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철도역에서 다른 사람들은 서둘러 머리를 빗고 피와 토사물을 닦아내고서 기차에서 뛰어내려 타임스퀘어 지하철로 가는 표지판을 따라 몰려갔지만 나는 멀리 몸을 숨겼고, 공중전화 부스를 발견했다. 싱싱 교도소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소장님? 저는 부통령입니다. 어, 리처드 닉슨입니다. 원자 스파이가 아직 거기에 있나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이곳의 감시 하에 두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아, 제가 그들과 얘기하러 가려고요.”
“여기에 오신—?”
“다음 열차를 잡아탈 겁니다.”
“알겠습니다…어…혹시 사면이 내려지나요, 닉슨 부통령님?” 그가 희망을 갖고 물었다. “
“새로운 제안을 하려고요,” 내가 말했다.
“아이고야, 당신네 사람들 계속 압력을 가하는군요, 안 그래요?”
“압력요?”
“글쎄, 제 말은, 몇 주 전에 베넷을 여기로 보낸 이후로 당신들은 거의 누그러지지를 않네요.”
“베넷—?”
“교도국 국장님요—”
“아.” 나는 이 일은 몰랐다. “어, 우리는 어, 새로운 정보를 얻었습니다. 저기, 제가 들어가기 힘들겠지요?”
“모두 차단되어 출입을 통제하지만 부통령님은 통과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하지만 어, 가능한 한 제가 주목을 안 받고 가는 게 관건이라. 잘못 틀어지면, 아, 다 망할지도 몰라서.…”
“아 그래요…”
“다른 이름으로 제가 통과해도 되게끔 주선해 주실 수 있나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 무슨 이름으로…?”
“에…그린리프. 토마스 그린리프.”
“그린리프요. 시인과 같은…”
“바로 그래요.”
“알겠습니다. 제가 준비해 두겠습니다.”
유리 돔으로 된 중앙 홀을 가로질러 가는 길에 나는 한 잡화 가게를 발견했고, 어쩌면 변장을 해야겠다는, <손안의 새>에서 그린리프가 하고 있던 것처럼 수염을 단다거나,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가게에는 턱수염이 없었다. 내가 찾을 수 있었던 최선이 양끝이 올라간 값싼 콧수염이었다. 뉴욕 센트럴 매표소 창구에서 직원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물론 그 기차를 타고 싶으시겠지? 올버니 사람들 태우려고 막 북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는데, 정거할 계획이 없었거든요.” 그것은 톰 듀이와 그들 무리일 것이다. 맙소사, 내가 실패하고서 이런 빌어먹을 기차여행을 다시 겪어야 하고, 이번에는 듀이의 하수인들로 고통을 받아야 한다면? 아마도 사람 잡아 먹는 그레이트 데인도 그와 함께 하겠지. “네, 서둘러 주세요.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이 일을 잘 성사할 수 있기를 정말로 바랐다.
나는 기차를 향해 발을 재촉하며, 혼자 조수를 거슬러 달려가며 서둘러 킁킁 겨드랑이 냄새를 맡고서 여기가 이곳을 실제로 본떠 만든 로마식 목욕탕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날은 몹시 더웠고 땀이 끈적하게 달라붙어 추한 느낌이 들었다. 왜 항상 나는 땀을 많이 흘리는 걸까? “오, 너는 스튜처럼 펄펄 휘저어보겠다고 열심히 일해.” 엉클 샘이 나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당신이 일하는 것을 보잖아, 그들은 스튜에 땀이 떨어지는 것만 봐.” 그래, 어쩔 수 없지, 사람은 자신의 골칫거리를 안고 살아야 한다. 나는 면도도 필요했고, 깨끗한 옷도 필요했다. 스티브 캐년 만화보다는 비틀 베일리 코믹에 더 가까워 보이는 이 판을 끝까지 버텨보아야겠지만, 그래야만 하리라. 아침 식사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구나, 깨달았다. 배가 뒤틀리고 입이 말랐지만 이러한 증상은 내 신체가 전투에 대비해 곤두서고 있다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신호들로 인식했다. 사람은 사소하더라도 위기로 고초를 겪은 뒤라면, 근육이 긴장되고, 호흡이 빨라지고, 신경이 쿡쿡 쑤시고, 성질이 쉽게 발끈해질 때 걱정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사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걱정은커녕,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걱정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또한 상쾌한 흥분, 해방감과 짜릿한 감각을 느꼈다.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고 스스로 확신했다. 위기에 대적하기로 결정하는 일은 테스트 자체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결정을 내렸다. 나는 미래를 위해 기차를 갈아탔다! 내가 무엇을 하게 될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내 컨디션을 되찾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로젠버그 부부를 세상의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까지 이해했다. 그들 가족, 자녀, 공모자, FBI, 심지어 서로도 이해할 수 없는 그 부부를 이해했다. 그리고 그 이해를 통해 나는 세상 전반이 입을 쩍 벌리고 쳐다볼 진실을 도발해 낼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으며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스티브캐년(Steve Canyon)은 공군을 배경으로 하는 조종사의 모험담 만화이고, 비틀 베일리Beetle Bailey는 대학 중퇴후 군입대 병영을 중심으로 게으르고 말썽 피우는 인물의 코믹 만화
