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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검은 선체가 바다의 위험성을 가리키는 기념비처럼, 그 아래로 너울치는 흥겨운 파도와는 아무런 뚜렷한 관련이 없이, 그들 위로 솟아 있었다.
부두에는 비어있는 택시들 네댓이 깊이 부두에 줄지어 서 있었고, 반짝이는 검정 플러그 모자를 쓴 운전사들은 군중이 즐거운 항해를 빌며 잘 가라 흔드는 손을 거두고 한 명씩 다시 내륙으로 얼굴을 돌리기를, 이 짧은 한 시간을 앗아간 그 날을 향해 육지로 돌아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길 떠나는 거예요, 케이트, 눈 깜짝할 새 돌아와요.”
“최근 소식으로, 네 오랜 친구 R. 윌셔 바이브가 친절하게도 오디션을 엮어 줘서 갔는데, 이제 막 회신이 왔으니, 어쩌면—”
“무슨 말인지 아니까 말 꺼내지 마세요! 정말 소름 끼치는 소식이에요!”
케이티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뭐, 그 늙은 R.W.는 그렇게 나쁘지 않아...”
“케이티 맥디봇. 젊은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정말 망측하지 않나요—”
하지만 배의 경적이 뼛속들이 깊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고, 그 울음 소리에 부두에서 출항 전 자잘한 수다들이 모두 멈췄다.
케이티는 여객선이 후진하고 방향을 틀어 복잡한 항구의 문제들 속으로 점점 작아지기 시작할 때까지 머물렀다. 그녀는 사람이 탄 거대한 부표들, 공무상 선박, 강 중류 검문소들 사이에서 보낼 시간들을 상상했다. 부모님은 다른 사람들처럼 코브(아일랜드 대형 여객선의 출항지)에서 배를 타고 떠났지만, 케이티는 이후에 태어나 바다에 나가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이 미래를 향해, 알 수 없는 사후 세계의 형상을 향해 항해를 했다고 하면, 그 반대 방향인 댈리의 여정은 무엇일까? 죽음과 심판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일종의 석방일까? 케이티는 생각에 잠겨 양산을 빙빙 돌렸다. 한둘 택시 기사들이 감탄 어린 눈으로 케이티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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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스와 댈리가 멀리 대양에 들어가고 나서야, 마치 비-인간적으로 광활한 바다로부터, 어느 쪽도 말하거나 귀 기울이는 일이 허락이라도 된 것처럼, 사이가 나아졌다.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산책용 갑판을 천천히 거닐었고, 이따금 바닷바람에 모자의 깃털이 불안하게 뒤흔들리는 승객들에게 고갯짓 인사를 하고, 쟁반 가득 든 승무원은 비켜주었다… 굴뚝은 위를 향해 바람 쪽으로 기울어졌고, 안테나 선은 노래를 불렀다…
“분명 충격으로 다가왔을 거야.”
“글쎄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아마 그렇게 크지 않았는지도.”
“메를은 여전히 똑같아, 알겠지만.”
“네엡, 물론, 그건 항상 장단이 뒤섞인 축복이었어요.”
“자, 달리아—”
“그리고 엄마도, 엄마도 아버지와 똑같이 말해요.”
어머니는 잠시 말이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법이야. 묘지에서 가진 재산이라고는 일이 달러 지니고 유클리드 거리를 따라 다시 내려오는데, 갑자기 메를이 낡고 정신없는 마차를 타고 다가와서 태워다 줄까냐고 물었어. 마치 내가 잠깐 들를 줄 알고 바로 딱 그 골목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상복 입은 여자들을 유달리 좋아하나 보죠?” 얼리스는 그때 궁금증을 입 밖 큰 소리로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있으면 아주 깜깜한데 걸어가고 있잖아요. 다른 뜻은 없었어요.”
