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7
어여쁜 아이도 없이. 이게 그 말의 요지였다. 내가 두루 꿰다시피 하는 그녀의 이력으로 견주어 보자면 그 말을 하고 싶은 거겠지만 우유 단지 엎은 후에 울어 뭐 하리오, 비록 이 경우에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그런 점에 뭐라고 하기에는 지금은 너무 늦었다.
“솔직히 말해서, 때로는, 나는 몹시도 자꾸 외로워져, 특히나 네가 네 방에 꼼짝 않고 틀어박혀서 과거에 정신 푹 빠져 망할 워드프로세서 탁탁 두드리고 있고 나는 노년과 지하실에 입 닥치고 있으면 그래.”
“불쌍한 휠체어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나는 휠체어 말한 게 아니야, 너도 잘도 알면서. 나는 우리 노년을 의미한 거야, 식탁에서 4번째 손님.”
“낙관적으로 바라 봐,” 그녀에게 나는 충고했다. “너에게 내가 있고 나는 네가 있지, 우리 둘 다 휠체어가 있고, 너는 그녀를 우리 늙은 귀여운 딸이라고 부를 수 있지. 우리가 그녀를 목욕시키고,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주잖아. 우리 아버지는 본분을 저버렸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삼촌 페리를 제대로 슈거 대디로 두었잖아. 그것도 잘 알 테고. 우리는 어머니는 모르지만 할머니가 빈자리를 메웠으니 그것도 아니라고는 못 하겠지.
전구가 마치 할머니의 동의를 나타내듯 들어왔다 나갔다 다시 들어오며 깜빡였다.
“아무튼 그렇긴 하지만, 나라면…”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 낡은 시폰을 구기고서는 가슴에 부드럽게 앉았다.
“꼬맹이 티파니가 우리에게 왔다면 좋겠어.” 시폰 아기를 팔에 어르며 그녀가 말했다.
“나는-”
나는 눈물 고이는 눈을 손등으로 찍었다. 더 이상 눈물은 안 된다. 오늘은
그러자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 모자들이 놓인 선반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아니, 튄 게 아니라, ‘추진력을 받아 나왔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비행접시처럼 윙윙 거리며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 머리를 떨어뜨릴 기세로 방을 절개하듯 가로지르는 지라 우리는 몸을 숙였다. 이는 반대편 벽에 부딪히고, 되튀어 땅에 떨어지고서 파닥거리다가 가만 정지하였다.
할머니의 모자였다. 원반처럼 빙빙 돌아 점박이 베일이 딸린 작은 토크 털모자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긴장해서 이를 점검을 하는데, 장갑들이 눈사태처럼 쏟아졌다. 모두 그녀의 장갑, 미끈미끈한 가죽 엄지와 손가락들이 손이 깃들기라도 한 것처럼 주위로 소용돌이치며, 우리를 탁탁 치고, 우리를 공격하고, 우리 얼굴을 냅다 갈겨서 우리는 그래서 할머니의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이-유포 가방들, 코르셋, 돛 같이 펄럭이는 블루머들, 뱀처럼 쉭쉭거리는 스타킹들-우리 머리 위로 장롱에서 나와 폭포처럼 쏟아지자 겁먹은 아이들처럼 우리는 막아보려고 손을 움켜잡고 뒷걸음질쳤다. 우리 장딴지가 차가운 금속의 충격에 침대 옆면에 부딪힐 때까지 우리는 뒤로 물러났다. 그런 뒤 옷장 문이 저절로 귀신같은 끼릭 소리를 내며 그 자체 빈 공간을 닫아걸었고 먼지 밖으로 거울 속 마주 보고 있는 우리의 겁먹은 얼굴들만 남았다.
“할머니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고 있어,” 노라가 두려운 목소리로 말했다.
끼릭, 끼릭 문이 계속 끼릭거렸다.