기차에 다다라 올라탔는데, 갑자기 차가운 한기에 몸이 후들 떨려 뒷걸음질쳐 내렸다. 내가 실수한 건가? 기차는 완전히 비었고 나는 아마 완전 혼자이리라. 나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는 기차들에서 뛰어내리고 시내로 가는 지하철을 향해 열심히 경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나는 기가 확 죽었다. 미국 사람들은 매우 변덕스럽다. 그들은 커다랗게 물결치며 감정적으로 휩쓸려 들어갈 수도 있지만, 실패하면 빠르게 돌아서 외면해 버릴 수도 있다. 나는 다수의견에서 일탈할 때마다 항상 죄책감을 느꼈고 이제 그것도 행정부를 불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안은 무엇인가? 빼도 박도 못하는 홉슨의 선택, 일견 실패라고 할 수 있는, 덜 화려하고 최종적일지라도 확실한, 타임스퀘어로 가거나, 혹은 승산이 없는 가능한 돌파구로, 아무리 위태해도, 싱싱으로 가거나. 어쩌면 패트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나, 그녀가 내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뭐라고 말하나? 어쨌든, 그녀는 아마 이미 집을 떠났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아내와 딸들은 지금 바로 여기 펜 철도역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나의 이런 모습을 들킬 수는 없었다, 그녀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성자든 아니든, 그녀는 사람들 물고 늘어지고 호되게 욕 먹이는데 일가견이 있었고, 어쨌든 지금은 받아들일 여력이 없었다.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그녀는 자기 자리에 괜찮게 해내는 착한 요정이지만 혼자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 게다가 선택, 결정은 이미 내렸다는 점을 상기했다. 그렇지 않았나? 그렇지 않았나? 기적이 비명을 질렀고 나는 텅 빈 기차에 올라타며 생각했다. '맙소사! 그 사람들 나 혼자 모든 일을 다 하라고 두고 떠나버렸어!
우리가 역을 빠져나오고 북쪽으로 도시를 벗어나 굴러가기 시작하자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항상 움직이는 일은 도움이 되었다. 어떻게든 내가 시간과 연결이 되고,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간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카리브해에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기자이자 스파이인 휘태커 챔버스 호박밭에서 마이크로필름을 모두 찾았을 때처럼. 아니면 결혼식 날 패트와 내가 멕시코시티로 만사 지우고 떠나던 날, 환상적인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었고, 동화 속의 가난하지만 정직한 소년들이 찾아 헤매던 불특정 행운처럼, 시간을 초월하고, 국경도 없고, 무르익고, 황금빛이었다. 움직이면-심지어 무작위적인 동작조차도-나를 현실에 더 가까워지는, 신에게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님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가 무슨 말하고 있는지 알았다. 길거리에 지나는 필부에게 물어보면 그는 하나님이 ‘지고의 존재’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존재’는 하나님의 공통적인 측면일 뿐이다. 그분의 초월적인 측면은 움직임이다. 언덕 위의 승려들은 명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이 하는 건 그저 한가한 공상일 뿐이다. 나도 그런 일 아는 바가 많았다. 뒷마당에 등을 대고 무한대 허공을 바라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당신이 정말로 누구인지, 세상에 정말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싶다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았다. 내가 늘 기차를 좋아했던 진짜 이유는 서쪽이나 동쪽, 그 어떤 방향으로도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정된 장소라는 환상에서 물러나서 생명력 넘치는 접촉을 하기 위해서였다. 나에게 신학을 공부할 시간이 있었다면 그 빌어먹을 분야에 혁명을 일으켰을지도 몰랐다.
기차에 혼자 있어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메아리치는 공허함에 모든 중요한 의사 결정의 본질적인 외로움이 도드라졌고, 어떤 끔찍한 방식으로 외따로 떨어져 나만 부각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긴장을 풀 기회를 가지게 되어 고마웠다. 모자와 선글라스, 신발을 벗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할 필요 없이 단추를 풀고 살짝 스트레칭을 했다. 나는 콧수염을 시험삼아 달았다.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뻣뻣하고 간질거렸다. 나는 가짜 콧수염을 주머니에 찔러두었다. 한 얼굴로 이 연극을 깨부수고 장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잘 돌아가지 않을 경우에 사용하도록 다른 얼굴을 아껴두자. 이왕에 이 일을 하려고 한다면 리처드 닉슨으로서 해야 했다. 심지어 리처드 닉슨으로서가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도 이미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였던 닉슨이 아니라 그냥… 나여야 했다. 어떤 모호한 방식으로, 사실이지 비록 요원하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로젠버그 부부와의 접촉을 통해, 마치 나 자신에게 고대의 저주를 걸기라도 한 것처럼, 나 자신도 오염이 되었다. (나는 저주를 믿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들은 이야기들, 고용된 여자애들이 들려주던 이야기들에 차츰 마음이 쏠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기차에 타고 보니, 외로운 기적 소리, 몽상 — 묵상에 휩쓸려 들었단 뜻이다) 한마디로, 나는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어떻게든 이 접촉을 흡수하고 강화하여 마침내 이를 나 자신의 이익으로 전환할 수 없다면 나는 계속 어려움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로젠버그 부부만큼이나 자유롭지 못했다. 우리는 다 평범한 인간의 드라마를 넘어서는 드라마에 휩쓸려 들었다. 우리 사이의 유일한 실제 차이점은 로젠버그 부부의 경거망동과 일반적으로 잘못된 판단력이었다. 하지만 잠깐만, 그렇다면, 나의 탈주도 대본의 일부였나? 아 젠장! 하지만 또 나는 이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이런 생각을 마음에서 밀어내고 대신 로젠버그 부부에게 억지로 집중했다. 그들에게 어떻게 접근할지, 어떤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할지, 마침내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얻어내고 싶은지 집중했다.
