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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

중력의 무지개 3-7

by 어정버정 2023. 4. 16.

2020-07-26

0을  넘어

 

 

 

자연은 멸종을 모른다. 다만 변형만 알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과학에서 계속 배우고 있지만, 죽음 이후에도 영적 존재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나의 믿음을 강하게 해준다.

 

 

비명이 하늘을 가로질러 온다. 전에도 있던 일이지만, 지금은 어디에도 비견할 데 없다.

너무 늦었다. 대피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모두가 전역(戰域)/폭죽 놀이다. 차 안에는 어떤 빛도 없다. 어디도 빛은 없다. 그의 위로 철로 된 퀸 침대만큼 오래된 들린 대들보들 그리고 어딘가 멀리 위로 낮의 빛이 비쳐들 유리창. 하지만 지금은 밤이다. 그는 저 유리가--무너질까 두렵다-유리 궁전의 붕괴는 장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완전 통화관제 속에, 번뜩이는 빛 하나 없이 다만 보이지 않는 엄청난 우지끈 충돌만 내려오리라.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객차 안에서, 벨벳 같은 어둠 속에서, 그는 피울 담배 한 대 없이 앉아, 멀리서 또 가까이에서, 쇠붙이가 서로 부딪히며 연결되는 것을 느끼고, 증기가 푸푸 빠져나가고, 불안정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객차 창문틀의 진동, 바싹 다가앉은 온갖 다른 사람들, 모든 운과 시간이 다한, 약한 사람들, 이류 겁쟁이를 느낀다. 술꾼들, 20년 묵은 대포의 충격에 휩싸인 퇴역군인들, 도시 옷을 입은 사기꾼들, 부랑자들, 지친 여자들은 다 제 아이라고 할 수 없는 많은 아이들을 거느리고, 재난에서 구제하려 실려 나가는 나머지 모든 물건들 사이에 점점 짐짝처럼 쌓여 있다. 아주 가까워야 얼굴들이 보인다. 그것도 뷰파인더 속의 반도금을 통과한 이미지들처럼, 도시를 통과하며 속도를 내는 방탄 창문들 뒤로 생각해내는 녹색으로 착색된 VIP 얼굴들처럼.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줄을 지어 지난다. 중앙역을 벗어나, 도심을 벗어나 더 오래된 더 낡은 도시 지역들로 밀려들기 시작한다. 이건 나가는 길인가? 얼굴을 창문 쪽으로 돌리지만 아무도 묻지 않는다. 감히 소리도 내지 않는다. 비가 내린다. 아니, 이건 얽힌 것을 푸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매듭을 묶으며 들어간다-아치형 길 아래로 들어간다. 쇠한 콘크리트로 된 비밀 입구들 꼭 굴다리의 고리처럼 보인다검게 그을린 나무다리가 머리 위로 천천히 지나간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과거 시절부터 석탄의 냄새로 시작하여, 나프타 겨울들의 냄새가, 차들이 하나도 없는 일요일, 산호처럼 막다른 곡선을 돌아 외로운 돌기들을 뻗어 신비롭게 필수적인 성장의 냄새, 부재한 철도차량의 시큼한 냄새가, 점차 슬어가는 녹 냄새가 특히나 새벽에 그 길을 덮어씌운 푸른 그림자로, 밝고 깊은 텅 빈 나날을 거쳐 자라나, 사건을 절대 영으로 이끌려고 애를 쓴다깊이 접어들수록 더 처량해진다가난한 이의 폐허가 된 비밀 도시들, 그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장소들벽은 와해되고 지붕이 점점 드물어지고 그래서 불을 볼 기회도 드물어진다. 더 넓은 간선도로로 열려 있어야 할 길은 대신 더욱 좁아지고, 자꾸 끊기고 비좁게 더 비좁게 궁지로 몰더니 한꺼번에, 너무나도 급작스레, 그들은 마지막 아치 아래 있다. 브레이크가 걸리고 스프링이 요동친다. 어떤 재고 요청은 없을 선고이다.

