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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the recognitions, 인식

인식 p75~80

by 어정버정 2024.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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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넷의 입이 집중하느라 떡 벌어졌다. -들어보세요, 씨앗이 날라다니기 시작하니까, 눈이 가득한 정원 같았습니다. 나는그럴려던 게아니, 아버지? 지기스문트 황제에게서 받은 안전통행 호송,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그를 배신했는지 보이시죠? 낙원으로 가는 길을 오물로 더럽혔어요, 선량한 사람들을 속이려고. 제한된 속죄, 완전한 타락잠깐만요. 무조건적인 선택, 제한된 속죄, 완전한 타락, ... 아흐음. 은총의 불가항력, 그럴려던 게 아니었어요아버지? 저는저게 뭐죠? 들어보세요

- 나를 인도하는 하나님의 힘, 자넷은 속삭였다. -하나님의 권세.

- 증거를 원한다면, 증거를 원하신다면 아버지 들어보세요. 저거, 저 굴뚝새,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요. 아버지? 아버지?

- 나를 가르치시는 하나님의 지혜, 나를 보살피는 하나님의 눈, 지속ㅎ하며 자넷은 침대 곁을 떠나 계단을 뛰어 내려가 서재 쾅쾅 문을 두드렸다. 한 번도 이전에 한 적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를 쫓아 껑충껑충 달려 올라가는 목사를 뒤에 딸리고 와서, 그날 굴뚝새를 죽였다는 일관성 없는 고백을 들려주었다. 고백은 뚝 끊기고, 소년은 침대에 그대로 똑바로 앉아 이를 딱딱 부딪히고, 불타는 녹색 눈을 아버지에게 고정시켰다. 그위언은 손을 내밀다가, 이내 손을 거두며 말했다. - 근데 굴뚝새, 굴뚝새라니? 아들아. 대체 왜굴뚝새는, 알잖니, 선교사들이 직접, 초기 기독교 선교사들은 굴뚝새를 색출해 내라고 시켰어, 끝까지 찾아서 죽였지, 그들이굴뚝새는 왕처럼 여겼거든. 그리고 그건그런 일이 용납이 되지 않았어, 크리스마스 즈음에그들은 그런 일이 용납이 되지 않았어. 그위언은 천천히 물러나면서 목소리를 점점 작게 끌자 아들이 침대에 다시 풀썩 쓰려졌다. 그러자 갑자기 돌아서서 서재로 서둘러 내려가 문을 잠그고 십자가의 성 요한작품집이 든 책장으로 손을 뻗었다.

- 내 말을 들어주시는 하나님의 귀, 나를 대변하는 하나님의 말씀자넷은 잠시 멈춰 침대 옆에 서서,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 앞 베개 위 입술들처럼 그녀의 입술은 계속 움직였다.

사람들로부터 숨어 그리고 주목나무의 짙은 초목에 가려 기우는 해에 숨여, 그위온은 서재에 틀어박혔다. 그는 다시 팔을 뻗었다.

일 년 중 가장 긴 날이 지나고, 갑자기 맥빠지는 경로로 태양을 밀어붙이려 피워올린 한여름날 모닥불 연례행사의 마법이 가버린 지도 오래, 종교가 고삐를 잡자, 신앙이 의례를 군림하자 상실한 척도, 날은 세례요한의 날로 넘어갔고, 요한은 이들 똑같은 모닥불에 갈음하여 가축의 병을 없애고, 그 병을 야기했던 마녀를 쫓아내고, 풍성한 수확을 올리고, 심지어 러시아에서 그날 목욕하는 여자들의 가정에 비를 가져오기도 했다. (비록 그곳에서 신앙은 아직 결실을 맺으며 그다지 승리를 하진 못했지만, 가뭄이 계속되면 기우제로 죽도록 술은 마신 마을 주민의 시체를 가장 가까운 호수에 던져 비를 불러올 수 있었다). 그러나 뉴잉글랜드에서는 신의 변덕에 따라 비가 내렸고, 그 신의 기분은 오직 비를 잘 활용하여 맞춰주어야 했으며, 이번 일요일과 같은 축제의 날들은 가만히 앉아 경건하게 안주하고 보내는 것이 가장 좋았다.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난 후에도 야외는 여전히 밝았다. 비록 그위언은 서재 문 뒤에서 저녁 식사를 거부하였고 와이어트는 간신히 한 입 먹는둥마는둥 하다 누워, 그 옆에서 기도하며 뒤틀리는 자넷은 내버려 두고, 천장을 보며 속삭였다. 하루 종일 그녀는 복도와 계단을 지나 부엌으로 거의 침묵 속에 움직여 다녔고, 지금 사람 귀에 존재를 드러내는 유일한 소리가 그녀가 지금 수행하고 있는 침이 줄줄 흐르는 혀짤배기 소리 더 높이 몰두하여 드리는 기도의 속삭임이었다. -나를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손, 내 앞에 놓인 하나님의 길, 나를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방패, 나를 지키시는 하나님의 군대, 나와 함께하시는 그리스도, 내 앞에 계신 그리스도, 내 뒤에 계신 그리스도,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

