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위온 눈에 문뜩 그 위에 서 있는 돈 펠리페 5세의 돌 방패에 새겨진 여인의 얼굴이 어렴풋이 들어왔다. 조각상은 코없는 얼굴의 오목한 표면에서 시에라 데 과다야마의 하얀 봉우리에서 북쪽까지, 그 아래 도시로 내린 움직이지 않는 추위를 반추하고 있었다. - El aire de Madrid es tan sutil, que mata a un hombre y no apaga a un candil, (마드리드의 공기는 너무 미묘해서 사람을 죽여도 남포등은 끄트리지 않는다),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치명적인 추위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의 뼛속에 든 골수에서 온몸으로 확산되어 나가는 것 같았다. 거짓 새벽이 지나고 태양이 하늘에 등장할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거기, 지구 테두리에 버려진 의심하지 않는 완벽 그 아주 끄트러기가, 추위 치세를 조용히 꺼트리기 위해 그 뒤로 떠오를 불꽃 앞에, 오래된 달의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위언 목사에게 해방감이 찾아들었다. 무언가로부터 벗어나는 해방인지, 어딘가의 속으로 들어가는 해방인지 그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의식 너머 어딘가에서 이미 결단이 섰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그 굽이를, 처분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 숨을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그럴 시간이 있을 것이다.
태양이 등장의 기적을 부리며 지상의 가장자리 너머 속도를 올려 지나고서, 기량을 확신한 후 천천히 올라 낮이 되는 것처럼, 그럴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위언 목사는 짐을 꾸리고 천천히 이베리아 반도를 움직여 다녔다. 그는 사람과 유물, 움직임과 붕괴, 벽에 축척된 시간, 무너진 성문, 물 한 통을 끼얹으면 로마인 삶의 색깔들이 살아나는 단색 모자이크 노출면, 시간이 지나가 버리지 않고 적축이 된 성당의 부서진 정면들, 이들이 (시간의) 파괴가 아니라 보존되도록 이를 붙들고 있는 증인으로서 서 있는 모습들을 보았다. 도시를 걷는 동안 그는 행상인들의 외침에 쫓겼다. 유리병을 산다는 빗자루를 판다는, 그들의 외침은 번뇌에 휩싸인 사람들의 소리였다. 그는 손풍금의 어긋난 선율 속, 행복에 대한 절박한 희망에 거리 아래로 쫓겼고, 길거리에 멈춰서서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보고, 거기서, 허물 같은 지붕들 속에서, 붙은 건물이 무너진 자리에 여전히 서 있는 벽에 남은 계단의 도해, 복도들, 침실, 부엌의 선들 혹은 바닥의 반복적인 타일 바닥의 의자 그림자를 따라 그리며 찾아보듯이, 지속적인 패턴의 징조들, 중요한 형체를 찾았다. 그는 대성당, 속을 다 도려낸 코르도바의 모스크, 그라나다의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물, 그리고 부르고스의 광란의 고딕 양식의 실증을 방문했다. 부르고스에 단단히 못 박힌 그리스도 상이 한때 사람 가죽에 속을 넣고 지었다고 전해졌지만 이후 더 희귀한 원자재, 버팔로 가죽으로 공식 판정이 되었으니, 그로서는 우습게도, 원숭이와 대구로 만든 인어상을 연상되었다. 그는 물건들을 수집하는데, 따로 떼어놓으면 각자 거룩한 의도를 지녔지만, 그의 선택의 다양성에서 보면 토속 신앙적이었다. 심지어 시즌이 시작되자 투우를 보러 가기도 했다.
이 모든 유람에서 그는 산 츠빙글리를 아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혹시 들어 본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내용이 그 마을 한 세기 동안 사건의 추이에서 유별났던 한 사건이 다였다. 12년 전, 열한 살 소녀가 첫 영성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잔인한 폭행을 당했다. 소녀는 며칠 후 사망했다. 이 일을 저지른 범인은 처녀와의 성관계로 치료할 수 있다고 자신이 믿던 질병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고, 소녀의 외모의 모든 면면이 처녀일 가능성이 높으리라 확신하고 그는 몰래 사팔눈의 신부를 스토킹해 이런 모자라는 치유의 끝장을 냈다. 그는 감옥에 갔다.