공중에 원유 냄새가 났다. 여름의 첫 바퀴를 모는 사람들, 밝은 스웨터와 모자, 줄무늬 양말을 신고 탠덤 자전거를 타고 거대한 고가교를 따라 대대 병력 수준으로 활기차게 씽씽 달렸다. 자전거는 그해 도시 전체에 대유행인 듯했다. 자전거 종소리가 쉴 새 없이, 대량으로 합창을 하며 울려 퍼지며 고르지 못한 온갖 종류의 화음을 자아내었고, 어째 더 고운 질감이긴 해도, 일요일 교회 종소리만큼 시끄러웠다. 난폭한 놈들이 술집 문을 들락날락하였고, 가끔 창문으로 드나들었다. 느릅나무는 마당과 거리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데, 클리블랜드에 아직 느릅나무가 있던 시절의 느릅나무 숲은 산들바람의 흐름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부잣집 저택을 둘러싼 철제 난간, 흰 클로버로 가득한 길가 도랑, 일찍 시작해서 늦게까지 머무는 노을이 점점 화려하게 무르익었고 그녀와 메를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노을을 바라보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것 좀 바라보세요!” 그녀는 서쪽을 가로질러 검은색 크레이프 소매로 쓸었다. “제가 어렸을 때 봤던 석양들처럼.”
“기억납니다. 동인도 제도 어딘가에서 화산이 폭발해서 먼지와 재가 하늘 높이, 모든 색깔을 바꾸며 떠 있있는데, 그게 몇 년 동안 계속됐지요.”
“그 크라카토아.” 그녀는 마치 아이 이야기 속 생물인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쇼티라고, 내가 잠깐 같이 어울려 다니던 배의 요리사가, 거기 있었어요—뭐, 바람 부는 방향으로 몇백 마일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거리는 중요하지 않게, 마치 세상의 종말 같았다고 합니다.”
“저는 일몰이 항상 딱 저런 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는 모든 아이들이 다. 한동안 일몰이 다시 평범해지기 전까지는 우리는 다들 그렇게 믿었죠. 그러다가 우리 잘못 탓인가 했어요. 자라는 일과 관련되어 그런가, 어쩌면 다른 모든 것도 그렇게 바라간다고… 버트가 저에게 청혼했을 때쯤에는 제가 얼마나 이러든 저러든 크게 관심 두지 않는지 알고 나자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고 실망스럽지도 않았어요. 그런 식으로 망인에 대해 이야기해서는 안 되겠지만.”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어린아이인데.”
“새 안경 사시는 게 좋겠어요, 노인 양반.”
“아, 늙고 지친 심정이겠지요, 당연히.” 그녀가 그의 옆자리에 자리 잡고 안자, 불룩한 미망인의 의장 밖으로 깔끔하게 임신한 허리선이 드러났다. 그 모습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애 예정일이 언제에요?”
“연초 무렵일 거예요. 누가 딸이라고 했어요?”
“손 한번 봅시다.” 그녀는 손바닥을 위로 하고 손을 내밀었다. “맞아요. 딱 딸이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다, 아시겠죠. 그건 아들입니다.”
“집시식 말투. 이 마차 겉모습으로 짐작했어야 했는데.”
“오, 두고 보시죠. 자. 원하시면 돈을 조금 걸어도 되고.”
“그렇게나 오래 계실 계획인가요?”
그렇게 일이 주선되었는데, 당시 둘 다 눈치채지 못했지만 눈 깜짝할 새였다.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곤란한 시간에 도보로 혼자 뭘 하고 있었는지 물어본 적은 없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한참 후에 그에게 털어놓았다. 파로 빚, 로다넘(아편 팅크), 위스키 입가심용으로 또 로다넘, 악성 대출, 그리고 더 악랄한 채권자들, 버트의 가족 프로스펙트 애비뉴의 스나이델 가문, 특히나 그녀와 같은 공간에 숨쉬는 것도 끔찍해하는 자매들, 클리블랜드 규모로 확대된 소도시의 비탄의 목록 메를은 몇 년 동안 순회를 하며 분명 한두 번쯤 마주쳤을 테지만, 이해심 깊게 나란히 앉아 메를의 제안을 오해하지 않을 만큼 진정될 때까지, 그녀가 조목조목 자세히 다 털어놓도록 두었다.
