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7
4장
‘다른 펜들은 죄와 고통에 곱씹도록 내버려두고,’ A 항목 제인 오스틴(Austen, Jane). 맨스필드 파크. 나는 전쟁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절대 카니발이 아니었다는 말로 충분하다. 교전들은 없이. 카니발은 절대 아니다.
그래 정말 그랬다. 기억나는 일은 있지만 그냥 내 마음 속으로만 간직하련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관심은 끄시라. 그래도 내가 절대 잊을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본드 거리에 이른 아침에 울어대던 수탉. 그리고 어느 밤, 자정 즈음에 등화관제 중에 캠든 중심가를 내달리고 있던 얼룩말도 한 번 본 적 있었다. 줄무늬는 야광이었다. 노르웨이 해방군과 나는 초라한 다락방에 있었는데, 그리고 거의 모든 폐허 앞에 피어오르던 연기가 멈추기도 전에 폭격 지역들에 보라색 꽃들이 팡팡 터졌다. 사람들이 말하듯이 삶은 지속된다, 비록 당신 삶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뒷마당에 애국적인 돼지 한 마리를 두고 길렀다. 감자 껍질, 찻잎이 든 구정물로 돼지를 먹였다. 할머니는 그 돼지를 사랑했고 도살장에 관한 말은 물론 한 마디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몰래 숨겨둔 뒤에 결국은 장례용 구운 고기로 끝을 맞았다. 그녀는 사랑하던 할머니의 비육돈으로 근사하게 구워서, 우리가 할머니를 화장하자마자, 우리가 잔치를 벌이며 배불리 먹은 줄 알았다면 그녀는 무언가 충격적인 소동을 일으켰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장례식에 온 문상객에서 뭐 달리 낼 수 있는 게 있던가? 사람들은 먼 거리에서 왔는데, 곤죽이 된 시퍼런 채소만 낼 수는 없었다. 나이 든 유모는 레이디 A로부터 소스용으로 사과 한 자루를 들고 왔다. 레이디는 엉망진창 몰골로 깜깜 벽촌에 숨어 살았다. 요청에 따라 꽃은 없었다. 우리는 적어도, 그런 점에 관해서는 할머니의 원칙을 고수했다.
신시아Cyn와 그녀의 아이들은 참석했지만 택시운전수 남편은 없었다. 그는 북아프리카에 있었고 불쌍한 사내, 오도 가도 못 하게 상자에 담겨 사막 아래 거기서 머물렀다, 신시아는 이를 이겨내지 못했고, 그런 뒤에, 시름시름 시들더니, 결국 49년에 아시아 독감이 목숨을 앗아 가버렸다. 많은 과거 세입자들-늙은이 아다지오 댄서들, 골동품 소프라노들이 모였다. 이웃들. 브릭스턴 시장에서 샐러드 가판대를 운영하던 남자. 무수한 펍 주인들. 뭐? 당신도 낄 건가? 배역의 절반이 왔고 그리고 그 작곡가의 어머니가 새로운 검정 외투를 입고 왔다. 나는 저 금발 테너가 풍문으로 전해들을 지도 모른다고 짐작했지만 그런 행운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페리그린이 무언가 충격적인 소동을 못내 아쉬웠지만 삼촌은 첩보부에 영웅적인 업무로 떠나있었다. 무슨 업무일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는 이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 그가 어디 있는지도 아무도 모르는지라 우리는 더 타임즈에 광고를 내었고 문에 노크 소리가 나더니, 지프 한 대, 운전병, 크렘 드 망트(crème de menthe, 박하로 만든 독한 술) 열두 상자, 기네스 한 배럴이 떡, 그래서 문상객들은 모두 턱에 기름이 흐르고 독주 냄새를 숨결에 풀풀 풍기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식으로 페리그린은 할머니의 문상을 대신했다.