새들은 목사관의 빈 잔디밭에서 떨어진 고르지 못한 모양새에 설익은 야생능금을 쪼아 먹으며 뛰어다녔다. 제비들은 마차 헛간 위를 조용히 불규칙한 항로를 그으며 날아다녔다. 유일하게 선명한 소리는 썰매 종소리뿐이었다.

- 내 아래에 그리스도 내 위에 그리스도 내 오른쪽에 그리스도 내 왼쪽에 그리스도 폭넓은 그리스도 기나긴 그리스도 드높은 그리스도와이어트는 등을 대고 누워 들어도 듣지 않은 채 봐도 보이지 않은 천장의 익숙한 선들을 바라보았다. 그물망 같은 균열이 어린 시절 아라비아(단봉) 낙타를 이루더니 이후로 박트리아 쌍봉이 되었고 긴 꼬리가 자랐다. 창문이 열려 있었고, 집 전체가 너무 고요해서 낮의 온기가 어두운 복도까지 뚫고 들어와 목재부의 어긋난 어두운 각들 사이 삐걱거리는 언쟁을 진정시킨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마차 헛간에서 울려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는 조급하게 멈칫거리는 그 자체 휴지기로 중단되었다. 이 딸랑거리는 소리 파편들이 갑자기 자넷을 뚫고 들어가기라도 한 모양인지 침대맡 자세에서 들리듯 일어나 들리고, 자신이 처음 들어온 이후 아무도 신체로는 들어가지 않은 자신의 방으로 이끌리듯 들어갔다. 문이 닫혀, 자넷이 바닥에 무너지듯 쓰러지며 그녀에게서 빠져나오는 숨죽인 소리를 깊이 숨겼다.

어두워지기까지 거의 한 시간이 남았다. 그위언은 서재 창문 너머 팔길이에 있는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 얼기설기 얽힌 주목 가지들 너머에서 어둠이 다가올수록 더욱 집요하게 들려오는 썰매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이집트 사자의 책위에 맥없이 팔을 얹고, 덮어둔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의 딱딱한 표지를 손끝으로 두드렸다. 그는 의자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영혼의 어두운 밤의 구멍에 있는 플라스크 병을 꺼내 가득한 슈냅스의 텀블러 반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는 빈 잔을 두툼한 색인 책 평평한 표면 위에 놓고 몇 분이 지나자 큰 소리로 말했다. -네 사역을 온전히 증명하라. 그러나 그의 앞에 펼쳐진 책은 성경도 아니었고 성 바울의 말씀도 아니었다.