“유클리드 애비뉴 저택은 아닐 겁니다. 이미 알아봤겠지만, 그래도 훈훈하고 튼튼하게 지어졌어요. 제가 직접 디자인한 판 용수철 서스펜션이 있어서 마치 구름에 오른 듯할 겁니다.”
“물론이죠. 천사이다 보니 그런 것쯤 익숙합니다.” 하지만 불타는 듯이 폭발하던 어린 시절 붉은 하늘의 가장 밝은 부분이 이제 그녀의 얼굴 바로 뒤에 있었고, 머리카락 일부가 흐트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의 시선에서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충분히 감지가 되었고, 두 사람은 침묵에 빠졌다.
그는 웨스트 사이드에 공터를 빌려 쓰고 있었다. 그는 스탠다드 등유 공장에서 난 잉여 기름을 태워 작은 석유 난로 위 수프 탕관으로 몸을 데웠다. 저녁 식사 후 그들은 플랫츠 둔치 건너편을 바라보며, 수 킬로미터에 걸쳐 쿠야호가 강의 굽이굽이를 따라 가스등, 지나다니는 증기선 불빛과 주조공장의 도가니 불빛들이 반사되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마치 하늘을 내려다보는 것 같아요.” 그녀는 긴 하루로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눈을 붙이는 게 좋겠는데요.” 메를이 말했다. “당신과 저기 당신 친구.”
마차를 두고 하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녀는 나중에 이제껏 잤던 어디보다, 어쩌면 그 이후로, 거기서 더 편안하게 잠을 잤다고 기억했다. 날씨는 여전히 자비로워서 메를은 막대기 위에 방수포를 얹고 침낭을 깔고 밖에서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밤에는 그녀가 굳이 따져 묻지 않은 일종의 문제를 일으키러 마을에 가서, 해가 뜬지 한참 지나서야 돌아왔다… 가을이 슬슬 다가오기 시작하자, 그들은 남쪽으로 향해, 켄터키를 거쳐 테네시로 내려갔다. 달라지는 계절을 앞서가며 그녀가 들어본 적도 없는 마을에 머물렀고, 항상 그가 아는 사람,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 줄 만한 형제 장인과 함께였다. 일자리란 게 전차 케이블을 연결하는 일에서 우물을 파는 것까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힘든 시기에도 어떻게든 일자리가 있으리라는 가능성에 마음이 놓이자마자 그녀는 좀 더 차분하게 앉아 걱정을 슬며시 다른 곳으로 접어두고 태어날 아기에게 온전히 주의를 기울였다. 하루는 아주 명확하게 “물론 그 아기는 그냥 '여자아이'가 아니라 네가 되겠지, 댈리, 나는 밤마다 네 꿈을 꾸었어, 네 작은 얼굴, 정확히 네 얼굴을 꿈꿨어, 그리고 네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이미 너를 알았어. 너는 그 꿈 속의 아기였어… .” 이해를 하고서.
“아니. 아니, 댈리, 돌아와서 널 데리러 가려고 했어.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메를이 기다리지 않고 너랑 바로 떠나버렸어. 어디로 가는지 말도 없이.”
“다 그 사람 탓이죠. 허.”
“아니, 루카도 꾸물거리며 늑장을 피웠어… ‘그래, 우리 그럴 수 있지,’ 말만 하고, ‘우리 그러자’가 아니라 하지만—”
“오, 그럼 모두 다 그 사람 탓이었군요.”
가늘게 미소로 고개를 젓고. “무자비, 무자비해, 이건 아냐.”
