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0
산책 the walk
어느 화창한 아침나절을 말씀드려야겠어요. 산책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 어느 때였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모자를 머리에 쓰고, 집필실 아니구나, 환영들의 방을 떠나, 서둘러 계단을 내달려 거리로 나섰지요. 아참 계단에서 스페인인지, 페루인인지, 크레올인지 어떤 여자와 마주쳤다고 덧붙여야겠군요. 그녀의 눈은 파리하니, 희미해지는 장엄함을 내비치고 있었지요. 하지만 나는 이 브라질 여인, 아무튼 어디 사람이든지간에 단 2초도 지체하지 못하게 엄히 자제를 해야 했습니다. 왜냐면 공간이든 시간이든 낭비해서는 아니 되니까요. 내가 이 일을 쓰면서 내가 기억을 하는 한, 어느 결에 나는 탁 트이고, 밝고 활기 가득한 거리에 걸어들어가며, 마음속에 낭만적으로 모험심이 돋아난 걸 느꼈고, 이로 더없이 기분이 좋더군요. 내 눈앞에 펼쳐진 아침 세상은 생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처럼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내 시선 닿은 모든 것이 기쁘디 기쁜 친근함, 훤칠함, 젊음의 인상을 전하더군요. 나는 아주 잠깐 전까지도 저 위 내방에서 빈 종이를 앞에 두고 침울하게 고심하고 있었음을 삽시간에 잊었습니다. 모든 비애, 모든 고통, 모든 죽음이 사라진 듯하였습니다. 나는 여전히 내 앞이나 뒤에 희밋이 심각성, 상태를 생생이 감지하긴 했지만요. 나는 산책하는 길에 무어라도 조우하거나 스쳐 지나리라는 간절한 기대감에 바싹 긴장을 했지요. 제 발걸음은 신중하고 차분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나는 길을 갈 때는 말입니다, 상당히 품위 있는 모습을 내보입니다. 내 동료들 시선에서 숨으면 좋겠다는 내 느낌들, 물론 그런 일을 한다는 걱정스러운 중압감은 없이, 그런 긴장들은 엄청난 실수, 무지막지한 어리석음으로 여겨질 것이기에. 널찍하고 붐비는 광장을 스무 혹은 서른 발자국을 떼기도 전에 나는 선두 권위자인, 마일리 교수가 내 곁을 스쳐지나갔다. 반박의 여지없는 힘이 직접, 진지하고, 격식을 차리고, 장엄하게, 마일리 교수는 갈 길을 밟아나갔어요. 그의 손에는 굽혀지지 않을 과학적인 지팡이를 쥐고 있었는데, 미 모습에 무서움, 숭배, 찬탄의 감정이 울컥 스몄다. 마일리 교수의 코는 줄기였다. 단호하고 날카로운 독수리 아니 매부리-코입니다. 그리고 입은 법률처럼 단단히 죄고, 으스러지듯 닫혔지요. 유명한 학자의 걸음걸이는 철칙처럼 견고했지요. 세계 역사와 오래전 없어진 영웅적인 무훈의 잔광이 마일리 교수의 요지부동의 눈에서 무성한 눈썹 뒤로 숨어서, 번쩍였어요. 그의 모자는 종신직 통치자 같았고요. 비밀 통치자들은 가장 자부심 강하고 가장 완강하지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마일리 교수는 결코 그가 직접 내보이고 있던 많은 힘과 중대성을 어찌되었건 분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일절 없다는 듯이 부드럽게 처신을 했고, 그의 모습은 내게, 그 모든 심각함과 불굴에 불구하고 호감으로 다가왔어요. 달콤하고 아름다운 길에 서서 웃지 않는 남자들은 존경스럽고 신뢰가능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스며들었기 때문이지요. 다들 알다시피, 장난삼아 친절하고 훌륭하게 처신하는 악한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들이 저지른 범죄를 두고서는 다정하고 정중하게 미소를 짓는 데는 끔찍한 재주를 가지고 있지 않던가요.
나는 슬쩍 책방 주인과 책방을 훔쳐봅니다. 추측하고 목격한대로 얼마 못 되어 허풍쟁이 금글씨를 박아 넣은 빵가게가 언급과 배려를 바라며 밀려듭니다. 하지만 먼저, 기록해야할 사제, 아니 교구 목사가 있어요. 자전거를 타고 가던 마을 약사가 친절하고 무거운 얼굴로 보행자 옆을 바싹, 그러니까, 납니다, 연대 의사나 간부 의사 비슷하게 자전거로 지나쳐 갑니다. 통행자가 주적거리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한다거나 기록되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렇게 그가 제게 그를 언급해달라 정중하게 요구를 합니다. 이는 아주 부자가 된 잡동사니 행상과 넝마주이로군요. 어린 소년 소녀들이 햇빛 속에서, 자유롭게, 거리낌 없이 여기저기 달음질을 벌이는군요. “지금 저들처럼 거리낌 없기를.”하고 나는 시상에 잠깁니다. “나이가 언젠가는 저들을 겁을 주고 굴레를 씌우겠지. 너무나도 일찌감치, 어허라!” 개 한 마리가 분수에서 목을 축이네요. 할짝대는 물이 파란 공기 속에서 지저귀는 소리처럼 들려요. 한두 명 우아한 여인들이 놀랍도록 짧은 치마와 놀랍도록 곱고 색깔 선명한 부티(목이 짧은 여성용 부츠)를 신고서, 다른 것들 마냥 도드라지려고, 바라건대 분명, 우쭐대고 있어요. 두 개 여름용 모자인지 밀짚 모자인지가 내 눈을 사로잡는군요. 그 밀짚모자들이 한 일은 이렇습니다. 먼저 나는 갑자기 밝고 온화한 공기 속에서 두 개의 모자를 봅니다. 그리고 그 모자 아래 상당히 부유해 보이는 신사들이 서 있지요. 그들은 서로에게 모자를 벗어들고 흔들며 우아하고 예의바른 아침 인사를 나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순간의 모자들은 분명 그 착용자나 소유자들보다 중요해지는 법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런 명확하게 과잉의 조롱과 놀림을 피해달라고 아주 겸손하게 청하는 부탁을 받습니다. 작가는 냉철하게 행동하라 주문을 받는 겁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한번 더 이를 이해하리라 희망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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