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뚜껑 Bottle cap
page 40-41 (2 페이지가 끝) /The coast of Chicago/Stuart Dybek
매일 나는 맥주병에서 떨어져나온 뚜껑을 수집하곤 했다. 이른 아침 나는 쇼핑백을 들고 골목들을 돌아다녔다. 그 길에서 자욱히 들끓는 파리들 사이에서 쓰레기를 뒤지는 늙은 여자들과 부랑인들을 보았다. 온갖 종류의 수집가들이 골목에는 득시글거렸다. 폐품 수집가, 보증금 병 수집가들, 다른 사람의 휠 캡 수집가들. 내 경로를 순회를 하며, 병뚜껑들이 눅눅하게 갈라진 후줄근한 봉투에서 쏟아져 나오는 술집들 뒤편에서 멈췄다. 짤랑거리며, 번쩍이는 더미들에 여전히 맥주가 묻어있고 어젯밤의 담뱃재가 엉겨있었다.
나는 이들을 호스 물로 씻어 내리고 커피 깡통에 담아두었다. 주말에 이들 병뚜껑을 줄을 세워 브랜드 간에 대회를 열었다. 기본적으로는 파란색 리본이 달린 팝스트, 버드와 밀러, 3자간 경쟁이었다. 블래츠와 쉴리츠도 아주 뒤처지진 않았다.
이런 놀이는 금방 지쳤다. 내가 계속 모아들였던 병뚜껑들은 진기하고 이국적인 것들이었다. 에델바이스, 유세이 필스너, 칼링의 블랙 레이블과 그에 딸린 뚜껑. 저쪽 거리 아래 양조장에서 난 모나크, 피시즈 오브 에잇(옛 스페인 은화 달러)을 닮은 황금색 뚜껑이었고, 내가 특히나 좋아하던 마이스터 브라우 복은 각 뚜껑에 숫양 머리 원형 초상화가 들었다.
7월이 되자 너무 많아 셀 수도 없었다. 지하실에 쟁여놓은 커피 통에서 금속 냄새가, 발효한 몰트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어머니가 알아채실까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에게 내가 폴리오 균을 발효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모으는 일은 지속되어 더욱 많이 병뚜껑을 비축하였다. 이제는 이들이 거의 아름다워 보일 지경이었다. 어떤 것은 플라스틱으로 안을 대어놓고, 어떤 것은 포일로 대어놓았구나 하는 데에 정신이 팔렸다. 보다보니 오직 외국산 뚜껑들만 어떻게 코르개로 속을 댄 것을 알았다. 병따개로 심하게 망가진 뚜껑들은 우그러진 데를 두드려 폈다. 친구들이 자전거 바퀴살을 장식하겠다고 병뚜껑을 구걸했지만 거절했다.
어느 오후 나는 지하실에 주머니에 내 병뚜껑을 쑤셔 넣고 있던 남동생을 붙잡았다.
‘너 대체 뭐하는 짓이야?’ 내가 캐물었다.
처음에 그는 대답을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의 티셔츠로 붙잡고서, 그의 목 주변으로 그러모아, 숨구멍에 옹이가 지게 천천히 틀어쥐었다.
그는 나를 뒷마당으로 이끌고 가, 기름 헛간 뒤편 해 안 드는 땅뙈기를 가리켰다. 내가 둘러보는 곳곳마다 반쯤 묻힌 내 병뚜껑이 보였다. 깔쭉한 뚜껑 가장자리들이 옷핀 십자가와 색깔 유리 파편들 사이로 삐죽 솟아있었다.
‘저것들을 묘비로 썼어. 내 곤충 공동묘지에.’ 동생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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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자 Cat woman
루터 거리에 고양이 여자라고 하는 늙은 부즈카(buzka)가 있었다. 고양이를 키워서가 아니라 이웃의 넘쳐나는 새끼고양이를 처리해주어서였다. 아버지들이 밤중에 판지상자에 아이들이 잠든 후에 가져오면 그녀는 이들을 세탁기에 익사시켜 죽였다. 세탁기는 지하실에 있었고, 아연도금 금속통에 다리가 달리고 탈수기가 달린 아주 옛날 제품이었다. 두꺼운 전깃줄이 천장에서 늘어져있는 소켓에 연결되어, 그녀가 이를 켜면 지하실의 전구가 깜빡거리고 물이 쏟아져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미친 손자, 스웬텍과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조지였지만, 모두들, 학교의 수녀들까지 포함해서 스웬텍이라고 불렀다. 입 밖으로 뱉으면 이름이 마치 욕설 같았다. 그의 부즈카 역시도, 아버지 빅 스웬텍, 할머니 딸을 상습적으로 패던, 목소리 시끄러운 주정꾼 부르던 대로 스웬텍이라고 불렀다. 그는 딸이 죽자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소문으로는 할머니 딸은 자살을 했고 그래서 시 반대편에 있던 러시아 정교회 구역에서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하루는 스웬텍이 빨래집게를 갖고 물에 빠져 죽은 고양이 사체들을 뒷마당 빨랫줄에 그 꼬리들을 집어- 보푸라기가 잔뜩 묻은 양말들을 줄지어 널듯이 -널었다. 고양이 여자가 이를 보고, 빗자루로 그를 때리며 마당 주위로 쫓아다녔다가 골목의 문으로 내쫓았다. 옆집에 살던 노파, 파노바 부인은 마치 아무 특별한 일도 없다는 듯이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골목 가로질러 큰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창밖으로 다들 몸을 내밀고 위층 관람석 관중들처럼 응원을 해대고 웃어대었다.