소녀는 그녀에게 거짓으로 활짝 미소 지었지만, 그 이상의 적의는 느껴지지 않고, 얼리스가 무엇을 두고 아이가 여전히 용서하지 못할지 하나하나 헤아려 보는 일은 허용하였다.
“속이려 들지 않을게. 루카 좀비니가 나타났을 때 그는 내 인생 최초의 진정한 열정이었어. 어떻게 그런 일에 거절할 수 있겠어? 메를과 함께일 때, 그래, 욕망의 순간들이 우리를 기습적으로 찾아들었지. 그는 공정하게 말해서, 임신한 젊은 과부에게 자신의 주장만 밀어붙이는 일을 주저했다고 해야 할까. 예의를 차렸다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으로. 내 추측에 다소 비통하지 않았을까 해.”
“그래서 엄마하고 루카는 서로 눈 맞자마자 미친 듯이 빠졌구요.”
“그런 점에서, 아직 그래—”
“뭐요. 그럼 두 사람—”
“흐음, 흐음, 흠,” 얼리스는 사람 마음 눅이는 깊은 눈빛으로 내림차순 단3화음으로 노래했다.
"그리고 어린 아기들은 그런 일에 큰 지장을 주는 편이죠, 확실히 그랬겠죠.”
“하지만, 우리가 너무나도 일찍 알게 되었으니까, 그렇지 않았다는 점만 빼면. 그리고 해가 갈수록 네가 점점 더 그리워졌지. 네 형제자매들은 네 주위에 모두 둘러싸고 있어야 되는데, 그리고 난 너무 무서웠어—”
“뭐가요?”
“달리아, 네가. 아마 나는 견딜 수 없었을 거야 혹시라도—”
“왜 그러세요, 제가 어쩌겠어요? 권총이라도 꺼내 들까 봐?”
“오, 아가,” 댈리는 그때 들린 숨넘어 가듯 컥컥대는 트레블(최고 음역)은 미처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 소리가 마치 자책을-댈리는 안 하느니보다 늦는 게 낫다고 추정했지만-드러내는, 어쩌면 비애까지도 드러내는 것 같았다. “너는 내게서 뭐든 원하면 차지해도 된다는 거 알잖아. 내가 그럴 처지가 아니야—”
“알아요. 하지만 메를은 제가 약점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런 이유로 잠깐 들러 인사하고 다시 제 길 가는 일 이상으로 뭘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랬겠지. 내가 널 그렇게 두고 온 그대로 갚아주러. 오, 댈리."
소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아래로 비스듬히 숙였고 머리카락이 뺨을 따라 앞으로 쓸었다. “어쨌든 알고 보니 완전히 달랐어요.”
“네 생각보다 더 심했지.”
“있잖아요, 저는… 스벤갈리 같은? 망토를 두른 인물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그가 최면을 걸어 얼간이처럼 정신이 몽롱하고…”
“루카가?” 댈리는 엄마가 낄낄거리리라고 알았지만, 아주 구경거리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냥 뭔가 싶어 뒷걸음질로 한동안 서성이며 산책했다. 얼리스가 숨을 고를 정도가 되자, “네가 너 망신을 주는구나, 댈리.”
“내가 하려던 말은, 정말 이상하게도 그를 보면 자꾸 아빠가, 메를이 떠오른다는 거예요.”
“내가 하려던 말은, 정말 이상하게도 그를 보면 자꾸 아빠가, 메를이 떠오른다는 거예요.”
“아빠라고 해도 된다.” 여전히 얼굴을 붉히고 눈을 온통 반짝이며. “어쩌면 난 그저 화려하고 늙은 조수일 뿐인지도 모르지, 안 그러니? 항상 저주를 받아 이런저런 마술사 품에 안기며 떠도는?”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식당 직원들 파견대가 배의 온실에서 카네이션, 월계화, 코스모스를 한 아름씩 가득 들고 발을 서두르며 나왔다. 승무원들은 갑판을 따라 벨벳을 덧댄 징채로 작은 징을 두드리며 살금살금 걸어 다녔다. 조리실 환풍구에서 요리 냄새가 스물스물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딸은 서로 허리에 팔을 두른 채 선미 난간 옆에 서 있었다. “저기 일몰이 나쁘지 않네.” 얼리스가 말했다.
