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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

the woman of Andros 22-38

by 어정버정 2023. 4. 14.
 
초판본 표지 
 
2018-07-27
 

시모는 문 옆 그늘에 숨어 있던 늙은 여인에게 몸을 돌렸다. ‘날 만나자고 했다고?’ 물음이 퉁명했다.

두려움과 긴장 사이에서-그녀는 두 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미시스는 거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제 주인님께서 어르신과 말씀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크리시스, 안드로스 분요,’ 그리고 그녀는 두 손으로 부둣가를 가리켰다.

시모는 끙 앓는 소리를 내었다. 올려다보니 열다섯 걸음 저쪽에 바닷가 테두리 난간에 기대어 서있는 아름다운 여자가 보였다. 머리와 몸을 베일로 감싸고 그녀는 마치 평정한 마음 속 두 시간이 순간이라도 되는 마냥 달빛 속에 침착하게 무심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 아래 작은 방파제 항구에 배들이 친근한 친구들처럼 서로들 파도에 부딪히고 있었지만, 그 외 모든 것들은 여전히 달의 멜랑콜리와 평화 속에 놓여 있었다. 시모는 따로 예의를 차리지 않고 접근해 말을 걸었다. ‘어험, 그래서?’

저는-’ 그녀가 말머리를 열었다.

나도 자네가 누군지 아네.’

그녀는 멈칫거리다가 다시 시작했다. ‘저는 아주 난국에 처했습니다. 어르신 도움까지 여쭤야 할 처지입니다.’ 시모는 입술을 쭉 내밀고, 눈썹을 치켜 올리고 두 눈은 진력난다는 듯 내리떴다. 그녀는 불안함도 없이 간청의 기미도 없이 고른 목소리를 지속했다. ‘제 출신지 안드로스 섬에 지인 분이 몹시 아프십니다. 두 번 저는 이들 섬 사이를 오고가는 배편의 선장에게 돈을 딸려 보냈습니다만. 지금 아는 바로는 그 선장들이 부정직하여 그 돈이 그 분에게 이르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제 바람은 다만 돈 꾸러미에 어르신 인발을 낙하여 그 돈이 이르게 하도록 도와주십사 하는 바입니다.’

시모는 지금 이 안드로스 여인처럼 위엄을 부리고 독자적으로 직접 일을 처리하는 여자들은 영 눈에 거슬려 했다. 그의 적대감이 증대하여 불쑥 그 친구가 누군가?’ 물었다.

예전에 선장이었던 분입니다,’ 그녀가 굽실거리는 비굴함이라고는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픈 것만이 아니라 정신이 온전치 않으십니다. 전쟁 시절 겪었던 곤란 때문에 광증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게 그 분을 돌봐달라고 맡겼는데, 이 사람들은 제가 그 합당한 돈을 보내줘야만 그분을 잘 모십니다. 안 그러면 이들은 그 분을 근처 작은 섬에 다른 사람들처럼 집어넣을 겁니다. 어르신도 그런 섬들 아시지요……그 사람들 먹을 음식 대야들이 며칠마다 남겨 두는 데요……그리고……

어험,’ 시모가 매몰차게 끼어들었다. ‘자네 지인이 이성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니까 그리고 그도 어떤 조건하에 사는지 깨달을 수 없으니까 자네도 그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 그 섬에 놔두는 게 최선일 텐데. 그렇지 않은가?’

크리시스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시모 머리 건너 멀찍이 바라보았다. ‘그 말씀에 딱히 드릴 말은 없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어른께는 참일지 모르겠으나 저에게는 아닙니다. 지인 분은 한때 이름난 선장이셨습니다. 어른도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분 성함은 필로클레스이십니다. 제 생각에 어른 또한 돕지 않기로 택하시면 그분 친구는 저 혼자 밖에 없습니다.’

그를 안다는 표시는 따로 없었으나, 이어지는 시모의 말은 힐박의 투가 덜했다. ‘이 돈을 언제 보내고 싶은가?’

……지금 보낼 돈이 조금 마련되긴 했지만, 열흘 후에 보냈으면 합니다.’

자네 이름이 무언가?’

