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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the recognitions, 인식

인식 p 228~232

by 어정버정 2024. 8. 3.

 

노래 소리가 연기 사이로 스며들었다. 가수는 그룹을 위해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북돋우려 자신을 향해 노래하고 있었다. 그 갈색 땅뙈기에 누더기 달리아가 꽃을 피운다면 당연 허셸이었다. 그의 가사는 그대로였지만 곡조는 그런 제약을 받지 않았다.

 

- 나는 네덜란드 샴의 집으로 내려갈 거야, 그래, 가야지, 그래, 가고말고,

 

그는 바닥에 앉아, 동네 바보처럼 발로 장난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는 금발의 애덜라인 무슨 아무개 양에게, 맥스, 해너, 스탠리를, 자신이 직접 지은 세례명 이름을 붙여서, 소개한 이후에 자리잡은 구석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 세 사람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내 얼굴 시꺼멓게 화를 내며 애덜라인에게 정확한 이름을 알려주겠다고 아우성을 쳐대더니, 애덜라인 이름은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 그래, 가야지. (그는 매우 취해 있었다), - 그래, 가고말고.

 

미스 아무개는 방 건너편에. 그곳에서 그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었다, - 그는 꽤 멀리 가버렸네요. 오토가 말했다. 그리고 그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그가 덧붙였다.-그는 잠복성 이성애자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미안한데, 맥스의 팔께에서 노부인이 말했다. - 내 남편 봤어? 그 늙은이 분명 취했을 텐데.

- , 페들 부인, 아니 그분 전혀 취하지 않았어요. 괜찮아 보였어요. 일이 잘 풀렸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이제 상황이 훨씬 펴겠지요

- 글쎄, 그녀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 이런저런 출판하는 데는 돈이 들어, 알다시피. 그녀는 방을 훑어보았고 한편 오토는 책장으로 물러났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끼이게 되면, 오토는 종종 책을 꺼내어 들고 잠깐씩 위로 흘깃거리고 업신여기는 척하며 그 상황을 기록하곤 했다. 어느 날 저녁 그는 그런 식으로 브라반트 토마스의 꿀벌에 대하여17페이지나 읽어내려 갔었다. 지금은 그는 자신도 모르게 로버트 브라우닝을 탐독하고 있었다.

 

그래, 그들에게 우아하였다. 그들은 말을 끊고 여유를 부리곤 하며

그녀, 가면의 검은 벨벳을 깨물고 , 장검을 손가락으로 만지작대고

한편 당신은 클라비코드에 앉아서 토카타를 당당하게 연주하는 동안에?

(A Toccata of Galuppi's)

 

- , 맙소사! 아그네스 데이는 기쁨으로 비명을 질렀다. - 자기야! 그녀의 웃음소리에 습지에서 피어나는 가스처럼 걸린 연기가 싹 가시듯 걷혀, 방금 도착한 키 큰 스웨덴인 앞에서 방방거리는 그녀 모습이 엿보였다. 그녀에게 열쇠를 전해주며 그가 말했다 궤를 여는 열쇠야, 절대 잃어버리면 안 돼. 내 자신이 못 미더워서 그럴 뿐. 그야 어느 때건 걸핏하면 내가 상자를 열고 그 멋드러진 드레스와 아아아아르음다운 란제리 쪼가리들을 꺼내 입으려 들 테니까. 가끔은 그냥 입어보지 않을 수가 없어. 하지만 당신이 열쇠를 가지고 있으니 내가 굴복 못 하게 해줄 거지?

- 하지만 로마에 대해 말해봐요, 자기, 파리.

- 아주 멋드러진 귀향 여행이었지. 이보다 더 섬뜩한 건 상상도 못 할걸.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오른팔과 같은 배를 탔어! 너무 우스꽝스럽지 않아? 유물과 함께 여행하다니, 상상이나 돼? 빅토리아와 알버트가 나와 함께 갔는데. 우리가 얼마나 황당무계한 불행을 겪었는지 상상도 못할 걸. 육지에 닿았을 때 도착했을 때

-

-?

