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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짓, 헛짓/Bridgeshead Revisited

brideshead revisited 15

by 어정버정 2023. 5. 20.

2012-8-17 

 

VOLUME II, Brideshead Deserted

 

1 /6

 

 

그리고 우리가 행로의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샘그라스 씨가 말했다. ‘우리는 뒤에서 말이 헐떡이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리고 두 명의 군사가 카라반의 선두로 말을 몰고 가더니 우리를 돌려세우더군요. 장군이 보낸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은 아슬아슬한 시간에 우리에게 도착을 했죠. 1마일도 안 되는 곳에 한 무리 패거리(band)가 있었어요.’

그는 말을 멈췄다. 그의 작은 청중들은 조용히 앉아 그가 깊은 인상을 주려고 한 모양인 건 알겠는데 자신들이 정중하게 관심 있는 척 보이고 있는 걸까 의문스러운 모습들이었다.

패거리라고요?’ 줄리아가 말했다. ‘어쩌면 좋아!’

그 말로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드디어 레이디 마치메인이 말했다. ‘당신이 갔던 그런 지역의 민속음악 종류는 아주 단조로워요.’

친애하는 레이디 마치메인, 그 밴드가 아니라 산적 패거리요.’ 내 옆에서 소파에 앉았던 코델리아가 소리 없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산에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 해요. 케말(무스타라 케말 아타투르크 터키 독립 전쟁을 이끈 사람, 터키의 초대 대통령)의 군대에서 낙오한 사람들. 퇴각 중에 잘린 그리스인들. 아주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사람들이에요. 정말.’

저 좀 꼬집어주세요.’ 코델리아가 내게 속삭였다.

그녀를 꼬집자 소파 스프링의 흔들림이 멈췄다.

고마워요.’ 그녀가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그럼 어딘지 모를 그곳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네요.’ 줄리아가 말했다. ‘엄청나게 실망스럽지 않았어? 세바스찬?’

?’ 램프등 너머 그늘 속에서, 불타는 장작의 온기 저 너머, 빙 둘러앉은 가족과 카드 테이블에 펼쳐놓은 사진들 저 너머에서 세바스찬이 말했다. ‘? , 그날 나 거기 없었던 거 같은데, 안 그래요, 새미?’

그날은 네가 아픈 날이었지.’

내가 아픈 날.’ 그가 메아리처럼 되풀이했다. ‘그러면 나는 그 어딘지 모를 곳에 갈 수가 도저히 없었지. 그렇죠, 새미?’

자 이 사진은 레이디 마치메인, 알레포(시리아 북부 고대부터 있던 도시), 여인숙 마당에 서있는 카라반입니다. 저건 우리 아르메니아 요리사, 베제비언이고, 저건 망아지에 앉은 저네요. 저건 다 접어올린 텐트고, 저건 그 당시쯤에 우리를 따라오려고 했던 조금 성가신 쿠드르인이네요.……이건 제가 폰투스(흑해의 남쪽 해안 지역), 에페수스(현재 터키 지역에 있는 무너진 고대 로마/그리스 도시), 트레비존드(Trabzon, 터키령 흑해 연안의 도시, 과거 트라비존드 제국의 수도) 크락 데 슈발리에 (Krak-des-chevaliers, 완전한 모습의 시리아 요새-)

사모트라스(에게해의 그리스섬), 아 이건 바툼(흑해 그루지아 도시)에 있을 때요. 아직 연대순으로 정리를 못했어요.‘

모두 가이드하고 폐허하고 노새로군요.’ 코델리아가 말했다. ‘세바스찬은 어딨어요?’

그는,’ 목소리에 득의만면함을 담고 마치 질문을 예상했었고 답도 준비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카메라를 잡고 있었어. 배우자마자 아주 전문가가 되더니 렌즈를 손에서 내려놓지를 않더군. 안 그랬나, 세바스찬?’

그늘 속에서는 어떤 응답도 없었다. 샘그라스씨는 돼지거죽 륙색을 다시 뒤적였다.

여기.’ 사진을 내밀었다. ‘베이루트 세인트 조지 호텔 테라스에서 거리 사진사가 찍은 단체 사진에요. 거기 세바스찬 보이죠?’

어라.’ 내가 말했다. ‘앤서니 블랑세도 보이네요. 설마.’

, 우리는 아주 자주 그와 마주쳤어요. 콘스탄티노플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는데. 마음에 드는 친구에요. 어쩌다 내가 그를 모르고 지나쳤나 의아스러웠죠. 그는 베이루트까지 가는 내내 우리와 함께 갔어요.’

찻잔들은 치워지고 커튼은 걷혔다. 크리스마스가 이틀 지난 뒤, 내가 방문한 첫 저녁이었다. 세바스찬이나 샘그라스 씨에게도 첫 저녁이긴 마찬가지로, 정거장에 도착하고 거기서 그들을 발견을 하고는 깜짝 놀랐었다.

레이디 마치메인은 3주전에 내게 편지를 썼다. 나는 막 샘그라스씨로부터 우리가 희망하던 대로 세바스찬과 그가 크리스마스 때는 집에 도착할 거라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였다. 그들이 실종이라도 되었나, 걱정이 될 정도로 아주 오랫동안 소식을 접하지 못했고 내가 알게 될 때까지 나는 어떤 약속도 잡고 싶지 않았다. 세바스찬은 너를 몹시 보고 싶어 할 거야. 크리스마스 동안에 시간 낼 수 있다면 혹은 이후라도 가능하다면 빨리 다녀가렴.

숙부와 지내는 크리스마스는 깰 수 없는 선약이어서, 그래서 나는 국토를 가로질러 여행을 하고 도중에 세바스찬이 이미 여장을 다 풀었기를 바라며 구간열차로 갈아탔다. 하지만 그가 거기, 내 객차 바로 옆에 타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여기서 뭐하고 있던 거냐고 묻자 언변 좋은 샘그라스씨가 다시 아주 길게, 짐을 잘못 내렸더라, (여행 에이전시)이 휴일로 문을 닫았더라, 등 한참 대답을 하자 다른 무슨 연유를 숨기고 있구나하고 바로 알아챘다.

샘그라스씨는 편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만만한 모든 신체적 버릇들을 유지했지만 죄책감이 퀴퀴한 여송연 연기처럼 그의 주위를 맴돌았고 레이디 마치메인이 그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에서도 예측했던 기운을 감지했다. 차 시간 동안에 그는 계속해서 활기차게 여행 과정을 설명했다. 그런 뒤 레이디 마치메인은 그를 따로 불러 작은 잡담을 나누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연민에 가까운 감정을 지니고 올라가는 그를 지켜보았다. 샘그라스씨가 아주 불완전한 손을 잡고 있다는 게 포커 감각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명백해 보였다. 내가 그를 차 시간에 관찰한 바에 따르면 나는 그가 허세를 부리는 데다 속이기까지 한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가 말해야만 하는, 말하고 싶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지나 그가 할 일에 관해 레이디 마치메인에게 어떻게 말할지 거의 감이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한 것은 내 추측에 엄청난 양을 그가 말해야만 하지만 레반틴 여행에 관해 전부 말 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가서 유모 만나자.’ 세바스찬이 말했다.