“꽤 예쁘네요. 어딘가 또 화산이 터졌나 봐요.”
저녁 식사 전, 댈리가 어머니 머리 다듬는 일을 도와주는데 얼리스가 우연찮게 물었다. “식당객실에서 계속 널 쳐다보는 그 젊은이 어떠니?”
“그게 언제였어요?”
“미스 순진한 어린 양.”
“제가 어떻게 알아요? 걔가 눈 휘둥그레 쳐다보던 사람이 브리아가 아니었는지 확실해요?”
“알아보고 싶지 않아?”
“왜요? 이 스카우(대형짐배)에서 일주일이면 다 끝나는데.”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네.”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네.”
댈리는 지평선의 강철 같은 날에 매료된 척했다. 그것 봐라, 어떻게 모를 수 있나? 당연히 그녀 엄마는 바로 간파를 했던 거다. 그를 어떻게 잊는단 말인가? 언제쯤이면 그를 잊기 시작하게 되려나? 다 속임수 함정 질문들이다. 그녀가 R. 윌셔 바이브의 무도회장에 돌아가 그 첫 중대한 눈길을 받으면 좋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예일 학생이야. 수학을 공부하러 독일로 건너가는 중이야.”
“와아, 딱 제 취향이네요.”
“그는 네가 콧대 높아 그를 얕보고 있다고 생각해.”
“오, 저 일라이(예일 졸업생들) 놈들은. 능변이라 말상대로는 좋아요. 얕보는 일은 그 사람들이 창안했죠. 잠깐, 잠깐, 그가 뭘 하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엄마? 나에 대해 얘기했어요? 저 무슨…”
“일라이하고.”
“저도 엄마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막 들기 시작하네.”
틀림없이 이건 단순히 놀리려는 의도 이상이다. 그렇지 않은가? 얼리스는 소녀를 향해 말똥말똥 궁금증을 담고 눈을 비꼈다.
일등객실 식당은 야자수, 양치류, 꽃이 핀 모과나무로 가득했다. 컷글라스 무늬 샹들리에. 20인조 오케스트라가 오페레타 노래들을 연주했다. 각 물잔은 440A음에 맞춰 주조되었고, 샴페인 잔은 한 옥타브 높게 주조되어 있었다. 오케스트라는 조율을 할 때, 전통적으로 손님들에게 빈 잔 가장자리를 두드리라고 부추겼는데, 그래서 식사 직전에는 기분 좋게 반짝이는 차임벨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복도로 흩어졌다.
4등칸은 유리-내리닫이틀로 된 아주 얇은 칸막이로만 노천갑판과 분리되어 있었다. 기차 객차처럼 공간이 길고 좁았고, 벤치 좌석이 줄지어 있었고, 짐을 올려놓을 수 있는 머리 위 시렁이 있었다. 다른 등급과 마찬가지로 남승무원들이 있어서, 스투펜디카(Stupendica) 휘장이 새겨진 담요, 머그잔에 담긴 트리에스테산 커피, 여러 언어의 신문, 비엔나 페이스트리, 숙취에 시달리는 머리에 얹을 얼음주머니를 가져왔다. 4등칸에 타고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는 미국 학생들은 모조리 정기적으로 살롱에 모여 담배를 피우고 서로 모욕을 가했다. 킷은 두세 층 위, 높은 굴뚝 앞쪽에 있는 대궐 같은 자신의 숙소보다 이곳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와 거의 유일한 다른 수학자가 루트 터브스미스였는데, 푹스, 슈바르츠,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담고 있는 대칭군 지표를 위한 공식을 발명하고 독일에서 가장 완벽한 강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 전설적인 프로베니우스와 면학하기 위해 베를린 대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루트는 브라운 대학교에서 매닝 교수 밑에서 수학한 후 4차원 기하학을 전공하기로 결정했다. 예일대 수학과와는 달리 브라운 대학교에서는 4원수를 가르쳤지만, 언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키트는 루트가 쾌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너무 술 마시기 좋아한다 싶기는 해도, 키트처럼 마르세유에 상륙할 계획이었다.
