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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the recognitions, 인식

인식 p57-61

by 어정버정 2024. 6. 29.

John Bohnenberger

 

그날 저녁 그위언 목사는 혼자 식사를 하며 커다란 식당 테이블 너머로 아들이 조금 전에 식사를 마친 창문 아래의 낮은 테이블을 향해 멀거니 바라보았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접시 바닥에 만화를 그리고 있는 행복한 동물들을 익숙한 경품들로 숟갈 가득 긁어모아 음식을 삼키라고 부추김을 받겠지만, 그와 달리, 와이엇은 7대 죄악을 갚기 위해 칙칙한 매 끼니를 서둘러 먹었다. 때때로 그는 낮은 테이블 중앙에 얼마 옷을 안 입고 있는 인물상의 존재가 꺼림해, 음식을 잊어버리고 방해받을 때까지 어린 시절 사랑없는 눈빛으로 쳐다보곤 했다. 거기 적힌 전례의 의미를 들은 뒤로, 어두운 복도에서 카베, 카베, 도미누스 비테트/조심하라, 조심하라, 주님이 보시는도다-하고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메이 고모조차도 상속받은 반-교황 정서를 철저하게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호칭기도에 분쟁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전의 모든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집안에서 또다른 존경할 만한 목사가 나오기를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드러난 계시들에 고모는 새로운 각오로 활동에 임했다. 와이어트는 어느 날 대고모와 자넷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문제는 그가 복음을 전하게 될 라플란트의 겨울을 이겨낼 만큼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후 그는 다시는 자신을 강하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주님께 간구하지 않았다.

조카손자를 위해 방패가 되어 보호해야 할 측면도 여렷 있었고, 예상하고 싸워야 할 영향들도 있었다. 더불어 로마도, 그는 지상에서 가장 큰 악과 독, 타락의 주범이라고 배웠다. (메이 고모는 아비뇽 교황청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는 듯했고, 알기로는 매음굴이라는 단어를 고모가 사용하는 유일한 예였다). 그녀는 그에게 <순교자의 책>에 나오는 강렬한 진로들을 러허설을 시켰고, 닥터 영의 <마지막 날>을 소리 내어 읽어주었으며, <블레어의 무덤>을 소리 내어 읽게 했다. 그들은 함께 베일비 포르테우스 주교의 <죽음>을 소리 내어 읽었고, 한편 그가 자넷과 시간을 보내거나 마차 헛간에 있는 세입자를 방문하거나 외할아버지와 산책하는 것을 막았다. 목사관은 다들 그렇듯이, 교회에서 한두 개 집이 떨어진 위치가 아니라 거의 두 블록 떨어져, 훤히 보이는 언덕에 있었고, 디포 선술집 방향에서 보면 마을의 반대편 끝이었고, 그 접근로는 화살표가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는 고속도로에서 커브로 보호되었다. 거기에서 목사관까지는 중심가의 짧고 점잖은 회중석을 통과해 거의 1마일이었는데, 1마일을 마을 목수는 꽤 자주 완보(完步), 여유가 되고 허용이 되면 손자를 최근에 버려진 다리 작업장으로 산책을 데려갔고, 이 짧은 외유에서 메이 고모가 그토록 용맹하게 전투를 벌이는 허튼 소리의 비축에 묵직하게 기여하였다. 두 사람 중에서, 와이어트가 그리핀의 알, 연금술이며, 충격적이고 역겨운 여자와 황소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아주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그의 호기심이 위대한 항해와 쿠빌라이 칸, 타메를란(티무르의 별칭), 프레스터 존 같은 인물에 대한 것으로 바뀌자 그녀는 마을 목수의 덕택인 줄은 알았다.