나도 같이 가도 돼, ?’ 코델리아가 말했다.

그래 가자.’

우리는 돔 지붕아래 육아방으로 올라갔다. 오르는 길에 코델리아가 말했다. ‘집에 돌아와서 정말 기쁘지는 않은가 봐?’

물론 기쁘지.’ 세바스찬이 말했다.

그럼 그런 척이라도 조금 해 봐. 나는 그러기를 아주 학수고대했었는데.’

유모는 딱히 말을 붙이기를 바라지 않았다. 유모는 방문객들이 그녀에게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고 멀찍이 뜨개질을 하게 두고, 그들의 얼굴을 살피며 자신이 알고 있던 작은 아이들 때를 떠올리는 일을 가장 좋아했다. 그들의 현재 진행사항은 어린 시절 병이나 범죄에 견줘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 보자.’ 그녀가 말했다. ‘너 조금 야위어 보이는구나. 그게 다 외국 음식이 너에게 맞지 않아서 그럴 거야. 이제 돌아왔으니 살을 찌워야겠다. 네 눈을 들여다보니 어젯밤에 늦게 까지 자지 않은 모습처럼도 보이네. 아마 춤추느라 그랬겠지. (상류층 사람들은 대부분 그들의 저녁 여가는 무도회장에서 보낸다고 내니 호킨스는 계속 믿고 있었다.) 그 셔츠는 꿰매야겠다. 빨래 맡기기 전에 나한테 가져 오거라.’

세바스찬은 정말 아파보였다. 5개월이 그에게는 수년의 변화를 초래했다. 더 창백하고, 더 말랐으며 눈 아래가 움푹하고 입 꼬리가 처졌다. 그리고 한쪽 턱에는 종기의 흉터들이 보였고 목소리는 더 맥이 빠졌지만 그의 움직임은 무기력했다가 조마조마했다가 반복을 하였다. 그는 옷이며 머리 역시 초라하였다. 이전에는 행복하게 느긋했다면 지금은 단정치 못하게 헝클어졌다. 가장 나쁜 일은 그의 눈 속에 내가 부활절에 놀랐던 그 경계심이 들어 있었는데 이제 이게 그에게 버릇이 된 것 같았다.

이 경계심에 위축이 되어 나는 그에 관해 아무 것도 묻지 않았고 하지만 그 대신 지난 가을과 겨울을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말을 해주었다. 나는 그에게 일셍루이(ile Saint-Louis, 파리 센느 강에 있는 섬)에 있는 내 방과 예술학교에 대해, 늙은 교사들이 얼마나 좋은지 학생들은 얼마나 나쁜지 들려주었다.

그들은 루브르는 근처에도 안 가.’ 내가 말했다. ‘아니지. 가기는 해. 우스꽝스러운 그들 리뷰중 하나가 그 달의 미학적 이론에 맞아떨어지는 대가를 갑자기 발견했다고할 때만 갈 뿐이지. 그들 반은 피카비아(Picabia, 20세기 전반 프랑스화가, 다다이즘, 큐비즘, 구상화 등 다방면에서 그림을 그렸다.)처럼 대중적인 이름 날리는 작품을 만들려고 하고 다른 반은 그냥 단순하게 보그에 실릴 광고나 만들고 나이트클럽 장식이나 해서 먹고 살기를 원해. 그리고 선생들은 계속 그들을 들라크르와(19세기 전반 낭만파 화가. 빛과 색의 영향의 추구로 인상파에 영향을 주었다.)처럼 그리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찰스.’ 코델리아가 말했다. ‘현대 예술은 모두 시시하죠?’

아주 시시하지.’

, 정말 기쁘네요. 우리 수녀님 한명하고 논쟁이 있었는데요. 그분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노력도 안 해보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 이제 그분한테 말씀드릴래요. 진짜 예술가한테서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그리고는 무시해 버려야지.’

곧 코델리아가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세바스찬과 나는 칵테일을 마시러 응접실에 갔을 때는 단둘이었다. 하지만 윌콕스가 바로 우리 뒤를 쫓아와 그에게 말을 전했다. ‘안주인 마님께서 위층에서 이야기를 나누셨으면 하십니다. 도련님.’

어머니답지 않은 일이네. 다른 사람을 보내다니. 보통은 직접 와서 꿰어올리잖아.’

칵테일 트레이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몇 분이 지나자 세바스찬이 종을 울렸다. 하인이 대신 달려왔다. ‘윌콕스씨는 마님과 위층에 계십니다.’

그래요, 그건 신경 쓰지 말고. 칵테일 좀 가져와요.’

윌콕스씨가 열쇠를 가지고 계십니다. 도련님.’

……그럼, 그가 내려오면 들고 오라고 해주세요.’

우리는 앤서니 블랑세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나눴다.-‘그는 이스탄불에 있을 때 턱수염을 가지고 있었지. 내가 깎아버리라고 했어.’ -그리고 십분 후에 세바스찬이 말을 이었다. ‘, 이제 칵테일이 안 당기네. 나는 목욕하러 갈래.’ 그리고 방을 떠났다.

일곱 시 반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옷을 갈아입으러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처럼 따라하려고 하는데 나는 내려오고 있던 브라이즈헤드를 만났다.

 

 

'잠깐만찰스설명할 게 좀 있어어머니께서 술이란 술은 어떤 방에도 두지 말란 명령을 내리셨어왜인지 이해하겠지네가 원하는 게 있으면 벨을 울리고 윌콕스에게 청해네 혼자일 때까지 기다렸다 하는 게 좋아미안하다하지만 어쩌겠니.’

꼭 그럴 필요 있나요?’

나는 아주 필요하다고 알고 있다네가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모르겠다만 세바스찬은 다시 영국에 돌아오자마자 폭발을 했다는구나그는 크리스마스 동안에 실종이 됐어샘그라스씨가 어제야 겨우 그를 발견했지.’

저도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을 거라고 추측했었어요이게 이 일을 처리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머니식의 방법이지칵테일 한 잔 하겠니지금은 동생이 위층에 올라갔으니까.’

목에 넘어가지도 않을 거예요.’