- 아편 깡통들을 말이지 그가 접착 테이프로 제 몸에 붙이려고 들었거든, 그리고 선실의 열기 때문에 당연히 터져버렸고, 사방에 그냥 다 터져버린 거야, 거기 그 사람들 깨진 깡통 조각들과 반창고들이 사방에 뒤덮였어, 빅토리아는 샤넬 병째 바닥에 떨어뜨리고 깨부수어야 했어. 그저 냄새를 덮으려고. 그녀는 여전히 참호 구강염을 앓고 있어. 교황의 반지에 키스하다가 얻었지 뭐야.

- 하지만 열쇠는 내가 어떻게 해야 돼?

- 그냥 갖고 있어. 내가 비명을 지르며 찾으러 올 때까지 잘 숨겨둬. 신나지 않아? 바로 그 똑같은 배에서, 밉살스러운 그 오른팔와 더불어, 베니스에서 내 여권을 훔친 사람을 만났어. 자신이 자신을 소개받는 일이 상상이 돼? 상상도 안 되지. 불쌍한 녀석, 그를 내 관리하에 구금해 두겠다고 했는데도 바로 감옥으로 데려가대. 내가 못 맡게 하더라고. 정말 멋드러지지 않아? 감옥 생활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많다고 들었거든.

- 언제 돌아왔어?

- 막 오늘 아침. 그리고 그들이 어떤 더러운 농간을 부렸는지 알아? 내가 거기 있는데, 루디의 아파트에 내 모든 짐을 사방에서, 여러분이 들어봤을 법한 온갖 세련된 호텔에 난 아주 앙증맞은 스티커로 도배하고 짐가방들을 그곳에 두고 왔어. 오늘 밤에 돌아왔더니 내 가방들을 모두 복도에 내놨는데, 그치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시나? 상상도 못할 걸. 그 멋드러진 라벨을 모두 뜯어내고 아주 지독하게 천박한 라벨들을 내 아름다운 가방에 붙여놨지 뭐야. 쉬레디드 휘트(Shredded Wheat) 통하고 코텍스 상자의 라벨로 그냥 뒤덮여있더라니까. 정말 비열하고 사악한 일이 아냐?

- 하지만 금요일 밤. 너는 정찬 야회복 입을 거야?

- 다시는 절대로, 절대로. 오는 뱃길에 아주 멋드러진 시칠리아 소년에게 빌려줬어. 이 소년이 그 옷을 입고 자살했고 내가 마음이 여려 옷 돌려달라는 말은 도저히 안 나오더라고

연기는 금방 다시 자리 잡았고 다시 탄로 난 손님들, 대화의 덩굴손으로 함께 짜여 들었다. 김빠진 그 소녀가 말했다. - 웨스트체스터에 사는 월스트리트 남성에 대한 추도사. 탄생과 통근(commutation 혹은 대체지불) 그리고 죽음, 그 모든 게 다

- 교미(copulation)! 스탠리가 분개로 목청껏 질러, 그녀가 벌어들인 천식 같은 웃음보를 끊었다. 그는 소파에 있는 소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 이런 스탠리야, 그 아래 의자에서 올려다보고 아그네스 데이는 꾸짖고, 그의 얼굴을 향해 어루만지듯 하얀 손톱 가지들을 내밀었다. 그러나 봉헌된 정신이 부랑하는 마음을 한편으로 밀어냈다. - “탄생과 교미, 그리고 죽음이라고, 그는 불경스러운 소녀에게 말했다.

- 하지만 농담하는 거잖아, 자기야, 아그네스 데이가 부들거리는 그의 턱에 손을 대며 말했다.

 

먼지와 재!” 그래서 당신은 이를 삐걱거리고 나는 심장이 꾸짖기를 원한다.