루트는 오늘 밤 일등객실 그의 손님이었고, 안내받은 자리에 그들이 앉고 루트가 와인 리스트에 바쁘던 순간, 킷은 다시 살롱 건너편에 아주 도드라지는 빨간 머리의 젊은 여성을 저도 모르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대거 이탈리아 공연단과 함께 막 들어왔고, 아이들은 이미 은식기로 반짝이는 끄트머리와 갈래에 다치는 일을 기특하게 피하며, 저글링을 시작했고, 다른 아이들은 날창날창한 막대 끝에 동인도식으로 접시를 돌리고 있었다. 웨이터, 소믈리에, 그리고 다른 식사시간 직원들이 못마땅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격려하고, 곧 높은 수준의 전문가적 기술로 해내는 다양한 묘기의 기량에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흘리거나 떨어뜨리거나 부서지지 않았고, 꽃과 새들, 그리고 실크 스카프가 허공에서 나왔다. 선장은 자기 테이블에서 일어나 가족과 합석했다. 이들의 가장은 상냥하게 귀 뒤로 손을 뻗어 거품이 그대로 이는 샴페인이 가득한 잔을 꺼냈고, 저녁식사 시간 오케스트라는 빠른 타란텔라 춤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젊은 여인은 순식간에 그곳에 있기도 하고 또 다른 어딘가에 있기도 했다. 키트가 알기로 어딘가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기억 한구석이 간질간질했다. 아니, 그보다 좀 더 초자연적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알고 있었다. 마치 한때 꿈에서 본 것 같이…
눈은 물론이요 코까지 외면하는, 대상이 마치 상대방의 외모라기보다 냄새라고 무관심한 척 보이기 싶은 바람에 시선을 피하는 평범한 깁슨 형 미인(깁슨의 일러스트레이션에 등장하는 20세기 초반 이상적이고 유행에 따르는 미인의 대명사)과 달리, 댈리는 빤히 쳐다보는 일을, 전혀 관심 없는 사람에게도 시선 돌리는 법을 몰랐다. 비록 지금 그런 경우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겠지만.
그는 매력적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에 본 적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잘못 안 게 아니라면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R. 윌셔 바이브 거주지에서. 그 기묘한 황혼녘 사교 모임에서 뵀죠?”
“그런 비슷한 곳일 줄 알았어요.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같이 있었죠.”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말을 듣는 일은 늘 반가워요. 제 친구 이름은 케이티인데, 이런 말하기에 좀 늦었지만, 당신 부채꼴 선미에서 뛰어내려 뉴욕으로 헤엄쳐 돌아가서 케이티를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키트는 선 자리에 댄스뮤직에 조금 흔들리며 서서 공손하게 눈을 깜빡였다.
“그래요 그리고 예일 대학교 말이 나와서 말인데, 혹시 물어봐도 괜찮으시다면 —같은 반에 트래버스가 또 있나요?”
“제가 유일한 줄로 아는데요.”
“콜로라도 남서부에 혹시 형제 있지 않아요, 아마 프랭크라고?”
대답 대신 지은 표정은 놀란 기색이라기보다는 즉시 경계하는 기색이었다.
“당신은… 거기 근처 출신인가요?”
“거쳐 갔죠. 거기 두어 달 있었는데, 몇 년 된 것 같았어요. 별로 그립지는 않아요. 당신은 어때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없어 섭섭하지 않아할 걸요.” 둘 다 서로 기만은 치웠다.
“프랭크 형은 어떻게 지내요?”