“할머니가 우리에게 추억의 뒷길은 막다른 길이라고 하네,” 내가 말했다. 그녀 목소리를 종소리처럼 똑똑히 들렸다. “다 집어 치워, 얘들아! 꽃도 한철, 오늘을 즐기라고! 아직 죽은 게 아냐! 가야할 파티가 있잖아! 최악을 기대하고, 최고를 희망하라!”
우리는 걱정은 다 내던지고 큰마음 다지고 잼 단지를 급습했다. 우리가 일흔 이후 비상자금을 넣어두던 곳이었다. 말하자면 갑작스런 장례식용 화환이나 호스피스까지 갈 택시 값이며 등등으로 따로 둔 현금이었다. 가게들은 아직 열려 있었고 우리는 은여우 트렌치를 걸치고, 시장으로 서둘러 갔다. 일렉트릭 애버뉴 아래로, 야채 판매대들을 지났다. “이봐, 색시, 과부 위안거리 사지?” 가지를 들이밀며 그가 말했다. “고작 그런 농지거리가 최선이냐?” 내가 응수했다.
아주 갑자기, 명랑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뒤 그들이 눈에 잡혔다. “여기, 노라, 동물권리가들이 다가와.” 우리 최대 신장까지 가슴을 쫙 펴고 섰다. 우리 트렌치 코트를 방어해야 함을 진즉에 터득했기 때문이다.
“아줌마들, 그거 여우가 입고 있으면 더 나을 텐데,” 바지에 무릎 틈새가 보이는 젊은 남자가 말했다. 깔끔한 민 목덜미 이 사내는 왜 매번 이런 위협을 가하고 시비를 거는 걸까?
“이 여우에게 더 낫지는 않을 걸,” 노라가 콧대 드높게 말했다. “이 여우는 북극권에서 생태적으로 견실한 이누이트 족 사냥꾼이 예로부터 내려오는 수단으로 1935년 즈음에, 인간적으로 포획했다고, 젊은이, 너나 성스러운 네 어미가 아직 마루에 오줌 갈기기도 전에, 이 덫잡이 사냥꾼은 아마도 술과 절망에 굴복했겠지, 그의 전통적인 생계수단의 원천이 앗긴 탓에. 그리고 어쨌거나, 이들 여우는 지금쯤이면 죽은 지 오래 되었겠지, 그 외, 우리가 그들의 사랑스럽게 보존된 가죽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썩어 문들어졌겠지.”
“당신들 죄의식 느끼고 있다니 기쁘군요, 색시들.” 젊은 남자가 말했다.
그는 우리 평소 길에 슬며시 끼어들었다. “어째 내 이빨을 군침 도는 근사한 소시지에 박아 넣고 싶은 마음인데!” 노라가 음탕하게 털어놓았다. 그가 바지 앞춤을 재빨리 가렸다.
“나는 때로 할머니가 너무 시대를 앞서 태어났다고 생각해,” 내가 노라에게 말했다.
“적어도 저 사람은 그래도 꽃가게 앞에서 피켓 시위는 않겠지,” 그녀가 말했다.
여러분들은 브릭스턴 시장에서 뭐든지 살 수 있다. 작은 은색 별들이 온통 달린 스타킹을 마련했다. ‘천국에 있는 별보다 더 많은 별들,’(헐리우드)이라고 노라가 회고했다. 나는 스타킹 값으로 이십 짜리 한 장 떡 놓는데 뒤쪽에서 올드 빌Old Bill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세익스피어가, 우리 가족이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이 인물이, 실제 통화로 둔갑을 하다니, 그냥 여느 은행권이 위가 아니라 그것도, 높은 액면가의 지폐에 버젓이 턱 선보였으니. 그래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보다 높지는 않았다. 이에 여성으로서 뿌듯한 자부심이 들긴 했다.