“모든 큰 마을의 외곽에 가까이에는 질서도 체계도 없이 땅에 박혀 있는 돌멩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들은 아송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위에 아송타타가 요구하는 희생 제물을 공물로 받친다. 염소의 희생제가 열리고, 그 한 달 후에는 랑구르 (엔텔루스 원숭이) 또는 대나무 쥐를 공물로 필히 받쳐야 한다. 선택된 동물은 목에 밧줄이 묶여 있고 양쪽에 한 명씩 두 명의 남자가 이끌고 마을의 모든 집으로 끌고 간다. 각 집 안으로 차례로 들어가면, 모인 마을 사람들은 밖에서 벽을 두드리며 집 안에 혹시 들어와 자리 틀고 앉았을지도 모를 악귀를 겁주어 쫓아낸다. 이런 식으로 마을을 한 바퀴 다 돌면 원숭이나 쥐를 마을 외곽으로 끌고 가서 다오 칼로 한방에 내리쳐 죽이고, 내장을 제거한 다음 땅에 세워진 대나무에 십자로 매단다. 십자가에 못 박힌 동물 주위에 길고 날카로운 대나무 말뚝을 박고, 그 주위에 둘러 쉐보 드 프리스를 형성한다. 이들은 인간 적들을 막기 위해 방책들을 마을 사방으로 둘러싸던 시절을 기념하는 것으로, 지금은 질병과 숲의 야생 동물로부터 생명의 위험을 막는 상징이 되었다. 이 행사에 필요한 랑구르는 며칠 전에 사냥해 두지만, 랑구르가 꼭 잡히지 않을 경우는, 갈색 원숭이가 대신할 수 있으며 훌록 원숭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와이어트는 잠을 자고 있었고, 그를 덮고 있던 시트는 몸에서 뼈가 불거지는 지점들이 솟아 있었다. 소년의 다리가 극도로 짧아 보인다 곤혹스러운 마음이 스치기가 무섭게 그위언은 이 끔찍한 인상이 즉각 의식 속으로 치고 올랐고, 섬뜩한 인지와 동시에, 바로 이불의 점이 와이어트의 발이 아니라 너무나 말라 발처럼 솟아 있는 무릎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재빨리 움직였다. 그는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와 어두운 목사관의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걸어다니고, 산사나무가 땅에서 뿌리뽑히고 틑어진 채 발견된 그날 메이 숙모가 홀로 조용히 울고 서 있던 작은 식기실을 지나갔다. 그는 한 세기 전에 간원을 들어주지 않고 무시되었다고, 어느 탄원자가 코를 떼어내어 버린 올라야 성상을 지나쳤다. 올라야의 팔은 마치 그를 진정시키려는 듯 벽감 안에서 치켜들고 있었다. 순간 지나치는 그의 파편들이 피의 수녀, 파트로시니오 수녀가 썼다고 하는 크루즈 콘 에스페호의 강하고 투명한 거울에 얼핏 비쳤다. 급속도로 불어나는 피의 수녀 성흔들에 스페인 정치와 왕좌까지 뒤흔들리자 벙어리장갑을 끼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그위언은 식당의 낮은 탁자에 놓인 mesa de los pecados mortales,(대죄의 식탁) Cave, cave, Dominus videt. Abscondam faciem meam ab eis et considerabo novissima eorum, - 조심하라, 조심하라, 주님이 보신다. 나는 그들에게서 내 얼굴을 가리고 그들의 최후를 생각하리라, 흘끗 들여다보고, 그는 마치 스스로 힘을 보태려는 듯이, 그 말을 읽는 게 아니라 낮을 목소리로, 침대에서 죽었으나, 무덤을 파헤쳐 화형을 당한, 계시로 신의 사랑에 대한 수고의 보상을 이미 받은 14세기 성경 번역가의 말을 되뇌었다-이 세상에서는 신이 악마를 섬겨야 하리라.

거실에서 그는 카밀라의 사진에서 잠시 멈췄다가 돌아서서, 건너편 벽에서 존 H.를 때어 내었다. 그는 그 초상화를 빗자루 옷장에 넣으며 선조가 받아 마땅한 자리로 내려앉았다고 웅얼거렸다. 이 모든 시간 동안 그위언 이미 내린 결정을 자꾸 미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심지어 멈춰서 식탁보로 큰 거울을 덮었다. 마침내 그는 집 뒤 베란다로 걸어 나가 잔디밭으로 내려갔다.

헤라클레스가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아마도 하얀 달이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지도 몰랐다. 썰매 방울이 맹렬하게 울리다가 급박한 정적을 남기고, 딱 멈췄다. 그위언은 서늘한 밤공기가 주위를 겹겹이 축척되었음에도 정자로 갔다가 되돌아 서성이며 비오듯 땀을 흘렸다. 그러고 한참 걸음을 멈추고 그림자가 드리워진 러멘테이션산의 거대한 등성이를 바라보았다.