지금은 늦가을 오후 중간 무렵에, 그녀는 서쪽 베란다에 서서 입술을 꾹 다물고, 팔꿈치를 당겨 손바닥에 얹고서 러멘테이션(애도) 산 위로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언덕 아래에서 날카로운 쨍그렁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팔꿈치를 더욱 안으로 끌어당기고 입술을 더욱 앙다물었다. 와이어트가 마차 헛간으로 가는 입구에서 돌아 나와 그녀를 향해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목사가 왜 바바리원숭이의 이름을 헤라클레스라고 지었는지 아무도 몰랐고, (아마 마을 목수를 제외하고는) 궁금증에 굳이 알려고 들지도 않았다. 사실 대부분은 무시의 쉬운 길을 택했고, 마차 헛간에 든 세입자의 이름을 그냥 헤라클레스려니, 키가 3피트가 넘는 건장한 체구에 연한 황갈색 털이 빰의 가를 따라 더 짙고, 손과 발 일부에 털이 없으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활동적이고 성품이 좋았으며 헛간 한쪽 끝 전체를 차지하고서, 신나게 뛰어놀고 노래를 불렀다. 그는 낡은 썰매에서 잠을 잤다. 식사 때라고 생각될 때,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을 때, 때로는 단순히 소통하고픈 어떤 메시지 의지가 비등할 때 그는 썰매 종을 미친듯이 울렸다. 반려로 얻은 흰 토끼는 그의 온화한 성격에 감상벽도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는 그 토끼를 품에 안고 어루며 앉아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여전히 그가 직접 사용하던 숟가락(메이 고모가 몰랐던 연대의 끈)과 병에서 대구 간유를 주러 내려오는 아이였고, 몇 시간이고 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보냈다. 헤라클레스는 질문을 받으면 사려 깊게 턱을 긁었고, 누구 알아챈 사람 있다면, 그위온 목사 하듯이, 아주 흡사한 방식으로 고개를 숙였다. 다른 시간에 그위언 역시, 항상 혼자서, 다른 누구보다 더 좋은 냄새를, 캐러웨이의 희미한 상큼한 냄새를 풍기며 왔다. 그 역시 질문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헤라클레스는 노래를 자주 부르지 않았다. 그는 곧잘 썰매에 앉아 시무룩하게 헛간 벽 너머 멀리 바라보았고, 마치 모로코의 태양 아래서 지내던 나날, 아랍인들의 정원에서 훔쳐 먹던, 다른 세대의 꿈을 꾸는 듯했다. 그는 메이 고모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는 (성벽처럼 남녀 옷을 따로 걸거나 자넷에게 그렇게 하라고 지시해둔) 빨랫줄에 옷을 걸려고 나타나거나, 잔디밭 가장자리에 있는 산사나무를 가꾸기 위해 흙손과 가위를 들고 혼자 나오는지라, 그녀의 가냘픈 형체는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노래하는 목소리도 알았고 이를 싫어했다. 그녀는 헤라클레스를 본 적도 없고 그를 언급한 적도 없었지만, 그의 이름이 대화에 오르면 입술을 꾹 다물고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기독교적 획책에 너무 불충하고 뒤숭숭해 그녀는 이를 입에 올린 적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 원숭이가 카밀라를 대신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 이제껏 어디 있었어? 계단을 올라오는 와이어트에게 그녀는 캐물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온화했다. - 무슨 일이 있는 거니, 울고 있었던 거야? 그는 눈을 비비고 손을 얼굴 위로 끌어내렸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열이 나는 것 같구나, 그가 여느 아이들 마냥 수줍어 얼굴을 치마폭에 묻듯이 갑자기 치마폭에 숨어들자 그렇게 말하고 절룩거리며 그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 오늘이 네 어머니의 생일이야, 우선 집안에 들자 그녀가 말했다 손이 온통 흙투성이구나.

- 영웅이 뭐예요? 그는 갑자기 몸을 떼고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 영웅? 되물었다. - 영웅은 불굴의 헌신으로 자신보다 더 높은 것에 기여하는 사람이지.

- 하지만 그게 뭔지 어떻게 알아요? 그는 거기 서서, 그녀 앞에 지저분한 한 손을 다른 손으로 비비며 물었다.