캐러반은 멈췄다. 노선의 끝이다. 모든 피난민들은 나가라는 명령을 듣는다. 그들은 천천히 움직이지만, 저항은 없다. 그들을 인솔하는 이들은 납빛의 모표를 달았고 말을 하지 않는다. 아주 광활하고 아주 오래되고 어두운 호텔이다. 그들을 여기로 몰고 온 매질과 강철 선로의 연장이다어두운 녹색으로 칠한 구형의 들창들이 수세기 동안 빛이 들어오지 않는 화려한 철제 처마 아래 매달려있다. 군중들은 속삭임도 기침도 없이 창고 선반들처럼 똑바르고 기능적인 회랑들을 따라 내려간다벨벳 검은 표면들이 움직임을 담는다. 냄새가 오래된 나무에서, 이제껏 비웠다가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막 재개방을 한 호텔 한켠에서 피어 오른다. 모든 쥐들이 죽음을 맞는 차가운 회벽에서 냄새가, 오직 쥐들의 유령들만이, 동굴벽화들처럼 여전히, 벽 안에서 고집스레 아주 선명하게 고착이 되었다피난민들은 무리로 나뉘어 엘리베이터로 나른다-사방으로 열린 움직이는 목제 교수대, 낡은 타르칠 밧줄과 바큇살들을 에스(S) 모양으로 만든 주철 도르래에 올라간다. 갈색 층마다 손님들이 이들 빛도 없이 숨죽인 수천의 방들을 들고 난다

어떤 이는 홀로 방을 쓰고, 어떤 이들은 보이지 않는 방을 다른 이들과 나눠 쓴다. 보이지 않는다, 그래, 이런 사태에 방의 가구가 무슨 대수인가? 발아래 부서지는 건 가장 오래된 도시 의 먼지다. 도시가 그 자식들에게 부정하고, 위협하고 거짓말했던 모든 것들의 마지막 결정체들이다. 각자 목소리 하나가 계속 들린다. 오직 그에게만 말하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 목소리, “이제 살았구나 진짜 믿고 있는 건 아니지. , 우리 모두 이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아무도 우리를 구하려고 고생을 사서 하지 않았을 걸, 이 친구야

나갈 길은 없다. 누워 기다려라, 가만히 누워 입 다물어라. 절규가 하늘을 가로질러 장악한다. 다가온다면 어둠 속에서 다가올까, 그 자체의 빛을 달고 올까? 빛은 이전에 아니면 나중에 올까?

하지만 이미 빛이 들었다. 빛이 든 지 얼마나 되었나? 여태껏 빛은 그의 유두를 가로질러 흐르는 차가운 아침 공기와 더불어 스며들고 있었다. 런던의 빛, 겨울 빛 그리고 낭창낭창한 빛이, 중간 문설주 달린 창문 얼굴들 사이로 희붐해지고, 왁스칠한 천장의 받침목에서 여전히 켜켜이 쌓인 채 희미해져 가는 어제의 담배 연기 사이로 점점 자라자, 온갖 종류의 주정뱅이들 파물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누구는 유니폼을 입고 누구는 벗고, 빈 혹은 거의 비어가는 병을 움켜쥐고, 여기 이렇게 의자 위에 널브러져 있고 혹은 저기 저렇게 다 식은 벽난로 앞에 웅크려 있거나, 아니면 다양한 다이븐 소파나 청소 안 한 양탄자 바닥이나 접이 긴의자 위로 거대한 방의 제각각 위치에 누워, 각자의 리듬에 따라 자기 재생의 화음을 만들며 코를 골고 쌕쌕거리고 있다. 여기 가로 누운 모든 사람들, 전우들은, 잠시 몇 분 후 확실한 부활을 꿈꾸고 있는 한 무리 네덜란드 농꾼들처럼 장밋빛으로 붉다.

그의 이름은 지오프리 (‘해적’) 프렌티스 대위이다. 오렌지, 녹빛, 진홍빛 격자무늬 두꺼운 담요를 휘감고 있다. 그의 해골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든다.