“마지막으로 봤을 때 텔루라이드를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는데. 다 자기 의지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싹싹하게 코웃음을 쳤다. “맞는 말처럼 들리네요.”
“그가 당신을 꼭 찾아가 보라고 했어요.”
보이지 않는 모자를 살짝 숙이며, “찾은 것 같은데요.” 그러고는 침묵에 빠졌는데 너무 오래간다 싶게 이어졌다.
성격 좋고 꽤 매력적이다, 자신의 머릿속에 아주 깊이 잠겨 있지 않을 때는. “저기요, 트래버스 씨? 선생님? 제가 발끈하거나 졸도나 그런 짓을 할 수 있는데, 혹시 도움이 되려나요?”
그 말에 뒤늦게나마 카우보이가 그녀로서는 적어도 익숙한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댈리로서는 그 외 다른 것도 모두 그렇지만 그의 푸른빛 눈동자가 기분 좋구나, 알아차릴 만큼의 시간이었다. 망할 그 옛날 (파란) 로벨리아들이 저기 있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좀비니 가족은 이미 오래전에 저녁을 먹고 자리를 떠났다. 오케스트라는 빅터 허버트와 볼프-페라리의 음악으로 돌아갔고, 춤추는 사람들이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가요.”
그는 그녀를 별빛 가득한 스투펜디카의 산책용 갑판으로 이끌었다. 달빛 아래 켜켜이 높은 구름의 윤곽이 드러날 정도 밝았다. 난간을 왔다 갔다 하는 커플들은 오로지 등뒤에서 껴안을 일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현창을 통해 쏟아진 전기 불빛에 그의 얼굴이 흐릿하게 어둑해 마치 수수께끼 같은 얼룩이 졌다. 어딘가 다른 곳에 그리고 수하물에 다른 비통함을 지닌 또 다른 젊은이라면, 고백의 말을 자아내려고, 적어도 키스를 하려고 고심하고 있다고 했겠지만. 댈리는 마치 보드빌 막간에 퍼부을 준비가 된 셀처(탄산수) 병처럼 느껴졌다. 결단코 분명 사람들이 말하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니 그런 것 아니리라. 두 번째니까.
“저기, 프랭크 형이 가족들 상황에 대해 많이 말해줬어요?”
“그가 찾고 있던 사내들이 몇이 있다고. 그 사람하고 당신 형, 다른 형, 파로 딜러, 그 사람이 텔루라이드에 있다가 떠났는데, 아무도 어디 있는지 몰랐어요. 프랭크는 누군가 그를 찾고 있다고 해서 엄청 걱정하고 있었어요.”
“허, 프랭크 치고는 말을 많이 했네, 당신을 괜찮다고 믿었나 보군요.”
그녀는 거짓되게 미소를 지었다. 곤경에 빠진 사람은 보통 저녁 식후 동행으로 제일 가는 그녀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녀가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아는 것도 아니지않는가?
“난 저 두 얼간이를 사랑해,” 그의 속삭임이 점점 더 열정적으로 커졌다. “내 형제들이 그래, 그들은 날 보호하려고 애를 쓰지만, 내가 깊숙이 빠져 있는 줄을, 주체 못할 정도로 얽매여 있는 줄은 몰라요. 이 모든 게—" 그는 손으로 배, 오케스트라, 밤 풍경으로 휘두르며, “내 등에 걸친 정장을 사고 지불을 한 게 다 같은 은행 계좌에서 난 —”
“이걸 나한테 꼭 말해야 하나요?” 다목적용 동그란 눈을 뜨고 물었다. 뉴욕에서 무슨 말을 하나 고민하며 시간 벌 때, 배워서 사용하는 표정이었다.
“네 말이 맞아. 어린 사람한테는 살짝 좀 너무 진지할 수도—”
“‘어린 사람’?” 정중한 관심을 가장하고. “당신 나이가 어떻게 되더라, 루벤(촌놈), 누굴 그렇게 부르다니? 사람들이 당신 마당에 내보다니 아주 놀랄 판인데.”