일단 뼈를 다 태우고 난 뒤-그 돼지는 철저하게 남몰래 최후를 맞았으니, 전시에 자신의 고기를 직접 도륙하다니, 목을 메달 중대범죄였기 때문에 그랬다-노라와 나는 바로 여기 아침식사용 방에 바로 이 가죽 안락의자에 앉아서, 저 길고 좁은 집에 울리는 침묵에 귀를 기울였고, 미래에 우리만 홀로 살 게 될 곳에 우리 둘만 남아 한참 목 놓아 울었다. 이는 맹렬히 몰아치던 우리 어린 시절의 끝이었고 우리는 진짜로 이제 완전 철저하게 우리 혼자 힘으로 서야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냥 할머니를 잃은 것만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우리가 태어나며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유일한 목격자였고 할머니는 얼굴 없는 그 유령의 살아있는 마지막 기억까지 저승으로 안고 가버렸다. 우리의 모든 어린 시절은 할머니와 함께 망각 속으로 가버렸으니 우리는 그녀의 육신은 물론이거니와 상당한 양의 우리들 역시 상실해 버렸다. 늙은 나이에도 벗고 다닌다고 놀리던 일을 기억에 떠올릴 때면 우리는 심히 죄책감에 무안해졌다.
이제 우리는 이십 대의 주요 간선도로에 접어들었다. 현재 내 상태를 놓고 돌이키면 여러 해 정점과 고지에 오르던 시기이긴 했지만, 그때는 이를 거의 그런 식으로 여길 수 없었다. 옛날 옛적에는, 우리가 서른에 이르면 우리 생명도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그 당시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 않다고 해도, 아무튼간 그 길의 끝에 다다랐다고 느꼈고 게다가 전쟁이 끝난 뒤에 우리는 전혀 예전 같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 날이 늘 쌀쌀했다. 우리 손가락은 몇 년을 희멀거니 퍼런색이었다. 전쟁 전에 우리는 젊었고 그때는 햇빛 쨍쨍한 캘리포니아에 있었다. 전쟁 중에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에 우리는 계속 견뎠고 따뜻하게 몸을 데워줄 항상 이런저런 남자들이 주변에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권태기가 들었다. 피는 약간 묽은 희석제였고 사람들은 내핍의 시대라고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느꼈던 그 냉랭함은 스태포드 크립스(영국노동당 정치인, 1947년 수상)나 40년대 말 추운 겨울이나 그런 것들보다는 할머니의 세상하직과 더 관련이 많다고 생각한다.
집안에 할머니가 없으니, 난롯불을 돌보고, 밤에 우리들을 위해 전등을 밝혀두고, 아침에 주전자를 올리고, 벌써 일어나 말린 달걀로 스크램블을 만들었는데, 달걀이 그대로 접시 위에서 굳어가고 있었고, 커다란 징을 울려 알리던 할머니가 없으니 집은 그저 덩치 큰 헛간이었고 우리는 휑뎅그렁 불편하게 지냈고, 더러운 접시 무더기들이 싱크대에 쌓이고, 계단은 추접하고, 눅진하게 끓인 콩요리는 차가운 화로 위에 냄비 바닥에서 한가로이 화석화하고, 등등등.
우리는 망가지는 대로 집을 내버려두었다. 잠을 자러 돌아올 뿐 그게 다였다. 때로 우리는 토스트 한 조각에 화상을 입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온기의 심장은 꺼져버렸다. 외풍이 현관 복도에 달음질을 치고 깔개들이 솟구쳐 올라 실룩거렸고, 우리는 이불보를 갈지 않아 이불보가 회색이 되고 얼룩이 지고 온통 부스러기 투성이였다. 다그닥다그닥 대는 직업댄서들에게 약간은 힘든 시절이었다. 그대로 우리는 용감하게 얼굴에 찍어 바르고 대적을 했지만.