나는 항상 내가 처음 방문했을 때 묵었던 방을 배정받았다방은 세바스찬의 방 옆이었다우리는 한때 드레싱 룸이었지만 20년 전에 마호가니로 틀을 두른 깊은 구리 욕조를 대신 들여 목욕실로 바뀐 방을 나눠썼다욕조는 베에서 쓰는 선박기관의 장치 같은 놋쇠 레버를 당겨 물을 채웠다방의 나머지는 그대로 변하지 않았고 겨울에서 숯불이 항상 거기에서 타고 있었다나는 자주 그 욕실을 떠올린다수색은 증기와 친츠 천을 댄 1인 소파의 등에 기대놓은 따뜻한 커다란 타월로 흐릿하였다크롬 도금 판과 거울로 반짝이는 현대 세계의 사치로 통하는 한결 같고간소한 작은 방들은 아주 대조적인 방이었다.

나는 욕조에 몸을 뉘었다가 불가에서 내 친구가 집에 돌아온 뒤 모든 시간들을 되짚어보며 천천히 몸을 말렸다그런 후 나는 드레싱가운을 걸치고 세바스찬의 방으로 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노크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그는 옷을 반을 입은 채 불가에 앉아있었다.그리고 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자 화를 내기 시작하더니 양치질 컵을 내려놓았다.

너구나깜짝 놀랐잖아.’

그래한 잔 했구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시침은!’ 내가 말했다. ‘나한테는 안 그래도 돼있으면 나도 좀 줘도 되고.’

플라스크에 조금 남았던 뿐이야그것도 금방 다 마셨어.’

어떻게 된 거냐?’

뭐가아무 것도 없어머지않아 이야기해줄게.’

나는 옷을 입고 세바스찬을 부르러 갔다하지만 세바스찬은 여전히 내가 그를 떠났을 때처럼 반만 옷을 걸친 채 앉아있었다.

줄리아는 응접실에 혼자 있었다.

저기일이 어떻게 된 거죠?’ 내가 물었다.

그냥 지루한 가족들의 포텡(potin, 가십)이에요세바스찬이 다시 술에 취했어요그래서 우리 모두 그를 감시하고 있는 중이죠.싫증나는 일이에요.’

그에게도 아주 지루한 일이에요.’

그거야 오빠 잘못이죠왜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지 못할까요사람을 감시한다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샘그라스씨는 어때요찰스그 사람한테서 수상한 냄새 혹시 안 나요?’

수상한 냄새가 진동을 해요어머니께서도 알고 계신 거 같은가요?“

어머니는 자신 편리한 대로만 보세요집안 일 전체를 감시를 하실 순 없죠저 역시 불안을 야기하는 존재지요.’

몰랐는데요.’ 그리고 공손하게 말을 더했다. ‘전 금방 파리에서 왔어요.’ 그렇게 줄리아가 어떤 문제에 봉착하고 있더라고 그렇게 드넓게 악명을 날리고 있다는 인상은 주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기이하게 침울한 저녁이었다우리는 페인티드 팔러(Painted Parlour)에서 저녁을 먹었다세바스찬은 시간에 늦었다그래서 그가 등장하자 지나칠 정도로 우리는 흥분을 했는데 내 생각에 우리 모두 마음속으로 그가 무슨 저질 희극처럼 갈짓자를 걷고 딸꾹질을 하며 등장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들어온 그는 물론 완벽하게 예절이 발랐다사과를 하고 빈자리에 앉으며 샘그라스가 다시 독백을 속행하라고 하고서는 끼어드는 법 없이 아마도듣지도 않으면서 자리를 지켰다드루즈파족장성화빈대로마네스크 유물염소와 양의 눈으로 된 신기한 요리들프랑스와 터키의 공무원들근동 여행의 모든 카달로그들이 재미를 더하기 위해 올라왔다.

나는 샴페인이 식탁을 도는 모습을 쳐다보았다샴페인이 세바스찬에게 이르자 그는 나는 위스키로 주세요.’라고 말했다그리고 나는 윌콕스가 그의 머리너머로 레이디 마치메인 쪽으로 슬쩍 보고 그녀가 아주 작은거의 감지하기 힘들게 끄덕이는 모습을 보았다. Brideshead에서는 작은 개인용 스피릿 디캔터를 사용하였고 거기엔 거의 병의 사분의 일이 담기는데 누구든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득 채워 청한 사람 앞에 놓았다그런데 세바스찬 앞에 윌콕스가 가져다놓은 디캔터는 반이 비었다세바스찬은 아주 찬찬히 디캔터를 들어올리고기울여보고 쳐다보았다그런 뒤 아무말 없이 술을 손가락 마디 두 개 정도 되게 그의 잔에 따랐다우리 모두 동시에세바스찬을 빼고 모두 말을 하기 시작하였고 잠깐 동안 샘그라스씨는 말할 상대를 다 잃어버리고마론파 교도에 관해 촛대에 대고 말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하지만 곧 우리는 침묵에 다시 빠졌고 레이디 마치메인과 줄리아가 방을 떠날 때까지 식사만 하였다.

너무 오래 있지 말거라, Bridey.’ 문가에서 항상 하던 말을 하고 나갔다그리고 그날 저녁은 지연을 시킬 엄두도 안 내었다우리 잔은 포트 와인으로 채워지고 그 즉시 디캔터는 방에서 물러났다우리는 재빨리 술을 마시고 응접실로 갔다거기서 Brideshead는 어머니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요청을 하였고 그녀는 The Diary of a Nobody(그로스미스 형제의 코믹 소설)를 엄청 활기차게 읽어주었다어느덧 열시가 되자 그녀는 무지하게 지쳤다너무 지쳐서 오늘밤은 예배실에 들르지 못하겠다고 말을 하였다.

누가 내일 사냥을 가지?’ 그녀가 물었다.

코델리아.’ Bridesheadrk 대답했다. ‘나는 줄리아의 젊은 말을 데리고 갈 거예요말에게 하운즈를 보여주려고요두세 시간 이상은 밖에 안 둘 겁니다.’

렉스가 내일 중에 도착할 거예요.’ 줄리아가 말했다. ‘전 그냥 집에 있으면서 그 사람 맞으려고요.’

어디서 만나는데?’ 갑자기 세바스찬이 물었다.

바로 여기 플라이트 세인트 메리에서.’

그럼 난 사냥 나갈래정말내가 탈 말이 있다면.’

물론즐거울 거야늘 그러자고 청하는데 넌 매양 밖으로 나돌게만 한다고 불평하기만 했었지팅커벨 데려가면 돼이번 시즌에 아주 잘 나가.’

모든 사람들이 세바스찬이 사냥하러 가고 싶다고 하자 기뻐했다그날 저녁의 곤란이 어느 정도 풀리는 것 같았다. Brideshead는 벨을 울려 위스키를 청했다.

누구 달리 원하는 사람?’