그의 머리 바로 3미터쯤 위 악사들을 위한 발코니에 테디 블로트가 막 추락을 하려고 한다. 그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곳이 하필 몇 주 전 누군가 엄청난 감정적 격발에 흑단 난간 기둥 두 개를 차내 버린 곳이었다. 이제 인사불성의 블로트는 그 구멍으로, 머리 팔 그리고 상체까지 조금씩 조금씩 움직여 나왔고, 그를 그 자리에 붙들어 매는 거라곤 엉덩이 주머니에서 쪼개진 빈 샴페인 병인데, 이건 어떻게 고리를 걸어-

이제 해적은 좁은 싱글 침대에 간신히 일어나 앉았다. 지독하네. 끔찍이도 지독하네그 위로 그는 옷 찢기는 소리를 듣는다. 특수작전집행부의 훈련 덕분에 반응이 빠르다. 그는 야전침대에서 벌떡 튀어 내리고 블로트 방향으로 침대 바퀴를 굴러가도록 찬다. 곤두박질치는 블로트, 침대스프링 엄청 튀는 소리와 함께 직각으로 한 가운데를 박는다. 다리 하나가 무너진다. “좋은 아침이로구만,” 해적이 한마디 한다. 블로트는 짧게 미소짓고 도로 잠에 들어 해적의 담요를 파고든다.

블로트는 이 장소의 공동 세입자 중 하나이다. 이는 지난 세기에 세워진 로제티 가문과 친분이 있는 코라이든 스로습이 만든, 첼시 제방에서 멀지 않은 복층 아파트이다. 과거 주인은 모직 덧옷을 입고 지붕에서 약초 키우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는 최근에 오스비 필이 부활시킨 전통이었다) 일부 안개와 서리를 이겨낼 정도로 튼튼했지만 대부분은 기이한 알칼로이드 파편으로 변해, 땅으로 돌아갔다. 스로스프의 후임자가 기르기 시작한 세 마리의 웨섹스 새들백 돼지의 배설물과 함께 그리고 후에 세든 사람들이 지붕에 옮겨 심은 많은 관상수의 낙엽들, 그리고 민감한 위장을 가진 이런저런 향락주의자들이 버리거나 토해낸 소화하지 못한 음식물들과 한데 모여,-결국 계절의 혹독한 칼질로 마구 뒤적여져, 한 발 길이의 두꺼운 채료가, 바나나는 물론이요, 어느 것이나 자랄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검정 표토가 되었다. 전시 바나나 부족에 절망한 나머지, 해적은 지붕에 유리온실을 짓기로 결심하였고, 리오에서 아센시온을 거쳐 로트라미를 가는 한 친구에게 바나나 묘목 한둘을 슬쩍해 달라고, 그럼 해적이 다음번 낙하산 임무 중에 분명 마주칠 기회 있을 독일제 카메라와 맞바꾸겠다고 꼬드겼다.

해적은 바나나 아침식사로 유명세를 탔다. 영국 전역에서 여기로 식사 동료가 줄을 이었다. 바나나에 알레르기가 혹은 질색팔색하는 이들도 일부 그냥 구경 삼아 왔다-박테리아의 정치학 덕분에, 땅은 고리와 사슬을 아무도 알 수 없을 망사형으로 얽힌 그물망 속에 길게 꿰어놓아, 종종 두 뼘을 훌쩍 넘는 길이로 과일은 생장을 하더라니, 그래 놀랍지만 사실이다.

화장실의 해적은 머리에 아무 생각없이 오줌을 싸며 서 있다. 그는 담배를 감추기 위해,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뒤집어 입는 모직 가운을 꿰차고, 친구들의 따뜻한 시체들을 빙 두르고 걸어서, 프렌치 창으로 가 차가운 바깥으로 미끄러져 나가, 떼운 이가 찬 바람이 닿자 신음을 하고, 지붕 정원으로 가는 나선계단을 올라 잠시 멈춰 서서 강을 구경한다. 태양은 여전히 지평선 아래 있다. 날씨는 비가 내릴 것 같은데, 지금 공기는 유난히 맑다. 거대한 발전소, 그리고 그 너머 정유소가 흐트러짐 없이 선명하다. 아침의 비커 속에 자란 결정들, 높은 굴뚝, 환기구, 탑들, 배관시설이 수증기와 연기로 비틀렸다

흐아아으아,” 소리 없는 함성을 지르는 해적은 난간을 슬그머니 넘어가는 입김,“흐하하아아하,” 아침 속에 춤추는 옥상들을 지켜본다. 거대한 바나나 송이들이, 밝은 노란색, 축축한 녹색으로 무리 지었다. 아래 그의 동료들은 바나나 아침에 침을 흘리며 꿈꾼다. 이런 말끔한 날은 여느 날 못지않아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멀리 동쪽으로, 분홍색 하늘 아래, 무언가 금방 아주 밝게 불꽃이 일었다. 신성이다. 말 그대로 아주 또렷하다. 그는 난간에 기대어 지켜본다. 밝은 지점은 이미 짧은 하얀 수직선이 되었다. 아마 북해 너머 어딘가일 것이다적어도 그렇게 멀리아래는 얼음 밭에 태양이 차갑게 문지르는

