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7
“아니 진짜로요,” 레이디 A가 말했다. “당신 둘 다 거기 참석했으면 해요,” 그런 뒤 아주 잠간이지만 눈을 반짝였고, 요즘에는 좀체 드문 광경이라 나는 이런 모습 보는 게 기뻤다. “정말 가족 잔치가 되겠네!”
윙크나 다름없는 한 번의 고갯짓.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부친 마코앵무새가 든 엽서 한 장을 빼면 우리는 전승기념일 이후로 페리 삼촌은 코빼기이든 꽁무니든 본 적 없었다. 하지만 레이디 A는 이 모든 세월 뒤에 삼촌에 대해 조금 애틋한 애착을 여전히 지니고 있음을 나는 알았고, 그녀와 페리가 한번 엮여들까 시도의 염은 내어보길 희망했었다. 나는 과수원에서 랩상(훈내가 나는 고급 홍차) 차를 마시고 있을 적에, 이를 두고 그녀에게 다그치듯 떠본 적이 있었다. 오월이라 사과꽃망울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나는 계속 외투는 입고 있었다.
“페리 혹시 그리운 적 없어요?” 요령 좋게 그녀에게 물었다.
요령 없는 그녀는 그의 생각만으로 바로 반짝 불이 드는 모습을 보이더니 반짝 일축해버렸다.
“사람들은 그 사람 같은 남자와 결혼하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생기 잃은 푸른 눈, 피어오른 모세혈관, 턱 아래 비단 페이즐리 스카프로 동여맨 밀짚모자. 노미망인 겁쟁이 양. 하지만 그녀도 페리의 습성에 대해 모르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 하지만 내일은 이미 떠난 몸. 사람이라기보다, 떠돌아다니는 카니발에 가깝다. 나는 그녀의 도자기 컵에 손가락을 데웠다. 달리 선택이 없으니까.-컵에 옆면 아래로 크게 금이 가 있긴 해도 손잡이가 없었다-그리고 나 자신의 어머니가 멜치어에 대해 똑같이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그는 근거리에는 굉장하겠지만 오래 버티고 끝까지 가지는 못할 것이다.
내 감상평은 그들 형제들은 어느 쪽도 좋은 남편감 재목은 못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레이디 A 집에서 속으로 삼키고 하지 않은 말들이 넘쳤다. 저들 린드 식 침묵들만큼 그렇게 깊은 침묵은 내가 본 적이 없었다. 특히나 그 딸들이 거기 있을 때, 말하지 않은 침묵들이 마치 안개처럼 걸려 있어 당신들의 폐안으로 들어가 숨구멍이 멘다.
“대체 우리가 왜 거길 계속 내려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우리 일요일에 여기 머무르며, 목욕을 하고, 머리도 새로 하고 할 수 있는데.” 노라가 말했다.
그녀는 그 어여쁜 봉우리들의 스물한 살 생일 자리를 명예롭게 빛낼 마음은 조금치도 없었다, 왜 그래야 돼. 페리 삼촌이 우리에게 오면 돼지,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안 돼, 안 돼, 절대 안 돼!” 그러다 우리 페리 삼촌이 우리를 데려다주고 바로 그날 밤으로 브릭스턴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전화를 우리에게 걸어왔다.
“하지만 생일 선물은 없어,” 노라가 말했다. “그 독사 같은 애들에게 안 줘. 생일 선물에서 한도선을 긋겠어.”
우리는 오로지 레이디 A를 위해 내려갈 거니까, 아니 그런가? 우리는 그녀에게 주려고 스카치 한 병을 가져간다. 그렇게 페리그린이 나타났다. 바드 로드 바깥에 엄청시리 큰 벤틀리 컨버터블 위에서, 린드 코트 자작 농장에 우리 생애에 가장 형편없는 일요일 점심을 먹으러 우리를 데려갈 준비를 하고 경적을 울렸다.
‘늦어서 미안하다. 샛길로 새어 건터 그로브에 친구를 아주 잠깐 방문하느라.’ 커다란 윙크, 타락한 사람의 눈짓. 하지만 오직 20분 늦은 것을 뭐.