“아, 얼굴 보고 속지 마. 난 나이 비해 꽤 영리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건 마찬가지죠.”
“20분 전까지만 해도 난 그냥 문라이트 베이를 따라 항해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든 일에서 떠나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그런데 네가 불쑥 등장해서, 프랭크니 뭐니, 그리고 혹시 위험한 일이 생기면 널 그 안에 휘말려 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거겠지.”
“그 문제에 차라리 혼자 맞서는 게 낫겠죠, 아무렴. 공사다망한 옴브레(사내).”
“당신은 몰라, 미스. 한 발만 잘못 디뎌도 만사 끝장이야.” 그는 상상 속 모자챙을 툭 만지고 그렇게 금세 사라져 버렸다.
“루카가 지팡이를 휘둘러 버리는 게 나을 것을.” 얼리스에게 말했다. “엄밀히 애인감은 아니었어요, 엄마.”
“성미가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편이라고 할 수도 있지.”
“콜로라도에서 내가 뭘 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도통 모르겠어요. 큰 골칫거리고, 꽤 심각한 문제라는 것만 빼고.”
“허. 네가 잘 가려내면 되지.”
“제가요! 그 사람에게 저를 떠다민 건 엄마잖아요—”
하지만 얼리스는 그저 웃으며 소녀의 긴 머리카락을 한번에 조금씩, 다시 또 다시 얼굴에서 쓸어 넘겼다. 마치 그 단순한 행위, 손가락 아래 느껴지는 댈리의 머리카락, 뜨개질처럼 반복을 그저 즐기는 것처럼, 끝이 없을 것 같은 과업이었다… 댈리는 도취된 듯 멍하니 앉아 귀를 기울이고, 귀를 기울이지 않고, 이 모든 게 영원히 계속되기를, 어딘가 다른 곳에 있기를 바랐다… .
“넌 거듭거듭 사람 놀라게 하지, 댈리.”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어쨌든 어떤 연유로든 메를에게 감사 해야겠지.”
“어째서요?”
“이 정도까지 자란 너를 봐서.” 그녀는 천천히, 생각에 잠겨 소녀를 폭 감싸안았다.
“또 수도꼭지 트는 거예요, 우리?”
“참았다가 나중에 해도 된다.”
“어머니로서의 희생. 어디선가 그런 말 들은 적 있긴 하죠.”
“음, 정말 얼이 빠졌네, 빠졌어.” 브리아가 말했다.
“내가 꽤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
“대학생들치고는 조금 어리지 않아?”
댈리는 현창 밖으로 자신의 무릎을 바라보다, 재밌어하는 브리아의 작은 얼굴을 재빨리 돌아보았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어, 브리. 뉴욕 파티에서 그 사람을 딱 한 번 봤는데, 사실 너도 거기 있었어. 사람들에게 칼을 던지면서, 당시에 그를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는데, 지금 또 그가 다시 있네. 뭔가 의미 깊은 일이겠지, 안 그래?”
“그럼, 이제 언니가 그를 두 번 봤다는 뜻이지.”
“오, 브리, 가망 없어.”
“내 말 들어봐. 그 친구에 대해 알아봐. 키 작은 금발 남자 저녁시간 내내 항상 술만 마시면서 술에 곤드라지지 않던 사람.”
“루트 터브스미스, 브라운 대학 막 졸업한 사람.”
“무얼 할 작정이래?”
“문필업은 아니야. 대학 일로. 그는 또 다른 수학 똑똑이야.”
“숫자에 머리가 있다고, 쇼핑할 때 같이 데려가면 유용하겠는데, 어디 보자 딱 내 취향이야.”
“브리아 좀비니. 부끄러운 줄 알아.”
“요즘은 아냐. 나 좀 엮어줄래?”
“하. 알겠어. 네가 샤프롱으로 동행하긴 하지.”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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