제 이름은 크리시스입니다, 안드로스 섬 아르케스 집 여식입니다.’

크리시스, 이 일에 자네를 도와주지. 거기에 내가 돈도 넉넉히 보태주겠네. 그 보답으로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게. 자네 집에 내 아들 출입을 거절해 주게나.’

크리시스는 한쪽으로 조금 움직이고서 난간에 팔을 쭉 뻗고 항구 안으로 내려다보았다. ‘호의는 거기에 조건이 붙는다면 더 이상 호의가 아닙니다. 아량은 그 영향력을 두고 흥정하지 않지요.’ 이런 경구들을 거의 웅얼거리듯이 뱉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머리를 들고 그에게 말했다.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어른께서 명령하셨기 때문이라고 아드님에게 제가 설명을 곁들이지 않는 한에서는요.’

나머지 세상에 대한 시모의 약간은 냉소적인 우월감은 그가 불시라도 부당하고, 허위적인, 혹은 옹졸하다 자신 책할 일 없이 삶을 꾸려왔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었다. 화는 났지만, 이런 약점에 잡힌 자신에게 더욱 화가 나,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 자네 하인이 아들에게 자네가 집안에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노라 전하면 일은 간단하지.’

그 역시도 할 수 없습니다. 섬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제 집의 문을 닫아 건 젊은이들이 몇 명 있습니다. 그런 짓을 팜필로스에게 이유도 대지 않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무리의 정신을 이해하신다면 저더러 그런 행태를 권하실 수 없을 겁니다. 거기서 우리가 다른 이에게 결례를 범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르신 아들을 거의 모릅니다. 저는 그분과 말을 섞은 게 채 스무 마디도 못 될 겁니다. 그분은 지금까지 제 객인들 중에 으뜸가는 청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팜필로스의 형상이 그녀 앞에 떠올라 그녀는 마음이 달떴고, 추어올리는 일에 기쁨이 차올랐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 마음을 억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그분은 혼자 결정을 내릴 만큼 나이가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차하여 그렇다 하면 아드님도 이해하실 겁니다.’

시모는 그의 아들에 대한 이상하지만 현명한 찬사가 그들 사이에 맴돌자 그의 심장이 멎을 정도로 기쁨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의식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는 직전에 작정을 했던 잔혹한 문구들이 튀어나왔다. ‘그럼 자네는 안드로스에 자네 돈을 보낼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할 거야.’

잘 알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섰다. 시모는 갑자기 그가 속이 뻔히 보이는 얄팍한 사람들 사이에 살고 있으며 그만 혼자라는, 그는 매 대화가 비판과 내적 평정의 지략에서 솟아나는 독립적이며 탁월하고 주도적인 인물들과 대화하는 일은 영 서툴다 생각이 떠올랐다. 그의 아내와, 크레모스와, 섬사람들과 거의 데면스럽게 그리고 권위를 지닌 채 말을 나눌 수 있는데, 여기 잠시 동안이나 이 여인과는 두 번이나 궁지에 몰았다. 크리시스는 이를 알아채고 그를 돕고자 나서, 시모가 고집 세게, 성이 나, 옹색하게 지키던 침묵을 깼다.

댁의 작은 자제분의 삶은 주선을 하고 손을 쓰실 수 있겠지만, 귀댁의 팜필로스는 그것보다는 이해로 대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녀의 어투는 어른과 그분은 한 척도의 사람이고 같은 편에 서야 한다.’를 암시하였다.

시모는 세상 어느 다른 주제보다 그의 아들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지만, 주섬주섬 이런 말을 엮는 자신의 심정은 상당히 복잡했다.

그래, 그래요……안드로스인, 책임지고 당신 돈을 송달해주지. 매 십이 일마다 안드로스로 가는 배편이 있어. 하나가 오늘 떠났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런 부탁을 해도 되겠나…………이 일은 팜필로스에게 언질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데.’

그러지 않겠습니다.’

좋아……그래, 잘 주무시게.’

안녕히 주무십시오.’