페리는 더욱 몸이 굵어지고 브라질 햇빛에 머루처럼 시꺼멨다. 풍채나 옷차림으로는 그는 육십줄에 접어든다거나 그의 쌍둥이 형제가 그 당시에 리어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다. 적갈색 마대자루 같은 머리에 센 머리카락 한 올 없었고, 주근깨들 사이 눈가에 까마귀발 주름이 졌지만 우리 집 정문을 처음 두드렸던 때처럼 탄력과 곰살궂은 친화성으로 충만하였다. 물론 그의 운이 다시 돌아서, 유맥을 찾아 벼락부자가 되었다.
그렇다, 석유. 꿈에서 벌어든 돈으로 감상적인 기분에 사들였던 그 반건조성 관목 땅뙈기, 텍사스 해저드에 있는 농장. 석유밭이었다. 그는 다시 고린내 풍기는 부자였고 벤틀리 뒤에는 통조림과 포장상자들과 병들로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대부분은 리오, 파리, 뉴욕의 상표가 붙어 있었는데, 나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왜냐면 당시 여기 브릭스턴에, 일주일에 얇게 저민 베이컨 반 쪽, 조그마한 버터 한 덩이, 그게 네 몫, 배당받은 배급량이었기 때문이었다.
차에 앉아 그는 경적을 빵빵거렸다. 늙은 노파들이 우리 에스코트를 슬쩍 훔쳐보느라 바드 로드를 죽 따라 일제히 치켜드는 그물 커튼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우리를 아주 커다랗게 포옹을 하고 키스를 했다. 하지만 그는 평소 그답지 않음을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앞자리에 내가 앉을 차례였고 그는 쉼 없이 재잘거리며, 긴장하여, 기쁨에 차, 좌불안석으로, 딴 데 정신을 팔고 온통 한꺼번에 이렇고 있었다. 그는 붉은 신호등에 번쩍 달려들었고 속도계는 한번은 140에 육박하였다. 그리고 가까스로 브레이크를 걸어 여우를 놓칠 때는, 벨기에 쇼스(chox) 초콜렛 상자를 안고 뒷자리에 있던 노라는 앞으로 쏠려 보라색 크림에 코를 박았다. 때로 그는 불쑥 단편적인 노래 가락을 불러제끼거나, 때로 질문을 듣지 않아 그의 팔을 잡아당겨야 하기도 했다. 한 몇 마일 뒤에 노라와 나는 동조적인 침묵을 지켰다. ‘최상의 일을 바라고, 최악의 일을 대비하라.’ 잠들기 전 눈물바람이 있으리라 나는 내 물속 깊이 예감이 들어 그저 아니기만을 빌었고 노라 역시 그랬다. 우리는 다른 날도 아니고 오늘 같은 날 그 고약한 늙은이의 감정을 해치고 싶지 않았고 레이디 A 마음 역시 상하기를 바라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남은 이 날이 어떻게 끝날지 내다볼 수가 없었다.
물론이다. 우리는 늘 마음속 깊이 그가 그 아이들의 아버지인 것을 알았다. 우리는 아닌 척 꾸미려고 노력했다. 나는 이 점을 지독히도 시기를 했지만, 그런 걸 어쩌겠는가. 생물학은 생물학이다. 정자는 못 속인다. 멜치어가 혹여 아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의’ 딸들이 붉은 머리라고 해도, 그러니 그 자신의 어머니도 그랬으니, 게다가 레이디 A, 시저의 아내 체현인데 누가 그런 생각이나 품겠는가? 아마 저 여자애들끼리는 쥐새끼처럼 냄새를 맡고 불만스러워 했을 것이다. 여러분이 측은한 마음으로 쏠린다면 아마 그 모든 못된 짓거리들이 이런 탓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직접 대면을 하면 그런 도량 넓은 마음 반도 아니 들겠지만.
스트레덤, 노베리, 손튼 히스, 크로이던. 노라는 레드힐 즈음에 초콜릿을 다 먹어버렸고 뒷자리에 있자니 외롭다며 좌석을 타고 넘어와 우리 사이에 끼어 앉았다. 삼촌의 등장에 햇빛도 쫓아와 우리는 차 덮개를 내리고 노래를 불렀다. “제발 당신의 발을 햇살, 햇살, 햇살 가득한 거리 쪽으로 옮겨요,” 그는 기운을 차렸다. 우리는 서른을 넘었을 뿐 그저 소녀였다. 우리는 멋지게 차려 입었다. 우리 셋 모두 눈길 사로잡았다. 이게 마지막으로 우리가 같이 타고 가는 여정인 줄은 알지 못했다.
