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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나보기

핀처 마틴 p7-10

by 어정버정 2024. 1. 7.

 

 

그는 사방으로 몸부림치고 있었고, 본인 몸이라는 뒤틀며 발버둥질하느라 얽히고설킨 모양의 중심부였다. 위도 아래도 없었고, 빛도 없었고 공기도 없었다. 입이 저절로 벌어지는 게 느껴지더니 새된 외마디가 터져 나왔다.

살려 줘!”

새된 비명과 함께 공기가 사라지자 물이 들어와 그 자리를 메웠다. 화끈거리는 물이 아품을 주는 돌덩이들처럼 목구멍과 입안에 딱딱하게. 그는 공기가 있던 자리를 향해 몸을 홱 수그렸지만 이제 공기는 사라져 있었고 검고도 숨이 막히는 너울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몸은 공황을 발산했고 입은 무리하게 벌어지다 못해 턱의 경첩이 아플 지경이었다. 물은 무자비하게도 안으로, 아래로 들이박았다. 물과 더불어 한순간 공기가 들어왔기에 그는 마땅히 공기가 있는 방향이었을 법한 곳을 향해 씨름했다. 그러나 물이 그를 다시 점령해 휘도는 바람에 공기가 있을 법한 곳에 관한 인식이 깡그리 지워졌다. 귓속에서 터빈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중심부에서 초록 불똥들이 예광탄처럼 날아갔다. 그곳에는 피스톤 기관도 있어 통제 불가하도록 미쳐 돌아가면서 온 은하계를 흔들고 있었다. 그러던 한순간 그의 얼굴에 맞닿은 차가운 가면과 같은 공기가 있었고 그는 그것을 덥석 물었다. 공기와 물이 섞이면서 자갈처럼 그의 몸속으로 끌려 내려갔다. 근육, 신경과 혈액, 몸부림치는 폐, 머릿속의 기계 모두가 한순간 예로부터의 패턴 안에서 작동했다. 딱딱한 물 응어리들이 식도 속에서 덜컥거렸고 입술은 맞붙었다가 떨어졌으며 혀는 아치를 그렸고 뇌는 네온의 궤적을 그렸다.

-”

그러나 남자는 이런 일체의 소란 뒤쪽에 본인의 경련하는 몸으로부터 분리된 채 부유하며 놓여 있었다. 발광하는 심상들은 그의 앞쪽에서 뒤섞이던 터로 빛에 흠뻑 젖어 있었지만 그는 그런 것들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가 얼굴의 신경을 통제할 수 있었다면, 또는 그의 의식이 생사 간에 부유하며 놓여 있던 상황에서 얼굴이 의식의 심정에 걸맞도록 빚어질 수 있었다면, 그 얼굴은 으르렁대는 표정을 지었을 테다. 그러나 실제의 턱은 아래쪽으로 멀찍이 일그러졌고 입에서는 물이 가득 차 출렁이게 되었다. 중심부로부터 날아온 초록 예광탄은 뱅뱅 돌아 원판이 되기 시작했다. 으르렁대는 저 남자에게서 그만큼이나 멀찍이 떨어진 목구멍은 물을 토해 내고는 다시 물을 빨아들였다. 물의 딱딱한 응어리들이 더는 아프지 않았다. 그곳에는 일종의 휴전이랄지, 저 몸을 관찰하는 상태가 있었다. 얼굴이 없었고 으르렁대는 표정이 있었다.

심상 하나가 고정되었고 남자는 그것을 주시했다. 그가 그런 것을 보지 못한 지도 몇 년이나 됐던지라 으르렁대는 표정은 궁금증이 일어서는 살짝 맹렬한 성질을 잃었다. 그것은 심상을 살펴보았다.

그 잼 단지는 프롬프터의 반대편으로부터 조명을 발게 받으며 탁자 위에 서 있었다. 그것은 무대 중앙의 거대한 단지일수도, 거의 그 얼굴에 닿을락 말락 하는 작은 단지일 수도 있었는데 그것이 흥미로웠던 것은 그곳에서는 전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자그만 세계가 들여다보였다는 점이다. 그 단지는 맑은 물로 거의 가득 차 있었고 그 안에는 유리 소상 하나가 곧추선 채 떠 있었다. 단지의 윗면에 덮여 있던 것은 얇은 막-하얀 고무였다. 그가 움직이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고 단지를 지켜보는 동안 멀찍이 떨어진 그의 몸은 절로 잠잠해지고 이완되었다. 이 단지의 유희는 저 자그마한 유리 소상이 서로 겨루는 작용력들 사이에서 너무나도 정교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는 사실에 있었다. 막에 손가락을 대어 보면 당신은 막 아래에 있는 공기를 압축하게 되기 마련이라 그 공기로써 결과적으로 물을 더 강하게 누르게 되기 마련이었다. 그러면 물은 소상 속에 있는 작은 관을 더 위로 치밀어 오르기 마련이었는데 그러면 소상이 가라앉기 시작하기 마련이었다. 막에 가하는 압력을 달리하여 당신은 온전히 당신 수중에 저 유리 소상을 좋을 대로 아무렇게나 할 수가 있었다. 당신은 이렇게 중얼거릴 수 있었다. 지금 가라앉을지어다! 그러면 소상은 아래로 침몰하기 마련이었다. 아래로, 아래로, 그러면 당신은 가만히 멈추고 마음이 누그러질 수도 있었다. 당신은 소상이 수면을 향하게 허우적대게 만들어 소상에 하마터면 공기를 한 모금 줄 뻔하다가는 줄기차게, 천천히 가차없이 아래로 또 아래로 보내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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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방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는 뒤틀고 발버둥치는 본인 몸의 매듭 그 중심이었다. 위도 아래도 없었고, 빛도 없었고 공기도 없었다. 입이 저절로 벌어지는 게 느껴지더니 새된 외마디가 터져 나왔다.

