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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 없는 짓/the museum of unconditional surrender

the museum of unconditional surrender 79-

by 어정버정 2023. 4. 1.

2019-05-08

 
 

 

page 79

 

인용

 

기억은 내 생각에 진화의 과정 중에 영원히 우리가 잃어버린 꼬리의 대체물이다. 이는 이동을 포함하여, 우리의 방향을 조종한다. 그런 점 외에 회상의 바로 그 과정에는 그런 과정이 절대 일직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도 분명 인간 본래적인 무언가가 있다. 또한 기억을 더 할수록 아마 더 가까운 것들이 죽게 마련이다.

상황이 이런 식이라면 기억을 헛딛는 것은 좋은 일이다. 꼬리가 그러듯이 대개 하지만 감기고 되튀고 사방으로 빗나간다. 사람의 서술도 조리가 닿지 않고 지루하게 들릴 위험이 있긴 해도 그래야 한다. 지루함은 어쨌거나 가장 자주 접하는 존재의 면모 아니던가. 그렇게나 열심히 현실주의를 분투했던 19세기 산문을 왜 그렇게 형편없이 대하는지 궁금하다.

마음 속 아주 사소한 변화를 본뜰 수 있는 능력을 능히 갖춘 작가라고해도 온갖 소용돌이 모양 화려함으로 꼬리를 재생산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피할 수 없다. 왜냐면 진화는 그저 얻은 것이 아니니까. 세월의 원근법은 완벽한 망각까지 내용물을 똑바로 세운다. 아무 것도 이를 도로 불러들일 수 없다. 배배꼬인 편지에 손으로 쓴 단어들로도.‘

-요세프 브로드스키, 하나 보다 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