나도 좀 갖다줘.’ 세바스찬이 말했다그리고 이번에는 윌콕스가 아니라 시종이긴 했지만 나는 하인과 레이디 마치메인 사이에 같은 눈빛과 끄덕임의 교환을 보았다모든 사람들이 경고를 받았나 보았다바에서 더블로 나올 때처럼 이미 유리잔에 부어져서 두 잔이 날라져 왔다우리의 시선은 마치 식당에서 게임(사냥한 새로 만든 파이)의 냄새를 맡은 개처럼 트레이를 뒤쫓았다.

세바스찬이 계속 사냥을 가겠다는 바람을 고집하자 하지만 다들 즐거운 기분이 되살아났다. Brideshead는 마굿간에 보낼 전갈을 작성하고 우리는 상당이 기분이 고무되어 침실로 올라갔다.

세바스찬은 침대로 바로 향했다나는 그의 난롯가에 앉아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나도 너하고 내일 나가겠다고 할 걸 그랬다.’

글쎄다.’ 그가 말했다. ‘넌 많은 재미는 못 볼 거야내가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 정확하게 알려줄게나는 첫 번째 은신처에서 브라이디를 벗어나 가장 가까운 괜찮은 펍으로 말을 몰아서 하루 종일 조용하게 바의 객실에서 술에 푹 잠길 거다그 사람들이 나를 음주광으로 대한다면 그들 보는 대로 음주광이 되어주지어쨌든 난 사냥이 싫어.’

그렇다면나도 말릴 수는 없지.’

그럴 수 있어사실 내게 돈을 안 준다면알겠지만 지난여름에 내 은행계좌를 막아버렸어그것 때문에 고역을 치렀지나는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확보하느라 시계하고 담뱃갑을 저당 잡혔어그러니 나는 내일 너에게 가서 내일 하루 경비를 꾸어야 해.’

안 줘아주 잘 알겠지만그럴 수 없어.’

안 준다고찰스좋아나도 어떻게든 혼자서 마련할 수 있다고그런 면으로 요즘에 도가 좀 텄지내가 알아서 마련한다고그래야했거든.’

세바스찬너하고 샘그라스씨하고 뭘 하고 지낸 거냐?’

그가 식사시간에 말해줬잖아폐허하고 가이드하고 노새하고그게 새미가 하느라 바쁘게 지낸 일들이야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어그게 다야불쌍한 새미는 진짜 하는 한 처신을 잘 했지그가 그렇게 계속하길 나도 바랐는데하지만 그는 나의 행복한 크리스마스에 조심성이 없었던 같아그가 내게 너무 잘 대해주면 감시인이란 직업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생각했나 보지.

그는 그 일에서 얻는 게 상당히 많았는데그가 딴 주머니를 찼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냐그는 돈 문제는 상당히 투명했다고 생각해그는 분명 현금으로 바꾼 모든 여행자수표가고 그가 썼던 경비 같은 걸 적은 쑥스러운 작은 공책을 지니고 있을 거야엄마하고 변호사들이 볼 수 있도록하지만 그는 이들 모든 장소에 가기를 원했고 교수들이 보통 가듯이 가지 않고 그를 놀리는 낙으로 사는 나 같은 사람과 있는 게 아주 편리했을 거야한 가지 흠이라면 동반자로 나를 참아줘야 한다는 거였지그리고 그 문제도 곧 해결했어.

우리는 모든 곳에 모든 수장들에게 편지를 가지고 그랜드 투어를 엄청나게 첫발을 내딛었지로도스 섬에 군정장관 집에 머물고 콘스탄티노플에서는 대사와 지냈지그게 새미가 맨 처음에 계약으로 서명했던 것이야물론 그는 내게 눈을 떼지 않고 술을 끊게 하겠다는 맡은 일도 있었지그런데 그는 모든 우리 주인들에게 미리 선수를 쳐 내가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경고를 날렸어.’

세바스찬.’

상당히 무책임하다고그래서 내가 쓸 돈 한 푼 없으니 나는 아주 멀리 달아날 수도 없었어그는 나대신 팁까지 주대일꾼 손에 지폐를 놓고 그런 뒤 거기서 그의 공책에 그 양을 끼적여 넣더군행운의 기회가 콘스탄티노플에서 찾아왔어나는 어느 저녁에 카드 게임에서 어떻게 돈을 좀 땄는데 새미가 이걸 못 봤지그 다음날 나는 그를 따돌리고 토카틀리언 호텔 바에서 아주 행복한 시간을 지냈어그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턱수염을 기른 앤서니 블랑세하고 유태인 소년이 들어오더군앤서니가 10파운드를 빌려주자마자 새미가 숨이 턱에 차 들어와 나를 다시 잡아갔지. 그 뒤에 나는 1분도 감시의 시야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대사관 직원이 우리를 피레에푸스(그리스 항구도시)로 가는 보트에 싣고는 우리가 멀어질 때까지 지켜봤지하지만 아테네에서는 일이 쉬웠어점심을 먹고 그냥 공사관을 걸어 나오면 됐으니까쿡에서 돈을 환전하고 그냥 새미를 혼란시키려고 알렉산드리아행 배편에 대해 물었어그런 뒤 버스를 타고 항구로 내려가 미국말을 하는 뱃사람을 발견하고 배가 항해를 할 때까지 그와 죽치고 있다가 배가 가자 바로 콘스탄티노플로 돌아갔지그게 그렇게 됐어.

앤서니하고 그 유태인 소년은 상점가 근처에 아주 근사한다 허물어져가는 집을 나눠쓰고 있었는데 날이 추워질 때까지는 거기서 머물렀어그런 뒤 앤서니하고 나는 남쪽으로 떠돌다가 3주 전에 약속했던 시리아에서 새미하고 만났어.

새미가 상관하지 않았어?’

나는 그도 그 자신만의 무시무시한 방식으로 나름 즐겼다고 생각이단지 그를 위한 상류 생활은 물론 더 이상 없었지만처음에 조금 걱정을 했던 것 같아나는 그가 전 지중해 함대를 출동시키는 원치 않아서 그래서 콘스탄티노플에서 전보를 쳤어나는 상당히 잘 지내고 있다고그가 오토만 뱅크로 돈만 보내준다면야 그렇다고내 전보를 받자마자 발딱 튀어왔지물론 그도 어려운 처지에 있었어 내가 성년이고 아직 미치지 않은 상태라 나를 체포할 수가 없었어그는 내 돈으로 먹고 사는데 내가 굶어 죽게 둘 수도 없고아주 어리석어 보이지 않게 엄마에게 해명할 길도 없었어그 사람 완전 외퉁수에 걸린 거지불쌍한 놈원래 내 생각은 탈탈 털어버리는 거였는데 앤서니가 그 일에 아주 좋은 조언을 해줬어일을 우호적으로 해결하는데 훨씬 낫다는 거야그리고 그가 일들을 아주 우호적으로 처리를 했어그래서 여기 내가 있지.’

크리스마스 끝난 후에.’

그래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겠노라 작정했거든.’