검푸른 멍이 다시 또 다시 그의 몸에 나타나긴 해도, 고양이 여자가 늙어감에 따라, 스웬텍도 더욱 미쳐가는 것 같았다. 그는 학교에 가는 대신에 철도 선로에 숨어들어 어정거렸다. 그는 스피겔하우스 뒤쪽 막다른 골목 사이사이 버려진 차에서 밤잠을 자러 가는 버릇이 들었다. 겨울이 오자 경찰들이 와서 그를 쫓아 보냈다. 다음날 밤, 구역내 모든 고물 차들이 타올라 재가 되었다.
그해 겨울 지붕 꼭대기의 굴뚝에 벌거벗은 채 쪼그리고 앉아 학교로 뚜벅뚜벅 내려가고 있던 열 살배기, 작대기 같은 다리의 보니 버파드를 까딱까딱 불러들이는 것이 목격되었다. 마침내 그의 할머니가 단념을 하고 시체들이 빨랫줄에 축척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스웬텍이 두어 번 탈수도 돌렸으리라 짐작했고 한동안 아무도 새끼들 상자를 가져오지 않았다.
일년이 못 되어 골목은 집 없는 고양이들로 그득했다. 숫고양이들이 울타리, 집 옆면, 현관과 헛간 안쪽에, 뿌리고 다녔고, 비온 뒤에는 온 세상이 고양이 성행위의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았다.
여름이 오고 무더운 밤들이 따르자, 불면증이 전염병처럼 번졌다. 커다란 아파트의 창문들이 다 올려붙였고, 어두워진 뒤에 긴 골목길로 고양이의 새된 고함의 오페라로 증폭이 되었다. 악담과 쓰레기들이 비상계단에서 비처럼 쏟아졌다. 8월 어느 날은 누군가는 22구경을 발포했다.
하지만 그때는 짜증은 일상사가 되었다. 싸구려 가게에 천천히 회전하는 천장선풍기 아래, 대기줄의 자리를 두고 다퉜고 아기들이 빽빽거렸다. 야구방망이와 칼을 지니고 다니는 나이 많은 소년들 무리들이 열기로 솟아오르는 거리를 순찰을 했다. 태양에 찌든 가리개 뒤로는 땀에 쩔은 속옷차림으로 성가시게 자꾸 깨는 낮잠에 몸을 뒤척였다.
선술집은 가득 찼다. 밤은 곤드레만드레 고함과 주크박스 음악들로 미쳐 날뛰었다. 그런 밤의 소식들이 번져나가고 다른 지역에서 자신의 미친 짓이 일상생활을 위협하지 않도록 꾸역꾸역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들의 광기를 풀었다. 사람들이 술이 취해 다른 사람의 아내와 잠을 자러 모색했다. 창문들이 비명을 지르며 지나는 사이렌에 흔들렸다. 제 아무리 고양이가 시끄러워도 숙면을 취하던 사람들이 잠이 들지 못하고 깨어 그들 방을 서성였다. 새벽에 이방인들이 인도에 걸려 넘어져 토사를 흩뿌리고 피를 튀겼고 자신의 차를 어디에 주차시켰나 떠올리려 애를 썼다.
이웃의 남자들이 그들 직업을 잃었고 지나는 차들을 바라보며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뒤틀린 종이봉투에서 포도주를 홀짝였다. 건물들이 후줄근해졌다. 이를 뚫고 가야하는 사람들은 차창을 닫아 올리고 차를 굴리며 지저분한 인도들, 몸을 떨고 있는 부랑인들, 삭은 여인들, 누더기를 걸친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빨래로 그 자신과 손자의 밥벌이를 하던 늙은 여인에게 아무도 더 이상 빨래를 갖고 오지 않았다. 그녀 지하실과 마당은 여전히 가루비누 냄새가 났지만 보이는 곳마다 빨래는 회색이었다. 차고 지붕에 참새들 먹으라고 빵가루 뿌리던 일은 오래전에 중단되었다. 하루건너, 옆집에 러시아 여자가 그녀를 양배추 수프 먹으라고 불러들였다. 그녀는 그릇을 들고 손자에게 들고 돌아갔고, 그릇을 꼼꼼하게 씻어 이틀 뒤에 돌려주며 말했다. ‘스파세바(spaceba), 부인, 수프라고 그릇 다.’ 러시아어 고맙습니다.
그러면 러시아 여자는 그녀에게 ‘들어와서 한 그릇 더 드세요. 늘 냄비를 스토브에 올려놓는지라.’ 말하곤 했다.
두 여인은 식탁에 앉아 그릇에 숟가락을 달그락 부딪혀가며, 숟갈 가득 떠서 후후 불었다. 더 이상 할 말은 없고 라디오는 폴카 방송국에 맞춰져 있었다. 나중에 집에서 고양이 여자는 판지로 댄 실내용 슬리퍼를 붕대로 감은 부어오른 발에 끼워 넣고 묵주를 세며 집을 기어 다녔다.
하지만 스웬텍은 수프나 기도 이상이 필요했다. 그는 지하실로 옮겨가 텅 빈 화로 옆에 낡은 커튼들 꾸러미에 잠을 자고, 구석에서 양배추를 게워 올리고 이를 신문으로 덮고, 어둠 속에서 자신을 더듬으며 표백제처럼 아린 냄새를 맡고, 날리는 눈이 쌓인 검은 유리창 다른 편에서 울부짖는 고양이 소리를 듣고, 머리 위로 계속 해서 끼룩거리는, 그의 부즈카, 고양이 여자가 밟고 다니는 마루 판자소리를 들으며,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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