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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 없는 짓/Dublinesque

더블리네스크 168-

by 어정버정 2023. 4. 14.

2019-05-03

page 168

(사무엘) 베케트만큼 자살에서 동떨어진 사람도 없었다. 그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무덤을 찾았을 때 그는 마음 깊이 껄끄러움을 느꼈고 이 낭만파 작가의 마지막 자살 행동에 찬탄은 거의 솟지가 않았다. 말로 이뤄진 세상을 사랑하고, 도박을 사랑하던 베케트는 더욱 짧게, 더욱 최소한으로 쓰는 삶을 살았고, 더욱더 뜯겨나가고 성긴 작품들을 썼다. 항상 최악을 향해. ‘이름, 아니, 어떤 것도 이름을 못 붙여. 말해, 아니, 어떤 말도 할 수 없어. 그럼 뭐, 나도 모르겠다, 시작을 말았어야 했는데.’ 침묵으로 향하는 고집스러운 산책. ‘그러니 최소 방향으로 죽. 흐릿함이 가만히 지속되는 한. 안 흐릿한 흐릿함. 혹은 더욱 가만 흐릿하게 흐릿하도록. 가장 흐릿한 흐릿함까지. 가장 흐릿한 흐릿함으로 가장 최소로.’

그는 그의 언어를 바꿔 표현을 궁핍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그의 텍스트들은 더욱 삭제가 된다. 명료한 가난의 섬망(헛소리). 삶을 헤쳐 나가는 일은 영원히 저해되고, 위태롭게, 무력하게, 변형되어, 불안정하게, 무디게, 두렵게, 달갑지 않게, 벌거벗어, 속 뒤틀리게, 갸우뚱 흔들리게, 무방비로, 추방된, 의기소침하게, 희롱으로 만들었다. 파리에 있던 요양시설, 티에르- (tiers-temps)의 그의 방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깡마른 베케트. 주머니에는 비둘기에게 줄 케이크들이 가득하다. 가족이 없는 모든 다른 노인들처럼, 늙은이들의 양로원으로 퇴거했다. 아일랜드 바다를 생각하며. 마지막 어둠이 오길 기다리며. ‘종국에는, 훨씬 나아. 슬픔이 사라지고 침묵이 돌아온다면. 종국에, 항상 그런 식이었던 대로. 혼자.’

뉴욕과는 그렇게나 멀리.

 

 

 

나라면 태어나길 바라겠어,’ 옆방에서 하는 말이 들린다.

그의 (베케트) 전기 읽던 일을 중단한다. 붙은 방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만 아니라면 그가 이 말을 들었다는 점이 분명 틀린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도착한 이후에 그는 끽소리 하나 거기서 듣지 못했다. 그는 누구도 그 방에 들어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어쨌든 이 문장은 스페인어로 했다. 그의 상상이다. 엄밀히 심각한 일은 아니다. 그는 계속 그에, 그의 상상에 말을 걸 것이다. 그는 아무 이름이나 지어내고 들어오라 도전하기 전에 이에게 말부터 건다.

거기 밖에 누구 있으면, 세 번 노크를 해.’

유령 등장. 아마 들어오는 이는 그가 강박으로 사로잡힌 이 일인칭이다. 그의 카타로그 덕분에 숨어버린 일인칭 호인.

다들 알다시피 이 유령은 우리 기억에서 나온다. 그들이 아주 멀리서, 혹은 우리 바깥에서 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들은 우리의 세입자들이다

붉은 여행가방은 어때?’

 

나는 절대 여행 안 해.’ 유령이 말한다. ‘나는 영원히 태어나려는 중이야. 그리고 영어 배우는 일, 일찍이 그랬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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