- 진정한 영웅은 질문할 필요가 없어, 그녀가 말했다. - 주님은 그에게 자신의 본본을 말씀해 주시지.

- 어떻게 주님은 그에게 말씀하세요?

- 그분이 얀 후스에게 말씀하셨듯이,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고서, 자리에 앉아, 기억을 더듬어 확신에 차 누추한 복장의 창백하고 마른 남자를 불러내어 위대한 보헤미안 종교개혁가의 가르침과 선한 왕 바츨라프 치하에서의 승리부터 지기스문트 황제에게 배신당한 이야기까지 사역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 그래서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 그는 화형에 처해졌다, 그녀는 서재 쪽 복도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리자, 비통한 만족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입으로는 키리 엘레이손(연도)를 외며. 얘야, 어디 가는 거야? 대체 이게 다 무슨 꿍꿍이냐...? 그는 돌아섰지만 그위언이 입구를 가득 채우고 서 있었고, 그들 사이에서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그위언은 한 손을 들어 올렸는데, 벌을 줘야 할지 옹호를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이, 메이 고모가 말을 이었다, - 무슨 짓을 한 거야? 보아하니 너 얼굴에 죄책감 가득하네, 무슨 일이야?

- 네 방으로 가거라, 그웬이 그를 구해주려고 끼어들었다.

메이 고모는 의자에서 흠칫 놀라, - 방으로 가라니! 외쳤지만 치켜든 그위언의 손에 저지를 당한 듯이, 그녀는 작게 움츠러든 인물로 태도를 바꾸고서, -네 방으로 가, 그럼 방으로 가서 책 읽어, 우리가 읽던 책 읽어라. 저녁 식사 전에 올라가서 네가 이를 알고 있는지 볼 테다.

- 뭘 읽고 있었어요? 그위언은 물었다. 목소리에 억누른 긴장이 들었다.

- 얘는 도르트 시노드에 대해 배우고 있어.

- 도르트요? 그윈은 손을 떨어뜨리며 중얼거렸다.

- 도르트. 성도들의 마지막 인내. 맙소사, 고모는 진짜.

- 하지만 그 아이는

- 죄책감에 찬 표정 봤어? 죄악에 물든

 죄를 지어요! 어디서 애가 죄를 지어요벌써

- 댁이, 기독교 성직자인 네가, 그걸 물어봐? 갑자기 고모가 그위언에게 바싹 다가왔고, 그녀 목소리의 공격을 피해 그는 뒷걸음질 쳐 홀로 물러섰다. - 그럼 그의 죄가 아니라 치고, 그런 전망은, 숨 가쁜 쉰 목소리로, 속삭임에 가까운 목소리로, 마치 자신이 목놓아 울거나 훌쩍거릴 것처럼 다가왔다. -아이에게 다가오는 장래, 죄의 전망이.

그녀는 거기, 그위언의 발자국 소리가 홀 아래로 다시 사라질 때까지 떨며 서 있었다. 그러고는 코를 킁킁대었고, 아랫입술을 깨물고 자신이 홀로 걸어 들어갔다.

그날 저녁 늦게, 그위언 목사는 어지러운 서재 책상 위로 서서 유리창 너머로 어둠을 응시했다. - <성도들의 마지막 인내>! 그는 투덜거렸다. 그러다 무슨 소리가 들린 듯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손잡이에 손을 내밀고 희미한 노크 소리가 다시 들리기를 기다렸지만 아무 소리도 없었다. 막 몸을 돌려 멀어지는데 그는 복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것이 누군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물러나는 소리인지 아니면 예리한 각도의 목조부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상충의 누설인지 그는 알지 못했다.

집은 컸다. 그리고 아마도 오랫동안 누구 하나 오거나 간 적이 없어도, 그 주변에 사별의 기운을 담고 있는 시무룩한 얀 H.이 맞은편 벽에서 눈길을 주고 있는, 거실 벽난로 위 카밀라의 얼굴에는 변함없는 그리움이 담겨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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