저게 뭐지? 이건 본 적 없었는데. 하지만 어쨌거나 이를 안다. 보름 전에 이를 활동사진에서 본 적이 있었다. 저건 비행기운이다. 이미 손가락 한 마디 높이다. 하지만 저건 비행기에서 나온 증기가 아니다. 비행기는 수직으로 뜨지 않는다. 이는 새로운, 아직은 초특급 비밀, 독일 로켓 폭탄이다.

포격 속달인가.” 그가 속삭인 말인가 아니면 그냥 생각만? 그는 가운의 낡은 띠를 동여맨다. 그래, 이 녀석들의 타격거리는 300 킬로미터가 넘으리라. 200킬로미터의 비행운을 볼 수는 없다, 안 그러냐.

, , 그래 맞다. 지구의 곡면 주위로, 더욱 동쪽에, 태양은 저 너머, 막 네덜란드에서 떠올라 로켓의 배기와, 물방울과 결정에 부딪쳐 바다를 가로질러 눈부시도록 깨끗하게 빛난다

하얀 선은, 갑자기, 그 상승을 멈췄다. 저건 아마 연료 차단일 것이다. 연소의 종결, 그 사람들 말로 Brennschluss(브렌슐루스, 연료 정치). 우리는 그런 단어 없다. 아니면 기밀이거나. 그 선의 바닥, 원래 별은, 이미 붉은 여명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로켓은 해적이 일출을 보기도 전에 여기 다다를 것이다.

비행구름이 얼룩처럼 번져서 두세 방향으로 갈라져 하늘에 걸려있다. 이미 관성만으로 가고 있는 로켓은 더 높이 올라가 버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뭔가 해야 하지 않나스탠모어의 작전실에 연락해? 그들은 해협 레이더로 감지했을 것이다. 아니, 시간이 없다, 진짜. 헤이그에서 여기까지 오 분도 안 된다 (모퉁이 찻집으로 걸어갈 시간태양에서 나온 빛이 금성에 닿을 시간이니까전혀 시간이 없다) 거리로 뛰어 나가?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해?

바나나나 따라. 검은 두엄을 터벅이며 온실로 들어간다. 똥을 지릴 것만 같다. 미사일, 100킬로미터 높이에서, 이제는 궤적의 꼭대기에 이르고 있을 것이고이제하강을 시작한다

버팀대 구조물이 일광에 갈리고, 우윳빛 유리창은 온정 넘친 빛을 아래로 비춘다. 어떻게 바람 속에서 노래할 수 있는 철을 녹슬게 할 정도로 우충충한 겨울이-이번 겨울도-있을 수가 있나? 아이면 비록 거짓으로 보존되었으나, 다른 계절을 향해 열린 이들 창문들을 흐리게 할 겨울이 있을까?

해적은 그의 시계를 본다.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얼굴의 땀구멍들이 따끔거린다. 마음을 비우고-특공대 기술-그는 바나나농원의 뜨거운 열기 속으로 발을 들인다. 가장 최상으로 잘 익은 녀석들을 골라 따고서, 가운 자락을 치켜들고 떨어뜨린다. 오직 바나나 개수만 헤아리는 데 정신을 쏟고 추처럼 움직이는 덩이들 사이로, 노란 샹들리에, 이 열대의 황혼들 사이로 맨발로 움직인다

다시 겨울 속으로 나간다. 비행운은 하늘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해적의 땀방울이 얼음처럼 차갑게 놓여있다.

그는 천천히 꾸물거리며 담뱃불을 붙인다. 저 놈이 다가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음속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처음 얻어듣는 소식은 폭발이다. 그런 뒤, 여전히 목숨 붙어 있으면, 다가오는 소리를 듣는다.

만약에 정확하게-아 안돼-아주 찰나에 친다면 그 바로 꼭짓점을, 엄청난 무게를 위로, 두개골 꼭지를 치는 것을 느끼겠지만

해적은 어깨를 웅크리고 그의 바나나들을 안고 나선형 계단을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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