마차 헛간 문으로 들어가자, 헤라클레스는 가만히 서서, 긴 팔을 살짝 떨었고, 그런 뒤 그의 키 닿은 데까지 최대한 펴고, 빵 한 조각을 흔들었다. 그위언은 벽에서 목줄을 가져와 동물의 목에 걸고 함께 잔디밭을 따라 집 쪽으로 걸어갔다.

그 후 와이어트는 이런 낮 동안 현실과 바로 지난 몇 주간의 밤을 구분할 수 없었다. 섬망은 그의 기억 속을 포용하고, 서로를, 일어난 일과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을 좀처럼 가려내지 못했다. 자거나 깨거나 그 사이에서 고통에 대한 기억들은 사라졌고, 그날 밤 그의 발을 무자비하게 찌르는 듯한 통증만 제외하고, 더 이상 아픈 자신의 신체 특정 부위가 어디인지 가려낼 수 없었다. 다만 청하는 것이 잠뿐인데, 잠들지 못하고 자꾸 잠을 설치고 깨는 시간이 길어지지만 그가 깨면 이제껏 자고 있었다 판명될 수도 있었지만,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은 감각적 사건이었고 그들은 이런 식으로 흘렀다. 의식은, 분리된 입자들의 연속으로, 깊고 꾸준한 무의식적 삶의 흐름, 시간 자체가 흐르는 표면을 따라 운반되는 것처럼 보였고, 실신하면 의식의 입자들은 단순히 멈추고 나머지는 회복될 때까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멈춤, 중단이어서, 더 깊은 흐름이 완전히 사라져 의식의 입자들이 유예되고, 쌓이고 쌓여 아무것도 지탱할 것이 없어 언제든 산산이 부서질 준비가 된 채로 남았다. 그래도 그런 때는 모든 것이, 질량과 거리에 이르는 모양과 색의 질서가 제대로 되어 있었고, 마치 시계 자체가 시간을 오랫동안 쌓고 있었기 때문에 있던 자리인 탁자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처럼 시간에 도달하는 분 단위들이 순차적으로 쌓였다. 그것이 바로 무게의 안도감이었다. 그러나 어느 목소리가, 혹여 그 자신의 목소리라도, - “코페르티노의 성 요셉을 놓고 보면 황홀은 공중 부양을 동반했다인용을 했던가? 귀에 거슬리는 자넷의 외침이 여전히 그의 귀에 울렸다. 그는 그녀를 쫓아 누군가의 정원 벽돌 벽 아래까지 쫓아갔고, 거기서 그녀는 몸을 돌리고 흑인으로 변형하고 벗어났던가? 그의 아버지가 헤라클레스와 함께 들어 와서 침대에 있던 그를 흔들고 벽을 두드리며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 그 앞에서 동물을 돌려서 몰아내고 계단을 내려갔던가? 그리고 아래 마차 헛간에서 희미한 비명. 그런 후에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백한 여닫이창을 향해 달렸는데, 그가 너무 오랫동안 발에서 벗어나 두 발은 쓸모없음을, 그 기능을 완전히 잊어버렸음을 잊고서, 그래서 발의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던가? 왜냐면 그는 바닥에서 깨어나 보니 아버지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어깨를 떠받치고 있었는데, 생판 남처럼 낯선 아버지는, 희미한 불빛 속에서 눈매가 미친 듯이 이글거렸다. 그리고 그는 방금 온몸을 찢어놓았던 고통의 기억에 왈칵 울음을 터뜨리며, - 못이 내 발 위로 박히는 것 같았어요, 방에서 거의 걸어 나가지도 못하는 이 벌벌 떠는 남자의 도움을 받아 어깨에 피를 흘리는 침대에 다시 몸을 뉘였다.

며칠 후 와이어트는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는 몸무게를 자그마한 온스 단위로 세심하게 회복했다. 그 열은 지났지만, 남은 평생 동안 그의 눈에서 이는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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