시모는 익숙하지 않게 의기양양한 기분으로 집으로 향해 걸었다. 팜필로스를 좋이 말하는 소리를 들어서 기뻤고 이 여인은 사람들에 대해 아주 명민한 판별력을 지닌 것 같았다.’ 괜히 우스운 꼴을 자초했지만 삽삽한 마음 씀씀이이라 신경 거슬리지 않았다. ‘삶이란……삶은 참…… 뭔가 일반화할 수 있는 말을 찾아 혼잣말을 했다. 던지는 지루한 상황의 물결 위에 때때로 반짝이는 별 같은 그런 사람들을 밀어 올리는 그런 삶의 힘을, 그런 다양성을 묘사할 수 있을 말을 뒤져 보았다. 그런 일반화는 도출하지 못했으나, 그는 환희로운 경이감 속에 걸음을 옮겼다. 그로서도 그녀가 연극 읽은 소리를 들어보았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그는 이런 일에 흥미가 없지는 않았고 극장이 있을 정도로 제법 큰 섬에 갈 여정이 있으면 근사한 비극을 들을 기회를 놓치지 않았는데.

농장의 마당에 들어서며 그는 팜필로스가 혼자 서서 달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안 자니, 팜필로스,’ 그가 말했다.

다녀오셨어요, 아버지.’

시모는 대견한 모습에 마음이 아주 뭉클하여 침대에 들었다. 하지만 속마음을 숨기려고 겉으로는 초조하게 되뇌었다. ‘그를 어떻게 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를 어떻게 할지 나는 모르겠어.’

그리고 팜필로스는 달을 바라보며 서서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였다. 그는 부모님을 크리시스가 해줬던 이야기의 견지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만찬이 끝이 날 즈음에 이르면, 그녀는 자주 대화를 지엽적인 논평에서 옮겨서 추상적인 원칙들에 대한 논쟁을 이끌곤 하였다. (그녀는 진정한 철학자들은 그들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이라는 플라톤의 말을 종종 인용했다. 그에 덧붙여 그녀는 젊은이들이 철학에 탁월해서가 아니라, 그들은 관념에 온 존재로 깊숙이 달려들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찬사를 위해 철학적 사색을 하고 사과를 위해, 혹은 이게 복잡한 지적 놀이이기 때문에 철학자인 체 하지요라고 했다.) 팜필로스는 시인들이 삶은 영웅적인 척 다루는 과오들에 대한 대화로 접어들었던 어느 저녁이 기억났다. 그러자 섬의 반대편에서 온 소년이 반은 조롱조로 반은 희망적으로 말을 했었다. ‘아시겠지만, 크리시스……알잖아요, 가족 간 삶은 에우리피데스 삶처럼 같은 세상의 삶이 아니에요.’

크리시스는 가만히 대답을 찾아 앉아 있었고, 그러다 손을 들어올리고, ‘옛날 옛적에-’하고 말했다.

식탁 주위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거짓-거절의 애정 어린 웃음이었다. 왜냐면 그녀는 우화를 빌어 의견을 제시하기를 좋아했고, 그런 말은 이런 어린아이 같은 공식으로 말문을 연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팜필로스 귓가에 다시 그녀의 아름다운 말소리가 들렸다.

옛날 옛적에 제우스를 끔찍하게 섬기고 예배를 드렸던 한 영웅 이야기 주인공이 있었어요. 그가 죽음에 이르러 지옥은 회색 습지들을 헤매고 있는데, 그는 제우스 신을 큰 소리로 외치며 그가 드린 봉사들을 돌아보시고 그 보답으로 자신도 한번 도움을 주십사고 청했어요. 그는 하루만 지상으로 돌아가게 부탁을 드렸죠. 제우스는 크게 고심을 하고 이를 허하는 일은 자신의 권한이 아니노라고 말했어요. 그라고 해도 동생 땅에 내려간 사자를 지상으로 데려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제우스는 과거 기억에 마음이 뭉클해 동생의 궁전으로 가서 무릎을 껴안고 제발 저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어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러자 죽음의 왕은 몹시 곤란해하며, 죽음의 왕인 그조차도 이런 일은 회생에 아주 어렵고 고통스러운 조건이 수반되지 않고는 허락할 수 없다고 했어요. 하지만 주인공은 기뻐하며 어렵고 고통스러운 수반 조건은 무엇이건 달게 받아들였어요. 죽음의 신은 지상으로 가는 것만이 아니라, 과거로 가, 그의 삶 이천이백 날 중에 가장 사건사고가 적었던 그날로 다시 돌아가 살 수 있도록 허락을 했어요. 하지만 한 마음에 두 가지, 참여자와 방관자로 나뉘어 있을 거라고 했죠. 참여자는 이미 수년 전의 행동을 하고 말을 하는 사람이고 방관자는 그 끝을 내다본 사람이죠. 그렇게 주인공은 햇빛 속으로 열다섯 살의 어느 날로 돌아갔어요.

