.’ 줄리안은 그 작은 모임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저들이 케이크를 먹는지 궁금하네. 저 사람은 한꺼번에 모두 나르기 힘든 사람인데. 제가 가서 도와주는 게 낫겠어요.’

나는 그가 해치로 가서 밝은 색으로 당의를 입힌 케이크 접시를 들고 와서 그레이 부인에게 권하는 것을 쳐다보았다.

블랫 수녀와 나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래요.’ 나는 다소 의아해하며 말을 시작했다. ‘목사는 항상 새로운 교구 주민에게 끌리는 법이죠. 아니라도 그렇게 해야 되기도 하고. 당연한 소리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우리는 아무 차도 못 마셨다고요.’ 수녀가 분개를 하며 지적했다. ‘제 생각에 그가 우리를 그처럼 무시한 처사는 굉장히 무례한 일이라고 봐요. 다 새로운 인물 때문에.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라 하지만 옛 친구도 지켜라.

이쪽은 은이지만 저쪽은 금이니라……

 

라고 그녀가 읊조렸다. ‘아마 우리 자신은 그만큼 높은 가치가 없나 봐요.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맞아요. 제 생각에도 좀 예의범절에 벗어나신 거 같아요.’ 나도 동의를 했다. ‘물론, 그레이 부인은 저분 집에서 같이 살기는 하겠지요. 그러니 아마 저분들 관계는 특히 화기애애하겠지요.’

무슨 헛소리! 아무리 변명이라도 그런 억지는 또 처음 들었네요.’

하이고 이런, 시샘하시는 건가요, 수녀님?’ 악동처럼 말렛 씨가 말했다. ‘케이크 다 나가기 전에 가셔서 차를 마시는 게 나을 거예요.’

당신하고 코니베어씨가 차린 음식 다 먹기 전에란 뜻이지요?’ 블랫 수녀가 말했다. ‘몇 시간은 열심히 주워 먹을 줄 알았는데.’

이젠 여기 숙녀분들, 저리 달려가시죠. 제가 이 가판대를 보고 있을 게요.’ 말렛씨가 드레스 하나를 집어 자신의 몸에 우스꽝스럽게 대어보며 말했다. ‘내가 맡은 이상 사업은 이제 활짝 필거란 보장을 합지요.’

, 안심하고 가판대를 떠나도 되겠어요.’ 내가 말했다. 판자를 두른 비어가는 탁자 위에 헝클어진 채 놓여있는 의복을 흘끔 돌아보았다. 좀이 슨 흰 토끼털로 단을 두른 오래된 우단 겉옷, 1920년대의 때 묻은, 구슬로 자수를 놓은 단을 단 분홍색 조젯 이브닝 드레스, 미친 눈이 뚫어지게 쳐다보는, 6펜스의 가격이 붙은 초라한 모피, 이들은 단골고객이었지만 아무도 이들을 사가지는 않았다.

차 해치 역시 거래가 한산해져서 우리는 먹고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모리스 부인의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가 다른 이들 위로 들렸다. ‘그들은 사랑스러운 안티크 가구들을 갖고 있었어요. 전 조금 광을 내는 건 어떠냐고 했지요. 그가 오 그거 좋은 생각이라고 했지만, 그녀가 귀찮은 일은 질색이라고 말해서 씻고 청소한 일만 주로 했지요.’

그녀가 네이퍼 부부를 두고 하는 말이란 걸 나는 알았다. 하지만 내 타고난 호기심으로 더 듣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더 말해 달라 부추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일부가 가진 타고난 사려 깊은 마음의 일종일까, 아니면 그냥 우리 마음 가는 대로 따르겠다는 용기가 부족해서일까?

물론 그는 해군에 있었어요.’ 모리스 부인이 말했다.

그래요. 네이피어 소령은 이탈리아에 있었어요.’ 나는 대화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라도 할 듯이, 다소 크게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얼마나 좋을까.’ 미스 엔더스가 말했다. ‘제 여동생이 여행 삼아 그곳에 간 적이 있어요. 결혼한 동생이요. 레인즈 파크에 살고 있는 애요.’

아주 훌륭한 젊은 사람이에요. 그 사람 네이피어스 씨는,’ 모리스 부인이 말했다. ‘그 여자에게 아주 과분해요. 놀랄 일도 아니죠.’

내 노력은 분명 무용지물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는 느끼지 않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여자에게 너무 스스럼이 없어요.’ 미스 스테텀이 언명했다. ‘물론 어둑해진 뒤에 혼자서 외국 도시를 돌아다니는 일은 현명하지 못하죠.’