아리따운 죽은 여자들이여, 그런 머리카락 역시-그들 가슴에 늘어뜨리고

빗질하던 데 쓰던, 모든 금은 어떻게 되었는가?

 

오토는 막스의 눈을 피해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소파에 숨어 그녀는, 갑자기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눈치채지 못한 척 손가락 아래로 몇 페이지를 흘려보내고는 계속했다.

 

그는 오늘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숨이 턱 막아버릴 수도 있는 것을,

젊음을 받쳐 잃고, 나이를 품을 얼굴,

꿈을 안고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얼굴.

 

그리고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의 모습에 그는 깜짝 놀랐다.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수다스럽게 떠드는 동안 거의 미소만 띤 채 입술은 꽉 다물고 침묵하였고, 다른 모든 이들이 움찔거리며 자세를 바꿀 때 그녀의 몸은 가만히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 자신만 의식하였다. 소파에 홀로, 그리고 그 그림 속 여인처럼 방 안에 홀로, 공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등을 돌려도 그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녀의 침묵이 그를 다시 돌아보게, 질문할지 대답할지 몰라도, 그를 끌어당겼다. 오토는 책을 다시 책장에 꽂고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트위드 팔이 그의 어깨를 감쌌다. 옆에서 누군가 말을 하고 있었다 - 브루클린에 이런 짓을 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경찰에 잡혔지 아마. 그녀는 200달러를 매겼어.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 이게 그녀가 처음 해보는 건가? 두 달을 넘겨 이런 일 마냥 끌어서는 안돼. - 그녀는 뭔가 부업으로 챙길 수도 있지, - 요즘은 모유를 1온스에 2달러씩 받아.

- 아주 사람들이 잔혹하네, 누군가 우리를 소개하지 않다니. 트위드 팔의 주인이 말했다. 오토가 팔을 풀고 나와 다시 출발하자, 다른 그룹의 누군가가 말했다. - 그녀가 전에는 이렇게 엉망인 곳을 와본 적 없다니 놀라워.

연기와 서로 부딪히는 엉덩이와 헛된 말들 사이를 뚫고 그가 도착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 - 뭐 좀 가져다드릴까요?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담배갑을 꺼내들었던 그는 마지막 남은 담배를 끼워 물었다. 입술이 말라 있었다. - 오 미안해요, 마지막이에요. 그는 불을 붙이려고 애쓰다가 당황해서 말했다. -오 미안해요, 내가 미처그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배를 그녀 쪽으로 내밀며 서 있었다.

- 저도 한 대 피웠으면 해요. 그녀가 말했다.

- 하지만 전여기, 이거 받아요. 그는 예사로운 꾸밈새를 잊었다, 눈썹을 치켜 올리고, 입술을 축이고, 살짝 입술을 벌이고, 해야 하는데, 그의 입은 마르고 손바닥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 미안해요. 제가 하나 가져다드릴게요.

- 아니요, 제가 좀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말하고 그녀는 바닥에 놓인 가방에 손을 뻗었다. - 제 이름은 에즈미에요. 담배를 들고 똑바로 앉으며 그녀가 말했다.

- . 그래요? 오토는 한 손으로 작은 성냥 상자를 열려고 고투를 벌였다. 그녀는 성냥불 켜는 그를 도우며, 그 너머 방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큰 눈은 갸름한 얼굴의 움푹 들어간 굴곡으로, 그 아름다움이 더욱 도드라졌다. 그가 찾던 이미지는 그 표면 위에 부유하듯 떠서 팽창하고, 잠겨버리고 사라져 버렸다.

- 그래요, 당신은요?

- ? 오 제 이름은 오토입니다, 그가 말했다. 젊음을 받쳐 잃고, 나이를 품을 얼굴, 꿈을 안고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얼굴

- 하지만 앉으시지 그래요?

그는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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