친구 여러분,’ 눈을 하나하나 얼굴로 천천히 돌리며 크리시스가 말했다. ‘그의 어린 시절 방에 잠을 깨자, 통증에 가슴에 가득 찼죠.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해서만이 아니라, 집의 벽을 보자 잠시 후면 그 고을의 땅속에 예전에 묻혀 누워계신 부모님도 뵙게 되기 때문이에요. 그는 마당으로 내려갔어요. 어머니가 베틀에서 눈을 들고 그에게 인사를 하고 하던 일을 계속 했어요. 아버지는 마당 쪽을 보지도 않고 쌩하니 지났어요, 그날은 마음에 걱정으로 가득했거든요. 갑자기 주인공은 산 사람 역시 죽었으며 우리는 우리의 심장이 자신의 보물을 의식하는 그런 순간에만 살아있다는 말을 할 수 있다고 깨달았어요. 왜냐면 우리의 심장은 매 순간을 사랑할 만큼 강하지 않으니까요.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삶을 관찰하기도 하고 살기도 하고 있던 주인공은 제발 이 끔찍한 꿈에서 풀어달라고 제우스를 외쳐 불렸죠. 신이 그의 말을 들어주었어요. 하지만 그가 떠나기 전에 그는 땅에 곱뜨려 너무나 소중해 도저히 현실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세상의 흙에 입을 맞췄죠.’

팜필로스가 지금 그를 지나 집안으로 드는 아버지를 바라보고, 사방으로 몸을 놀려, 불을 덮어 끄고 하루의 마지막 일과를 돌보고 있는 어머니를 바라봤던 시선이 이런 시선이었다. 부모님 마음 속 비밀스런 삶에 눈이 뜨인 것도 이런 크리시스가 해준 이야기를 고려하여서였다. 갑자기 만족스런 일상과 매일의 자잘한 말들 뒤로 그 삶의 고갱이들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다. 공허한, 체념한, 애처롭고 인내하는 삶. 모든 인간들은-신으로부터 난 무슨 비급을 소유한 것 같은 몇몇 신비로운 예외들을 제외하고-단순히 더딘 존재의 도탄을 견뎌낸다는 삶에 대한 크리시스의 견해를 되풀이한 이야기였다. 삶은 어쨌거나 전혀 경이로운 놀라움은 없다는 실망을 하는 한 최대로 감추고 가장 힘겨운 짐이란 사랑의 비소통성이라는 견지였다. 이는 아버지의 변덕스러운 슬픔이나 조바심 내는 어머니의 애정이 다분히 설명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아버지가 마당에서 그를 지나가자 이런 해석에 어느 때보다 세차게 마음이 뒤흔들렸다. 이런 일에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스스로들-이런 일을 너끈히 감당하기 위해-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이미 스물다섯이었고, 말하자면, 더 이상 젊은이가 아니었다. 그도 곧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될 것이다. 자신으로서는 매력은커녕 영 입맛 당기지 않는 사정들이었다. 그는 곧 이 가정과 이 농장의 수장이 될 것이다. 시간은 한숨처럼 그의 옆을 흘러갈 것이다. 아무 계획도 없이, 다잡은 규율도 없이, 다른 이들 그리고 자신을 몰래 스며드는 회색, 너무 쉽사리 받아들이는 좌절로부터 어떻게 살릴지 가르쳐줄 수도 있는 어떤 전략도 획책하지 못한 채.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는 밝은 하늘에 물었다. ‘무슨 일을 먼저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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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별 재미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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