산 츠빙글리는 철도의 만곡부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바위에 바위들을 맞물려 지어진 마을로, 도로가 쓰지 않는 강바닥처럼 집과 집 사이로 쏟아져 내렸으며, 집들은 산골짜기 개울을 따라 큰 암석처럼 서로 맞대고 무심하게 흩어져 있었다. 제비들이 교회 탑에서 간담 서늘하게 잽싸게 급강하했다가 쓸고 지났고, 공중은 제비들의 아침 울음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작은 당나귀의 거슬리는 울음소리, 머나만 사람들 목소리로 찼다. 그위언은 마을 뒤편 소나무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고 거름의 기분 좋은 신선한 냄새를 맡으며 도시의 남용들 속에서 자신의 감각이 얼마나 무디어졌는지 깨달았다. 그날은, 마치 잔칫날, 무게 없는 듯이, 깊어 갔다. 거리 사이를 돌아다니는 군중들, 노래하고 연주를 하는 무리들, 그들 중 한 소년은 팔 중간에 깨진 아니스 병을 받치고 그 골이 진 유리 표면을 긁으며 반주를 했다.
그는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저녁 식사 후 여송연을 들고 앉아 빠르게 도는 코냑의 술기운으로 내쉬는 연기를 그득 채우면서 세뇨르 에르모소 에르모소와 스페인과 거인 안테우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안테우스는 땅을 짚고 있는 한 무적의 힘을 가진 거인으로, 이를 알아낸 헤라클레스는 그를 들어 올려 공중에서 박살을 내버렸다. - 스페인… 높은 자제력, 그리고 저는 여전히 이곳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도… 외부인들에게는 마침 당장은 그들의 애정을 되돌려주는 것 같지만, 일단 외부로 나가면 외부인들은 영원히 차단 된 것을 알아챕니다. 텅 빈 마음으로 공허를, 입장을 거부하는 고르지 못한 표면을 마주하죠. 거기, 스페인은 여전히 지상에 있는데,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공중에서 으스러지고 있습니다…
- 여기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물론 우리 자신의 수호성인입니다. 정중하게 듣고 있던 세뇨르 에르모소 씨가 말했다. 방문 중에 그 부재를 알아채셨지요? 아마도 우리의 친절한 신부가 그 점에 당신의 관심을 이끌었지요? 세뇨르 에르모소는 외국어를 가르쳤다. 아니, 그런 얼토당토않는 매개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혹여 있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그는 약국 비슷한 상점을 운영했다. 그의 얼굴은 동글동글했는데, 콧수염은 정교하고 우아하며, 눈매는 날카로워 둥근 얼굴이 괜시리 더 처지고 무기력해 보였다. 머리카락의 가르마는 목뒤에서 맨앞머리 중앙으로 깔끔하게 나뉘어 있었다. - 하지만 그런 일은 돈이 많이 듭니다, 아시다시피 엄청 많은 돈이, 그는 카페 앞에 멈춰선 손풍금의 귀에 거슬리는 가락 위로 목소리를 높였다. - 그런 정도의 액수라면 당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겠지요?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수호성인의 보살피는 행운이 절실히 필요한 이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많은 돈일지도 모르죠. 그는 허망한 기대를 담아 큼큼 냄새를 맡으며 잠시 멈췄지만 그위언은 끼어들지 않았다. - 그러자 나는 너무나 선한 이런 사람들처럼, 아마도 우리의 어린 소녀(여기서 그는 이제 고꾸라진지 12년 째 접어드는 그 불행한 아이를 언급했다)가 이 목적을 위해 우리에게 보내졌다고 확신합니다. 주님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지요, 참으로? 참으로, 성경이 말했듯이, 진실로? 참으로, 그녀는 우리 가운데 작은 성자였습니다.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가장 단순한 끼니, 콩과 쌀로 살았습니다, 그녀는. 세뇨르 에르모소 씨는 미리 준비하고 외워두었던 발언에서 갈피를 잃은 듯 말을 멈췄다. - 그래도, 아마 너무 가난해서 그런 걸까요...? 그는 무기력하게 근거를 뒤지며, 말을 잇고, 자신의 대사를 만회하려 노력하였다.