우리가 쓰리 브리지스에 도달할 무렵에 그는 조금씩 속을 터놓기 시작했고 우리에게 브라질에 관해 이야기했다. 거긴 그가 새로 열정은 쏟는 데였고, 정글이나 그곳의 생물들에. 그는 왕립학회에서, 삼촌답지 아니 한가, 정글에서 그가 발견한 나비들에 관해, 강연을 할 예정이었고 이 강연을 한 뒤에 바로 돌아가 더 많은 나비들을 찾아 나설 작정이었다.
“나는 내 남은 생애는 레피돕테라(인시목)에 바칠 작정이다.” 그가 선언했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의아해 눈썹을 올렸다. 또 다른 열풍이려니. 마술처럼. 영화처럼. 석유처럼. 삼촌은 정글에서 얼마 만에 따분함의 문턱에 도달할까? 우리는 알지 못했다. 우리는 그가 먼저 망각에 이르리라는 것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
사스키아는 알고 봤더니, 부엌에서 안주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막, 그해 겨울에 아버지가 제작을 한 연극 한 편의 무대에 처음 선을 보였다. 맥베스의 마녀로, 그녀의 벨벳처럼 느즈러진 절친한 친구 한 명과 함께 고정배역을 맡았다. 하지만 이 친구는 훤하게 이름 떨치는 일보다 큰 가마솥의 내용물에 더 관심을 보였고 사스키어는 냄비들을 어설프게 손보고 있는 동안에, 사스키아의 절친, RADA의 금메달 수상자는 멜치어의 코델리아 역으로 발탁이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녀는 결국 물론 텔레비전의 최고 요리사가 되었다. 매번 텔레비전 수상기 스위치를 켤 때마다, 거기 그녀가 있다, 무언가 내장을 빼고, 무언가 다른 재료 껍질을 벗기고, 그녀의 작은 도끼로 아무 해 없는 고기 덩이를 짓이기며 덤벼들었다.
늙은 유모는 부엌에서 유형 당했고 사스키아가 오리 구이와 강낭콩으로 시험을 하며 그녀 자신의 점심 파티 음식을 공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이디 A, 요리 준비를 하던 계급도 아니고 혼자서 요리하던 세대도 아니었던 그녀는 그래도 어설프고도, 무능하지만 도와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왜냐면 딸의 생일이니까, 그리고 늙은 유모는 그녀 과수원에서 갑판용 접의자에 발을 올리고 태틀러 한 부를 쥐고서 앉아 있었다. 그게 늙은 유모에게, 음식 내놓으려고 땅딸한 몸뚱이 털고 일어서기 전에 한턱 대접이었다. 이모젠 역시 몸을 일으켜, 분발해서 날이 아주 상쾌하고 맑아 밖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정원에 나와 식탁을 차렸고, 이모젠은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냅킨에 자갈돌을 얹고 있었다. 구식의 장미들을 인 정자 아래 풀을 먹인 하얀 테이블보 중앙에 놓은 유리 단지 안에 핑크색 꽃 한 다발이 있었다. 그리고 라일락이 피어 있었는데 이 레이디 애티의 유명한 흰색 라일락, 전원생활 지에, 사진이 실린 적도 한번 있었다.
우리 차가 다 와서 서자, 나는 이미 주차된 롤스로이스 롤러를 보았고, 매번 그가 내 가까이 있을 느꼈던 소화가 되지 않는 복잡한 감정들-환희, 공포, 비탄, 상사병-이 덮쳤다. 흰색 라일락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향기. 나는 누가 내 심장을 그러잡고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각 귀 위에 회색 날개가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형제보다 확연히 더욱 나이가 들어보였지만 아주 우아했다. 우리는 모두 아무리 레이디 A가 씩씩하게 반짝거리며 다녀도 처음에 조금씩 서로에게 냉랭하게 대했다. 하지만 자리에 앉기 전에 페리가 코르크 마개를 펑 따고 우리는 축배를. “자매를 위해!” 들었고, 나는 그들을 싫어하긴 하지만 나도 동참했고 노라도 그랬다. 아무리 닥치는 대로 모이긴 해도 우리는 모두 가족이며 그들이 우리가 지닌 유일한 가족인 까닭이었다. 두 번째 병 뒤에 얼었던 분위기가 녹기 시작했다, 조금.