여러분 엉덩이를 꼬집을 거예요. 그것도 아주 순식간에.’ 모리스 부인이 깜짝 소리를 질렀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모리스 부인이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말이다. 엄격하게 말해서 그녀는 사회적으로 미스 엔더스와 미스 스테텀보다 아래 위치였다. 그녀에게 일시적인 동등성이 부여되는 때는 오로지 교구 활동이 참여할 때뿐이었다.

물론 제 동생은 남편하고 동반을 했었죠.’ 미스 엔더스가 딱딱하게 말했다. ‘그러니 그런 비슷한 일도 있을 수 없었어요.’

블랫 수녀가 코웃음을 쳤다.

실례합니다…… 줄리안이 우리 뒤에서 빈 컵과 접시를 몇 개 들고 나타나 해치에 놓았다.

신부님, 제가 집에서 만든 샌드위치 맛을 보셨던가요?’ 미스 스테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신부님이 꼭 한번 맛 보셨으면 해서요.’

, 고마워요. 맛있었어요.’ 그가 무심하니 웅얼거렸다.

안 드신 것 같아요. 안 그런가요?’ 미스 엔더스가 내게 낮은 음조로 말했다. ‘요정 그림 접시에 당의 입힌 번 빵만 가지고 가셨어요.’

아마 그레이토렉스 신부님이 가져 가셨겠죠.’라고 나는 추측을 내놓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말렛씨와 코니베어씨가 샌드위치 대부분을 먹었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차를 마신 제일 첫 사람들이었어요. 그리고 테디 레몬이 한 조각 가져가는 것도 똑똑히 봤어요.’

그 사람은 실컷 차를 마셔도 족한 사람이에요.’ 내가 말했다. ‘열심히 일을 했으니까.’

그래요. 말렛씨와 코니베어씨는 거들어 주지도 않았어요. 평소처럼 그냥 다른 사람들 방해만 되었어요.’

모였던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가판대로 돌아가 정돈을 하였다. 또 다른 자선 바자회가 끝나가고 있었다.

위니프레드가 눈을 반짝이며 내게 다가왔다. ‘밀드레드, 저 여자 이름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위니프레드가 속삭였다.

저야 모르죠, 내가 말했다.

알레그라!’ 그녀가 내게 말했다. ‘사랑스럽지 않아요? 알레그라 그레이.’

나는 진짜 그레이 부인의 이름인지 아니면 아마도 좀 더 평범하고 재미없는 이름 대신에 빌려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떠올랐다. ‘알레그라는 바이런의 사생아 딸의 이름 아니던가요?’ 내가 물었다.

바이런! 정말 멋지군요!’ 위니프레드가 아주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그게 멋진 일인지 모르겠어요.’ 나도 집요했다.

, 하지만 바이런은 아주 멋지고 낭만적인 사람이었어요. 그 점이 중요한 거 아닌가요?’ 위니프레드가 말했다.

정말 그런가요?’ 여전히 나는 그레이 부인을 존경하도록 강요당하지 않겠노라 마음에 단호하게 물었다. ‘사람들 내면에서 다른 특질들을 기대하지 않나요?’

, 밀드레드. 당신 참 현실적이에요.’ 위니프레드가 웃었다. ‘저야 늘 어리석고 낭만적이었어요. 당신도 딱 그런 사람이에요.’

나는 흐물흐물한 녹색 스웨이드 표지 속에 든 크리스티나 로제티(영국 낭만파 여성 시인)가 떠올랐다. ‘내가 죽었을 때, 내가 가장 사랑하는……아마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한번도 없었을 지도 모르는 때는. 우리 모두는 조금씩 그와 같지 않을까?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을 웅장함과 낭만이라는 면에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나는 눈부시게 멋지고 낭만적이라고 묘사할 만한 사람들을 거의 알고 있지 못했다. 성직자는 바로 제외될 수 있었고 제외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그렇게 하고나니 많이 남지를 않았다. 오직 로키 네이피어와 에버라드 본 정도였다. 둘 다 다른 스타일에서지만 잘 생긴 사람이었다. 로키는 매력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엄청 많은 여성들에게 멋들어지게 낭만적인 인물일 것이다.

나는 조용하게 플랫을 살살 올라가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집은 빈 것 같았다. 토요일 밤이니까……아마 딱 그래야 할 테지 그리고 나는 혼자 아주 작은 고기 조각을 먹으며 앉아 있고.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토요일 밤 연극을 들으며 뜨개질을 하겠지. 나는 네이피어 부부가 어딨는지 궁금했다. 함께 나갔을까, 아니면 헬레나는 에버라드 본과 같이 있을까……. 나는 프라이팬 위로 허리를 구부리며 웃기 시작했다. 분명 본은 낭만적인 구석은 하나도 없겠지만 아마 아주 약간 멋지긴 하겠지?

 

 

 

(French edition : Excellent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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