그런 뒤 투어를 다니는 쇼의 음울한 나날이 시작되었다. 더 작은 더더욱 작은 극장들, 줄어드는 더 줄어드는 고객들, 쇼걸들은 더욱 더더욱 적게 옷을 걸쳤다. 우리가 하락하던 나날. 최악의 순간은 볼턴에서 누드 쇼 겸 판토마임, 골디락(미나리아재비, 금발미녀)들과 세 나체였다. ‘네 바지 벗어들고, 그거나 골디개소리라고 불러라,’ a.s.m에게 노라는 말했지만, 그가 그럴 일은 없었다. 그런 누드쇼들이란! 마지막으로 헐떡이는 보드빌 극장의 숨이었다. 그렇긴 해도 법칙이 있었다. 여자가 그녀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데, 다만 그녀는 근육하나 씰룩이지 않고 한 치도 움씰대지 않고-거기 그냥 거기 홀딱 벗고,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보드빌 극장은 전쟁 후에 그 지경으로 무너지고 가라앉았다. 더 이상 올리버 메셀이 지은 의상도, 세실 비턴의 무대도 없었다. 우리는 항상 우리 끈팬티를 입었고, 팬티스타킹을 벗지 않았다. 잊지 마라. 절대 홀딱 벗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노래를 했고 여전히 춤을 추었다. 하지만 우리의 예술이 배수구로 소용돌이쳐 쿨럭거리며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그때는 고급 문화가 호황을 이루던 시절이어서, 우리 아버지는 세익스피어의 어르신 역할-타이먼, 시저, 존 오브 곤트 등으로 시선을 깡그리 쓸어 모으는 중이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여전히 우리와 엮이려 하지 않았다.
내가 자주 통감하는 바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이 없으면 그런 가족을 만들어 낸다. 이게 인류의 특징이다. 우리는 어느 결에 서섹스로 흘러들어가 레이디 A를 방문을 하였다. 린드 코트는 그냥 시꺼멓게 탄 벽돌 무더기였고, 이혼할 때 이튼 스퀘어 집을 매각해 버려, 레이디 A는 캘리포니아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뒤 린드 코트 자작농원에서 세입자를 내쫓고 아가(영국산 레인지 겸 히터 상표)그리고 노출형 대들보 기둥들과 함께 이사 들어왔다. 그녀는 늘 거실에 멜치어의 전신 초상화를 걸어두었다. 초상화는 벽 한 면을 거의 다 차지했는데 금박 테두리에도 침울한 기운을 던졌다. 왜냐면 거기, 리처드 3세, 트리키 디키 모습으로 그가 온통 검정옷을 입고 눈을 사악하게 번뜩거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위에 전등을 고정해 달고서 늘 불을 켜두고, 항상 그 앞의 발받침 의자에 유리단지를 올리고 작은 꽃다발을, 3월에는 야생 수선화며, 계절에 따라 꽃무나 데이지로 항상 신선하게 꽂아두었다. 땅에 눈이 깔리는 때라도, 밖으로 나갔다. 머릿수건을 하고 웰링턴 부츠를 신고 뒤에 왈왈대는 작은 개를 항상 딸리고서, 애기똥풀, 때 이른 제비꽃, 스노드롭을 구하러 다운즈를 샅샅이 뒤지곤 했다.
그 혹독했던 46년 겨울, 나와 노라는 스노드롭들 사이에 헤집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니 차마 견딜 수가 없어서 우리는 그녀에게 온실에서 난 카네이션 큰 다발을 들고 갔다. 사보이 그릴에서 근사한 만찬보다 더한 값이 들었다. 심술궂은 사스키어가 생생하니 기운이 넘쳐 거기 있었다. 이모젠, 역시. 사스키어와 이모젠은, 로얄 아카데미 오브 드라마틱 아트(RADA)에서 연한을 채우며 다니고 있었고 사스키어는 가장 친한 친구를 같이 데리고 왔다. 검정 벨벳 슬랙스에 발레 슬리퍼를 신은 잘난척 겉치레 심한 무슨 깍쟁이 같았다. 사스키어는 카네이션을 보고 무슨 대단한 인물마냥 웃었다.
“얼마나 적절한가!” 감탄을 쏟더니, “‘…이는 누군가 자연의 사생아라고 하지요.’ 겨울이야기, 4장 3막.”
검정 묻은 냄비가 솥더러 까맣다고 꾸짖는 경우인 줄은 알지도 못하고 그러자, 아이 어머니가 창피한 마음에 이를 덮으려 애를 썼다.
“우리 꼬마 사스키어가 이런 학기에 퍼디타 역을 하고 있어요. 굉장하지 않아요?”
하지만 여자애들에게 그런 짓거리를 라디인지 라다인지 망할 아카데미에서 가르친다고 하면, 노라와 나는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싸구려 우롱이라니! 우리는 초연하게 물리쳤다.