수프. 늙은 유모는 도로 떠밀려 접대에 들어갔고 김이 나는 큰 그릇을 부엌에서 내왔다. 그녀 자신이 내왔던 수프보다 사스키아의 수공 작품에 더 자랑스러운 모습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이를 조금씩 먹었다. 처음 개시 요리, 오래된 책에서 사스키어가 찾아낸 쐐기풀 수프였다. 아니 그녀가 말이 그랬다. 오래된 엘리자베스 시대 수프. 아마 세익스피어가 바로 이 같은 수프를 먹었으리라! 그녀가 그 말을 하며 그녀는 ‘아버지’에게 특별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그녀와 이모젠은 밟은 자취조차 흠모라는 지라, 등등등. 세익스피어는 그 흉악한 수프를 분명코 먹긴 먹었더래도 이를 토하지 않고 삼켰을지는 의문이다. 나는 예의바르게 한두 숟갈 억지로 떴다. 아주, 아주 맛이 썼지만, 사내들은, 어리석게 응석 받아주고는 이를 몽땅 들이마셨고 페리는 한 사발 더 달라고 청했다.
그런 뒤 피 속에서 멱을 감고 있는 오리가 들어왔다. 나는 토할 것 같아, 한 모금 샴페인을 들이켜, 든든히 마음을 다지고서, 내 할당분을 골라내었다. 시꺼멓게 태운 껍질에 아주 조금 은색을 보이는 부분으로-이 오리는 분명 바깥은 아주 잘 구워놓았다-집었지만 강낭콩은, 내가 뜨고 있는데, 음식 더는 숟갈에서 튀겨나갔고 사스키아가 내게 눈을 치켜뜨고 째려보았다. 마치 그녀의 우아한 진연 중 어느 순간에 내가 본색을 드러내리라, 그래서 그녀를 욕보이리라, 알고 있었다는 듯이 흘겼다. 나는 강낭콩을 듬뿍 떠서 내 푸딩 숟갈로 먹었다. 하지만 남자들은 오리를 그들끼리 다 먹어치웠다. 누가 가장 많이 먹어 그녀가 최고다 추켜올리는 전투에 휩싸여 그랬다. 나는 배고픔과 속 쓰림으로 시달렸고 ‘일부러 이런 일을 벌였나?’ 의심까지 문뜩 드는 것이었다. 독이 든 고기! 달걀처럼 매끈한 비누 한 토막으로 차분하게, 그녀 얼굴에는 아무 것도 내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커다랗고 푹신하게 시뇽으로 뒤로 틀어 올렸다. 우리가 그 붉은, 붉은 머리카락만 물려받았더라면. 우리는 여전히 그 무렵에 흑갈색 머리였지만, 그 즈음에 물론 파마를 했다. 푸들컷이었다. 그녀는 헤더 색깔의 모직 트윈셋을 입고 진주를 했지만 이모젠, 항상 어딘가 특이한 이 아이는, ‘우리 주변 다운에 맞추기 위해 옷을 차려’ 입었다, 18세기 여자 양치기 드레스를 입고, 푸른색 나비매듭을 단 지팡이까지 완비를 하고 바보같이 웃었다. 몸 가까이 주변에 그녀의 애완동물 흰색 쥐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윌리엄 히키의 칼럼에 그녀는 쥐 없이는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고 하긴 했지만.
“맛있구나, 얘야. 재주가 좋아 사스키아는!” 레이디 A는 말했지만 자신은 새처럼 조금 먹었다.
이상한 식사였다. 추악한 음식, 파리들, 자꾸 물어대는 작은 벌레들과 다리를 타고 오르는 개미, 정원에서 식사를 하는 온갖 불편과 해저드 가문 씨족 사이의 위태위태한 평화 이 모든 것이 이번 모임에 특별한 풍미, 중국 돼지요리처럼 달콤시큼한 맛을 가미했다. 혐오스러운 실러버브(크림에 와인등을 넣어 섞은 휘저은 디저트)을 깨지락거린 뒤에 케이크가 나왔다. 고맙게도 해러즈에 주문한 케이크에 스물한 개 촛불이 꽂혀 있었다. 아이들이 불고, 우리는 박수쳤다. 페리는 손으로 눈가를 꾹꾹 누르는데 나는 그가 막 눈물 흘리기 직전임을 알았다.