그랬어?’

그랬던 거 같아기억은 많이 않나그런 일은 항상 좋은 징후였지그렇지 않냐?’ 

 

 
 

그 다음날 아침 식사에서 Brideshead는 진홍색 옷을 입었다. 코델리아는 아주 맵시 있게 차려 입고 화이트 스톡(쇠고기 육수) 위로 턱을 드높게 들고 있다가 세바스찬이 트위드 코트 차림으로 나타나자 된소리를 질렀다. ‘뭐야, 세바스찬 오빠. 이렇게 입고 나오면 안 돼. 가서 갈아입어. 오빤 사냥복 입으면 아주 보기가 좋아.’

어딘가 딴 곳에 치워버렸나 봐. 기브스가 찾지를 못하네.’

그거 거짓말이지. 오빠가 초대되기 전에 내가 직접 그것들을 꺼내는 걸 도왔다고.’

물품 반이 없어졌어.’

지역의 위신에 아주 나쁜데. 오빠가 올해에 스트랙랜드-베나블레세스가 얼마나 무맵시였는지 알기만 했어도. 그네들 마부들을 탑 해트까지 벗겨버렸다니까.’ 스트릭랜드-베나블레스 가문만 격려하는 꼴이네. 그 사람들은 썩어빠진 행동하고 있어. 그네들 마부들을 탑 해트까지 벗겨버렸다니까.’

열한 시 십오 분 전에 말들을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아래층에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사람들이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세바스찬이 멀어지는 말발굽 소리를 귀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았다.

막 세바스찬은 출발하려고 하려다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미 말에 올라 있자, 세바스찬은 나를 홀로 손짓해 불렀다. 그의 모자, 장갑, 채찍, 샌드위치가 놓인 탁자 위에 나란히 채워달라고 내어놓은 플라스크가 놓여 있었다. 그는 플라스크를 집어 들고 흔들어 보았다. 비어있었다.

너도 봤지.’ 그가 말했다. ‘난 이 정도까지 믿음을 못 받고 있다. 미친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저 사람들이야. 이제 내게 돈을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

나는 그에게 일 파운드를 주었다.

.’ 그가 말했다.

나는 일 파운드를 더 주고 그가 말에 올라 형과 여동생을 속보로 쫓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 뒤 무대에서 무슨 큐 사인이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샘그라스씨가 내 팔꿈치 근처로 다가와 팔짱을 걸고서는 나를 돌려서 난로가로 데려갔다. 그는 정돈된 작은 손을 덥히고 그런 뒤 그의 자리를 데우기 위해 돌아갔다.

그럼 세바스찬은 여우를 쫓으러 간 건가.’ 그가 말했다. ‘그리고 우리의 작은 문제는 한 한두 시간은 보류가 되고?’

나는 이 문제에 샘그라스씨를 두고 보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전 당신의 그랜드 투어(기간이 길고 호화로운 여행)에 대해, 지난밤에 다 들었습니다.’ 내가 말했다.

, 나도 자네가 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샘그라스는 놀라는 일없이 어찌 보면 누군가 다른 사람과 비밀을 나눠가져 마음이 놓이는 듯이 하였다. 나는 모든 돈을 다 약탈하지는 않았어. 결국에는 사람들이 당연히 기대하는 일들보다 훨씬 더 잘 풀렸지. 나는 하지만, 세바스찬의 크리스마스 축제들에 대해 그분에게 설명을 해야 할 의무는 있다고 생각했어. 너도 아마 지난밤에 예방조처를 취하는 모습들을 봤을 거야.

그래요.’

넌 그 사람들이 지나치다 생각했지? 나도 너하고 같은 생각이다. 특히 그들이 작은 우리의 방문의 안락함까지 희생시키려고 하다는 점에서 더 그래. 나는 오늘 아침에 레이디 마치메인을 뵈었지. 너도 내가 금방 침대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지는 않았겠지. 나는 위층에서 우리 안주인과 작은 대화를 조금 나눴지. 오늘밤은 조금 느긋한 분위리가를 기대해도 될 거다. 어젯밤은 우리 중 아무도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밤이었어. 너를 딴 데 신경 쓰게 하려는 온갖 노력이 생각보자 덜 점수를 딴 것 같다.’

세바스찬에 관해 샘그라스에게 말하는 일이 내게는 혐오스러웠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말을 했다. ‘오늘밤은 그런 완화를 시작할 최상의 시간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

확실 한 거냐? 왜 오늘은 안 돼? 하루를 심문자 같은 Brideshead의 시선 아래 들판에서 지낸 훈데? 더 좋은 때도 없어.’

아녜요. 진짜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에요.’

내가 상관할 일도 아니지, 엄밀히는. 지금은 안전하게 집에 있으니. 레이디 마치메인은 내게 조언을 구하는 영광을 베푸셨다만.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의 안위가 세바스찬의 안위보다 더 우리 심중을 차지하고 있어. 나는 포트와인 세 번째 잔이 필요해. 도서관에 대접용 트레이가 필요하다고. 그래도 네가 특별히 오늘밤은 피하라고 충고를 한다면. 왜 그런지 궁금하네. 세바스찬은 오늘 나쁜 짓 근처에도 못 가. 한 가지 이유라면 그는 돈이 전혀 없어. 우연히 알게 된 일이야. 그렇게 조처를 해두었지. 나는 위층에 세바스찬 시계하고 담뱃갑까지 지니고 있어. 그는 거의 해끼치지 않고 지낼 거야……누구 사악한 사람이 있어서 그에게 쥐어주기 않는 한에서……, 레이디 줄리아.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어요? 그리고 이런 사냥 날 아침에 페키(페키니즈 구어)는 좀 어떤가요?’

, 페키는 괜찮아요. 저기요. 렉스 모트럼이 여기 오늘 올 건데, 어제 저녁 같은 저녁을 다시 보낼 순 없어요. 누군가 엄마한테 말해야 해요.’

누군가 벌써 했죠. 제가 말씀드렸어요. 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 들으니 다행이네요. 오늘도 그림 그릴 건가요, 찰스?’ 

 

내가 매번 Brideshead를 방문할 때마다 정원에 면한 방(가든-)의 벽에 내가 메달리온을 그리는 일은 어느새 관습이 되었다. 그런 관습은 내게 적절한 일이었다. 왜냐면 그림은 나머지 사람들과 떨어지는 좋은 핑계거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집이 사람들로 가득차면 가든-룸은 때때로 다른 사람들에게 불평을 늘어놓는 피난처 역할을 하던 유아방의 경쟁자가 되었고, 나는 아무 노력 없이도 그 장소의 뜬소문과 계속 접할 수 있었다. 이제는 완성이 된 세 개의 메달리온이 있었다. 각자는 제 나름 제법 예뻤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불행하게도 각자였다. 왜냐면 내 취향은 변하기도 변하였고 시리즈를 시작했던 18개월 전보다 더 솜씨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장식적인 구도에서 보면 그들은 실패작이었다. 그날 아침은 가든-룸을 안식처로 여겼던 여느 여러 아침과 다름없었다. 거기에 도착하자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줄리아가 시작하는 모습을 보겠다며 나와 힘께 왔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세바스찬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그 주제는 지겹지 않아요?’ 그녀가 물었다. ‘왜 모든 사람들이 그 일로 부산을 떠는지.’

