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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 없는 짓/the museum of unconditional surrender

the museum of unconditional surrender p98-

by 어정버정 2023. 4. 1.

2019-05-09

page 98

 

32. ‘시간 좀 낼 수 있어요?’

아니요, 왜 물으세요?’ 시셀(Sissel)이 말한다.

시셀은 지도, , 컴파스, 세계의 나라와 그 바다들에 편집증이 있는 예술가이다. 시셀은 세계 지도들을 사서 바다를 오려내고 이 바다들을 자잘한 조각으로 자른다그리고 이 자른 조각들을 다시 한 표면이 되도록 붙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그 자신의 지리적 감각을 따른다. 바다 일에 몰두하고 있지 않으면 그녀는 종이쪽들에 구멍을 내고 한 줄로 이를 빨래처럼 쭉 꿴다. 이 구멍들에 빛이 통과하면 시셀은 이 작은 별이 빛나는 조각 하늘에 넋이 나가 몇 시간이고 쳐다보고 있다. 시셀이 구멍을 내고 있지 않은 때면 달궈진 다리미로 종이조각에 자국을 내고 있다. 이 자국들은 물론 지도를 연상시킨다

 

공간에 대한 자신의 감각과 그 공간에 대한 자신의 위치에 강박증을 보이며 그녀는 곰돌이 푸에 (위니가 북극을 발견하고서, 세상에 다른 극이 있는지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묻는다)나오는 인용구들을 세계 도처의 수많은 대사관들에 보냈다. 이 인용구를 그들 자신의 언어로 번역해달라면서. 시셀은 이제 세상의 수많은 언어로 번역된 똑같은 인용구들을 지니고 있다. 원래 인용문은 이렇다. ‘There’s South Pole,’ said Christopher Robin, ‘and I expect an East pole and West Pole, though people don’t like talking about them.‘ 

 

33. 리처드가 베를린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유고슬라비아 관광지도를 내게 선물했다. 리처드의 선물에 마음이 뭉클했다. , 이런, 나는 지도도 하나 안 가지고 있었구나, 이런 생각에나는 지도에 눈을 박고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산맥이며 강줄기의 모양새를 따라가고, 내가 있었던 장소들을 세어본다나는 이 속에 내부적으로 지쳐나갈 때까지 깊이 가라앉는다. 지도는, 좋은 압지처럼 강한 상실감을 빨아들인다.

저는 난파되었어요. 저는 아틀란티스 출신이에요.’ 내가 말한다.

, 그래요. 어떤 나라들은 사람들만큼 끈질기게 존속하죠.’ 리처드가 말한다.

나는 손가락 끝으로 언덕과 계속들을 달린다. 나는 구불구불한 강들을 더듬는다. 모두 작다. 나라의 땅덩이가 어린이 그림책 같다. 이것 봐, 보히니(Bohinj)의 호수야. 크라니스카 고라 조그마한 스키타는 사람 스케치네, 저기 포스토이나 동굴 좀 봐! 세즈나 근처에 작은 리피자너(Lippizaner 리핀차 왕실 목장 마장마술로 주로 쓰이는 회백색 말) 뒷발로 서고 있네. 자그레브 대성당이 있고, 요시프돌 옆으로 미니어처 곰이 걷고 있어. 봐봐, 야이체와 유고슬라비아 문장이야, 세상에, 사라예보와 모스크가 있네. 모스타르와 옛날 다리들 시녜와 시녜의 고리가 있고, 니크쉬치와 구슬레 연주자의 작은 스케치, 스투데니카의 수도원이 있어. 밀레셰보 수도원 옆으로 유명한 프레스코, 백천사, 스코프예의 불명확한 스케치가 있어. 양귀비가 한 송이 스트루미카 옆에서 자라고, 프릴렙 옆으로 담배의 세 잎과 파이프 하나, 브라녜 옆으로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작은 여인 세명이 있고, 바이올린을 든 루마니아 접경의 집시들 곁으로나는 남쪽, 두브로니크로 믈롓의 섬으로 흐바르로 옮아갔다가 바다를 따로 북쪽 위로 옮긴다. 전통 의복을 입은 작은 두 여인이 수삭 섬 옆에 서 있다. 갑자기 내륙으로 틀고 포치텔리에 있는 모스크 둥근 지붕을 손가락으로 훑는다. 어린이 손가락 손톱 만 하다. 그런 뒤 북쪽으로 작은 슬로베네스로 가 트리글라브 산을 오른다. 그런 뒤 동쪽으로 밀을 수확하고 있는 보이보디나 주거민들에게로이 모든 게 마치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너무 작고, 너무 비현실적이다.내 눈물이 아드리아 해에 떨어진다. 마레 아드리아티고, 아드리아티슈스 메어, 에이드리애틱 시, 메르 아드리아티끄, 아드리아티체스코 모레아드리아해는 가장 짠 바다 중의 하나이다. 이게 이 순간에 기억할 수 있는 전부이다.

 

34  나는 최근에 고국인, 크로아티아 작가의 방문을 받았다. 베를린을 지나던 길이었다.

나는 죽은 작가예요.’ 대화 도중에 몇 번이나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하며 손가락으로 팔목의 맥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