줄리어스는 약한 사람임을 알았다. 그 사람부터 시작하자, 만약 그가 무너지면, 에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음모에서 대단한 장점이었다. 흠을 찾아 작은 구멍을 뚫으면 수많은 비난과 반대 비난의 홍수가 쏟아져 나왔다. 아마 결혼 생활이 파탄날 수도 있지만 그건 그들의 문제이다. 어쨌든 그들은 좋은 변명거리를 찾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적어도 그들은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일이 수그러들면 그들은 아마도 나에게 고마워할 것이다. 수월하리란 뜻은 아니다. 약하든 아니든 로젠버그는 2년 동안 꼬박 자신의 방어진지를 지탱하고 강화하였다. 그 모든 공개 열변들로, 그는 진짜 돌벽을 쌓아 올렸다. 단순한 이치는 그 벽 앞에서는 쓸모가 없고, 위협이나 회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면 공격을 모두 격퇴할 테니, 나는 어떻게든 그 벽을 몰래 넘어 그를 뒤에서 불시에 붙잡아야 했다.
그럼 어떤 책략으로 가나? 어쩌면 함정수사, 날조 조작이라고 그들에게 맞장구를 쳐주나? 나는 나도 중상모략을 덮어쓴 피해자였다고, 그들이 무엇에 맞서고 있는지 나도 잘 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일이 되도록 하려면 그들은 나를 믿어야 했고 나에게 모든 것을 말해야 했다. 물론 그들이 실제로 FBI가 말한 것과 같은 그런 사람이라면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아니면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말 결백하다면 같은 문제이다. 나는 오늘 밤 타임스퀘어에 가져갈 중요한 뭔가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진실이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고 확신했다. 로젠버그 부부는 뭔가 죄를 지었지만 기소된 내용의 죄는 아니었다. 그리고 로젠버그 부부가 부분이나마 넘겨줄 수 있다면, 나도 아마 내 쪽에서 부분적으로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FBI는 그들 파일에 로젠버그를 가두기에 충분한 범행의 증거를 쥐고 있다는 말은 수천 가지 경로를 통해 말을 흘렸지만 이 주제에 대한 반복적인 맹세가 자체 의심의 원인이 되었다. 로젠버그 부부가 데일리워커 구독을 중단한 일처럼, 이는 두 가지로 읽을 수 있었다. 저기 있는 놈들은 아직 갱단 급습하던 시절과 주니어 G-Men 클럽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황금시대에 혼자 힘으로 환상적인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이제는 누군가가 개판 실수한 그들을 잡아챌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 나는 수없이 만났고, 사실 수년 동안 나 자신 내부 정보를 위해 그들에게 의존했지만, 대부분은 현실과 꽤 동떨어져 있다고 말해야겠다. 변장을 하고 다른 사람들 꽁무니를 쫓아 기웃거리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고, 심지어 동료 요원들조차 그렇다, 편집증에 빠져들고, 지루하고 서로 뒤얽힌 온갖 서류들로 된 그들만의 기록철 작성 체계로 빌어먹을 중세 승려들보다 더욱 폐쇄적으로 격리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파일과 염탐꾼과 과학수사 연구소 및 특권 가득한 접근 권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대부분의 사건을, 어떤 사내가 다른 사람을 밀고해서, 사실상 FBI를 자신의 도화선으로 이용해 먹으려는 술수에 말리거나, 혹은 어떤 요원이 행운의 예감이 들어 행동해서 해결한다. 어쩌면 어느 남자가 그냥 사기꾼처럼 보인다는.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지. 아니면 공산주의자 같아서. 이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아직도 얼굴 뼈들로 범죄 경향을 식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 아래 존 딜린저의 데스마스크를 두고 정기적으로 빌어먹을 세미나를 열고 있다! 그리고 줄리어스 로젠버그는 매우 운이 나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끄나풀, 경찰 밀고자, 그 모든 오래된 갱스터 영화의 첫 번째 릴에서 죽은 호감 안 가는 희생자들처럼 생겼다. 일단 그를 보고나자, 그들은 아마도 재차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 서류는 계속해서 성장했다. 피노키오의 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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