그냥 우리가 그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래요. 저도 오빠를 좋아하긴 하죠. 내 방식대로지만. 다른 사람들처럼만 행복했으면 해요. 전 유령 가족 한 명과 함께 컸어요. 아빠 말씀이에요. 우리가 어릴 적에는 하인들 입에서 말이 나온 적도, 우리 입에서 꺼낸 적도 없어요. 엄마가 세바스찬을 유령으로 만들기 시작하려는 거라면 그건 너무 해요. 항상 술에 취해 있고 싶다면 왜 오빠는 케냐나 그런 게 문제 안 되는 곳으로 가지 않을까요?’

다른 곳보다 케냐에서 불행이 덜하다는 게 뭐가 중요합니까?’

우둔한 척 좀 마세요. 찰스. 잘 알고 계시잖아요.’

그러면 당신에게 부끄러운 상황들이 없을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요. 저는 그냥 세바스찬이 기회를 잡으면 오늘밤도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될 거라 두렵다는 말을 하려던 것뿐이에요. 세바스찬은 기분이 안 좋아요.’

, 하루 동안 사냥 갔다 오면 풀릴 거예요.’

무슨 종교처럼 하루 동안 사냥의 가치를 모든 사람들이 대단하게 여긴다는 모습을 보는 일은 감동적이었다. 아침나절에 나를 방문한 레이디 마치메인은 사냥 일을 두고 유명한 그녀만의 섬세한 역설을 띤 채 조롱했다.

나는 항상 사냥을 혐오했어. 왜냐면 아주 멋진 사람들의 특히 끔찍한 야비함을 생성해내는 것 같아.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차려입고 말에 오르는 순간 그들은 한 떼의 프로이센같이 돼. 그리고 그들처럼 뽐내는 모습이라니. 그런 밤에는 내가 알고 있던 남자와 여자들이 반쯤 잠에 취해, 아집이 세고 편집광적인 망나니로 변하는 모습에 질겁하고 앉아있지.하지만 수세기 전부터 그런 일에 무언가 얻는 게 있긴 있을 거야. 세바스찬이 그 사람들하고 나간다니 오늘은 마음이 상당히 가벼워.’

세바스찬에게 잘못 된 일은 진짜 전혀 없어요.’ 내가 말했다. ‘그는 사냥을 갔으니.’ 마치 기도에 대한 대답 같았다.

그녀는 파리에서 내 생활을 물었다. 나는 강고 노트르담의 탑들이 내다보이는 방에 관해 말씀드렸다. ‘제가 돌아가면 세바스찬이 와서 저하고 머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주 좋겠지.’ 레이디 마치메인은 마치 이룰 수 없는 일인양 한숨을 쉬었다.

런던에 오면 저하고 머물길 원합니다.’

찰스, 알다시피 가능하지가 않아. 런던은 가장 안 좋은 곳이야. 샘그라스씨도 런던에서 그를 말릴 수 없었어. 이 집에서는 전혀 비밀이 없으니까 하는 말이다만 그는 실종이 됐었다. 크리스마스 내내. 샘그라스씨는 그가 있던 곳에 돈을 지불할 수가 없어서 그 사람들이 집에 전화를 하고 그래서 겨우 그를 찾았단다. 안 된다. 런던은 불가능해. 그가 우리하고 있을 때 원래대로 행동할 수 없다면……우리는 그를 여기서 잠시 동안 사냥이니 이런 걸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도록 두었다가 그런 뒤 다시 샘그라스씨와 해외로 보내야 해. ……알겠지만 예전에 다 겪었던 일이야.’

반발은 있었다. 말로 나오진 않지만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었다.-‘너는 그를 데리고 있을 수 없어. 그는 달아났어. 그러니 세바스찬도 그렇겠지. 그들 다 너를 미워하니까.’

뿔나팔 소리와 사냥꾼들의 외치는 소리에 우리 아래 계곡에서 울렸다.

저기를 지금 가고 있구나. 서식지 숲 쪽으로 움직이나 보네. 그가 좋은 하루 보냈으면 한다.’

이렇게 하여 줄리아와 레이디 마치메인과는 나는 교착상태에 이르렀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우리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집에 왔다가 Brideshead는 같은 주제로 내게 이야기를 했다. 이 주제는 집안 어디에나 존재했다. 선창내 깊숙한 난로처럼, 홀수선 아래, 어둠속에서 검고 빨갛게, 해치 아래에서 비어져 나오다가 석탄통과 공기관에서 갑자기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의 줄기를 뿜어내듯이 흘러나왔다. (사다리를 휘감아 올라와 갑판사이를 기어 다니고, 해치 아래 스며 나오고, 플랫위로 화환처럼 걸려있다가 석탄통과 공기관에서 갑자기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의 줄기를 뿜어내듯이 빛 속으로 빠져나왔다.) 브라이디와 있을 때 나는 낯선 세계, 나에게 죽은 세계에 있었다. 척박한 용암의 달의 풍광 속에, 공기가 차갑게 때리는 고원 위에, 이상하게 눈이 맑아지고 숨쉬기가 고역인 높은 지대에 있었다.

그가 한 말이다. ‘나는 그가 주정뱅이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모두가 그를 배겨내도록 도와야 하는 그냥 커다란 불행이 되니까. 내가 두려워하는 일은, 그가 그냥 고의로 그가 그러고 싶은 때에, 그러고 싶다는 이유로 취하는 것이었다.’

그게 정확하게 지금 세바스찬이 했던 일이에요. 우리 둘 다 그랬죠. 지금은 저하고 있으면 그렇게 할 거예요. 당신 어머니께서 나를 믿기만 하신다면 제가 그 선에 머물도록 지킬 수 있어요. 그를 책임자니 치료법이니 성가시게 한다면 그는 몇 년 안에 육체적으로 망가지고 말 거예요.’

육체적인 만신창이가 되는 일에는 잘못 된 게 없어. 우정 장관이 되거나 폭스하운즈의 석사가 되거나 혹은 나이 여든에도 10 마일을 걸을 정도로 사는 데는 전혀 도덕적인 의무가 없어.’

틀렸어요.’ 내가 말했다. ‘도덕적인 의무요. 이제 다시 종교로 돌아가고 있으시군요.’

그 주제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Brideshead가 대답했다.