그위언은 여송연을 길바닥에 던졌는데, 여송연이 땅에 닿기도 전에 잡혔다. 그는 안테우스에 대해 중얼거리며 몸을 곧추세웠지만 에르모소 씨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 나는 아주 잘 기억합니다, 세뇨르 에르모소는 끈질겼다. -아시겠지만 그 아이는 부정한 말을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내 혀가 성찬식 빵에 닿는 첫 번째 부분이 될 것이로다.” que fervorosa luna de miel para esta pequeña esposa de Jesus (이 작은 예수의 아내에게 얼마나 독실한 허니문인지!) 남자의 온갖 야비함으로 쓰러지는 때에.
그위언은 광장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나갔다. 거리는 인파가 가득 모였고, 드문드문 희미한 불빛이 들어와 있었다. - 하지만 길이 있지 않습니까, 진실로? 세뇨르 에르모소가 말했다. - 우리 주님께서 옳은 길을 가리키시지요? 수천 페세타, 수백만 리라, 그는 그윈이 계단을 내려가자, 버림받은 통통한 두 손을 움켜쥐고 속삭였다. - 길이, 방법이 있어요.
아래 거리에서 그위언은 아내 옷장에 들었던 잡다한 극치들의 환영을 받았다. 장난스럽게, 그리고 때로는 원래 디자인을 필연적으로 무시한 채 입고 있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긴 꽃무늬 이브닝 스커트는 확연히 다르게 생긴 세 명의 어린 소녀들이 물려받았다. 그런 뒤 한 여자가 세 벌의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는데, 각각 뚫어 놓은 구멍 무늬들이 있었고, 한 드레스에 남은 부위가 다른 옷들의 부족분을 채웠다. 그녀의 녹색 클로슈 모자, 아내의 5번 번화가(Fifth Avenue) 모자는 그 안에서 자고 들고 먹은 것처럼, 동네 성냥팔이의 머리에서 호전적인 각도로 잔뜩 밀착되어 있었다. 그날 아침 거행된 축제가 끝난 후, 대부분의 도구는 제례용구들은 치워져 있었다. 성유와 성수, 파리똥으로 얼룩진 성찬용 빵은 도난당해 마법에 사용될까 봐 자물쇠와 열쇠로 잠가 보관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른 성구들은 빠르게 외국인 방문객을 데려 날라 언덕에서 쉬라는 신나는 의식을 치르기 위해 가까이 두었다. 성유물함이 열렸고, 향로로 아슬아슬 위험한 호를 그리며 흔들었고, 묵주를 손가락으로 만지고 시편을 엄지손가락으로 건렸고, 물을 뿌리고, 조종들이 쨍그렁거렸고, 불쏘시개 초에 불을 붙이고, 촛불을 태우고, 라틴어가 뒤섞이고 만가로 컹컹 토했다. 이 완벽하게 질서정연한 혼돈 속에서 검은 파도가 무릎 꿇는 사이 차올랐다 떨어지고, 조석의 소리가 썰물로 빠졌다가 쇄도하는 동안, 그위언은 진짜,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직접 개입하여 대의에 진전을 보일 수호성인이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라스티마)는 말을 들었다. 새 탬버린은 그 자리에 약간 부적절했지만, 훌륭한 효과를 발휘하며 사용되었다. 그 떠들썩한 재촉이 조급한 기운을 드높였다. 그 소리를 듣고 아마, 카밀라 그위언의 애석해하며 고통을 겪는 응달이 얼른 낙원의 문으로 용수철처럼 채여가길 기다리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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