도와 줘!”

새된 비명으로 공기가 나가버리자 물이 들어와 그 자리를 메웠다. 화끈거리는 물, 돌처럼 딱딱하게 아파 오는 목구멍과 입안. 그는 공기가 있던 자리를 향해 몸을 웅크리지만 이제 공기는 가버렸고 검고도 숨 막히게 처대는 물결뿐이었다. 그의 몸은 공황을 내지르고 입은 안간힘을 쓰며 벌어져 턱의 경첩이 아팠다. 물은 무자비하게도 안으로, 아래로 들이쳤다. 물과 더불어 잠시 공기가 들어와 어쩌면 맞는 방향일 수도 있는 곳에서 몸부림쳤다. 그러나 물이 그를 사로잡고 휘돌리는 바람에 공기가 있던 데라고 알던 방향이 깡그리 지워졌다. 터빈들이 귓속에서 비명을 질렀고 초록 불똥들이 중심부에서 예광탄처럼 날아갔다. 피스톤 엔진도 하나 있는데 통제를 벗어나 내달리고 전체 은하계를 뒤흔들었다. 그러던 잠시 그의 얼굴에 차가운 가면과 같이 공기와 접했고 그는 이를 야금야금 물었다. 섞인 공기와 물. 자갈처럼 그의 몸속으로 끌려 내려갔다. 근육, 신경과 혈액, 안간힘을 쓰는 두 폐, 머릿속의 기계 모두가 한순간 옛날 양식으로 작동했다. 딱딱한 물이 덩이덩이 식도에서 쿨럭거렸고 입술은 맞붙었다가 떨어졌으며 혀는 동그랗게 말리고 뇌는 네온 자국 불이 들어왔다.

-”

그러나 남자는 이런 일체 법석 뒤에 둥둥 떠서 본인의 경련하는 몸과 분리되어 놓여 있었다. 그의 앞에서 뒤섞이는 밝고 선명한 그림들은 빛에 푹 잠겨 있지만 그는 그런 것들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가 얼굴의 신경을 통제할 수 있었다면, 또는 얼굴을 생사를 오가며 그 가운데 놓인 의식의 반항적인 태도에 걸맞도록 빚어낸다면 그 얼굴은 으르렁대는 표정을 지었을 테다. 그러나 실제의 턱은 아래쪽으로 멀찍이 일그러졌고 입은 가득 차 출렁였다. 중심부로부터 날아온 초록 예광탄은 뱅뱅 돌기 시작해 원판이 되었다. 르렁대는 저 남자와는 아주 거리가 먼 목구멍은 물을 토했다가 다시 그 물을 끌어당겼다. 물의 딱딱한 응어리들이 더는 아프지 않았다. 일종의 휴전 상태이로구나, 몸의 논평이다. 얼굴은 아니어도 으르렁대었다.

심상 하나가 고정되었고 남자는 그것을 주시했다. 그가 그런 것을 못 본 지가 수 년은 넘은 지라 으르렁은 궁금증이 일어서 맹렬한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그것은 심상을 살펴보았다.

그 단지는 탁자 위에, 관측점에서 밝게 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그것은 어느 단계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단지일수도, 거의 그 얼굴에 닿을락 말락 하는 작은 단지일 수도 있었는데, 거기에는 전적으로 분리되어 있어도 조절할 수 있는 자그만 세계가 들여다보였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그 단지는 맑은 물로 거의 가득 차 있었고 유리 소상 하나가 곧추선 채 그 안에는 떠 있었다. 단지의 윗면에 덮여 있던 것은 얇은 막-하얀 고무였다. 그가 움직이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고 단지를 지켜보는 동안 멀찍이 그의 몸은 잠잠해지고 이완되었다. 이 단지의 즐거운 이유는 저 자그마한 유리 소상이 반대되는 힘들 사이에서 아주 미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막에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막 아래에 있는 공기를 압축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 공기가 물을 더 강하게 누르게 된다. 그러면 물은 소상이 갖고 있는 작은 튜브를 더 위로 압박하고, 그러면 소상이 가라앉기 시작할 것이다. 막에 가하는 압력을 달리하여 당신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저 유리 소상을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할 수가 있었다. 당신은 이렇게 중얼거린다고 치자, 지금 가라앉을지어다! 그러면 소상은 아래로 침몰할 것이다. 아래로, 아래로, 그러다 가만히 두고 누그러뜨린다. 당신은 소상이 수면을 향하게 허우적대게 만들고, 간신히 공기를 한 모금 마실 뻔한 소상을 줄기차게, 천천히 가차 없이 아래로 또 아래로 보내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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