모르시겠어요, Bridey? 혹여라도 제가 잠깐 동안 가톨릭교도가 되었다고 느낀다면 나는 당신에 5분 동안만 병이 나으라고 말씀드릴 겁니다. 당신은 상당히 합리적인 명제를 순전히 허튼 소리로 축소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기이하구나. 그 말을 다른 사람들한테도 예전에 들었지. 나는 왜 좋은 사제가 되지 못하는 걸가 이유 중의 하나야. 내 마음의 작동을 막는 무엇가가 있나 보다. 나는 한 문제를 차이니즈 퍼즐의 상아색 조각처럼 돌리고, 돌리려 보아야만 해. 그리고 딸깍! 조각이 제자리에 맞아 들어가지만, 그때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아래위가 바뀌어있어.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같은 상아 조각이야.‘

점심에 줄리아는 그날 오기로 한 그녀의 손님생각 외에는 없었다. 그녀는 철도역에 그를 만나기 위해 차를 몰고 갔고 차 시간에 그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엄마, 렉스의 크리스마스 선물 좀 보세요.’

산 채로 등껍질에 줄리아의 첫 글자가 다이아몬드로 박혀있는 살아있는 작은 거북이였다. 이는 약간 외설적인 물체였다. 광을 낸 바닥 널에 무력하게 미끄러지고 이제는 카드 테이블을 성큼성큼 지나, 이제는 러그 위에 느릿느릿 움직이다가, 이제는 손길에 몸을 움츠리고 다시 목을 죽 빼고 시들해져버린 전홍적세(前洪積世 Antediluvial)의 머리를 흔들며 그날 저녁의 기억의 일부로 남았다. 더 큰 문제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주의를 사로잡는 바늘 걸이 같은 경험의 하나였다. (하나가 되어 다 잊히고 몇 년의 세월이 지난 비극 중의 하나를 떠올리는 작은 금박 조각, 혹은 특정한 냄새 혹은 시계바늘이 치던 음색으로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이럴 어쩌나.’ 레이디 마치메인이 말했다. ‘저게 다른 평범한 거북이들하고 같은 먹이를 먹는지 궁금하네.’

거북이가 죽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샘그라스가 물었다. ‘껍질에 꼭 들어맞는 다른 거북이를 사실 건가요?’

렉스는 세바스찬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설명이 없었다면 그는 그 분위기를 거의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거침없니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다과 시간에 활기차게 그리고 숨김없이 해결책을 제기하였고 하루 종일 속닥거리기만 한 뒤라 대놓고 논의하는 이야기를 듣자 안도감이 돌았다. ‘그를 쮜리히에 보레터스에게 보내요. 보레터스는 진짜 된 사람이에요. 그 사람 요양원에서 매일같이 기적을 행한답니다. 찰리 킬커트니가 얼마나 술을 마시곤 했는지 아시죠.’

아니.’ 레이디 마치메인이 그녀만의 바로 그 달콤한 역설을 띠고 말했다. ‘몰라요. 찰리 킬카트니가 얼마나 마셨는지 들은 적이 없네요.’

줄리아는 애인이 조롱하는 말을 듣고는 거북이에게 얼굴을 찡그려보였다. 하지만 렉스 모트럼은 그런 미세한 장난질을 알기에는 둔감한 사람이었다.

두 아내가 그를 체념을 했어요.’ 그가 말했다. ‘그가 실비아와 약혼을 했을 때 실비아는 반드시 쮜리히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죠. 그리고 일이 잘 되었어요. 그는 3개월 후에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는 한 방울도 입에 안대요. 실비아를 그를 떠난 뒤에 조차도.’

그 여자는 왜 떠났대요?’

, 가여운 찰리는 술 마시는 일을 중단하자 조금 따분한 사람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게 이야기의 진짜 요점이 아니잖아요.’

그래요. 아닌 것 같네요. 사실, 진짜, 기운 북돋우려는 의도의 이야기였을 거예요.’

줄리아는 보석을 박은 그녀의 거북이를 노려보았다.

그 사람은, , 섹스 문제들도 다뤄요.’

어쩌나, 우리 세바스찬이 쥐리히에서 얼마나 기이한 친구들을 만들고.’

그 사람은 한 달 먼저 미리 예약을 해야 해요. 하지만 그에게 제가 요청을 하면 아마 방을 마련할 겁니다. 여기서 오늘밤 전화를 넣을 수도 있어요.’

(가장 친절한 순간들에도 렉스는 사람 위협하는 열정을 내보였다. 마치 내켜하지 않는 주부에게 진공청소기를 떠다밀 듯이.)

한 번 생각해 볼게요.’

그리고 그 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코델리아가 사냥에서 돌아왔다.

어머, 줄리아 언니, 저게 뭐야? 아이고 끔찍해라.’

렉스 성탄절 선물이야.’

죄송해요, 난 항상 말실수를 한다니까. 하지만 진짜 잔인해요! 무지하게 아팠을 텐데.’

느낒 못해.’

그걸 어떻게 아세요? 내기 하실래요?’

그녀는 그날 종일 뵙지 못했던 어머니에게 키스를 하고 렉스와 악수를 나누고 달걀을 청하러 종을 울렸다.

차 보내달라고 전화를 했던 바니 부인 댁에서 차와 다과를 먹긴 했는데 아직도 배가 고파요.

오늘은 멋 부린 날이었어요. 진 스트릭랜드-베너블스는 진흙에 떨어졌어요. 벵거스에서 어퍼 이스트리까지 쉬지 않고 달렸어요. 추정하면 한 5마일 될 걸요. 안 그래, 큰 오빠?‘

‘3마일.’

달리지도 않아.’스크램블 에그를 입 안 가득 물고 그녀는 사냥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했다. ‘여러분들 진이 진흙탕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셨어야 했는데.’

세바스찬은 어딨어?’

그는 망신살이 뻗었어요.’ 단어들이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아주 카랑카랑하게 종소리처럼 울려퍼졌다. 그리고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엉뚱하게 쥐잡이꾼 코트하고 캡틴 모빙의 라이딩 아카데미에 나오는 그런 좁쌀영감 같은 작은 타이를 메고 나왔어요. 여우사냥 자리에서 단박 그를 알아볼 수가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로 몰라보길 바라요. 오빠 안 돌아왔나요? 아마 길 잃어버렸나 봐요.’

윌콕스가 와서 다과 차림을 치우자, 레이디 마치메인이 물었다. ‘세바스찬 경 봤는가?’

아니요. 마님.’

다른 사람 집에 차를 마시러 잠깐 들렀나 보네. 아주 그답지 않은 일인데.’

30분 후에 윌콕스가 칵테일 트레이를 날라 오며 말했다. ‘세바스찬 경에게 방금 사우스 트위닝으로 데리러 오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사우스 트위닝? 거기 누가 살지?’