사랑스럽게 반짝이는 스타킹에 이에 어울리는 반짝이는 은색재질의 작고 짧은 타이트스커트 두 장, 이들은 외과용 붕대처럼 착 달라붙어 우리 다리를 자랑스레 드러내주었다. 다리는 마지막까지 가는 부위다. 우리는 아주 늦게 60대 말까지 스타킹 모델을 하였다. 공갈 아니다. 베어 브랜드 모델을 섰다. 주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물론 넓적다리 중간에서 잘라야하긴 했다. 우리 나이의 여자들치고 우리 다리는 꽤나 괜찮은 편이다. 노라는 스라소니 무늬 라이크라 재질 스파게티 끈 젖통 튜브탑을 만지작거렸고 나는 깃털 장식은 어떨까 생각하는데…꼬맹이들이 킥킥거리며 주위로 몰려들었다. 노랑촉수 물고기 가판대의 남자가 슬픈 듯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챈스 자매들이 결국에는 과하게 도를 넘어버리는구나 생각했다. 금색 스텔레토 구두가 세일 중이었고, 우리는 기분 좋게 스스로 한턱 쐈다. 우리는 한팔 가득, 고물, 귀걸이, 구슬 목걸이, 여러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싸구려 흥 돋우는 물건들을 안고 돌아왔다. 몇 년 동안 그렇게 많이 웃었던 적도 없었다. 그 즈음에 물이 같이 목욕하기 충분히 데워졌다. 목욕 후에 우리는 목욕가운을 입고, 아침 얼굴을 크림으로 지우고 맨 처음부터 시작했다.
파운데이션. 옴폭한 볼과 관자놀이는 어둡게, 다른 모든 곳에 더 가벼운 톤으로 섞어들게 바르고. 연지, 다만 요즘에 사람들이 이를 볼터치라고 하지. 두 종류의 볼터치, 하나는 해저드 뼈대에 하이라이트를 넣고, 다른 볼터치로 장밋빛 볼을 부여한다. 노라는 코끝에 희미하게 살짝 바르는 일을 좋아하지만, 왜 그런지 가늠이 안 된다. 아마 옛 버릇 남 못주나 보다. 세 종류의 아이섀도우-검푸른 바다색, 하늘색이 약지로 눈꺼풀 위에 섞어 넣고, 그런 뒤 전반적으로 은색을 잔잔히 뿌린다. 그런 뒤 우리는 두 겹의 마스카라를 입힌다. 오늘, 립스틱으로 레블론 사 루비즈 인 더 스노우다.
한 세월이 걸렸지만 우리는 해냈다. 우리는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우리 얼굴에 우리가 늘 해오던 얼굴을 화장을 했다. 뒤로 조명을 받고서 한 30피트 떨어져서 우리는, 얼핏 보면, 런던 타운의 안개 자욱한 날 버클리 광장에서 나이팅게일이 노래할 때(노래 제목) 웨일즈 왕자와 춤을 추던 그 소녀처럼 보였다. 기억의 기만. 그 소녀는 달걀처럼 매끈했다. 립스틱은 절대 메말라 작게 갈라지지도 입술 주위로 주름이 지지도 않았다. 왜냐면 그때는 하나도 없었으니까.
“모든 여자들에게 비극이지,” 우리 명작 화장 솜씨를 곱씹으며, 노라가 말했다. “특정 나이가 지난 뒤 여자는 여성 흉내쟁이처럼 보이니까.”
잘 들어둬라, 우리 시대 아주 사랑스러운 여성흉내쟁이를 우리는 잘 알고 지냈다.
“모든 남자들의 비극은 그럼 뭔대?” 궁금증에 내가 따져 물었다.
“그래 보이지 않는 거, 오스카,” 그녀가 말했다. 노라 능력에 여전히 놀랜다.