여자아이들은 라다에 다니느라 멀리 있지만 늙은 유모가 늘 그녀 옆자리를 지켰고 힘든 일은 마을에서 온 아낙이 거들었다. 나는 걱정 가득한 주말 손님들이 그녀에게, ‘어떻게 이 밖에서 아무도 없이 홀로 버텨나가요, 아티?’ 물어보면 나는 늘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도움 청하러 거의 움직일 필요도 없이 가까이 사람들이 있고, 다년초로 만든 둘레 위로 작은 늙은 남자가 늘 구부리고 돌보느라 옥외변소를 향해 가는 길에 곧잘 발에 채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레이디 A, 조금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고독에 익숙해졌다고 말하고는, 정원에 관해 이런저런 언급을 했다. 그녀는 항상 저기 바깥에 있었다. 커다란 챙모자를 쓰고 정원사에게 무슨 무슨 일을 하라고 지시를 하면서. 잡지에 기사들이 실렸다. 그녀의 클레머티스(덩굴 식물 일종)는 유명했다. 저녁나절에 그녀는 벽에 얼굴 찡그린 멜치어와 함께 수틀에 수를 놓으며 앉아서 49바드 가의 정면 반 지하방에서 현재 그러고 있듯이 똑같이 유성기의 레코드들을 들었다. 그러면 나이 든 유모가 홀릭스를 들고 와서 10시에 그녀를 침대에 재우고 이불을 여며주곤 했다.
딸아이들은 때로, 아버지를 방문하러 가곤 했다. 그리고는 새 손목시계나 한때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 19세기 후반 프랑스 여배우)그리고 그 유명한 두제(엘리오노라 두세 19세기 20세기초 이탈리아 여배우)가 소유했던 황금 십자가상이며 엘렌 테리(같은 시기 영국 배우)가 서명을 한 세익스피어 전집을 들고 돌아왔다. 하지만 마치 그들이 갈라선 게 그녀 탓이라도 되는 듯이 레이디에게는 멜치어로부터는 성탄절 카드 한 장 오지 않았다.
레이디 A는 나이가 먹어 갈수록, 그렇게 더더욱 영국적인 외관을 띠었다. 안색은 더욱 투명해지고 얼굴 표정이 한층 더 중후하게 단호해졌다. 그녀는 카디건을 입기 시작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도 그녀는 슬퍼 보이긴 했지만, 파스텔 색조처럼 슬픔이 그녀가 되었다. 그녀는 불굴의 미소에 불구하고 아니 그런 이유로 진짜 미니버의 미소 때문에 슬픔의 대명사로 명성을 구축했다.
그 농장 본채는 앙증맞고 근사했다. 은은한 벽돌 빛, 이끼가 낀 기와들, 구릉지에 아늑하게 자리를 틀고 앉아, 영국 해협이 가장자리를 두른 풍광하며. 울타리를 두른 과수원이 있어 양을 놓아길렀다. 항상 나는 그 과수원 이른 봄을 떠올린다. 사과나무 뿌리들 사이로 달맞이꽃들, 처음 돋아나는 새싹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연기 그리고 타고 온 마을 택시를 벗어나는 노라와 나, 붉은 모로코 구두뒤축과 진창.
내가 사는 동안에 그 농장에서만큼 추웠던 적은 없었다. 춥고 무서웠다. 공습 대피소도 이렇지 않았다. 밤에 우리는 추가의 온기를 얻으려고 퀼트 이불 위에 은빛 여우 트렌치코트를 펼쳐두고 차가운 침대에 웅크리고 누웠다. 우리의 편의를 위해 늙은 유모가 넣어준 완전히 뜨거운 온수병에 발가락 다쳐가며 격자창에 스며드는 달빛을 구경하고, 밤새들이 부엉거리고 올빼미가 덮칠 때 지르는 생쥐와 들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들었다. 모든 것들이 사방에서 서로 죽이고 있었다. 우리는 추위로 뻣뻣하게 굳고 공포로 얼었다. 토요일 자정 30분 지난, 아니 언제든 레일턴 로드(브릭스턴에서 런던 남부로 가는 길)가 이보다 낫지.