도련님은 호텔에서 전화하셨습니다. 마님.’

사우스 트위닝?. 어쩜. 진짜 길을 잃었어!’ 코델리아가 외쳤다.

도착한 그는 얼굴이 불고 눈은 열에 들뜬 듯이 반짝였다. 그가 삼분의 이쯤 취했다는 뜻이다.

애야.’ 레이디 마치메인이 말했다. ‘아주 보기 좋은 모습을 다시 보다니 기분이 좋구나. 탁 트인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더니 안색이 살아. 술은 탁자 위에 있단다. 마음대로 마시렴.’

그녀의 말에는 그런 말을 한다는 것 빼고는 비정상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6개월 전이면 하지 않았을 말들이었다.

고마워요.’ 세바스찬이 말했다. ‘그러죠.’

 

강타, 예상했던, 되풀이 되는, 멍 자국 위에 쏟아지는, 속상함도 놀라운 충격도 없이 오로지 어릿하고 역겨운 통증만 지닌 채 이와 비슷한 다른 일은 견뎌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강타였다. 그날 밤에 저녁에 세바스찬의 맞은편에 앉아, 흐린 눈과 더듬거리는 행동을 보고 불쑥 서투르게 끼어드는 불명확한 목소리를 듣고 한참 미개한 침묵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느꼈다. 식사 끝에 마침내 레이디 마치메인과 줄리아, 그리고 하인들이 자리를 떴을 때 Brideshead가 말했다.

세바스찬아, 너는 자러 가는 게 제일 좋겠다.’

먼저 포트와인 좀 마시고.’

그래, 네가 원하면 포트와인 좀 마셔. 하지만 응접실에는 오지마라.’

지랄, 더럽게 취하네.’ 세바스찬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주 옛날처럼, 신사는 항상 아주 취해야 숙녀들과 합쳤다고, 옛날에는.’

(‘그렇긴 해도, 안 그렇죠.’ 샘그라스가 이후로 나하고 어떻게 너스레를 떨어보려고 말을 꺼냈다. ‘아주 옛날처럼은 전혀 아니죠.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네요. 멋진 유머의 결핍? 동료애의 부족? 오늘 그가 계속 마셨다고 생각이 드는데. 돈은 어디서 구했을까요?’)

세바스찬은 올라갔어요.’ 응접실에 도착을 한 브라이즈헤드가 말했다.

그러니? 그럼 내가 책을 읽어 볼까?’

줄리아와 렉스는 베지크 카드 게임을 했다. 거북이는 페키니즈가 괴롭히자 껍질 속으로 숨었다. 레이디 마치메인은 아무개의 일기를 읽었다. 그러다 상당히 일찍이 침대에 들어야겠다는 말을 했다.

엄마, 저는 계속 깨어서 조금만 더 게임을 하면 안 될까요? 딱 세 게임만?’

그러려무나, 애야. 자러가기 전에 와서 나 좀 보고 가거라. 자지는 않고 있을 테니.’

줄리아와 렉스가 그들끼리만 남겨지길 원하는 게 샘그라스 씨와 내 눈에도 명확해보였다. 그래서 우리고 자리를 떴다. Brideshead는 명확해 보이지 않았던지 그는 편안히 자리 잡고 앉아 타임즈지를 읽었다. 그날은 신문을 아직 읽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런 뒤 잠자리가 있는 쪽으로 가면서 샘그라스가 말했다. ‘아주 예전 시대하고는 전혀 다르지.’

다음날 아침 나는 세바스찬에게 말을 걸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 봐. 너는 내가 여기 머물렀으면 하고 바라니?’

아니, 찰스. 안 그런 거 같아.’

나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도움이 안 돼.’

그래서 나는 그의 어머니에게 변명을 하기 위해 갔다.

찰스야. 너에게 꼭 물었으면 하는 게 있다. 네가 세바스찬에게 어제 돈을 줬니?’

.’

그가 어떻게 쓸지 잘 알면서도?’

.’

이해가 안 간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태연하게 사악한 짓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

그녀는 말을 멈췄다. 하지만 그녀가 대답을 바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익숙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논쟁을 모두 다시 시작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할 말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너를 비난하는 게 아냐. 내가 남을 뭐라 할 수 없는 처지란 건 누가 알겠느냐만. 내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실패는 나의 실패야. 하지만 나는 그게 이해가 안 가. 그렇게 여러 방면에서 사근하게 굴던 네가 어떻게 악의적으로 잔인한 일을 벌이다니 이해가 안 간다. 우리가 어쩌다가 너를 모두 좋아하였을까 이해가 안 가. 너는 우리를 계속 내내 미워했던 거니? 우리가 그런 잘못이라도 했는지 알 수가 없구나.’

나는 미동도 없이 가만있었다. 그녀의 고통에 마음이 움찔하지도 않았다. 학교에서 내쳐질 때 기분이라고 가끔 상상하던 그대로였다. 나는 혹시 그녀가 내가 이미 너의 불행한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두었다.’는 말이라도 나오나 하는 기대까지 하였다. 하지만 떠나면서 멀리서 아마 마지막으로 집을 보는 거겠지 여기며 차에서 뒤를 돌아보자 나는 내 자신의 일부를 뒤에 남고 두고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이후로 어디를 가든 나는 결핍을 느끼고 가망 없이 찾아 헤맬 것이다. 귀신들이 마치 그들이 하계 세상의 노잣돈으로 지불할 수 없어 묻어놓은 물질적인 보물들이 있는 장소에 자주 출몰을 한다는 이야기처럼.

문이 하나 닫혔다. 옥스퍼드에서 추구하고 그리고 찾았던 벽에 난 낮은 문. 지금 그 문을 열어보면 사람 혹하는 어떤 정원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수면으로 평범한 일상과 신선한 바다 공기 속으로 올라왔다. 솟구쳤다. 태양 없는 산호의 궁전과 해저의 일렁이는 숲속에 오랫동안 감금이 되었다가 풀려났다.

나는 나를 뒤에 남겨 놓았다. 무엇을? 젊음? 청소년기? 로맨스? 마술 같은 이런 일들의 뭉텅이, ‘젊은 마술사의 개요서 흑단의 지팡이가 착각을 일으키는 당구공, 반으로 접히는 페니, 속빈 양초 사이로 당길 수 있는 깃털 꽃들 옆에 자리를 잡고 있는 깔끔한 마법 상자.

난 환각을 뒤에 남겨 둔 거야.’ 내 자신을 향해 말을 했다. ‘금후로 나는 삼차원으로 된 세계에, 내 오감의 도움을 받아 살 거다.’

나는 그 이후 그런 세계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차가 집이 보이는 범위를 벗어나자 나는 이게 결론은 아니며, 나의 모든 것은 가로수길 저 끝에 놓여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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