허어, 그녀가 오스카 와일드에 대해 안다니. 나는 그녀 손톱 손질을 해주고 그녀는 내 손톱을 손질했다. 조금 논쟁 후에-우리가 우리 입술 색에 맞춰야 할까?-우리 다리에 맞추기 위해서 우리는 은색을 선택했다. 그녀는 내 머리를 해주었고, 나는 그녀 머리를 해주었다. 재수 없게도 역시, 은색이다. 우리는 향내의 구름 뒤로 사라졌다가 완전 탈바꿈하여 다시 나타났다. 저 세월 내내 망할 해저드 사람들이 우리의 모습으로 생각했던 바로 그 모습, 화장한 매춘부, 그것도, 이미 한물간 퇴기의 모습을 꼭 닮았다.
“오, 아이고!” 휠체어가 티슈로 랑콤 브와 드 로즈를 앉히려 그녀 입술을 톡톡 두드리자, 웅얼거렸다. “너희들 조금 너무 나갔다고 생각 들지 않아?”
그녀의 흰색 야회복을 입고 진주 목걸이를 하자, 그녀는 상당히 사랑스러워보였다. 미스 하비셤까지는 아니지만 과거 크리스마스 유령에 가까워보였다.
“시류에 맞춰야지요, 아주머니,” 노라가 말했다.
“나는 아냐, 나는 요즘에는 대부분 과거에 살아. 그게 낫다고 생각해.” 휠체어가 말했다.
그녀의 눈이 경건하게 멜치어의 초상화로 둥글게 선회했다. 그녀가 들어올 때 방에 맞춰 넣느라 잘라내어야 했지만, 고집해서 같이 들고 온 초상화였다. 그래서 더 이상 그 앞에 꽃은 놓아둘 수 없었다. 우리가 딱 잘라 아무 꽃도 가져오지 않겠다고 거절했고 그녀가 직접 나가 갖고 올 수도 없어서였다.
그래서 그녀는 이 모든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멜치어로 상심에 젖어 살았다. 아니 그런가? 수십 년을 매도당하고 무시당하고도 그를 사랑하면서, 그녀는 스스로 젊은 혈기를 내던지는 일에 싫은 기색은 없이 그 생물학적 기원이 좀 더 아.무.개 씨의 DNA 에 더 빚을 진 아리따운 아기들을 품에 안고 집에 데려왔다고 그녀를 위선자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녀를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여자에 관해서는 뭐든 개뿔도 모르는 것이다. 아니. 그녀는 늙은 멜치어를 사랑했고 불쌍한 할망구, 여전히 사악한 딸들도 사랑했다. 그들이 거기 있으니까, 그녀 침대 옆 탁자 위에, 알약이 든 작은 유리병과 몰번 광천수 반 병 옆에, 자단목 액자 안에, 여전히 변함없이 빌어먹을 오월의 어여쁜 봉우리들이 얌전한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으니까.
비가 내리고 창가에 내려앉았다. 4월의 소나기이다. 4월 23일. 그렇다! 멜치어의 목적지는 태어난 이후로 그를 위해 준비가 되었다. 그는 판지로 만든 왕관을 쓸 운명이었다. 그가 세익스피어의 생일날에 첫 햇빛을 보지 않았던가?
그러니 우리도 물론 그랬다. 하지만 바드 거리의 모든 작은 어린이들은 우리가 태어난 날 찰리 채플린에게 바치는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고 할머니는 우리를 창문으로 데려가 램버츠 전체에 빨랫줄에서 나부끼며 춤을 추는 셔츠와 블루머를 보여주었다. 아무렴, 그게 차이를 만들었다. 우리는 노래하고 춤출 운명이었다.
그런 뒤 우리는 휠체어의 손톱 손질을 했다. 그냥 깔끔하게 다듬고 광을 내는 정도였다. 그녀는 결코 말한 적이 없지만 매니큐어 바르는 일은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거 나는 안다. 우리는 아르페제 향수를 찍 짜주었다. 전화는 결코 울리지 않았다. 내가 전화를 볼 때마다 전화는 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브렌다도 결코 다시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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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Carter, wise children 4th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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