사실대로 말해서, 비록 그 농가가 그림 같은 외관에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우리는 다만 그녀에 대한 애정에 우러나 거기 갔다.
그녀는 침대 하나에, 항상 똑같은 흰 회반죽 바른 방에 묵어가게 했다. 늙은 유모가 재봉실로 사용하는 데였다. 철제 침대틀, 송진소나무 세면대와 재봉사 인체 모형이 있어 머리 없는 그림자를 드리우면 곧잘 오싹 소름이 돋았다. 화장실에 대해서 입 다물고 벙긋도 아니하리. 서섹스의 모든 거미들로 된 비공식적 비바리움(보통 여러 동물을 넣어 기르는 관상용 사육장)을 형성하는 주철 목욕통도 안 들은 걸로 쳐라. 우리는 어여쁜 봉우리들의 방으로 숨어들어간 적은 없지만 레이디 A의 방은 누군지 짐작하지 않아도 뻔한 이에게 받혀진 신전이었다. 모두 그 사람 사진으로 도배를 했고, 거기에 하나 더, 딱 하나 더 페리가 실크해트 밖으로 사스키어를 끄집어내는 모습을 찰칵 찍은 사진이 있었다. 윤을 낸 오크나무의 좁은 발판의 가파른 계단이 있었다. 레이디 A 말로 그 살아있는 나무가 좋아서 층층대에 카펫을 깔지 않았다. 이 아래로 노라와 나는, 사스키어와 이모젠이, 만약에 집에 있으면, 우리 구두를 보고 심하게 웃어대는 걸 충분히 인식을 하며 조심조심 발을 고르며 미끌미끌 실룩거리며 내려왔다.
현관 복도 벌레 먹은 오크목 반닫이 궤 위에, 포푸리 가득한 커다란 중국제 오목한 그릇에, 늙은 여인네들과 애끓는 상심의 슬프고도, 아릿한 시큼한 냄새가 풍겼다. 오래 전의 린드가 사람들이 베니스에서, 알프스 산에서, 호수에서 서투르게 휘두른 사방의 수채화들, 바래가는 친츠 천, 바닥까지 닳은 오래된 러그들이 있었다. 곳곳에 솔기가 다 드러난, 값비싼 남루한 모습이 우리로서는 갈망의 마음이 영 들지 않는 고급 아취를 지니고 있었다. 럭키 챈스들들은 이런 거 모른다. 우리는 번쩍거리거나 누추하거나 그 양단의 한 운명만 있었다.
음식은 별로 없었다. 우리는 그녀가 동부 서섹스 암거래 시장에서 손에 얻지 않겠느냐 기대를 걸었지만 늙은 유모도 우리 쿠폰 필히 챙겨오라고 늘 주문을 했고 코티지 파이, 셰퍼드 파이를 내왔다. 뭐로 만들었든지 간에 절대 그런 모습으로 짐작은 가지 않기는 했지만 접시는 첼시제품이었고 나이프와 포크는 은제였으며, 손잡이에, 시꺼멓게 입힌 린드 문장, 제 가슴팍을 쪼고 있는 펠리칸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 썩은 음식. 그러나저러나, 우리는 여전히 어느 조상 전래의 포크를 써야 하나 긴장을 했다.
그리고 늘 오금 저리게 꽁꽁 추웠다. 침대에서만이 아니다. 우리는 발레리나 길이의 던들 치마를 입고 터틀넥을 입은 사스키어나 이모젠이 극한의 기온은 참고 버티는 상류층의 세습 능력을 뽐내며 빈정대는 시선을 던지건 말건, 우리 털외투를 입고 식탁에 앉았다. 더 잃을 애정도 없이 서로 싫어하고, 그들은 우리가 새로운 상황에 발 디딜 자리를 찾아가자 못내 눈꼴사나워 했지만, 그들 역시 버림받은 지금은 그럴 처지도 못되었다. 그래서 레이디 A가 사스키어와 이모젠의 스물한 번째 생일연에 내려올 수 있을까 떠보자, 노라가 빈정대는 투로 ‘어림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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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아이들, 앤절라 카터, Angela Ca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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