그 순간까지, 페리가 거의 울 듯한 모습을 볼 때까지 아버지일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그래도, 진짜, 그는 노라와 나를 더는 아니더라도 사스키아와 이모젠 만큼은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분도 이해하겠지만, 똑같은 방식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의 육신에서 난 육신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은 그 아버지의 육신에서 난 육신이 아니다, 안 그런가? 수백만 개 중 하나의 작은 정자가 경부를 헤엄쳐 올라가고 아주 쉽게 정말 쉽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지
잊어버린다. 그리고 멜치어, 그 육신의 혈육인 우리들에게, 아니, 오히려, 그의 배출로 우리 존재의 촉발을 시킨 사람은, 다만 가끔 측은하다고만 느꼈고 그 원인에 관해서는 그로서도 어리둥절할 뿐인 모호한 애정을 때때로 느꼈다. 하지만 그는 사스키아에게, 이모젠 역시 정신 못 차리게 푹 사랑했고, 딸들이 생일 촛불을 불자, 그의 눈 역시 촉촉하게 젖는 것을 보았다.
나는 우리가 기차로 와서 평소 관례를 따라 역에서 택시를 탔더라면, 하고 바랐다. 그러면 즉각 휭하니 뜰 수 있었을 텐데. 그러니까 우리는 페리가 완전히 떠날 준비가 될 때까지, 몇 시간이 될지도 모를 시간까지,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런 뒤 레이디 A가 나이프로 유리잔을 탁탁 두드렸고 페리그린이 몇 마디 말을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는 일어나서, 아이리쉬가 했을 법한 표현으로, 얼굴은 환회와 슬픔의 4월 습작품을 하고 그가 말했다.
“내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너희들 네 명 모두” 그의 눈이 우리 방향으로 잔을 들어 올릴 때 그의 가장자리를 둘러 잔주름이 졌지만, 사스키아는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았다-“오늘 같은 날 너희들 틈에 내가 낀다는 게 이 늙은 죄인에게 얼마나 많은 의미를 지니는 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 너희 둘 구리빛머리 소중한 아이들이 마침내 성년에 이르다니, 문을 여는 열쇠, 결혼의 자격을 갖추는 나이가…되었지만 너무 서둘러 일찍이 결혼해서 우리 모두 쓸쓸하게 홀로 남겨 두지는 말기를.”
그들이 히죽거리며 웃었다.
“정말이지, 많은 날 중의 오늘 같은 하루 너희 둘에게 적당한 선물 생각하느라 고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마음속을 두루 찾아다녔고, 이 늙은 이맛전에 고랑을 팠지. 싸구려 보석은 안 되고, 뱅글도 아니고, 구슬 목걸이도 아니고 무언가 지속되는 거, 너희들처럼 아름답게 영원히 지속되는 무언가. 그래서…여기 있다, 내 사랑을 듬뿍 담은 선물.”
그의 두 눈이 눈물로 그렁그렁해서는 양쪽 상의 주머니에서 다이아몬드 팔찌 크기만 한 포장 상자를 꺼냈다. 아이들 즐거운 기대로 히죽거렸다.
“안에 뭐 들었는지 보렴, 얘들아.”
그는 아이들이 포장을 뜯어내는 모습을 기대에 차 지켜보았다. 상자는 금속으로 되어 있었고, 알고 보니 꼭대기에 작은 구멍들이 드릴로 뚫려 있었다. 갈수록 신기하고 신기를 더하여. 이모젠은 그녀의 상자를 먼저 열었고, 안을 들여다 본 뒤 작게 고함을 지르고 떨어뜨렸다.
사스키아가 그녀의 상자를 들여다보고 말했다. “에그머니나!”
각 상자는 잎사귀들로 된 작은 둥지였고 그 둥지 안에는, 애벌레가 있었다.
“너희들 이름을 땄다,” 페리그린이 말했다. “사스키아 해저드, 이모젠 해저드. 모든 열대우림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비 두 마리. 너희들 이름이 모든 교과서에 들어갈 거야. 사람들이 나비를 사랑하는 동안은, 너희들 이름이 입에 오르내리겠지. 너희들은 아름다운 일종의 영원을 누려. 그 나비들은 희귀종들이야, 딱 너희들 둘처럼.”
사스키아와 이모젠은 그들 상자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틀림없이 이 둘은 작은 유정을 각자 기대하고 있었으리라.
“그게 전부예요?” 이모젠이 말했다. 그녀는 포크로 애벌레를 찔러보았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제 건 죽었나 봐요,” 그녀가 말했다.
사스키아가 상자를 탈칵 닫고 이를 탁자 위에 떨어뜨렸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녀가 심한 아이러니를 담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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