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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 없는 짓/Dublinesque

Dublinesque 139-

by 어정버정 2023. 4. 14.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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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기 라 람블라(La Rambla)초입에 있는 그들을 본다. 사십 년 전에 그들을 보듯이, 그때나 지금이나 아주 똑같다,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태세로, 산책의 의례를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때조차도 그들을 보게 되면, 교육 잘 받고 아주 위풍당당하고, 품위를 갖출 채비를 하고, 그들이 가진 시간은 부러움을 샀다.

시간은 그들에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을 정복할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라곤 전부 그에 대해 몇 마디 말을 다는 일이다. 그게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 해도, 그들의 제한된 사고 능력에 국한되어. 그래도 시간을 그들에게 흘러가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턱을 떨어뜨리고 침을 질질 흘리는 미래의 문턱에는 아직 있지 않다. 그때는 그의 세대였을 수도 있을 세대의 끝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도 아주 상관없는 듯이 멀찍이 그렇다.  그의 세대에 속하는 일이 예를 들어 연민을 하거나, 동정하지 않거나 하는 일보다 더 중요할까? 그가 동정을 하고 있다고 누군가 언급을 한다면, 그가 바르셀로나 출신이라거나 그가 그의 세대에 속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일보다 그의 정체에 더 잘 파악하게 되리라.

이 도시, 이 나라에 안녕을 고한다. 이 모든 것에 안녕을.

우아한, 번창하는 가게들의 대로의 초입에 선 두 명의 늙은 전문직 신사들. 온 삶은 철거의 과정이며 가장 센 폭발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 그는 이 모든 것을 그들이 그를 볼 수 없는 곳에서 생각을 한다. 그들은 이를 알아채지 못하니, 그는 배신자이다, 그는 그들을 강타할 여러 폭발 중의 하나이다. 여기 그가 있다. 제 나름의 방식으로 바르셀로나에 안녕을 고하며, 어둑한 그의 구석에서, 절대적인 암흑을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다. 모든 일의 끝에, 비애가 사라지라고 침묵이 돌아오면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는 항상 그랬듯이 계속 꾸려 나갈 것이다. 혼자서, 세대는 없이,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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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이른 시간에 더블린은 동이 튼다. 그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다섯 시 7 분 전에, 방에서 바로 첫 햇살을 볼 수 있어서 그는 반쯤 눈을 뜬다. 그가 켜두었던 텔레비전에 헐벗은 관목림으로 줄이 진 작은 오솔길이 무언의 이미지로 보인다. 길에는 아무도 없다가 갑자기 아주 웅장한 말이 이끄는 장례식 행렬이 등장한다. 리바는 갑자기 그가 보고 있는 게 드라큘라 영화임을 깨닫는다. 오늘 받은 또 다른 충격이다. 잠결에 그는 생각한다. 갑자기 그는 지난밤에 겪은 어수선한 일이 떠오른다. 침입자가 등장한 이후에, 그는 상당히 쉽게 다시 잠이 들었고 다행히 그 남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그 붉은 여행가방 주인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 이름이 뉴욕이라고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아마 비슷하게 그렇게 들리는 다른 이름이었고 라바가 잘 듣지 못한 탓일 것이다. 아무도 뉴욕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아마 문을 열고 확인을 해보았어야 했는데. 그는 시간을 다시 본다. 아침 다섯 시에서 겨우 십분 지났다. 어떤 활동이라도 하기에는 고약한 시간이다. 우선 무엇보다, 아침을 먹기 위해 내려가기에도 너무 이르다. 밤을 즐기러 도시로 간 친구들이 돌아왔을까? 복도로 나가 거기에서, 모두 취해 그를 거의 알아보지 못하는 친구를 맞닥뜨리는 일은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혹은 그 반대로 그를 마주치게 되어 너무 기뻐하는 일도 그렇고, 더군다나, 수수께끼의 월터를 우연히 마주쳐, 그가 리바를 아주 열광적으로 얼싸안는 일도 마뜩찮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에 너무 이르다. 바르셀로나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 드리고 결혼기념일 축하하려고 해도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왜냐면 오늘이-그는 방금 기억이 났다-부모님 예순한 번째 결혼기념일이다

 

그렇기는 해도 그는 활기를 북돋우려는 노력으로 랠프 왈도 엘리슨(1914-1994 미국 소설가, 보이지 않는 남자)의 인용구를 떠올린다. ‘매일이 그 해의 제일 좋은 날임을 명심하라.’ 오늘은 분명 그러리라, 그는 생각한다. 어쨌거나 그는 이 날을 몇 주 동안이나 기다려 왔다. 그런 뒤 그는 할아버지 야코보를 떠올린다. ‘중요한 일 중에 열정 없이 이뤄진 것은 없었다!’ 참말 대단한 문구다, 그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어떤 방법으로든 활기를 북돋우려고 노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는 이 블룸즈데이에 희열을 느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는 기다려야만 할 것이다. 그는 그런 일이 익숙하다. 그는 할아버지가 늘 그에게 불어넣으려고 애쓰던 열정을 느껴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 새벽에-이 해 가장 좋은 날의 벽두에-모든 것들이 영 조금은 어렵게 다가온다. 생각하는 일조차 버겁게 복잡한 일처럼 보인다. 그는 너무 졸려 간신히 생각하는 일조차 아직은 버겁다는 생각을 버겁게 한다. 예상치 않게, 그는 어느 하루 극장을 나오며, 여자 좌석안내인에게-그녀는 희미하게 까드린 드느브를 떠올리게 한다-영화가 무엇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녀의 대답으로, 불멸의 사랑에 관한 말을 하자, 그는 아주 잠깐 그녀와 사랑에 빠진 느낌을 받았다. 그는 항상 까뜨린 드느브처럼 생긴 여자를 사랑했다. 그리고는 이 일이 그의 전체 삶에 아주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고 말까지 하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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